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이의 소원 >
"홍홍 언니쓰?"
모두가 있는 숙소에서 용감하게 자위를 한 사람은 리야와 홍이었다.
리야는 원래 레즈비언이었고 평소에도 아이들의 몸을 섹슈얼하게 더듬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홍이는 의외다. 평소 언행으로 미뤄 후보군에서 가장 떨어져 있을 걸로 예상한 멤버가 홍이었다.
자위 경험자가 리야와 자기 둘 뿐이라는 사실에 홍이 자신도 많이 당황한 듯 보였다.
서원이가 득달 같이 물어본다.
"대박. 숙소에서 자위를 했다고? 언제?"
"어? 어··· 그냥 샤워할 때··· 호기심으로 딱 한 번···."
"여자도 자위를 하는구나. 처음 알았네. 안에 막 손가락 넣었어?"
"아니! 아니!"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손을 저은 홍이는 곁눈질로 내 눈치를 살피며 웅얼거렸다.
"그냥 사워기로 겉에만···."
성의 서계에 눈을 뜬 서원이는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다.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질문을 이어간다. 몸도 아예 홍이 쪽으로 쏠렸다.
"아, 샤워기 물줄기로?"
"어···."
"아아, 맞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샤워기 수압이 세면 간질간질하고 그럴 때 있어. 거기서 조금만 더 하면 안될 것 같은 그런 느낌? 너네는 안 그래?"
서원이의 광역 질문에 다들 동의하는 분위기다.
요나와 은빛이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건 대부분 그렇지 않아요? 저도 샤워기로는 몇 번 해봤죠."
"샤워기 인정. 그거 쫌 기분 좋을 때 있어요."
"근데 그거까지 자위로 치는 거면 저도 업인데···."
요나는 뒤늦게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양심선언을 했다.
"저는 손으로 하는 것만 자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럼 나도···."
은빛이도 엄지를 올리며 분위기에 묻어갔다.
샤워기로 음순을 자극하는 행위는 서원이 빼고 모두 해봤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상상하니 야릇하면서도 조금은 웃기다.
씻는 도중 샤워기 물줄기에 흥분해서 다리 사이에 샤워기 헤드를 댄다라···.
나는 장난스럽게 탄식했다.
"하아, 걸그룹이 샤워기 자위라니···."
자귀 얼굴크기만 한 와인 잔을 들고 소파로 자리를 옮긴 리야가 꼰 다리를 까딱거리며 냉정한 어투로 반박한다.
"세상물절 모르는 소리. 뮨댕쓰는 의외로 퓨어함을 간직하고 있구나? 샤워기 플레이는 뮨댕쓰의 최애 하늘이도 할걸? 자기 몸에 한창 관심이 많을 나이지, 후후···."
"갸아악··· 우리 하늘이가 그럴 리가 없어. 그런 아이 아니야."
"그럼 빛빛 언니는 그럴 만한 사람이고? 팬들이 생각할 때 하늘이와 빛빛 언니 중 누굴 더 순진하다고 생각할까? 나이를 떠나서 이미지로만 말이야."
맞는 말이다.
이미지로만 보면 은빛이나 하늘이나 아무 것도 모르는 순수 그 자체지.
요나가 눈을 느리게 꿈뻑거리며 내게 묻는다.
"근데 대표님이 의왼데요? 진짜 숙소에서 한 번도 안 하셨어요?"
"뭐? 자위?"
"예. 남자들은 거의 매일 해야 된다던데···."
요나의 신빙성 높은 카더라에 모쏠 3인방이 화들짝 놀란다.
"아, 진짜요? 맨날?"
"에이, 설마. 맨날은 안 하겠지. 한 번 사정하면 되게 힘들텐데."
"와··· 맨날··· 어우야···."
"오빠는 그걸 어떻게 참았대?"
"참은 게 아니라 그때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
업나니들과 숙소생활을 하던 그때의 감정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지금은 그나마 미화돼서 즐거운 추억이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진짜 군 생활이 따로 없었다. 병장 제대하고 다시 이등병으로 입대한 느낌이었다.
"일단 잘 다니던 회사 그만 두고 맨땅에 헤딩하는 거였잖아. 내 개인적으로는 성공한다는 확신이 들어서 올인한 거지만 그 과정이 쫌 험난하긴 했지. 솔직히 첫 번째로 만난 멤버가 은빛이가 아니라 서원이였으면 바로 포기했을 거야."
물론 정보창이 가만 놔두지 않았겠지만, 내 심정은 그랬다.
서원이도 양심은 있는지 부정하지 않았다.
"인정."
"니네가 어디 보통 애들이냐? 한 명 한 명 들어올 때부터 힘들더니, 다 모이고 나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사건 사고가 터지는데, 어후···. 자위라는 게 생각이나 났겠냐고. 안 그래도 무성욕자 소리 들으면서 살던 사람인데 그나마 있던 성욕도 없어지더라."
은빛이가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해준다.
"하지만 잘 견뎌서 지금의 뮤노 대표님이 되었잖아? 끝이 좋으면 좋은 거라고 그러더라."
이왕 얘기가 19금으로 흘러가는 거, 나는 몽정을 한 사실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근데 남자가 너무 안 풀어줘도 문제가 생기거든. 그래서 몽정으로 배출이 되는 건데, 숙소에 있을 때 몽정은 몇 번 했다."
서원이가 아주 흥미롭다는 듯, 맥주 한 모금을 마시며 묻는다.
"몽정이 자면서 나오는 거죠?"
"응. 야한 꿈꾸면서 실제로 사정하는 거야."
"윽. 그럼 속옷에 다 묻잖아요."
"그렇지. 그래서 쾌감보다는 기분이 더러워. 자다가 일어나서 뒤처리 하고 속옷 갈아입으면 자괴감도 들고."
"그럼 오빠, 야한 꿈이라는 게 여자랑 하는 꿈이지?"
"그렇지, 남자랑 하지는 않겠지."
"그럼 오빠는 꿈에서 누구랑 했어?"
날카로운 질문이다. 씨바.
내 의지와는 달리 무의식인 꿈의 세계에서는 업키걸 아이들과 메차쿠차 했었다.
그 중에는 철컹리야도 있었고···.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뭔가 쪽팔려서 머뭇거리자 서원이가 정곡을 찌른다.
"꿈에 우리도 나왔어요?"
"어··· 가끔."
"대박. 그때부터 혼자 즐겼던 거네. 누가 제일 많이 나왔어요?"
"그날 그날 달랐지."
"나는 성관계까지는 아니고 대표님이랑 키스하는 꿈은 꿨었는데. 며칠 동안 기분 되게 이상했어."
자위 고백 이후, 화자를 따라 시선만 돌리고 있던 홍이가 서원이의 말에 소심하게 대꾸한다.
"나도 대표님이랑 스킨십 하는 꿈꾸고 난 다음날 샤워하면서 그랬어···."
"응. 안물안궁."
"···너한테 한 얘기 아닌데."
"그럼 누구한테 한 건데."
"너 빼고 모두."
"나 말고도 다들 안물안궁일텐데."
"계속 시비 걸다가 맞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그럼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네."
구타 앞에 진상 없다는 걸 서원이와 홍이를 보면서 느낀다.
소소하게 티키타가를 주고받은 서원이가 홍이를 향해 쿨하게 잔을 내민다.
"마셔, 돼지."
"그래, 꼴슴."
"야, 지금까지 꼴슴 딱 한 번 했거든, 한 번? 그것도 유은빛이 배란기 꼼수 부려서?"
"언니, 배란기도 실력이에요."
"암튼 난 인정 못 해. 둘 다 평상시 상태일 때 해야지. 그리고 횟수로 따져도 꼴슴은 유은빛 니가 더 많이 했어."
"마지막에 이긴 사람이 진짜 이긴 거예요."
"와, 나는 진짜 유은빛이 슴부심 부릴 때가 제일 어이없더라. 업냐들, 이거 나만 불편해?"
빈유층의 고충을 아는 사람이 없기에, 서원이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동네북 서원이는 오늘도 얻어맞았습니다.
말해주고 싶다.
내가 너희 둘 모두의 가슴을 보고 핥고 만져본 바, 크기와 상관없이 둘 다 예쁜 가슴이었노라고. 그러니 슴무룩 하지 말고 도토리 슴재기도 하지 말라고.
가슴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고마운 살덩이라고···.
"내가 유은빛이랑 비교당하는 게 싫어서 수술 한다 진짜."
서원이가 혼자 화를 삭이는 가운데.
"근데 우리 옷 벗기 벌칙은 안 하는 것이에요?"
리야가 와인 잔을 살랑살랑 흔들며 한참이나 빠진 삼천포를 원래의 입구로 되돌려주었고.
"아, 맞다. 우리 게임 중이었지, 참."
은빛이가 손뼉을 짝 치며 게임의 결과를 정리해주었다.
"그럼 저랑 욘리다도 업이었으니까 오빠랑 서원 언니가 벗으면 돼요."
나는 손을 들고 씨바에게 물었다.
"저기요, 사회자님. 몽정은 자위로 안 쳐줍니까? 똑같은 오르가즘 추구 행위인데요."
"예. 안 쳐줘요. 돌아가세요."
"칫···."
나는 맨투맨 티 안에 반팔 티를 입고 있기 때문에 서슴없이 상의를 벗었다.
서원이는 꼴슴을 마음에 두고 있는지 예상외로 바지를 벗었다.
티가 짧아서 하늘색 레이스 팬티가 그대로 드러났다.
쿠션으로 가리지도 않는다.
어차피 창피해야 할 상대는 청일점인 나뿐인데, 이미 우리는 알몸으로 폭풍 교미를 한 관계이기 때문에 딱히 부끄럽지도 않은 것이다.
오히려 나를 유혹하듯이 양반다리로 앉았다.
허벅지와 팬티 사이에서 뭔가가 보일 듯 말 듯한 그 미묘한 공간이 더 섹시하다.
─불끈불끈!
아, 서원이의 팬타바람에 영락없이 발기가 됐다.
아주 여자의 살만 보면 불뚝불뚝 거리는구나.
내가 만약 계속해서 벌칙에 걸리면 이 흉물을 노출해야 한다.
하지만 옷 벗기 벌칙은 오래가지 않았다.
옷 벗기 게임의 타깃은 청일점인 내가 돼야 재미가 있는 건데, 멤버 중 과반수 이상이 이미 내 알몸을 물고 빤 전적이 있기 때문에, 브루나이에서 했던 것만큼의 설렘과 기대가 없는 것이었다.
진실게임이라는 것도 사실 우리 사이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그냥 대놓고 물어보고 대화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풀렸다.
각자 알아서 술을 마시고 그동안 못 나눴던 이야기를 나누는 형국으로 흘러갔다.
물론 아이들끼리는 항상 붙어 있었기 때문에 이야깃거리의 중심은 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소맥 벌주를 연이어 마신 요나가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1차 탈락자가 발생한 것이다.
아침 7시. 베란다의 닫힌 커튼 사이로 햇빛이 어스름하게 들어오던 때였다.
요나가 잠든 것을 본 은빛이가 내게 말했다.
"오빠, 언니 눕혀야겠다."
"어. 치매에 눕혀놓고 올게. 내가 안을 테니까 팔 좀 목에 걸쳐줘."
서원이가 분가를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각자 하나씩 방을 쓰고 있다.
요나를 안고 '정신과 리더의 방' 이라는 팻발이 붙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암막 커튼이 쳐저 있어서 거실에서 꺾어져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에 의존해야 했다.
요나를 침대에 눕히고 상체를 세우려는데, 내 목에 힘없이 감겨있던 요나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 탓에 나도 중심을 잃고 요나의 상체 위로 포개졌다.
요나의 혀가 웨이브를 치며 입 안으로 들어온다.
─츄릅
"읍···."
요나의 입속을 맴돌던 소맥 향과 안주로 먹은 오렌지와 딸기 향이 내 입안으로 옮겨지면서 단내를 풍긴다.
5초 정도의 짧고 강한 키스를 마친 뒤 요나가 조용히 속삭였다. 혀는 왕창 꼬여 있었다.
"대표님도 그냥 취한 척하고 내 옆에서 자요···."
"애들이랑 얘기 좀 더 해야지. 피곤할 텐데 먼저 자."
"힝··· 대표님 껴안고 자고 시푼데···."
"이따가 올게."
"치··· 서원 언니랑 은빛이가 잘도 놔 주겠다···."
"흐흫···."
"가요. 어차피 오늘은 이로케 될 줄 아라쏘···. 그래도 혹시라도 다 같이 취해서 잠들면 나한테 와요. 아라찌?"
"응. 알았어."
"뽀뽀."
"큭큭, 욘리다 오늘 왜 이렇게 귀엽냐."
"나도 원래 잘 귀여워요. 리더라서 무게 잡느라 그런거지···."
"자, 문 닫고 나갈게."
"웅··· 뽀뽀."
─쪽
그래, 이거지.
이 감정이지.
굳이 삽입을 하지 않아도 이 얼마나 꽁냥꽁냥한 오르가즘이란 말인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거실로 나왔을 땐 분위기는 조금 소강된 상태였다.
서원이는 화장실에 갔고 은빛, 리야, 홍이가 남아 있었다.
혼자 와인을 홀짝인 리야만 멀쩡하고 은빛이와 홍이는 당장 잠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눈이 많이 풀려있었다.
리야가 내게 말한다.
"알리야 새우깡 먹고 싶다."
"사다줘?"
"그럼 고맙고."
"홍이랑 은빛이는 필요한 거 없어?"
"나는 말했잖아. 오빠와 둘 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피히히히···."
은빛이는 실없이 웃으면서 리야의 어깨에 기댔다.
나를 보며 꾸역꾸역 눈웃음은 짓는데 거의 감긴 거나 마찬가지다.
"유은빛 탈락."
"아니야. 아직 안 탈락했어. 더 마실 수 있어."
"홍이는? 뭐 사다줘?"
"저는 삼각 김밥이요."
"무슨 맛." 이라고 물어보던 그때, 리야가 발끝으로 홍이의 발등을 톡 건드리며 말한다.
"홍홍 언니가 그냥 같이 가줘요. 이 야심한 아침에 샐럽 뮨댕쓰를 어떻게 혼자 보내요."
"아, 그, 그럴까? 요즘 아침길이 무섭긴 하지···?"
이것들이 둘이 뭔가를 짜긴 짰구나.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하긴 하다.
"그래, 홍이는 나랑 같이 가자. 요즘 남자 혼자 아침길 다니기 무섭더라."
"크흐흐흥···."
"모자 쓰고 마스크 끼고 후드 큰 걸로 뒤집어 써. 옷 따뜻하게 입고."
"예, 예, 갈아입고 나올 게요."
홍이가 방으로 들어간 뒤, 리야의 어깨에 기댄 은빛이는 웃는 낯으로 잠이 들었다.
2차 탈락자 유은빛.
나는 리야에게 넌지시 물었다.
"뭔데 그래."
"응? 뭐가?"
"홍이랑 너랑 뭐 짰잖아. 뭔데. 그냥 말해."
"별 건 아니고. 홍홍 언니가 뮨댕쓰한테 부탁할 게 있는데 쑥스럽다고 하자너. 그래서 알리야가 살짝 다리를 놔준 거지."
"내가 보기엔 니가 부추긴 거 같은데?"
"쓰읍, 뮨댕댕 엎드려. 어디서 주인한테 이빨을 드러내 혼나려고."
"아까 흑기사 해준 소원 말하라고 하면 되는 거지?"
"옳지. 그렇지. 홍홍 언니 또 부끄러워서 말 안 할게 뻔하니까 댕댕이가 리드 좀 해줘."
잠시 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홍이와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홍아, 아까 흑기사 해준 거 소원 말해."
"아, 그거 그냥 리야가 장난친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에이, 소주를 반 컵 넘게 마셨구만 무슨. 말해. 나한테 뭐 부탁할 거 있다면서."
"아···."
"너 이렇게 뜸들이다가 별 거 아니면 서로 김샌다? 셋셀 때까지 말 안 하면 없던 일로 할 거야. 하나, 둘···."
"아, 알았어요 .말씀드릴 테니까 재촉하지 마세요. 심장 떨려요. 후우···."
< 홍이의 소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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