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화.라희야, 이 또라희야······ (50/371)

< 라희야, 이 또라희야······ >

<노포가 좋아>

작사, 작곡 예라희

많이 힘들었죠 오늘

그댈 감싸고 있는 무거운 껍데기들

한 겹 벗겨내기가 왜 이리 힘든지, 한숨에 또 한숨

도움의 손길조차 잡기가 망설여져

다들 힘드니까요, 모두 아프니까요

Oh mom~ 포기할게 왜 이리 많아요

Oh 난~ 아직 가져본 적도 없는데요

Oh daddy~ 포기하면 정말 행복해져요?

안 해요, 싫어요, 난 그냥 노포 할래요

포기를 포기해, 노포가 좋아요

.

.

.

.

노래를 마친 라희가 평가를 바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가사는 아직 1절까지 밖에 안 썼어요."

소민정 이후 여성 솔로의 한 장르처럼 구축된 어쿠스틱 힐링송이었다.

지금은 기타 반주뿐이지만 편곡을 거쳐 세션을 입히면 세련된··· 아, 제목··· 빌어먹을 제목······.

"어··· 좋다."

"감사합니다아."

"좋은데, 그··· 노포를 좀 다른 표현으로 바꿔보면 안될까?"

"노포요?"

그게 뭐가 어때서? 라는 표정이다.

그 단어가 '포경수술을 안 한 고추'를 칭하는 은어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알면 안 썼겠지.

"노포라는 단어에서 영감 받아서 쓴 건데요. 많이 이상해요? 줄임말이라서 좀 그런가···."

"어··· 줄임말이라서 이상하다기보다는···."

이걸 뭐라고 해야 되나.

남자였다면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알만한 단어겠지만 여고생에게 설명을 하려니 약간 민망하다. 라희가 또래 여고생 중에서도 순진한 편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도 포경수술 정도는 요즘 초등학교 성교육 책자에도 나올 법한 단어이니, 그냥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자의 성기라고 설명을 해주면 되겠지.

그렇게 마음먹던 찰나에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면서 란이가 들어왔다. 오자마자 인사도 없이 라희부터 찾는다.

"라희야, 언니 잠깐 노래 좀 봐줄래?"

"아, 저 지금···."

"넌 노크 안 하냐?"

"똑똑. 대표님, 저 란인데요 들어가도 돼요? 이미 들어왔지만요."

후우, 성기를 섞은 이후부터 아주 나를 동네 오빠처럼 대하네.

녀석의 시선이 탁자 위에 놓인 '노포가 좋아' 가사로 향한다.

"어? 라희 곡 쓴 거 완성됐어요? 제목이 뭐야, 노포가 좋아? 풉! 예라희 미쳤냐고."

나에 이어서 란이까지 제목을 걸고넘어지니 라희는 이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조심스럽게 되묻는다.

"왜요? 제목 많이 이상해요···?"

"너 노포 뜻 뭔지 모르고 쓴 거야?"

"포기하지 않는다, 라는 뜼으로 쓴 건데요오···."

"바보야, 포경수술 안 한 남자 자지를 노포라고 하잖아."

그래, 차라리 같은 여자끼리 시원하게 설명해줘라.

하지만 라희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포경수술이··· 뭔데요···?"

"헐, 포경수술도 몰라? 성교육 시간에 안 배웠어?"

"들어본 거 같긴 한데 기억이 잘···."

노포는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여자라고 해도 고등학생이 포경수술을 모르다니.

나름 똘똘하다고 생각했던 라희가 포경수술을 모른다는 건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요즘 애들의 상식이 우리 때보다 하향평준화 된 건 알고 있었지만 ─연습생 중 반 이상이 삼일절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있더라. 그래서 상식 교육을 연습 과정에 포함시켰다─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언니가 설명해 줄게. 포경수술이 뭐냐면···."

평소에는 란이보다 라희가 더 어른스럽고 뭔가를 가르쳐주는 입장인데, 이번만큼은 란이가 언니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도 쓸데없이 열심히···.

"니가 흔히 알고 있는 자지가 어떤 모양이야? 송이버섯 모양이지?"

"예."

"근데 자지라는 건 원래 포피라는 살 껍데기에 덮여 있어. 뻔데기처럼. 아, 애기들 꼬추 생각하면 되겠다. 어떤 모양인지 알겠지?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 모양."

"예···."

"이 껍데기는 보통 나이가 먹고 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벗겨져. 그리고 귀두가 드러나는 거지. 그런데 가끔 이게 안 벗겨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진성포경이라고 그래. 벗겨지는 건 가성포경이라고 그러고. 근데 그 껍데기가 안 벗겨지면 어떻게 되겠어?"

란이 얘 뭐야.

술자리에서의 쌈마이 음담패설만 빠삭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문적이고 묘사도 좋았다.

문답형식의 설명 또한 듣는 이로 하여금 설명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라희가 모른다는 투로 고개를 젓자 란이는 콧잔등을 찡그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포피랑 귀두 사이에 막 오줌 찌꺼기 같은게 낀다고. 너 좆밥이라는 말 들어봤지? 그게 그거야. 여자들도 잘 안 씻거나 보... 짬지에 염증 생긴 애들은 보징어 냄새 나고 그러잖아."

"아···."

"남자도 똑같아. 좆밥이 계속 쌓이면 당연히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고 냄새도 나고 염증이 생길 위험도 커져. 자, 언니가 껍데기가 자동으로 벗겨지지 않는 걸 뭐라고 그랬지?"

"진성··· 포경···?"

"그래, 진성포경인 사람들은 위생적으로나 건강산으로 좋지 않기 때문에 포경수술로 껍데기를 잘라주는 거야. 언데스탠?"

"아··· 예···."

응. 너 오늘부터 제2의 구성애.

음란 선생님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포경수술의 종교적 유래부터 시작해서 포피와 성감의 관계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었다. 어떤 부분은 오히려 남자인 나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둘 다 관계를 맺어본 결과 여자가 느끼는 성감 또한 노포 쪽이 더 좋았다는 경험담까지 들려주었다.

그렇게 나와 라희는 란이의 입담에 빠져 들어 5분 정도를 순삭 당했다. 그리고 포경수술이라는 주제가 나오게 된 요점도 잊지 않고 깔끔하게 결론도 내린다.

"그래서 노포가 좋아, 라는 제목은 오해받기 딱 좋다 이거지."

"아··· 저는 그런 뜻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오···."

라희는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고 란이는 그런 라희를 빙글거리며 놀렸다.

"에이, 가사에 '무거운 껍데기'라는 표현이 있는데? 알면서 이중적인 뜻으로 한 거 아니야?"

"아니에요, 진짜 몰랐어요. 맹세, 맹세."

음···.

예전 같았으면 진짜 몰랐겠거니,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나한테 다리 마비가 왔다고 사쿠라를 친 이후라서 그런가, 란이 말대로 이중적인 표현을 썼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소민정도 한때 섹시한 컨셉을 시도했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라희의 롤 모델이 요나와 소민정이라는 걸 생각하면 저 순진무구한 얼굴 아래 요망함을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

의심이라는게 이래서 무서운 거다···.

"근데 '노포가 좋아'라는 제목으로 하면 노이즈 마케팅은 되겠다. 그쵸, 대표님?"

아이컨택 시절, 일부러 속바지를 안 입고 생 팬티를 노출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한 차례 재미를 봤던 란이의 눈빛이 빛났다. 아예 더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제목으로 가자면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여고생 똥구멍' 어때요?"

"아니, 그건 너무 노골적이잖아···. 심지어 더러워."

"그럼 조금 고급진 표현으로 하면 되죠. 여고생 후장···은 안 되고··· 괄약근? 항문?"

"아니, 똥구멍이든 괄약근이든, 여고생에서부터 걸린다고, 여고생."

"그럼 아싸리 "여중생 똥구멍' 은 어때요? 아니면 좀 성숙한 느낌으로 여대생? 여교사?"

"야, 나가, 나가! 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

"원래 라희 나이 정도면 알 거 다 알 나이거든요. 얘가 너무 순진해 빠져서 그런 거지. 어떻게 포경수술을 모를 수가 있지."

라희는 여고생 똥구멍에서부터 이미 표정이 어색해져서 애꿏은 생수병만 홀짝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란이의 섹드립이 잠깐 끊긴 틈을 타서 화제를 돌린다.

"대표님, 저 궁금한 거 있는데요오."

"응."

"그럼 저랑 란이 언니랑 미오 언니랑 한 팀이 되는 거죠?"

"그렇지, 두 명 더 뽑아서 5인조로. 그리고 너네 말고 또 한 팀을 만들 거야. 그 두 팀 중에 누가 먼저 데뷔할 건지는 배틀 프로그램으로 결정이 되는 거고."

라희는 이해했다는 투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말을 잇는다. 평소에는 소심하고 조용하지만 자신의 데뷔와 관련된 일에 있어서만큼은 진취적이다.

"아··· 다른 게 아니라요, 제가 팀 이름 하나 생각해놓은게 있거든요. 옛날부터 생각해두던 건데 프로그램 이름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어, 편하게 말해."

"리얼돌 어때요?"

리얼돌이라··· 리얼돌···

얘 이거 진짜 일부러 이러는 건가?

나 놀리려고?

"큽···!"

란이도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라희는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리얼이 현실적, 진짜, 라는 뜻이잖아요. 현실적으로 친근한 아이돌이라는 뜻도 있고요, 진짜 실력을 갖춘 아이돌이라는 뜻도 있어요. 프로그램 제목으로 할 거면 '리얼돌 프로젝트' 가 좋을 거 같아요."

라희의 순진한 설명에 결국 란이가 제동을 걸었다.

"너 리얼돌 뭔지 모르냐?"

"예? 왜요오···? 이미 있는 팀이에요···?"

"와, 대표님. 얘 다 알면서 일부러 이러는 거 같지 않아요? 우리 반응 즐기려고?"

"응. 나도 방금 그 생각했어."

라희는 나와 란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리번거렸다.

란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섹스돌을 리얼돌이라고 하잖아. 사람 모양이랑 똑같이 만든 단백질 인형. 자위 기구."

"히익···."

"너 솔직히 말해. 노포도 그렇고, 일부러 그런 거지?"

"아니에요! 지, 진짜 몰랐어요오! 어른도 아니고,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요."

"에이, 얘 이거 백퍼 내숭이에요.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하는데 두 번 연속으로 이럴 순 없어. 그것도 딱 그런 쪽으로만. 그쵸?"

섹스천재가 나를 향해 눈을 찡긋거린다.

순진한 라희를 같이 놀려먹자는 뜻이었다.

진지하게 당황하는 라희가 귀엽기도 해서 받아주었다. 다리 마비를 속인 것에 대한 약간의 복수심도 있었고.

"응, 내가 보기에도 우리 반응 보면서 즐기는 거 같아. 라희가 이제 보니까 아주 야한 아이였구나. 요망한 요나가 롤 모델이라서 그런가?"

"아니에요, 진짜아. 저한테 왜들 그러세요오···. 전느 진짜 좋은 취지로 말씀드린 건데··· 키잉···."

앗, 운다.

입술을 움찔움찔 거리기에 참아내나 싶었는데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얼굴을 감쌌다.

망란이 놈이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마치 내 책임이라는 듯 말이다.

에이 설마··· 싶었는데 결국 선빵을 날린다.

"아, 대표님. 왜 애를 울리고 그래요. 못 됐다."

"어잇, 내가 뭘. 니가 먼저 시작했잖아. 나한테 윙크했잖아."

"저는 장난이었고요. 윙크는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거고요."

"이게···."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란이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머리를 과장되게 쳤다.

느낌이 왔다.

이 새끼 튈 생각이다.

"하아, 망란이 너 그러지 마라."

"안무실에 가스 불 켜놓고 왔네···."

"하지 말라고, 안무실에 가스가 어디 있냐고. 어어? 너 좋은 말로 할 때 앉아라···."

"불나면 어떻게 해요."

"앉으라고 했다, 나 진짜 화 낸··· 어어? 야, 야!"

─호다닥!

"야이잇!"

망할 놈의 새끼, 결국 쨌다.

그러는 순간에도 라희는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계쏙 흐느끼고 있었다.

"라희야, 대표님이 장난친 거 알지? 니가 그런 말 모른다는 거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지."

"히이잉, 크이이이잉!"

"아이고··· 우리 라희 진짜 섭섭했구나. 미안해."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나는 라희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서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미안해, 앞으로 안 그럴게. 나는 너랑 친해졌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장난 친 거였는데 그게 너한테 상처가 될거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그 순간.

"아야야···!"

라희가 오른쪽 종아리를 움켜쥐며 고통스런 신음을 흘렸다.

"왜 그래? 다리 경련 왔어?"

"그런 가 봐요, 아파요오···."

"누워, 누워."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서 그런가보다.

나는 라희를 소파에 눕힌 뒤 문을 잠갔다.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과는 떨어져 있고, 인접한 사무실을 쓰는 염 대표는 외부 업무를 보느라 점심 이후에 들어올 예정이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어디 봐봐."

라희는 오버 핏 후드 티에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레깅스를 소시지 비늘을 벗기듯 쭈욱 잡아 내린 뒤 하체를 요리조리 돌려가며 보라색 반점을 찾는데··· 찾는데······ 찾는데에······ 찾는데에에에에에······.

없네?

또 사쿠라네?

아무리 찾아도 보라색 반점은 보이지 않았다.

라희야, 이 사쿠라희야, 또라희야.

내가 너를 어쩌면 좋겠니.

"대표니임··· 아직 못 찾으셨어요?"

"어, 어··· 잠깐만···."

"저 너무 아파요오···."

"어, 그래, 찾았다. 거짓말처럼 딱 찾았어. 하하하하···."

<'에스테틱 갓 핸드'가 발동됐습니다.>

창남이 창남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라희의 허벅지에 손을 대는 순간.

─떡떡

화들짝!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대표님, 저 미오요."

< 라희야, 이 또라희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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