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진짜 가슴이다 >
업키걸 완전체 입국 전날 밤. 오사카의 H호텔.
객실 복도로 나온 알리야가 주위를 살핀 뒤 연홍의 방으로 들어간다.
이윽고 두 사람의 은밀한 회동이 시작됬다.
"홍홍 언니, 마음 단단히 먹어야 되는 거예요. 알리야가 보기에 다른 언니쓰들은 이미 다 진도를 뺐다니까요."
"으, 은빛이도?"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자나요. 씨바 언니가 맹하게 보여도 본능적인 공격성향이 있다니까요. 아마 씽씽걸 벌스데이 때가 디데이였을 거예요. 욘리다는 이미 브루나이에서 석섹스했고. 서원 언니는 며칠 전에 알리야랑 한국 들어갔을 때 했고."
자신과 비슷한 레벨이라고 생각했던 은빛마저 뮤노대표와 응깃응깃했다는 말이 연홍의 조바심을 부추긴다.
"근데 은빛이 그때 생리 터졌었는데? 나한테 생리대 있냐고 물어봐서 똑똑히 기억해."
"이 순진한 언니쓰.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으면 되자너. 남녀의 응기잇 세계는 무궁무진한 거예요. 은빛 언니가 무의식중에 계속 손목을 돌렸거든요? 그게 무슨 뜻이냐, 손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아···."
"어때요. 이제 조금 텐션이 생겨요?"
"근데 리야야. 나는 진짜 못 하겠어. 아직 대표님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보는데···."
연홍은 정수리에 동그랗게 틀어 묶은 똥 머리를 어루만지며 얼굴을 붉혔다.
다이어트 전 몸무게 93kg
현재 몸무게는 63kg 키는 169cm
스펙상으로는 누가 봐도 걸그룹에 어울리지 않는 피지컬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얼굴에 몸매의 비율과 균형이 조화로웠고, 탈 아이돌 급 랩 실력과 선한 성품,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병맛 센스까지 갖추고 있어서 업키걸의 끝판왕으로 불리며 전 연령층에서 사랑받고 있는 멤버이다.
여성 래퍼 오디션에 참가해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이겨내고 준우승을 차지하며 힙합 세대인 10~20대 팬 층을 사로잡았고, 덕 중의 덕이라 불리는 육덕 몸매는 30대 이상 남성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 팬들의 사랑에 힘입어, 연홍은 과거 어패류 수준까지 떨어졌던 자존감을 간신히 포유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을 돼지우리에서 구원해준 김윤호 앞에만 서면 다시 어패류급 자존감으로 돌아가는 그녀였다.
"예전에 부산 공연 갔을 때 키스 했다면서요."
"그때는 대표님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아팠잖아. 주무시고 계실 때 내가 몰래 한 거지."
"음···."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알리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전을 짠다.
"알리야가 판을 깔아줄 테니까 언니쓰는 그냥 받아먹기만 해요."
"응, 먹는 건 자신 있어."
"눈빛 조으다. 지금 그 눈빛으로 뮨댕쓰도 잡아먹으면 되는 것이에요."
"어우야아아~ 너무 야하다, 핰핰핰핰핰!"
민망함에 몸부림치며 한바탕 대폭소를 터뜨린 연홍.
웃음을 거두면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그, 근데 어떻게 잡아먹어야 돼···?"
"일단 알리야가 뮨댕쓰한테 술을 매니매니 줄 거예요."
"응"
"그럼 주위에서 다른 언니들이 뭐라고 하겠죠?"
"그렇지. 요나가 뭐라고 할 거 같은데."
"그럼 그때 언니가 흑기사로 나서서 대신 마셔준 다음에 소원을 하나 따내는 거죠. 알리야가 그런 루트로 몰고 갈 거예요."
"아···."
"소원은 뭘 빌어야 하는지는 알죠? 으흐흐흐흐."
"으흐흐흐흐···."
"당당하게 말해요. 첫 경험은 대표님과 하고 싶다고."
"어우어우, 어뜨케에. 나 얼굴 완전 빨개졌지? 하핰핰핰핰!"
"갓직히 홍홍 언니가 맘만 먹으면 세상에 못 꼬실 남자가 없어요. 알리야 눈에는 제니퍼 로렌스보다 언니가 더 섹시하고 예뻐요."
"에이 설마···."
"중요한 건, 뮨댕쓰도 브루나이 갔다 온 이후에 많이 유둘유둘해져서 예전 같은 철벽 느낌이 안 난다는 것이에요."
"그, 그래? 너는 그런 게 보여?"
"알리야 뿐만이 아니라 언니 빼고 다 느끼고 있을 걸요. 지금의 뮨댕쓰는 이빨 빠진 떼껄룩인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밀어붙이세요."
"으··· 상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
자기가 준비가 되면 말할 테니 재촉하지 말라더니, 홍이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 다다를 때까지 손가락만 의미없이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굳혔는지 심호흡을 크게 하며 나를 쳐다본다.
"제 소원은요···."
─띵동. 1층입니다.
"아, 1층이네요···."
"소원이 1층이야?"
"아뇨아뇨. 대표님이랑 처, 처음으로 자고 싶어요."
"어···?"
"예···?"
"일단 내리자."
"예···."
나랑 처음으로 자고 싶다?
첫 경험은 나랑 하고 싶다는 뜻이겠지?
모쏠 3인방의 내추럴 본 로열로더이자 멤버 중에서 가장 내성적인 홍이가 이렇게 훅 들어올 아이는 아니다.
설계자는 당연히 알리야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랑 자고 싶다는 거지?"
"예···."
상가까지 가는 아파트 단지는 아직 한산했다.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홍이는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렸다.
나는 단지 내 정자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리야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구나? 나랑 자고 싶다고 말하라고."
"예? 예. 아, 아니요. 리야가 도와준 건 맞는데요, 제가 원해서···. 아니,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이상한데 어··· 잠깐만요. 생각 좀 정리하고요···."
"그래, 천천히 생각해."
"아, 생각났다. 제가 언젠가는 그걸 해야 되잖아요. 어차피 할 거면 처음은 대표님이랑 하고 싶어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아··· 이것도 이상하네. 그러니까 제가 대표님을 좋아한다는 전제하에서 하고 싶다는 뜻인데요···."
"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
"예···."
그래, 해야지.
어차피 나는 업키걸 멤버 다섯 명과 모두 해야 한다.
그게 내게 주어진 숙명이자 의무이다.
요나와 서원이에게 의무를 다 했고, 은빛이는 유사성교를 통해 발걸음을 뗐다.
녀석들의 공통점은 적극적으로 나를 유혹했고 그래서 내 입장에서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홍이는 기본적인 궤가 다르다.
자존감과 자신감의 문제인데, 홍이는 내 앞에서만큼은 홍카쿠 시절의 모습을 아직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자격지심이라면 자격지심이고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다.
늙은 너구리야 알리야도 그걸 알고 있으니 자기가 나서서 판을 짜 준 거겠찌.
그 말은 곧 리야는 내가 멤버들과 떡냥떡냥했다는 걸 안다는 뜻인데··· 하여튼 막내 주제에 인생 N회차처럼 군다니까.
홍이는 숙소에서 나온 순간부터 불안함에 경직돼 있었다.
준비한 말을 등 떠밀리듯 쏟아낸 뒤에야 여유를 되찾은 표정이다.
자기도 이건 뭔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한결 편해진 억양으로 말문을 연다.
"죄송해요. 생각해보니까 대표님 마음은 전혀 생각을 안 했네요. 그, 그냥 못 들은 걸로 해 주세요."
내가 괜히 업키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지.
업키걸의 각 멤버를 주제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업학다식 하다는 말씀.
당하기도 많이 당했지만 그만큼 공략법도 나와 있고 각자 어르고 달래는 법도 알고 있다.
"그래. 못 들은 걸로 할 게."
"감사합니다···."
"가자. 삼각 김밥 사러."
"예."
"요즘 활동량이 많으니까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어도 살 안찌지?"
"예, 지금보다 더 바빠졌으면 좋겠어요."
"지금 몇 키로 정도 나가?"
"62에서 64사이 왔다갔다 거려요."
"신기하네. 겉으로 볼 때는 전혀 그렇게 안 보여."
"트레이너 쌤이 그러는데 이제는 근육이랑 골격이 자리 잡혀서 그렇대요."
"밸런스가 잡혔다는 건가?"
"그렇죠."
"홍아."
"예."
"너 예뻐."
"아이고···."
"성별을 떠나서 멋있고, 여자로는 매력 있어."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되게 섹시해. 그냥 섹시한 게 아니라 폭발적으로 섹시해.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막, 어? 불꽃놀이에서 제일 마지막에 터지는 거 있지? 그런 느낌이야."
"왜 그러세요··· 차라리 때리세요."
"나는 니 틴스타에도 잘 안들어가잖아."
"왜요···?"
너 몸매 드러나는 옷 입고 운동하는 사진 많이 올리잖아. 그런 거 보면 너한테 자꾸 야한 생각을 품게 되더라고."
"아···."
"쪽팔린 거 무릎쓰고 솔직하게 말하면, 나 숙소에서도 계속 니 몸매 훔쳐봤어. 옷 벗기 게임할 때도 너를 제일 먼저 벗기고 싶었고."
연이은 칭찬 폭격에 홍이는 이제 대답도 하지 못했다.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보폭도 불규칙해졌다.
"나도 너랑 하고 싶다. 어떤 남자가 너랑 안 하고 싶겠냐."
"해, 해요. 해도 돼요. 저도 좋아요···."
"그래, 근데 오늘은 아니야."
"아, 예···."
"니가 진짜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말해줘. 오늘은 솔직히 리야한테 등 떠밀려서 급하게 한 말이잖아."
"아··· 리야도 굳이 오늘 안 해도 된다고는 했어요. 그냥 제 마음만 전해드리라고···."
"그럼 됐네. 근데 내가 너한테 먼저 고백한 거다? 니가 나한테 했던 말은 안 들은 걸로 해달라고 했잖아. 맞지?"
"예···."
편의점은 상가 끝 쪽에 있었고 우리는 건물의 옆문 복도를 통해 들어갔다.
지금 시간에 편의점 외의 영업을 하는 점포는 없었다.
세탁소, 부동산, 호프집 모두 굳게 닫혀 있었고 복도는 어두웠다.
"대표님, 잠깐만요···."
복도 중간쯤 걸었을 때 홍이가 걸음을 멈췄다.
롱 패딩을 입었고 안에 입은 후드 티의 후드를 썼다.
하의는 기모 레깅스에 회색 니트 양말을 종아리까지 올려 신었다. 신발은 본인이 광고모델을 하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의 스니커즈.
양손을 패딩 주머니에 폭 넣은 채 한쪽 발끝으로 땅을 스륵스륵 긁으며 웅얼거리듯 말한다.
"저 대표님한테 고백할 거 있는데···."
"어, 말해."
"저희 예전에 부산으로 걸크러쉬 공연 갔었잖아요. 혹시 기억 하세요···?"
"나 감기 몸살 걸려서 죽을 뻔 하던 날."
"예, 맞아요. 제가 그때 모텔에서 대표님 간호해드렸잖아요?"
"어."
"저··· 대표님 자고 있을 때 뽀뽀 했어요···."
"야잇, 감기 옮으면 어쩌려고."
"혀, 혀도 살짝 넣었어요."
"대단하다, 대단해. 그게 죽어가던 사람한테 할 짓이야?"
"제 첫 키스였어요···."
"그래, 축하한다. 느낌이 어떻든? 귓가에서 막 종소리가 울리고 그랬어?"
"아무 느낌도 안 나던데요."
"하아··· 그걸 말이라고 하냐? 반송장한테 일방적으로 한 건데 느낌이 나는 게 이상한 거지."
홍이는 입을 우물우물거리며 입술에 침을 발랐다.
무슨 의도로 키스 얘기를 꺼냈는지 느낌이 왔다.
"아까 제가 말했던 소원이 무효로 됐으니까 그럼 저 소원 하나 있는 거잖아요···."
"뭐··· 그렇지."
"그럼 저 키스··· 해주시면 안 돼요?"
"지금?"
"예···."
"갑자기? 상가 복도에서? 술 냄새 풀풀 풍기는데?"
"아··· 가, 가글액 챙겨 왔는데···."
"그걸 왜 챙겨. 너 설마 키스하려고 마음먹고 나온 거야?"
"혹시 몰라서요···."
"워··· 이제 얌전한 욘양이가 아니라 얌전한 홍양이로 바꿔야겠다. 몸살 걸려서 죽어가던 사람한테 도둑 키스를 하지 않나, 혹시 몰라서 가글액을 챙겨오지 않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 복도의 끝과 끝을 둘러보고 있는 나란 놈.
주책 맞게 뛰는 심장.
키스 그 이상의 행위를 상상하며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고추 새끼.
아주 잘들 놀고 있다, 잘들 놀고 있어.
꿀꺽.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홍이의 첫 경험만큼은 분위기와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에서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가슴은 한 번 만져보고 싶다.
살인적인 다이어트에도 불구하고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처지지도 않았다는 사기적인 홍슴을···.
꿀꺽.
이제 출근하는 사람들이 편의점을 찾을 테니 1층은 위험하다.
하지만 2층은 태권도 도장과 병원이 있어서 지금 시간에 사람이 올 리가 없다.
그렇다면 1층과 2층 사이의 중간계단이 최적의 장소다.
"일단 계단으로 가자."
"예···."
내가 앞장섰고 홍이도 빠르게 뒤따랐다.
좋다.
개방형 계단이 아니라 문을 열고 들어가는 밀폐 식 계단이었다.
─끼이익
"어둡고 좋네. 중간으로 올라가자."
"예."
"손잡을래?"
"예."
"별 짓을 다한다 진짜···."
"예."
우리는 마치 키스씬 리허설을 하듯이 움직였다.
1층과 2층 사이에 자리를 잡고 휴대용 가글액으로 입을 헹군 뒤 다시 병 안에 뱉었다.
"한다."
"예."
후드를 벗은 홍이가 상기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가 얼른 시선을 피한다.
적색 계열의 컬러렌즈가 신비로우면서도 매혹적이었다.
"미리 말하는데 나 가슴도 만질 거야."
"예··· 아, 지퍼, 지퍼···."
홍이는 스스로 패딩 지퍼를 내리며 물었다.
"브, 브래지어도 풀어야 돼요?"
"아니, 그건 내가 할게. 남자의 특권이야."
"예···."
내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홍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긴장을 어찌나 했는지 입술이 닿기도 전부터 호흡이 거칠어지고 가슴과 복부가 툭툭 떨렸다. 주먹 쉰 양손도 옆구리에 찰싹 붙어서 달달달 떨리고 있었다.
─쪽
마침내 입술과 입술이 맞닿았다.
홍이는 어깨를 움츠리며 귀여운 콧신음을 흘렸다.
긴장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입술.
그 사이로 혀를 넣어 천천히 움직여본다.
혀와 혀가 닿는 작은 소리도 생생히 들릴 정도로 적막한 공간이었다.
─츳 츳
얼굴 쪽은 느슨해졌는데 양손은 여전히 뻣뻣하게 굳어서 달달달 떨리고 있다.
나는 홍이의 손을 잡고 내 허리에 감싸주었다. 그리고 나는 오른손을 홍이의 티셔츠 뒤쪽으로 넣어서 등까지 단숨에 밀고 올라갔다.
─툭
브래지어 훅을 단번에 풀어낼 때 느껴지는 짜릿한 쾌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훅이 풀릴 때 홍이는 짧은 콧소리를 흘렸다..
촉촉해진 등을 위아래로 쓰다듬자 나른한 날숨이 하으으 새어나온다.
홍이도 소심하게 내 등허리를 어루만진다.
이제 가슴, 가슴을 만져보자.
홍이를 깔아보는 서원이조차 인정하는 업키걸 최슴류층의 클래스는 어느 정도일까. 다른 건 몰라도 내 생에 가장 사이즈가 큰 가슴이라는 건 틀림없다.
나는 등을 쓰다듬던 오른손을 앞으로 옮겨 밑 가슴부터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웃···!
묵직함과 물컹함의 차원이 다르다.
내가 지금까지 만진 것들은 흉부에 불과했다.
이게 진짜 가슴이다.
< 이게 진짜 가슴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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