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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떡냥떡냥, 씨바색기(1) (45/371)

< 떡냥떡냥, 씨바색기(1) >

말이 없다.

스킨십 도중에도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끈임없이 전해주던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홍이는 말이 없었다.

경직과 떨림, 두려움과 호기심의 공존.

홍이에게서 전해지는 피드백은 신선하고 풋풋했다.

폭발적이고 육감적인 몸매와 어울리지 않게 수동적이고 어렸다.

반면···.

─슴물럭 슴물럭

아아!

소녀의 앳된 감성을 짓밟기라도 작정이라도 한 듯, 나란 인간은 이 얼마나 추하고도 경멸스런 동작으로 젖을 주무르고 있단 말인가.

그것은 아무도 밟지 않은 이른 아침의 눈 쌓인 거리를 흙발로 성큼성큼 내딛는 가학적인 행위였다.

하지만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한 발을 내딛어버린 이상 돌진을 멈출 수가 없었다.

여자의 은혜 넘치는 허락 하에 훅을 풀었는데 가슴대장부로서 어찌 멈춘단 말인가. 그것은 강호의 도리가 아니다.

가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마법의 단어.

그 앞에 '큰' 이라는 형용사가 붙는다면 설렘은 갑절이 된다.

홍이의 가슴은 빈곤층 흉부만 접하던 내 생애 첫 거유였다.

작은 가슴도 예쁘면 장땡이라던 슴수했던 소년을 비로소 어른의 길로 이끌어주는 참된 젖이었다.

사돈의 8촌 영혼까지 끌어 모아 만들어낸 거짓 잡젖들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배기 참젖이었다.

남성이 꿈꾸는 그 모든 슴가 판타지를 이뤄줄 수 있는 첨가물 0%의 순수 거유.

나는 소년 시절의 섣부른 치기를 홍이의 가슴으로 위로받았다.

메인요리는 나중에 먹듯이, 유두는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유방만을 주무르며 상처를 치유했다.

물론 손바닥의 감각을 통해서도 꼭지의 존재가 느껴졌다.

홍이의 체온보다는 차가웠던 내 손이 닿자, 연하기만 하던 알맹이는 조금씩 조금씩 자아를 갖고 단단해졌다.

마침내 품 발기된 유두가 손금 사이에 자연스럽게 끼워졌을 때, 나는 그제야 나사를 조이듯 유두를 애무했다.

─유두륵 유두륵

그 순간.

"아으잇!"

─턱!

"엌!"

어퍼컷인가.

눈앞이 하얘진다.

벌에 쏘인 듯 놀란 홍이가 팔로 가슴을 감싸려다가 내 턱을 주먹으로 쳐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나는 혀를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턱은 아프지도 않았다.

"엄마야, 어떡해! 괜찮으세요?"

"아··· 허 깨믈었어···."

"어디 봐요."

"피 맛 나는 거 보니까 피 마니 난나브다. 어우, 아프라···."

혀가 얼얼해서 발음도 잘 되지 않았다.

손등에 혀를 찍어보니 피가 제법 묻어나왔다.

입을 벌려 혀의 밑면을 보여주자 홍이는 울상이 되었다.

"아, 어떡해. 피 나요. 어떡해, 어떡해."

"마이 나?"

"예, 병원 가봐야 될 거 같아요."

"그래?"

핸드폰 카메라로 깨문 부위를 살펴봤다.

피의 양과 통증에 비해서 다행히 상처는 크지 않았다.

홍이는 혀를 깨물었을 때의 대처법을 인터넷으로 찾아봤다.

"거즈 같은 걸로 지혈하면서 얼음찜질해야 된대요. 숙소에 얼음이 있나?"

"펴니점에 팔아."

"빨리 가요.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아으으응···."

"아냐, 갠차나."

"전기 오른 것처럼 뭐가 짜릿하게 확 와서 저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어요."

"응. 그럴스 이써. 갠차나."

너무 예민해서 탈이었구나.

돌주먹 어퍼 한방으로 분위기는 짜게 식었다.

느그홍과 키스는 피 맛.

***

숙소로 돌아왔을 때 서원이는 소파에 상체를 엎드린 채 잠이 들어 있었다.

은빛이와 리야만 술상을 사이에 두고 얘기 중이었다.

은빛이가 내 손등에 묻은 피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오빠, 손에서 피나! 어디 다쳤어?"

"아, 혀 깨물었어. 약 상자 좀···."

"늙어서 그런 거 아냐?"

"늙은 거랑 혀 깨무는 거랑 뭔 상관이야."

"운동신경이 떨어지니까 혀를 씹는 거지."

은빛이가 구급상자를 가지러 간 사이 리야와 홍이는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왜 귓속말을 하는 건지 싶을 정도로 크게 들렸다.

"언니, 뮨댕쓰 왜 그래요?"

"나, 나랑 키스하다가···."

"끼에엑, 설마 혀까지 먹은 거예요? 배 고팠어요?"

"아니, 몸에 전기가 올라서 손이 자동으로 올라갔는데 대표님 턱을 쳤어."

"올, 얼마나 짜릿했으면."

"갑자기 두, 두유 노우를 만지셔서···."

"끼욧."

"너희는 대체 귓속말의 의미를 뭘로 생각하는 거냐. 그럴 거면 그냥 대놓고 얘기하지?"

혹시 서원이가 들을까봐 주의를 주자 리야는 되려 성을 냈다.

"레이디쓰의 대화를 엿듣는 건 실례자너. 어서 사과해."

"미안해."

"필요 없어. 언니, 우린 이제 들어가요."

리야는 홍이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뭔가 자리를 피하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 대표님 치료해드려야 되는데."

"씨바 언니 있잖아요. 의사가 많으면 치료가 산으로 가는 거예요. 들어가요. 알리야 넘모 피곤하자너."

홍이가 내 눈치를 보기에 손을 흔들어주었다.

"들어가 홍아. 피도 멈춘 거 같네."

"아···."

"뮨댕쓰, 서원 언니도 방으로 옮겨야 하지 않겠어?"

"얜 언제부터 자는 거야?"

"씨바 언니랑 셋이서 뮨댕쓰 뒷담화 하다가 갑자기 말이 없어졌길래 봤더니 떡실신 했자너."

"술 별로 안 마신 것 같았는데."

"오빠, 여기."

은빛이가 구급상자를 들고 나왔다.

붕대를 입에 물고 서원이를 들어서 방으로 옮겼다.

그 사이에 홍이와 리야는 술상을 치우고 있었고 은빛과 나도 합류해서 뒷정리를 마쳤다.

"대표님, 안녕히 주무세요."

"뮨댕쓰, 굿나잇."

"너넨 같이 잘 거야?"

"요즘에 둘이 영혼의 파트너야."

은빛이가 대답했다.

"오빠, 그럼 우린 내 방에서 한 잔 더 할까?"

"난 상관없는데 너 안 피곤해?"

"어, 괜찮아."

"그래, 그럼."

"어? 그럼 저도···."

홍이가 합류하려고 하자 리야가 홍이의 팔짱을 끼고 방으로 이끈다.

"홍홍 언니, 알리야가 할 얘기 있는 거예요."

"어? 어···."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는 홍이. 그 와중에 편의점에서 산 삼각 김밥은 손에 꼭 쥐고 있다.

리야는 들어가기 전 은빛이에게 눈을 찡긋거렸다.

"씨바 언니쓰, 굿나잇."

은빛이도 "응, 리야쓰도 굿나잇." 하며 씨익 미소 지었다.

이것들 봐라.

홍이와 내가 편의점에 갔다 온 사이 둘 사이에 은밀한 내통이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

오늘의 술판은 책사 알리야로 시작해 알리야로 끝난건가.

결국 서바이벌 술자리의 최종 승자는 나와 은빛이었다.

"오빠, 안주 뭐 줘? 내가 계란 후라이 해줄까?"

"아냐, 배불러."

우리는 맥주 한 캔씩을 들고 '섹시 주의!' 라는 경고문이 붙은 은빛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팬들이 선물해 준 시바개와 꼬북이의 굿즈 상품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은빛이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맥주를 바닥에 내려놓고 구석에 세워둔 노트북 가방부터 열었다.

"오빠."

"어."

"잠깐만 문 잠가봐."

"왜."

"내가 또 으슬으슬한 DVD를 구해왔잖아?"

"응? 그걸 지금 본다고?"

"오빠가 좋아하는 겨드랑이 페티시 물이야. 다나카 아저씨가 엄선해서 사다줬어."

"큭큭큭, 야···."

"나 오늘은 생리 안 해."

"푸하하핰, 뭐 어쩌라고."

"그렇다고."

씨바는 시크하게 대답하고는 노트북을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놓고 코드를 연결했다.

씽씽걸 생일날 밤, 내 방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려는 생각임을 알 수 있었다.

"너 나 편의점 갔을 때 리야랑 무슨 얘기 했어."

"그냥 사람 사는 얘기."

"둘이서 눈빛 교환하는 거 봤거든? 말해."

"눈치 빠르네."

"내가 눈치가 빠른게 아니라 너네가 너무 대놓고 드러냈어. 홍이가 둔감해서 모르는 거지. 말해, 무슨 얘기 했는지."

씨바는 그제야 순순히 자백했다.

"씽씽걸 생일 때 오빠 방에서 있었던 으슬으슬한 일 있잖아? 그거 리야한테 말했어."

"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길래 나는 오빠가 먽 ㅓ말한 줄 알았지."

"내가 미쳤냐···. 어디까지 말했어."

"자세히는 말 안하고 지나가듯이 얘기했어. 생리라서 실전게임은 못했다, 으슬으슬 동영상 보면서 손으로 했다, 오빠가 내 가슴을 물고 빨다가 내 겨드랑이에 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정자가 방바닥에 흘렀는데 되게 미끌미끌했다, 뭐 이정도?"

"그게 지나가듯 얘기한 거냐? 그냥 야설 한편을 썼네, 씨바."

"그랬더니 오늘은 꼭 하라던데. 자기가 분위기 만들어준다고. 서원 언니도 리야가 술 먹여서 떡실신 한 거야."

"하아···. 아주 리야 손에 놀아나는구나."

내가 한숨을 쉬거나 말거나, 씨바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했다.

DVD 비늘을 뜯어서 노트북에 넣어 재생한 뒤 바닥에 내려놓았던 맥주를 들고 침대 위로 올라가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러고는 문 옆 백팩을 향해 해맑게 손짓했다.

"오빠, 가방 안에 보면 쇼핑백 있거든? 다나카 아저씨가 준 거야. 행복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위한 아이템이래."

"···다나카 상한테는 대체 뭐라고 말했냐. 이번에도 내 선물이라고 했어?"

"이번에는 말 안 했는데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시겠지. 빨리 와, '폭렬, 겨드랑이 페스티벌' 시작했다."

"큽, 그게 정식 제목이야?"

"응."

뻔뻔한 낯짝으로 맥주를 홀짝 거리는 씨바.

오늘은 실전게임을 하고자하는 강력한 의지가 느껴진다.

나는 아이템이 뭔지 확인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테이프로 봉인돼 있던 쇼핑백을 열었다.

콘돔, 러브젤 같은 기초 물품부터 에그형 바이브레이터, 섹시 란제리, 가터벨트, 망사스타킹 따위가 들어있었다.

"초보자 패키지래."

은빛이가 젤을 가르키며 천진난만하게 설명했다.

"그거 바르고 하잖아? 그럼 둘 다 거기가 후끈후끈해진대. 므흣···."

나는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씨바, 너는 첫 경험에 이런 걸 쓰고 싶냐?"

"이왕 하는 거 최대한 기분 좋게 하는 게 낫지. 안 그래도 아프다던데···."

"대박이다 진짜···."

"나만 좋자고 그러는 건가? 같이 좋자고 하는 거지. 우리 그때 좋았잖아. 나만 좋았나?"

"나도 좋았지···. 근데 너무 대놓고 이러니까···."

"오구오구, 우리 뮤노쓰 부끄럽구나? 낼모레면 서른여덟인데 아직도 사춘기 소년이에요. 누나가 잘 해줄테니까 빨리 일루 와요. 캬하하핳."

"너 그러다가 큰 코 다친다."

"소년, 그만 정색하고 어서 이리 오시게나."

씨바는 자기 옆자리를 탁탁 쳤고, 나는 순순히 올라가서 앉았다.

노트북 화면에선 원피스 수영복 차림의 예쁘장한 여자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카메라가 득달 같이 겨드랑이를 클로즈업한다.

겨드랑이 매니아를 위한 영상답게 티 없이 맑고 깨끗한 겨드랑이였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감응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내 옆에 실물이 있기 때문이리라.

나보다는 오히려 은빛이가 화면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겨드랑이 좋아하는 남자들이 은근 많더라고. 하긴, 그러니까 이런 영상도 있겠지."

나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나는 원래 겨드랑이에 관심 없었어. 너 때문에 좋아진 거야."

"오오, 그런 거였어?"

"응."

녀석은 반팔 티셔츠의 소매 사이로 자신의 겨드랑이를 확인하며 은근히 과시했다.

"내 겨드랑이가 예쁜 건가. 난 잘 모르겠는데."

"응, 예뻐."

"오빠는 겨드랑이가 왜 끌려?"

"글쎄··· 나도 모르겠네. 생각 안 해봤는데?"

"내가 남자들이 왜 겨드랑이를 좋아하는지 물어봤거든?"

"그걸 또 누구한테 물어봤어."

"에리카 언니한테."

다나카 상과 같은 일본 에이전시 쪽 여성 스탭이다.

"언니가 그런 쪽으로 빠삭하더라고."

"그래서, 물어봤더니 뭐래?"

"겨드랑이는 쉽게 볼 수 없는 부위잖아. 그래서 남자들의 은밀한 상상력을 자극한대. 여자 발 좋아하는 심리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따지면, 가슴이랑 아이엠 그루트는 겨드랑이보다 더 볼 수 없는 부위인데?"

"거기는 누구나 좋아하는 부위잖아. 겨드랑이랑 발은 매니아 층이 있는 거고. 암튼 에리카 언니는 그렇게 말했어."

"쉽게 볼 수 없는 뷔이···. 뭐, 그럴수도 있고."

"나도 오빠 몸 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부분 있는데."

"어디?"

"가슴."

"내 슴가가 나쁜 슴가는 아니지."

"안길 때 느낌이 좋아. 그리고 젖꼭지도 귀엽게 생겼어."

"아, 내 젖꼭지 귀엽지. 색깔도 예쁘고."

"응. 여자들이 왜 핑두 핑두 거리는지 알겠다니까."

"그렇지 남자라면 핑두지. 핑크 유두. 핑크 귀두."

"크흐흐흥."

화면 속 여배우는 학교 철봉에 매달려서 겨드랑이를 드러낸 체 갸르륵 갸르륵 웃고 있었다. 영상미도 그렇고 상큼한 BGM도 그렇고, 정통 야동이라기보다는 소프트한 그라비아 느낌이었다.

"겨드랑이 예쁘다. 얼굴도 귀엽고."

은빛이가 맥주를 홀짝이며 말했고, 나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니 겨드랑이가 더 예뻐. 얼굴도 니가 더 귀엽고."

"헐. 칭찬에 인색한 기뮤노 씨가 웬일이래. 사람 설레게."

"가슴 만질래?"

"푸핰, 그거 원래 여자가 남자한테 하는 말이잖아."

"슴가 앞에 남자 여자가 어디 있어. 좋으면 만지는 거지."

"응, 그럼 감사히 만질게."

티셔츠 밑으로 은빛이의 손이 들어왔다.

맥주 캔을 잡고 있던 쪽이라 차가웠다. 유두가 곧장 발기된다.

서너 차례 갑바를 쓰다듬던 손이 발기된 유두를 살살 어루만진다.

"꼭지 귀여워."

"으으음···."

"기분 좋아?"

"응···."

"나도 가슴 만져줘. 나도 기분 좋을래."

우리는 서로의 가슴을 꼼지락 거리며 핑크빛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은빛이의 예기치 못한 월례행사로 한 차례 미뤄졌던 떡냥떡냥의 시작이었다.

< 떡냥떡냥, 씨바색기(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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