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란이랑 자고 싶습니다 >
어렸을 때 가족끼리 어떤 시골에 갔던 적이 있다.
거기가 어디이며 무슨 일 때문에 간 건지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딱 한 장면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할아버지 두 명이 동네 정자 앞에서 싸움이 붙었는데, 서로의 불알을 움켜쥐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놔', '니가 먼저 놔' 하며 기 싸움을 벌이고 있던 장면이다.
지금 나와 란이가 딱 그런 포즈였다.
내 손은 란이의 팬티 속에 들어가 있고, 육욕에 눈이 돌아간 망란이 놈은 지퍼를 열어 내 고추를 억지로 잡아 뺐고, 나는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쩔쩔매고 있다.
"놔, 놔. 아프다고."
"딸딸이 쳐줄게요."
"아, 무슨 딸딸이야. 여기서 어떻게 싸."
"그냥 제 손에 싸면 되죠. 싸고 나면 입으로 빨아줄 게요. 아이, 착하다~"
"아, 진짜, 흔들지 말라고···."
명문가 양반처럼 고고했던 나의 기품도 잠시.
나는 섹스 도사 망란이의 손놀림에 금세 매료당하며 엉덩이를 슬금슬금 앞으로 내어주고 말았다.
자박꼼이 아니라 자잡꼼이구나.
자지를 잡히니까 아주 꼼짝을 못하겠네.
그렇게, 우리는 결국 회사 계단실에서 서로의 성기를 사이좋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봊척봊척봊척봊척
─잦잦잦잦잦잦잦잦
"아흐읏···."
"쌌어?"
"응···! 하흐으, 오르가즘 너무 좋아아아··· 사랑해요 진짜···."
갔다.
본인 스스로 약속했던 것처럼, 란이가 딴 세상으로 가기까지 대략 30초쯤 걸렸던 것 같다. 녀석은 목을 뒤로 젖히고 몇 차례 움찔움찔 몸을 떨어대면서 절정의 여운을 즐겼다.
내 고추를 움켜쥔 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와··· 손가락도 진짜 좋다. 잘하는 거 같지는 않은데 왜 이렇게 찰떡이지···?"
"야, 나 잘해."
"아니에요. 절대 잘하는 건 아니야."
자좆심 상하네.
나는 음부에 들어가 있는 중지를 몇 차례 움직였다.
"으응, 예민해··· 움직이지 마요··· 하아아아···."
"근데 란아, 넌 진짜 대박이다. 싸고자 하면 언제 어디서든 쌀 수 있구나."
"이게 쉬워 보여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해요. 후아, 완전 개운하다···."
진짜 개운해 보이긴 한다.
찜질방 매니아가 한증막에서 땀을 쫙 뺀 뒤 깔끔하게 씻고 나온 것처럼 얼굴에 윤기가 반짝반짝 흘렀다. 개운함을 넘어서 총명해보이기까지 한다.
녀석은 오르가즘을 느끼느라 잠시 멈췄던 대딸 핸드잡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대표님은 아직이죠?"
"난 안 해도 되니까 하지 마."
"에이, 그래도 사람 사는 게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빨리 끝내줄 테니까 위에 지퍼 좀 내려 봐요."
"자켓?"
"응 젖꼭지 빨아줄게요."
좋지.
나는 니트 폴라티에 블루종을 입고 있었다.
블루종 지퍼를 내리자 란이는 나를 벽에 몰아넣고 폴라티를 과감하게 위로 걷어 올렸다.
계단실의 서늘한 추위 때문에 단단하게 발기된 젖꼭지가 드러났다.
란이는 그 알맹이를 따뜼한 입속에 넣은 뒤 혀끝으로 거침없이 농락했다.
─깔짝깔짝깔짝깔짝
"아읏···."
그러면서 핸드잡 플레이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내 옆에 비스듬히 서서 유두를 핥으며 고추를 흔들어 댄다.
대딸이라는게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 행위였구나.
스냅 사용이 부드러웠고 피스톤 운동은 규칙적이고 리드미컬했다.
거기에 알면서도 못 막는 유두 애무까지 동반되니, 단단히 발기된 음경이 속수무책으로 쾌락을 뿜어댄다.
"으으으···."
내가 신음을 흘리자 란이는 쪽─ 소리를 내면서 젖꼭지를 빨아들인 뒤 입을 뗐다.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묻는다.
"하아, 기분 좋죠?"
"응···."
"쌀 거 같으면 말해요."
"느낌 와, 느낌 와···."
"손 말고 입으로 해줄까?"
"아니, 손으로 해줘, 지금 느낌 좋아···."
"그럼 쌀 때 말해요."
"어···."
란이는 반대쪽 젖꼭지를 핥으면서 효과적인 대딸을 이어나갔따.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정감이 올라온다.
"아으··· 쌀 거 같애···."
란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입을 벌렸다.
하지만 고추를 물지는 않았다. 정액을 입 속에 받아내려는 생각인지 입만 벌리고 있다.
길게 뺀 혀에 귀두 끝이 살짝살짝 닿을 때마다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예민한 쾌감이 온몸 구석구석을 찌르며 지나갔다.
란이는 충성스러우면서도 공격적인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야릇한 음어를 섞어가며 정액 추출 행위를 이어간다.
"하아, 자지 냄새 좋아···."
5대5로 가르마 탄 적갈색 머리카락, 그 사이로 드러난 이마가 매끈하고 탐스럽다.
연한 갈색 빛 컬러렌즈는 이국적이다.
빨갛고 도톰한 입술은 음란한 색기의 중심.
하아, 하아, 내쉬는 따뜻한 입김이 고스란히 귀두에 닿으며 잔잔한 자극제가 되어준다.
그 결과···.
"아, 온다, 온다, 온다··· 아으읏···!"
─쌌!
첫 번째 사정액이 발사됨과 동시에 란이는 귀두를 야무지게 물었다
─냠
오. 마이. 갓.
극적인 오르가즘에 저절로 까치발이 들렸다.
내 양쪽 팔은 의지와 관계없이 불에 구워지는 오징어처럼 베베 꼬였다.
"갸으잇···!"
사정하는 순간에도 란이는 손목 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짧게 짧게 흔들어대면서 효과적으로 정액을 뽑아갔다.
압도적인 쾌감!
머리가 띵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시각만큼은 생생하게 살아있었다.
나는 퇴폐적인 입 모양으로 귀두를 물고 있는 란이의 얼굴을 똑바로 내려다봤다.
녀석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얘는 진짜다.
음경, 아니, 자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육욕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 박애의 영역으로 넘어간 느낌이다.
자지를 향한 란이의 조건 없는 사랑이 불알절절하게 느껴졌다.
"하아···."
마침내 모든 사정 행위가 멈췄다.
란이는 음경의 떨림이 완전히 잦아들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러고는 입을 벌려서 혀의 한가운데 뽀얗게 모인 정액을 자랑하듯 보여줬다.
"흐흐, 삼켜봐."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누가 봐도 장난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얼굴에는 웃음을 가득 품었다.
하지만···.
─꾸울꺽
삼켰다.
혀로 입술을 핥으며 천박하게 말한다.
"대표님 좆물 맛있다."
"내가 미안하다···."
"뭐가요?"
"그냥 장난으로 해 본 말인데···."
"응? 입싸했으면 당연히 먹는 거 아닌가."
그런 거냐.
그러고 보니 내게 펠라치오를 했던 대부분의 여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정액을 먹었다. 마치 음복처럼 말이다.
그것에 영험한 효력이 담겨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 있는 건가.
이거 봐라.
정액을 삼킨 지 몇 초 지나지도 않았는데 란이의 얼굴에서 윤기가 좔좔 흐른다.
"무슨 맛이야?"
"음··· 날계란 흰자랑 약간 비슷한 맛?"
"아··· 뭔가 확 와 닿네."
란이는 입안에 남아있는 정액의 향을 느끼려는 건지 짭짭짭 입맛을 다셨다.
"근데 사람마다 약간씩 달라요. 그날그날 먹은 음식에 따라서 바뀐다고 하던데 대표님 껀 끝 맛이 좀 쓰다."
"커피 마셔서 그런가? 나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커피 말고 아무 것도 안 먹었거든."
"방금 나 먹었잖아요. 아, 아니구나. 삽입을 안 했지. 보지가 너무 좋아서 안에다 싼 줄 알았네. 근데 이럴 바에는 그냥 넣었어도 됐겠다. 지금이라도 해요. 응? 1분도 안 돼서 끝난다니까. 나 진짜 빨리 싸잖아요."
"춥다, 들어가자."
"치···."
녀석은 아쉬운 표정으로 바지 단추를 잠갔고 나도 옷 매무새를 정리한 뒤 연습실로 올라갔다.
***
"대박!"
"꺄아아아!"
업키걸 자선 공연 때 게스트 무대를 선다고 하자 연습생들은 방방 뛰면서 좋아했다. 소속사 선배이자 롤 모델인 업키걸과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운 것이다.
나는 안무 트레이너인 루주에게 물었다.
"루주 쌤, 얘네 이번 월말평가 단체 곡 뭐예요?"
"바이올렛이랑 shape of you요."
"Shape of you도 업키걸 커버 버전이죠?"
"예."
"바이올렛은 업키걸 애들이 할 거니까 그거 빼고 다른걸로 하나 더 준비해주실래요?"
"전에 했던 것도 괜찮죠?"
"예."
전달사항을 모두 전하고 이제 막 나가려던 참에 미오와 라희가 안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미오만 살짝 불러서 비어 있는 연습실로 들어갔다.
내가 대표실에서 나간 뒤 어떻게 됐냐고 묻자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다.
"두 번 가게 해줬어요. 입으로 한 번, 손으로 한 번. 처녀막이 아직 살아 있길래 질 안으로 삽입은 안 했고요. 처음은 대표님이 해주실 거잖아요."
이건 또 무슨 유은빛 우슴하는 소리인지···.
"어···?"
"예? 라희 첫 경험은 대표님이 해주실 거 아니에요?"
"아니아니, 그거 말고. 뭘 두 번 해줬다고?"
"입이랑 손으로 클리토리스 애무···."
미오는 내 표정이 이상한 걸 눈치 채고는 말허리를 끊고 되물었다.
"저보고 대신 해주라고 하신 거 아니었어요?"
"어, 마사지 대신 해주라고."
"아···."
"너 설마 그냥 마사지가 아니라 에로 마사지를 해준 거냐···?"
"예. 저는 대표님 이미지 상 당연히 그쪽인 줄 알았죠. 대표님이랑 라희 관계도 그렇고···."
"내 이미지가 에로 쪽이야?"
"모르셨어요? 되게 색기 있으신데···."
혼란하다, 혼란해···.
내가 언제부터 색기 있는 남자가 된 거지.
"라희는 오르가즘 느꼈고?"
"예. 두 번이요. 저도 계속 발기돼서 참느라 힘들었어요."
혼란하다, 혼란해!
자기가 남자인 줄 알고 딜도가 발기됐다고 믿는 놈.
마비가 오지 않았으면서 쾌락을 위해 마비가 왔다고 하는 놈.
개꿀잼 몰카 대전인가···.
"라희는 별 말 없디?"
"뭐 그냥 고맙다고 하죠."
"일단 알았다···. 이번에는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있었으니 넘어가고, 다음부터는 무조건 건전 마사지로 가는 거야."
"근데 라희요, 성감이 엄청 예민하던데요?"
"그러냐?"
"예. 그 정도면 일반 마사지로도 느낄 거 같아요."
이거 기분이 조금 야리꾸리한데.
나한테만 반응을 할 줄 알았던 라희가 미오의 손길에서도 쾌락을 느꼈다고 하니 뭔가 배신감이 드는 것이다.
"니가 마사지를 너무 잘해준 건 아니고?"
"뭐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겠죠? 페티시 클럽에서 일하면서 배운 스킬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나왔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 그거겠지."
"그런 의미에서 풋잡 한번 해드릴까요?"
"응, 다음에···."
미오의 입가에 다정한 미소가 걸린다.
"대표님 많이 변하셨어요."
"응? 뭐가?"
"제가 저번에 풋잡 해준다고 했을 땐 단칼에 거절하셨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다음에 받는다고 하셨잖아요."
"어? 내가 그랬다고?"
"예. 응, 다음에, 이러셨어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라희 때문에 생각이 복잡해져서 무의식중에 대답이 나갔나보다.
"내가 외우라고 한 노래는 다 외웠어?"
"예. 가사는 다 외웠어요."
"이따가 란이 개인평가 끝나면 너도 볼 거야."
"예."
"연습생 생활 해보니까 어때? 적성에는 좀 맞는 거 같아?"
"예,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안무 배우는거 재밌어요."
"다행이네. 힘든 건 없지?"
바로바로 대답이 나오던 미오의 입술이 한 차례 멈칫 거린다.
"···안 그래도 아까 그거 말씀드리려고 갔던 건데···."
"어, 말해."
"솔직히 저 혼자 정리를 할까 생각했는데요, 적어도 대표님한테는 비밀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려고요."
"아, 뜸들이지 말고, 뭔데 그래?"
"저 란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아니, 좋아해요."
"어? 니가 란이를 좋아했다고···?"
"예. 처음 봤을 때부터 한눈에 반했어요."
"그러니까··· 이성으로 좋아한다는 거지? 동료나 친구가 아니라?"
"그렇죠.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 좋아하는 거면 말씀도 안 드렸죠. 남자로서 좋아해요."
아니, 너 여자잖아··· 란이도 여자고···.
이건 레즈라고 해야 되는 건지 뭔지.
"아니··· 둘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 뭐, 회사 밖에서 따로 만났다거나."
"아뇨, 회사에서만 봤어요."
"근데?"
"대표님이 그만두라고 하시면 정리하겠습니다. 당분간은 힘들겠지만요."
"아니··· 어··· 내가 지금 너무 당황스러워서···."
"저 솔직히 란이랑 자고 싶습니다. 걔 너무 섹시해요."
"어, 그래··· 알지···"
신세대다, 신세대야.
엔터테이먼트 대표로서, 그리고 생체 딜도로서 바쁘게 살다보니 잠시 미뤄두고 있던 미오의 정보창이 다시 떠올랐다.
───────
★성 정체성 혼란으로 인해 팀워크를 망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성적 쾌감과 신비한 자극을 통해 백지민의 봉인된 여성성을 일깨워 줘야 한다.
───────
이게 그런 의미였구나.
미오를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허리에 차고 있는 거대 딜도가 라희와 란이를 포함한 연습생 애들의 음부를 파괴한다는 뜻이었다.
생각해보니 미오도 퍽커였다. 내가 조금 특별한 케이스였을 뿐, 퍽커는 일반 사람들에 비해 성욕과 성충동 지수가 높은 사람들이라고 한다.
"대표님이 깔끔하게 말씀해주세요. 저 마음 정리하는게 맞는 거죠?"
"어, 정리해야지."
"그럼 서아도 포기해야겠죠?"
서아는 연습생 중 한 명이다.
"뭐? 서아도 좋아해?"
"예···."
"너 뭐하는 놈이야?"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여자를 좀 밝혀서···. 요즘에 욕구불만이기도 하고요."
이거 안 되겠다.
"여기서 간단하게 말할 문제가 아니었네. 연습 끝나고 따로 얘기하자."
< 솔직히 란이랑 자고 싶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