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화.데우스 섹스 알리야 (60/371)

< 데우스 섹스 알리야 >

제희가 불임이라고?

혹시 반인족인지 뭔지 그거 때문인가?

뭐 나랑 결혼할 사이는 아니니까 상관은 없다만, 그래도 한 때 좋아했던 사람이라서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따가 시간이 날 때 미오에게 물어봐야겠다.

─예, 시상을 해주신 송주혁 씨와 제희 씨께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시상을 마친 뒤 제희와 남자 배우는 무대 뒤편으로 퇴장했다.

이제 무대 위에는 나와 업키걸 아이들만 남았··· 어? 얘네 어디 갔어.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신 소감이 어떠신지 한 말씀 해주세요.

─어떤 분이 해주실 건가요?

소감은 요나와 은빛이가 말하기로 했었는데··· 그랬는데··· 이것들 다 어디 갔냐고.

"어? 야, 뭐야."

내가 니 놈들 이럴 줄 알았다.

내가 제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사이, 업나니 다섯 명은 어느새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보고 수상소감을 말하라는 거다.

그걸 본 세 명의 MC들도 이때다 싶어서 내게 수상소감을 강요했다. 깐족깐족 능욕까지 한 스푼 곁들여서.

─예, 그럼 수상소감은 국민 매니저 김윤호 씨가 해주시겠습니다.

─어··· 근데 뮤노 실장님 오늘 양장이 참 멋있긴 한데요. 죄송한데 너무 빼입고 오신 거 아니에요? 누가 봐도 시상식 참석하시는 분이네요.

─푸하하핰, 양장이 뭡니까, 양장이. 그리고 뮤노 실장님 정도면 빼입고 오실 만 하죠. 문 샐럽이시잖아요? 방송 시작 전에 연예인 분들이 먼저 가서 사진 찍고 그러던데요?

─예, 저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그 순간 관객석 한 구석에서 '꺄아아아앜' 함성이 터져 나오며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현장 응원을 나온 업키걸 공식 팬클럽 '어부바(회장 알리야)'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나도 업키걸의 멤버로서 인정해주고 있다.

뭐 고맙기는 한데, 오늘만큼은 제발 조용히 있다 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들고 있는 응원 현수막 문구가 아주 저질스러웠기 때문이다.

'뮨댕쓰 찌찌파티'

하아··· 이 미친 인간들아. 결국 그걸 가지고 온 거냐.

찌찌파티는 말 그대로 유두파티라는 능욕의 뜻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문구를 만든 사람은 ─자기는 아니라고 우기지만─ 팬클럽 회장직을 맡고 있는 리야가 확실하다.

나는 팬클럽 부회장에게  너무 외설적인 것 아니냐며 살짝 태클을 걸었었는데 결국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아예 자기들 마음대로 뜻을 붙여서 정당성까지 부여해버렸다. '찌릿찌릿 파워 티켓' 이라는 밑도 끝도 없고 의미조차 알 수 없는 괴상한 단어의 조합으로 말이다.

나는 객석이 왁자지껄해진 틈을 타서 리야에게 복화술로 따졌다.

"야··· 저거 니가 시킨 거지."

"노노, 뮨댕쓰의 찌찌를 걸고 절대 아닌 것이야."

"내 찌찌를 왜 걸어, 걸려면 니 걸 걸어야지."

"저질이자너. 소녀의 찌찌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는 거예요. 암튼 어부바의 자발적인 플레이니까 알리야랑 엮지 말아줘."

"니가 팬 클럽 회장인데 당연히···."

"잔소리 그만. 근데 뮨댕쓰, 알리야 구두 때문에 발 아프자너."

"말 돌리지 말고···."

팬클럽의 익룡 괴성 때문에 찌찌파티 현수막도 MC뜰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버렸다.

그 중에서도 이런 걸 그냥 넘어갈리 없는 개그맨 오세웅이 결국 문구를 언급했다.

─그런데 제가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예, 말씀하세요.

─저기 관객석에··· '뮤노 실장 찌찌파티' 라고 적힌 플랜카드 들고 계씬 분들. 대체 어디에서 나오신 분들이에요?

─저도 아까부터 계속 거슬렸는데요. 근데 저 단어를 방송에서 말해도 되는 거예요?

관객들과 참석 연예인들은 대폭소가 터졌다.

업나니들도 뒤에서 갸르륵 갹갹 키득키득 거리고 있다.

생방송이라서 우리 가족들도 다 보고 있을 텐데 쪽팔려 죽겠다.

찌찌파티라는 말이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군가 나서서 뜻을 설명해줘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제작진한테 전달하기는 그렇고 뭐, 내가 해야지. 그래도 방송물 좀 먹었다고 이 정도의 임기응병은 가능해졌다.

나는 소감에 앞서 자진 해명에 나서기로 했다.

단어 사용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서···.

"아··· 저게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런 저급한 뜻이 아니라 줄임말인데요. 찌릿찌릿 파워 티켓이란 뜻입니다."

─찌릿찌릿 파워 티켓이요?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이죠?

"그게 팬 여러분들을 찌릿찌릿하게 해주는 티켓을 제가 가지고 있다는······ 아······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푸하하핰!

더 우스운 상황이 돼버리긴 했는데 그래도 예능 시상식이었기 때문에 웃음은 후하게 터져 나왔다.

찌찌파티 해명 이후 '그림자의 빛' 을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대중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수상소감으로 전했고 프로그램을 통해 매니저들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인정받게 된 것 같아 고맙다고 덧붙였다.

시간 관계상 내 소감만 듣고 마무리가 됐다.

무대 밑으로 내려오는데 씨바색기가 인중을 늘이며 말을 건다.

"오빠 수상 소감 미리 준비해 온 거 아냐?"

"당연히 준비 했지. 내가 너네한테 한두 번 속냐."

"에잇, 노잼. 우리는 오빠 당황하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생방송에서까지 장난질이냐···."

그건 그렇고, 발이 아프다고 하더니 진짜였나?

내 앞에서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리야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인다. 다섯 명 모두 협찬 받은 명품 드레스와 구두를 착용했는데 처음 신는 구두의 길이 안 들어 있어서 아픈 모양이다.

"리야, 발 진짜 아픈 거야?"

"응. 구두 볼이 내 발에 조금 안 맞자너."

"명품인데?"

"제작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야. 어차피 축하무대 할 때 갈아 신을 거야."

─예, 다음 시상은 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입니다.

우리는 '그림자의 빛' 팀의 축하를 받으며 원탁에 착석했다.

인원수가 많은 업키걸과 내가 테이블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보 밑을 통해 검정색 페디큐어가 칠해진 맨발 하나가 내 가랑이 사이로 쑥 들어온다.

맞은편에 앉은 리야의 발이었다.

"주물러줘?"

"응."

매니저 시절 아이들의 안마는 곧잘 해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리야는 단골손님이었다.

어깨나 허리를 주물러 달라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녀석은 유독 발 마사지를 고수했다. 발 마사지야 말로 자신과 나의 상하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나 뭐라나···.

내가 아이들의 마사지를 해주는 모습은 방송을 통해서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카메라나 장소에 신경 쓰지 않고 곧잘 해주는 편이다.

<에스테틱 갓 핸드가 발동됩니다.>

나는 늘 그랬듯 양손으로 발의 전체를 감싼 뒤 손가락으로 발바닥부터 꾹꾹 눌러줬다.

곧장 리야의 앓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아그그긋, 시원하다. 역시 풋 마사지는 뮨댕쓰가 베스트라니까. 알리야가 세계 곳곳에서 받아봤어도 뮨댕쓰만큼 시원한 적은 없었자너. 뮨댕쓰 지금보다 더 나이 먹고 할 일 없어지면 알리야 전속 풋 마사지사나 해."

"그럴까? 월급 많이 줄 거야? 4대 보험도 해주고?"

"돈이 문제인 것이야?"

"뭐든 돈이 문제지."

"어휴, 꼬질꼬질 가난뱅이 냄새. 지독하자너."

그것을 시작으로 서원이와 은빛이에게도 예약이 들어왔다.

"그거 끝나면 나도 어깨 주물러줘요. 완전 뭉친 거 같아.

"응. 안 뭉쳤어. 완전 말랑말랑해 보여."

"오빠, 나는 목."

"허리 펴고 바르게 앉으면 다 고쳐져."

"아 씨, 뭐예요. 왜 알리야만 편애해. 나도 돈 많이 벌면 되잖아."

"아니아니, 얘는 진짜 아픈 게 보이잖아."

"오빠, 나는 진짜 아파."

"그러니까 허리를 좀 펴고 앉으라고. 근데 너네 축하무대 준비는 언제부터 해야 돼?"

"장우 실장님이 사인 준다고 했어요. 마지막 시상 전에 가면 될 거 같은데요."

고급스러운 자수가 돋보이는 흰색 오픈 숄더 드레스를 입은 요나가 곱게 드러난 쇄골을 슥 만지며 대답했다. 내 시선도 자연스럽게 녀석의 손길을 따라 쇄골을 핥았··· 아니, 훑었다.

1부가 1시간 30분 동안 진행이 되니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다.

작년 가요시상식 때도 느꼈던 거지만 시상식은 진짜 대기가 전부다.

3시간 넘게 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고, 1부와 2부 사이에 쉬는 타임도 얼마 되지 않아서 눈치껏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방송으로 진행이 된다는 것이 정신적인 긴장감을 가중시킨다.

─푸웃 푸웃

전체적인 발바닥 지압을 마친 나는 리야의 발가락 사이사이를 눌러나갔다.

그런데 아이들과 대화를 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리야의 표정이 살짝 이상하다.

뭐랄까··· 그······ 뭔가······ 에로······ 음, 암튼 이상하다.

표정뿐만이 아니다. 뽀송뽀송하던 발바닥에서도 땀이 축축하게 배어나와··· 어어잇, 이게 뭐야? 내 손에 왜 분홍 아우라가 둘러져 있어?

키에에, 키에에엑!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자연스럽고 능청맞게 에스테틱 갓 핸드를 써버린 건가!

이러니 애 표정이 저 모양 저 꼴이 됐지!

나는 황급히 갓 핸드 스킬을 중지시키고 리야에게 덤덤하게 물었다.

"좀 괜찮아졌어?"

"응? 어, 으응. 여윾시 풋 마사지는 엠페러 갓갓 뮨댕쓰라니까. 이건 인정 또 인정인 것이야."

"그만 할까?"

"뭣이야? 뮨댕쓰 주제에 언제부터 내 허락도 없이 먼저 의견을 냈지? 갓직히 말하면 아직 안 괜찮으니까 그만하라고 할 때 까지 주물러야 할 것이야."

"알았어, 왜 정색을 하고 그래."

"아예 시작을 안 했다면 모를까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그만 하라고 하니까 그러지. 응아하다가 중간에 끊는 기분인 것이야."

갓 핸드로 제법 주물렀으니 통증은 금방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알가놈은 다시 처음부터 하라며 갑질을 했다.

왜 라희가 오버랩 되는··· 뭐, 별 수 있나.

나는 이번에는 갓 핸드를 두르지 않는 손으로 순순히 발바닥 지압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쪽에서 특이점이 발생해버렸다.

리야의 발이 내 가랑이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계속 미오에게 받았던 스페셜 풋잡이 떠오르는 것이다.

빌어 쳐먹을 조건반사.

병신 같은 파블로프의 개생퀴 죽어 (이미 죽었음).

이렇게 가다가는 내가 내가 아닌 게 되어버렷!

해면체가 혈액을 쭉쭉 흡수해서 음경이 잔뜩 화나 버렷!

귀두가 벌겋게 달아올라 버렷!

나도 모르는 흑역사 짤이 라이브로 생산되어 버렷1

착한 생각, 착한 생각.

리야는 아직 건드리면 안 돼.

녀석이 갓 핸드의 맛을 알아버린 지금 상황에 나까지 음탕한 골짜기에 빠지면 수습할 수가 없게 된다.

나는 MC들의 멘트에 집중을 하며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리야의 발을 주물렀다. 마치 찰흙을 반죽한다는 심정으로···.

─예, 다음 시상은 프로그램을 촬영하면서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팀에게 드리는 베스트 팀워크상인데요.

그래, 베스트 팀워크 상.

우리도 후보에 올라있··· 잠깐 베스트 팀워크···?

팀워크 ─> 워크 ─> Work ─> walk ─> 걷다 ─> 발로 걷다 ─> 발 ─> Foot ─> 풋잡!

우오오오오!

이상한 연상 작용 그만둬 뇌 새끼야!

이거 큰일이다.

리야의 발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쪾으로만 신경이 쓰이고 있다.

뇌가 정액에 절여진 나머지 이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된 거냐.

그 와중에 리야 너는 표정이 왜 또 그렇게 야리꾸리하게 된 건데!

왜 그렇게 되긴!

내가 녀석의 발가락을 야리꾸리하게 주무르고 있으니 그렇게 된 거지!

···진짜 울고 싶다.

최대한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주무르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 기계적이고 사무적인 동작이 애무처럼 습관화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리야의 발가락 끝을 귀두에 대고 애무하듯이 주무르고 있었다.

죽자.

지금 당장 뛰쳐나가서 변깃물에 코 박고 죽자.

그동안은 수용 가능한 정도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진심으로 내 성충동이 무서워서 등줄기에 소름까지 돋아버렸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현행범으로 경찰서 신세를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일단 리야의 발 마사지를 멈추고 코로 호흡을 길게 하면서 심신을 안정시켰다.

후우─ 후우─

그때였다.

테이블 밑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리야가 내게 턱짓을 하며 핸드폰을 확인해보라는 사인을 보냈다.

내게 톡을 보낸 것 같다.

나도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각도로 핸드폰을 꺼내 리야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데우스 섹스 알리야 [엠페러 갓갓 뮨댕쓰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은 것이야?]

나 [왜? 나 뭐 이상해보여?ㅋㅋ]

데우스 섹스 알리야 [ㅇㅇ 꼭 교미 못해서 안달 난 멍뭉이 같자너]

푸핰.

데우스 섹스 알리야 [알리야는 다 이해할 수 있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돼]

나 [뭘 이해해ㅋㅋㅋ]

데우스 섹스 알리야 [뮨댕쓰 혹시 알리야 발꼬락을 조물조물 거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 버린 것이야?]

키이잇!

키이이잇!

리야의 통찰력도 통찰력이지만, 내가 진심으로 식겁한 부분은 다른데 있었다.

내 눈이 알리야의 대화명인 '데우스 엑스 알리야' 를 '데우스 섹스 알리야' 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 데우스 섹스 알리야 > 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