< 업키걸 연홍(1) - 디데이 >
너무 자책하지 말자.
그럴 수 있다.
충분히 발기할 수 있다.
나는 성기능과 정신적인 장애가 없는 한창 때의 남자이고, 리야 역시 육체적으로는 이미 정점에 올라있는 으슬으슬한 숙녀인데 녀석이 내뿜는 성적 매력에 발기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동생처럼 여기던 은빛이의 겨드랑이와 질 내부에 넘치도록 정액을 쏟아 부은 마당에 리야라고 해서 안 될 게 뭐가 있겠는가.
다만,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까지 육욕을 느끼는 내가 한심스러울 따름이다.
이 부분은 요 근래 방탕하게 살아온 조건반사가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을 리야에게 솔직히 실토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시치미를 똑 떼며 웃음으로 때웠다.
나 [흥분은 무슨 흥분ㅋㅋㅋ 내가 변태냐 발 만지면서 흥분하게?]
데우스 엑스 알리야 [근데 왜 오늘따라 손놀림이 야한 것이야?]
나 [야했다고? 그럼 니가 음란마귀가 끼었네]
데우스 엑스 알리야 [아니야. 알리야는 평상시랑 다를 게 없었는데 뮨댕댕이 손놀림이 너무 섹슈얼 했던 거자너]
나 [우리 리야가 이제야 남자의 손길에 눈을 뜨는 구나ㅎㅎ]
데우스 엑스 알리야 [견찰서 가고 시퍼?]
나 [아니]
데우스 엑스 알리야 [됐고. 솔찍하게 알리야 발 만지면서 흥분 했어 안 했어? 욘리다 걸고 안 놀릴 테니까 솔찍하게 말해봐]
나 [솔직히 조금 이상하긴 했지. 근데 일반적이고 신체에 이상 없는 남자라면 대부분 느끼는 그 정도니까 오해는 하지 마]
데우스 엑스 알리야 [오해 안 해. 알리야가 무슨 애도 아니고 그런 것도 모를까. 뮨댕댕도 다 큰 어른인데 좆중해줘야지]
데우스 엑스 알리야 [오타인 거야. 존중]
나 [예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리야 너 솔직히 남자 몸은 잘 모르지 않아? 그동안 여자만 좋아했잖아]
데우스 엑스 알리야 [기본적인 건 알지 댕충아. 지금이 무슨 빅토리아 시대도 아니고]
남자랑 성경험은 있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그건 지금 자리에서 할 말이 아닌 것 같아서 그만 뒀다.
마음속으로만 유추해 보면, 나를 만나기 전 남성혐오에 가까웠던 리야의 성격상 남자와는 손도 안 잡아봤을 것 같기는 하다.
세계적 스타인 저스틴 비버의 대시도 거절했다던 녀석인데···.
데우스 엑스 알리야 [암튼 해결해주지도 못할 거면서 뮨댕쓰를 흥분하게 한 건 알리야의 잘못이야. 알리야가 책임감을 갖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걱정은 무슨···.
리야와의 비밀 톡은 그게 끝이었다.
녀석은 채팅을 멈추고 실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뮨댕댕, 알리야는 이제 됐으니까 언니들 마사지 해줘."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돌아가면서 아이들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그 장면이 중간중간 방송 화면 모니터에 잡혔는데 그때마다 객석에서는 여자 방청객들의 달콤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주위에 있는 여자 연예인들도 부럽다는 시선을 우리 쪽으로 보냈다.
"어후, 우리 뮨 대표님 같은 남자는 누가 데려갈까? 얼굴 잘 생겼어, 능력 좋아, 거기에 성격까지 자상해."
옆 테이블에 있는 이유미 선배가 얼굴을 밝히며 나를 띄워줬다.
요나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던 나는 겸손 반, 솔직한 심정 반을 섞어서 대답했다.
"매니저 때 노예근성이 남아있어서 그런 거지, 저 여자한테 그렇게 자상한 편 아니에요."
"대표님 지금 여자 친구 없지?"
업키걸 아이들의 시선이 찌릿찌릿하게 느껴졌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없죠."
"나이가 몇이라 그랬더라?"
"83년생. 서른일곱이요."
"그럼 내년에 여덟 되는 겨?"
"그렇죠."
"음··· 그럼 우리 혜민이 어때?"
움찔!
"예?"
"아까 인사 했던 강혜민. 걔가 지금 84년생인데 요즘 외롭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아까 투샷 보니까 잘 어울리는 것 같던데 어떻게, 내가 다리 좀 놔줘요?"
이거 진짜 현실성 없네.
연말시상식에서 수상을 하고 스타들과 한자리에 섞여있는 것만으로도 적응이 안 될 지경인데 이제는 하다하다가 강혜민과의 소개팅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주선자가 다름 아닌 우리나라 여자 MC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이유미고.
어디 그 뿐이냐고.
현재 최고의 걸그룹이라고 평가 받는 업키걸은 ─각자 딴청을 피우는 듯 보이지만─ 내 입술에서 나올 대답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도, 내가 아무리 컸다고 해도 강혜민은 많이 부담스럽지.
아까는 다 같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고 해도 밖에서 단 둘이 만나면 조심스러워서 말도 제대로 못 붙일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놓고 거절을 할 수도 없는 노릇.
나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복잡한 심정이 담긴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왜? 우리 혜민이, 대표님 스타일 아니에요?"
이유미는 의외라는 듯 되물었고 나는 손사래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아뇨. 너무 부담스러워서요. 제 주제에 어떻게 강혜민 씨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업키걸 다섯 명이 불쑥 끼어든다. 서원이와 요나는 짜기라도 한 듯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말했다.
"오빠가 왜?"
"대표님이 어때서요."
"대표님이 어때서요?"
"대표님도 멋있으신데···."
"뮨댕쓰, 기죽지 말고 어깨 펴. 알리야는 그렇게 가르친 적 없자너."
뭐야 이놈들.
이래놓고 내가 실제로 강혜민을 만나면 그 자리에 따라 나와 훼방을 놓을 거면서···.
그러나 이유미는 아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소개팅을 척척 진행했다.
"그래, 어차피 나중에 같이 밥 한 번 먹기로 했잖아? 그때 얘기 좀 잘 해봐. 내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둘이 잘 맞을 거 같아서 이러는 거예요. 굳이 남녀 관계가 아니더라도 친해져서 나쁠 건 없으니까 응?"
"예, 저야 영광이죠."
강혜민··· 강혜민이라···.
이거 설마 섹스 각은 아니겠지?
요즘 만나는 여자들마다 다 합체를 해버리고 있으니 그녀 또한 은근히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S급 여배우는 과연 침대에서 어떤 스타일일지 궁금하긴 하네.
─저희는 잠시 뒤 2부 순서로 찾아뵙겠습니다. 그 전에! 1부의 마무리를 장식해 줄 축하무대가 기다리고 있다면서요?
─예, 올 한 해 예능과 가요계를 종횡무진 오가며 말 그대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팀이죠. 저도 참 좋아하는 걸그룹인데요. 천상천하 업키독존! 천외돌 업키걸입니다!
─우와아아아아!
업키걸은 이번 시상식을 위해 개사한 노래로 축하무대를 잘 마쳤다.
나는 시상식 1부가 끝난 뒤 광고가 나가는 타임에 미오에게 톡을 보냈다. 나 말고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짧은 휴식시간을 틈 타 핸드폰을 확인 중이었다.
나 [미오야, 제희 S창에 불임이라고 뜨면서 나한테 치료해주라고 그런다. 이거 혹시 그거냐? 반인족?]
미오 [불임 이유는 따로 안 나와 있어요?]
나 [배란 장애와 호르몬 분비 이상 뭐 그런 거라던데···.]
미오 [그럼 그냥 본인 건강 때문이네요. 반인족이랑 접촉해서 감염된 거면 반인족 때문이라고 떠요]
나 [ㅇㅋ 알았다. 어쨌든 결론은 섹스야 섹스. 질!내!사!정!]
미오 [ㅋㅋㅋㅋㅋ 베스트 커플상 축하드려요ㅋㅋ]
나 [후우, 내가 연예인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미오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처럼 나오시는데요ㅋㅋ]
나 [화면에 잘 생기게 나왔어?]
미오 [예. 댓글에서도 대표님 수트빨 좋다고 난리났아요]
나 [다행이네]
수트고 나발이고, 제희의 불임을 치료하려면 닥치고 질싸하라는 거잖아.
내 정액이 거의 고로쇠 수액 급으로 알차게 쓰이는 구나.
제희는 베스트 커플상 시상을 마치고 방송국을 떠났을 것이다.
일단 만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연락을 할까.
오래만에 봐서 반가웠다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게 제일 무난할 것 같다.
방송이 끝나면 톡을 보내야겠다, 라고 마음먹었는데 마침 제희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지금이 광고 시간인 걸 알고 있는 것이리라.
J [수상 츄카츄카요!]
나 [어이고 감사합니다]
J [시상자가 저라서 많이 놀란 것 같던데요?]
나 [놀랐죠. 살다보니까 이런 식으로도 만나게 되네요]
J [그러니까요ㅋㅋ 이틀 전에 시상자 제의 들어와서 안 하려고 했는데 오빠랑 업키 애들 출연한다고 해서 온 거예요]
나 [안 그래도 방송 끝나면 연락하려고 했었어요. 우리 빠른 시일 안에 얼굴 한 번 봐요]
J [또 말로만!]
나 [아니아니 이번엔 진짜. 제희씨 편한 시간 언제예요?]
J [오늘!]
나 [아아.. 오늘은 끝나고.. 회식이.. 쿨럭..]
J [농담이에요. 유미 선배님이 계신데 회식을 안 하고 넘어갈 리가 없지ㅋ]
J [연말이라서 저도 이래저래 바쁘니까 우리 내년에 봐요]
나 [내년이라고 해봤자 1주일도 안 남았···]
J [그걸 노리고 한 말···]
나 [ㅋㅋㅋ 그럼 1월 첫째 주 어때요?]
J [좋아요]
나 [정확한 시간은 제가 내일 다시 연락드릴게요. 오늘 뜻박의 만남 반가웠어요. 진심으로요.]
J [아이고 제가 영광이죠. 샐럽 중의 샐럽이신 뮤노님을 만나다니]
"2부 시작 20초 전입니다!"
FD의 알림과 동시에 축하무대를 마친 업키걸 아이들이 돌아왔다.
이후 시상식 2부가 시작됐는데 그림자의 빛은 총 5개의 주요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화룡정점은 이유미 선배의 대상 수상이었다. 여성 예능인으로는 2001년 임경화 이후 18년 만에 수상이라고 한다.
회식 자리는 축제가 될 것 같다.
***
업키걸의 1부 마지막 축하무대가 끝난 뒤.
업키걸 다섯 명이 무대 옆 계단으로 내려오는 가운데, 알리야가 연홍의 옷자락을 슬쩍 잡아끌며 의도적으로 걸음을 늦춘다.
"홍홍 언니, 알리야랑 얘기 좀 해야겠어요."
"어? 어···."
다른 멤버들이 몇 걸음 앞서 걸어가는 것을 확인한 알리야. 그래도 걱정스러운지 손으로 입까지 가린 뒤 홍이에게만 들릴 법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이 그날이에요."
"회식?"
"아뇨, 언니와 뮨댕댕의 그날이요."
"히익. 오늘?"
"예. 뮨댕쓰 지금 완죤 발정 난 거예요."
"어, 어떻게 알아?"
"알리야는 다 알 수 있는 거예요. 회식 끝나면 작전 시작할 거예요."
"야아, 너무 갑자기 아니야···? 나 아무 준비도 못 했는데···."
"노노. 언니는 몸 자체가 준비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안해도 되는 거예요. 언니 폴 댄스 연습실 열쇠 가지고 있죠?"
"어··· 비밀번호 알지."
연홍은 내년 초 특집방송으로 편성된 댄스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 몇 개월 째 댄스를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 없이 혼자 연습을 할 수 있는 단계가 되어서 한국에 올 때마다 혼자서 틈틈이 연습실을 찾고 있다.
아까 전 발 마사지를 통해 윤호의 성욕이 극에 달했음을 간파한 알리야는 오늘을 디데이로 잡고 작전을 개시했다.
"회식 끝나면 연습한다고 하면서 뮨댕쓰랑 둘이 거기로 가요. 그 루트는 알리야가 알아서 만들어줄게요."
"그, 그 다음엔?"
"연습하는 거죠."
"어엉? 진짜 연습하라고···?"
"언니 폴 댄스 웨어 중에 알리야가 제일 좋아하는 거 있죠?"
"섹시하다고 한 거? 분홍색?"
"응. 그거 입고하면 되는 거예요."
거의 비키니 수영복에 가까운 타입이었다.
***
"선배님, 대상 축하드립니다!"
"어, 그래 고마워. 우리 팀 희숙이네서 회식할 건데 밥 먹고 가."
"아, 저도 가도 돼요?"
"그래, 셔터 내리고 우리가 전세 냈으니까 밑에 동생들도 다 데려와. 알았지?"
정통파 개그우먼 출신 이유미의 대상 수상은 다소 분위기가 침체돼 있던 코미디언 후배들에게는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그림자의 빛' 회식이라기보다는 그냥 모두가 와서 즐기는 파티 분위기로 진행이 될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현재 시간 밤 12시 30분. 안 그래도 업키걸 아이들이 피곤해서 걱정이었는데 사람이 많으면 중간에 대충 빠져도 티가 안 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상식이 끝난 뒤 방송국 인근에 있는 회식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다 탔지?"
"예."
"우리 팀 말고도 많이 올 거 같으니까 적당히들 마시고 빠지자?"
"끼에에엑! 싫어! 알리야는 끝까지 있을 거야!"
"넌 술도 못 마시는 애가 거기 끼어 있어서 뭐하게. 미성년자가 밤 늦게 까지 있는 거 보기 안 좋아."
"으아아아, 꽁대 냄새!"
리야의 반발을 시작으로 은빛이와 서원이도 한마디씩 거든다.
"어휴, 선비 냄새."
"훈장 냄새."
"나는 대표님 의견에 한 표. 리야는 2시까지만 먹고 먼저 들어가."
"아아앙, 욘리다아앙!"
"애교 부려도 소용없어."
"끼이잉···."
"어휴, 이요나 저거는 대표님보다 더 독하다니까. 이래서 리더를 잘 뽑아야 되는 거야."
"아, 서원 언니도 목 관리 하셔야 되니까 술 드시지 말고 리야랑 같이 두 시에 빠지실래요?"
"야! 내가 미안해! 용서해줘!"
"언니는 왜 맨날 본전도 못 찾을 거면서 욘리다한테 대들어요?"
"유은빛 넌 조용히 해. 니가 제일 나빠."
"그래도 가슴은 언니보다 크잖아요."
"아, 여기서 가슴 얘기가 왜 나와!"
오늘도 업키걸은 평화롭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가운데, 누구보다 이 시간을 기다렸을 회식 귀신 홍이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대, 대표님. 저 죄송한데 밥만 먹고 먼저 빠지면 안 돼요?"
"어, 왜?"
"강남 연습실 가서 댄싱 매니아 연습 좀 하려고요."
"엥, 이 새벽에? 왜, 선생님이 나오래?"
"아, 아뇨, 개인 연습이요. 첫 녹화 얼마 안 남았는데 요즘 연습량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서요···."
"그래···?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좀 쉬지."
"아니에요. 지금 상태로 녹화 들어가면 백 프로 실수 할 것 같아요."
시무룩해져 있던 리야가 툭 끼어든다.
"그럼 다른 언니들은 계속 있고, 알리야랑 홍홍 언니만 2시에 빠지면 되자너. 픽업은 뮨댕쓰가 해줘야 하는 것이야."
< 업키걸 연홍(1) - 디데이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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