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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업키걸 이요나(1)-오늘은 왠지 요나 양 같네요 (33/371)

업키걸 이요나(1)-오늘은 왠지 요나 양 같네요

지선경 대표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으신지 3일 정도 된 것 같아요. 혹시 무슨 문제 생긴 거 아니시죠?]

사생활에 터치를 안 하기는 개뿔···.

나 [일정이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업키걸 멤버들과 VCR 촬영이 있는데 제가 연기를 해야 해서 급하게 레슨을 받았거든요.]

거기에 변명을 하고 있는 나는 뭔데.

지선경 대표 [아, 그러셨구나. 이러니까 제가 꼭 성교를 강요하는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혹시 무슨 일이 생기셨나해서 물어본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나 [예, 부담 안 갖습니다.]

지선경 대표 [그럼 촬영은 언제 하시나요?]

나 [오늘 합니다. 지금 멤버들 픽업하러 공항으로 출발하려던 참입니다.]

지선경 대표 [업키걸 멤버들이 전부 분홍색 아우라였던가요? 맞죠?]

지금 엄청 부담 주고 있잖아, 이 여자야.

그 다음 말이 가관이다.

지선경 대표 [대표님, 섹스라는 건 말이죠. 독서나 운동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남을 때 틈틈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바쁘더라도 꼭 시간을 내서 해야만 하는 것이에요. 차이점이라면, 독서가 우리의 머리와 감성만 살찌우게 하고 운동이 몸만 건강하게 하는 반면, 섹스는 몸과 정신 모두를 풍요롭게 하는 종합에너지 활성원이라는 것이죠. 인간에게 성교라는 것은 백익무해한 완전행위입니다.]

나 [‘섹스 좀 해라’라는 말을 복잡하게도 하시는군요···]

지선경 대표 [ㅋㅋㅋㅋㅋㅋㅋㅋ대표님 참 재미있는 분이세요. 시간 날 때 저랑 밥 한 끼 해요.]

나는 지선경 대표의 그 말이 왜 섹스하자는 소리로 들릴까···.

물론 매력적인 여자이고 그녀의 알몸과 음모, 겨드랑이와 각선미가 궁금하긴 하지만, 그쪽 사람들과는 진심으로 엮이기 싫다. 그래서 대화를 단절해버렸다.

나 [저 이제 공항으로 출발해야겠네요. 운전을 해야 하니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카톡창을 닫으려는데 내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곧장 답장이 찍혔다.

지선경 대표 [예, 조심운전 하세요. 오늘은 왠지 요나 양과 하실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ㅎㅎ 대표님과의 성교는 상대방에게도 백익무해하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성교하라, 내일이 없는 것처럼!]

***

비행기 도착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공항에 도착한 나는 차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마지막으로 대본 점검을 했다.

오늘 나는 업키걸 멤버들과 연예대상 시상식 중간에 들어갈 VCR 촬영을 한다.

우리가 패러디할 드라마는 ‘월메이드 막장’이라는 끔찍한 혼종 장르를 탄생시킨 화제의 드라마 ‘내 귀여운 아내의 두 번째 남편’의 레전드 씬.

내가 남자 주인공과 서브 주인공 역할을 맡아 1인2역을 연기하고 업키걸 아이들이 여자주인공이 되어 총 다섯 씬을 촬영한다.

코믹한 패러디물이라고는 해도 연기는 연기였기 때문에 지난 이틀 간 원 포인트 연기레슨을 받았다.

아이들은 연습생 때부터 연기 레슨을 받았고 이번 일본 활동이 끝나면 연기 쪽으로도 진출하는 멤버들도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다.

“어, 장우야.”

―저희 지금 입국장 나왔는데 어디세요?

“3번 게이트 쪽으로 나와.”

―아, 잠시만요. 지금 팬들이 알아봐서 사진 찍어줘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시간에 사람이 있어?”

―학생들 몇 명이요.

“어, 알았어.”

아이들은 김포 행 마지막 비행기로 입국했다.

근 한 달만의 공식적인 완전체 입국이었지만, 갑자기 추가된 스케줄인데다가 공항에서 방송국으로 곧장 가야하는 빠듯한 일정이라서 언론사와 팬 카페에는 미리 공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입국장에서 아이들을 알아본 일반 승객 몇 명과 사진을 찍어주느라 10분 정도 지체됐을 뿐이다.

나는 국제선 건물 밖에 차를 대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승미 작가에게 톡으로 이제 막 비행기가 도착했음을 알려주던 찰나에.

―드르륵!

뒷문이 열리면서 업나니 5인방이 저마다 한마디씩 소리치며 차에 오른다. 얼굴을 보지 않고 말소리만 들어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이 간다.

“오빠앜! 방금 풋풋한 남고생들이랑 사진 찍어줬거든? 근데 실물은 내가 제일 예쁘대! 푸하하하핰!”

씨바색기.

“그래, 어린 애들한테 인기 많아서 좋겠다. 대표님, 안녕요. 아 왜 사람이 들어오는데 안 쳐다봐요. 빨리 나랑 눈 마주치고 인사해요.”

집착귀신.

“우와, 대표님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어? 근데 얼굴 살이 왜 이렇게 빠지셨어요? 요새 일 많이 바빠요?”

요망한 요를 쓰는 욘리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저는 된장찌개랑 김치찌개랑 삼겹살이랑 냉면이랑 같이 먹을 수 있어요.”

한국음식이 그리웠다는 우리홍.

“뮨댕쓰, 이제 CEO 됐다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는 거야? 알리야 섭섭하자너.”

프린세스 알리야.

“미안해, 엄 작가님이랑 톡 하고 있느라 못 봤어.”

나는 냉큼 내려서 장우와 함께 아이들의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고 다시 운전석에 올랐다.

“어? 형, 제가 운전 할 게요.”

“아냐, 내가 할게. 20분도 안 걸리는데 뭐.”

“어? 그럼 내가 옆에 탈래!”

장우가 운전석 앞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서원이가 호다닥 내려서 조수석에 착석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도도하게 턱을 치켜세우며 윙크를 한다. 섹시함을 어필하려는 생각인지 혀로 윗입술도 살짝 핥았다.

내 고추를 입에 물고 잠으로써 자신이 마침내 안방마님 자리에 올랐다는 자부심 섞인 교태였다.

―꿈틀

이상하다.

서원이의 그 표정을 보는데 왜 고추가 반응을 하는 것일까.

예전 같았으면 한심하다는 투로 웃어넘겼을 텐데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검정색 스키니진을 입은 녀석의 허벅지와 안전벨트로 반이 갈라진 가슴 라인을 순간적으로 흘끔거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결국 소소하게 발기가 됐다.

이거 마구니가 끼어도 단단히 끼었구나.

지선경 대표의 마지막 카톡이 머릿속에서 예언처럼 재생된다.

<오늘은 왠지 요나 양과 하실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요나는 조수석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백미러로 녀석의 얼굴을 확인하는데, 뜨끔! 눈이 마주쳤다.

마치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요나도 핸드폰에서 막 눈을 떼고는 백미러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녀석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거울 속의 나를 향해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요나의 특기인 ‘틈새 어필’이다.

요망하다, 요오망해!

일본 스케줄을 마치고 바로 건너온 터라 헤어메이크업은 다들 풀 세팅 상태였다.

요나는 다섯 멤버 중 전형적인 미인상에 가장 가까운 얼굴이라서 팬들의 연령층이 넓고 외모의 호불호도 가장 적다.

이번 일본 활동의 컨셉은 ‘우리 모두의 첫사랑’

그에 맞게 헤어스타일은 호불호가 적은 갈색 톤의 생머리이고 코디와 메이크업 역시 단아하고 수수한 컨셉을 유지 중이었다.

의상도 평범하게 니트 스웨터와 청바지, 편한 운동화 차림이다.

우리 모두의 첫사랑이라···.

그러고 보니 내 첫사랑은 누구였더라.

시간이 지나면서 첫사랑에 대한 개념도 바뀌어 가는 것 같다.

내가 처음으로 강렬하게 이성의 감정을 느낀 여자는 3수 시절 학원에서 만났던 아이였다. 하지만 결국 정식적인 교제로는 이어지지 못했고, 한동안은 그 아이를 첫사랑으로 생각하며 살았었다.

대학에 들어가 미팅으로 만났던 첫 번째 여자 친구를 만날 땐 걔가 첫사랑인 줄 알았고, 입사 동기였던 두 번째 여자 친구와 만날 때는 그녀가 첫사랑인 줄 알았다.

하지만 헤어지고 보니 둘 다 첫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애매한 구석이 있고, 플랜엘 제희와 썸을 탈 때는 또 제희가 첫 사랑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다.

사귈 땐 분명 좋았었는데···.

나는 첫사랑의 성립 조건에 가슴 절절한 이별의 통증도 포함된다고 생각하는데, 돌이켜보니 여자 때문에 눈물을 흘리거나 보고 싶어서 가슴이 터질듯이 답답하고 그런 감정은 없었던 것 같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아직까지 중추신경이 꿀물에 절여지고 내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쟁취하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요나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브루나이에서 요나와 잠자리를 가진 이후, 한동안은 녀석의 잔상에 빠져 살았다.

인기 걸그룹 멤버와 매니저의 사랑이라니,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판타지가 현실로 이뤄진 것 아닌가.

사실 업키걸 멤버들 중 그나마 현실 연애가 가능할 것 같은 멤버를 꼽으라면 요나가 가장 우선순위에 선다.

은빛이는 너무 동생 같고 ―그래서 겨드랑이에 쌌냐― 서원이는 집착이 심해서 내 스타일이 아니고 ―하지만 고추를 입에 물고 자던 녀석은 설렘 그 자체였다― 홍이는 정석적인 매니저와 가수 사이 또는 스승과 제자 느낌이 너무 강하며 ―그래도 예전에 부산에서 내 병간호를 해줄 땐 여친 감정 제대로였다― 리야는 여러 방면에서 총체적 난국이다.

반면, 요나는 어린 나이에 비해 철이 일찍 들어서 일단 대화가 통한다.

업키걸 멤버 중, 대화가 통하고 보편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기본 점수 2만점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멤버들을 압살하는 똘끼를 발휘하기도 하고(요나의 그날), 평소에는 똑 부러지다가도 어떤 방면에서는 연약하고 맹한 구석을 보이기도하며, 무엇보다 요망할 때 요망할 줄 아는 성격에서 가산점 3억 7천만 포인트가 붙는다.

요나는 마음을 설레게 하면서도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아이였다.

요나는 나비처럼 부드럽게 날아올라 벌처럼 쏘는 매력이 있는 아이였다.

요나의 음모에는 확실히 첫사랑의 향수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털, 아아, 요나의 털.

정말 좋았지.

코를 박고 보비적거리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던 그 털.

내게 털 페티쉬를 선사한 보드랍고 얇은 털.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또 한 번 만지고 싶다.

혀로 사악사악 핥으면서 그 촉감을 설유두 하나하나에 각인하고 싶다.

그 아래 다소곳하게 싸여있던 연약한 클리토리스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

지금 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안녕하쎄요! ‘씹대장이 간다’의 진행을 맡은 씹덕 1대장 유은빛입니다!”

다들 피곤할 법도 한데 방송국으로 향하는 차 안은 활기가 넘쳤다.

나와 장우, 업키걸 조합이 신인 시절의 열정과 그때의 감성을 되살려준 것이다.

이 조합으로 스케줄을 다닐 때가 재미있긴 있었지.

은빛이는 연예 프로그램의 리포터라도 된 듯, 블루투스 마이크를 켜고 진행을 이어나갔다.

“요즘 화제의 드라마죠. ‘내 귀여운 아내의 두 번째 남편’, 줄여서 ‘내귀두남’의 출연자분들을 모시고 인터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푸하하하! 유은빛 미쳤냐고. 내귀두남 뭔데에!”

“예, 먼저 만나보실 분은 집착천재지만 사실은 연애는 1도 못 해본 모쏠 한서원 씨인데요. 한서원 씨 안녕하세요!”

“아, 배 아파. 내귀두남이래··· 그거 원래 있는 말이야?”

“그만 웃으시고요. 내귀두남에서 맡은 역할을 소개 해주시겠어요?”

“야, 나 웃겨서 못 하겠어. 다른 사람부터 해.”

“그럼 글래머러스하고 이국적인 쌈바 몸매로 삼촌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역시나 모쏠에 불과한 연홍 씨부터 만나보실까요? 연홍 씨, 안녕하세요! 일단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이죠. 가최몇?”

“으, 으응? 가, 가최몇이 뭐야? 햄최몇은 많이 들어봤는데···. 가자미 무침 최대 몇 접시인가?”

“아니요. 가슴사이즈 최대 몇?”

“하하하핰! 유은빛 도랏!”

그래, 이런 미친 분위기지.

어느새 내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녀석들에게 벗어나고 싶어서 매니저를 그만 뒀지만 결국 나도 이런 감정을 다시 그리워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공항에서 방송국으로 향하는 20여분 동안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

“와, 오랜만이네.”

“뮨댕쓰는 여기 얼마만이지?”

“‘그빛’ 막방 이후로 안 왔으니까 6개월 넘었지.”

“어? 엄마다!”

“꺄아악! 엄마!”

“와, 대스타 업키걸이다!”

업키걸 아이들은 엄승미 작가를 엄마라고 부른다.

은빛이와 서원이가 아마추어 시절 출연했던 ‘노래해듀오’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업키걸의 매력을 200% 살려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거쳐서 우리에게 국민적 사랑과 CF폭탄을 안겨준 예능 시청률 1위 ‘그림자의 빛’까지, 적어도 예능 쪽에서만큼은 그녀가 업키걸을 업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바로 온 거라며? 피곤하겠다. 최대한 빨리 진행할 테니까 쫌만 고생해줘.”

방송국에 도착해 제작진과 짤막한 미팅을 한 뒤 대기실을 안내받았다.

‘내귀두남’의 촬영 세트를 그대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대기실도 실제 배우들이 쓰는 대기실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대기실이 널널하게 남아서 3개를 빼줬다고 한다.

어차피 미어캣 무리처럼 함께 모여 있을 거라서 큰 의미는 없겠지만, 우리는 복도를 따라 가며 재미 삼아 대기실에 붙은 이름을 확인했다.

<‘한서원’님, ‘유은빛’님>

<‘연홍’님, ‘진리야’님>

<‘김윤호’님, ‘이요나’님>

그런데 어째 아이들의 반응이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르다···?

“좋다, 좋으다. 역시 사람은 뜨고 봐야해! 서원 언니 오랜만에 보컬 라인끼리 라방 할까요? 어차피 촬영 돌아가면서 할 거라서 대기시간 많을 거 같아요.”

“그래, 신청곡 받아서 하면 되겠다.”

“홍홍 언니, 알리야는 피곤한 거예요. 제 차례 때 깨워주세요.”

“응, 나는 먹을 테니까 넌 쫌 자.”

내가 그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있긴 떨어져 있었구나.

다들 2인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마치 섹스의 신이 ‘윤호야, 요나의 성판타지를 채워 주거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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