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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여장 외에 뭐 없지?(라희 팬아트 삽입) (30/371)

여장 외에 뭐 없지?(라희 팬아트 삽입)

빌라 주차장에 차를 대고 란이와 함께 내렸다.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는데 란이가 뒤에서 따라오며 장난스럽게 속삭인다.

“대표님 가뜩이나 힘 많이 썼는데 라희 마사지까지 해주면 완전 뻗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으악, 잠깐만요. 다리에 힘 풀려서 계단 못 올라가겠어요.”

칭얼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란이의 탄탄한 허벅지가 개다리 춤을 추듯 후들거리고 있었다. 녀석은 멋대로 떨리는 허벅지를 내려다보며 황당하면서도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박. 이런 적 처음이야···.”

“나 먼저 갈 테니까 천천히 올라와라.”

“아 뭐에요, 의리 없게. 대표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뭐 어쩌라고.”

란이는 어울리지 않게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업어줘요.”

“아 놔 진짜!”

라희 때문에 조바심이 났던 나는 길게 말하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 등을 구부렸다.

“업혀. 빨리.”

“히잇, 역시 츤츤한 츤장님. 업키걸 언니들 업어주는 거 보고 되게 부러웠었는데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업키걸 애들만큼만 잘하면 업어 주는 게 문제냐.”

“치··· 그래도 난 떡 잘 치는데···.”

대답을 말자.

등에 업힌 란이의 엉덩이를 받치고 다시 계단을 올랐다.

“피곤하다고 바로 자지 말고 노래 조금이라도 외워. 알았어?”

“어머나 야해라. 지금까지 자지 만지다 왔는데 또 자지 말면서 노래 외우래. 아재요, 어떻게 마 밤새도록 함 말아드릴까예?”

“하아··· 내려.”

“킥킥, 조용히 할게요.”

이것이 ‘헤라클래스S’의 위력인가.

란이는 다리가 후들 거릴 지경으로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나는 기운이 철철 넘쳤다.

3층까지 단숨에 올라간 나는 란이를 내려놓고 숙소 문을 열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라희의 방이 바로 보인다.

열린 방문 너머로, 침대에 누워 있던 라희와 눈이 마주쳤다. 찡그리고 있던 인상을 애써 펴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밤 늦게 죄송해요오···.”

“아냐, 어차피 란이 데려다주러 오는 길이었어.”

신발을 대충 벗어던진 나는 손부터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하며 물었다.

“마비야, 통증이야?”

“둘 다 온 것 같아요. 감각은 없는데 통증은 느껴지고, 움직이지는 못하겠어요.”

“저번이랑 똑같아?”

“예.”

그렇다면 맨손으로는 안 되고, 에스테틱 갓 핸드를 발동시켜야 한다.

“큰일이네. 요즘 주기가 잦아진다, 그치?”

“자꾸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죄송하라고 한 말은 아니고. 니가 제일 힘들지···.”

그래도 룸메이트라고, 음란이가 먼저 방으로 들어가며 걱정스럽게 묻는다.

“우리 라희. 혼자 있을 때 마비 와서 무서웠겠다?”

“아니에요. 그래도 바로 오신다는 전화 받아서 안심됐어요.”

“맞나? 앞으로는 언니가 밤에도 어디 안 나가고 같이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래이. 언니가 대표님한테 마사지 하는 법 배워가지고 주물러줄게.”

“감사합니다아···.”

“그 대신 니는 언니 연습 도와줘야 된다. 아랐나?”

“아, 진짜요?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

훈훈하네. 수건으로 손을 닦다가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코 밑을 슥 훑었다.

내가 생각하던 두 사람의 시너지가 1년 반이 지난 지금에야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해결책이라는 게 비록 남들에게는 떳떳하게 밝히지 못할 교미 행위라고는 해도, 두 사람을 데뷔시킬 수만 있다면 내 기꺼이 음지의 창남이 되리.

대류··· 데뷔가 최고다···.

“란, 너는 이제 나가 있어.”

“예, 저는 그럼 제 방으로 가서 자.지.말.고. 노래 연습할게요.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요. 라희도 수고.”

“예, 언니. 다리 풀리면 제가 언니 방으로 갈게요오.”

“온냐~ 그럼 저는 문 닫고 사라집니다. 두 사람 다 돌아 보.지.말.고. 바로 시작하세요.”

되바라졌다, 되바라졌어···.

음란한 망란이가 문을 닫고 나간 것을 확인한 뒤, 라희의 하체를 덮고 있던 이불을 거둬냈다.

분홍색 돌핀팬츠에 수면 양말을 신고 있었다.

적어도 팬츠 밑으로 보이는 다리 부위에서는 보라색 반점이 보이지 않았다. 다리 뒷면까지 확인을 마치고 혹시나 해서 양말까지 벗겨봤지만 마찬가지였다.

“하아··· 어쩌냐. 또 팬티 안쪽인 것 같다.”

미안한 마음에 변명처럼 웅얼거리자 라희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오···.”

“바지 벗길게.”

“예에···.”

“불 끄고 스탠드 켤까?”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오···.”

“그래, 최대한 빨리 끝내줄게.”

“예··· 아··· 자, 잠시만요.”

“응? 뭐 필요해?”

라희는 베고 있던 베개 밑으로 손을 넣어 그 밑에 있던 수건을 꺼냈다. 그러고는 허리를 들더니 끙끙 소리를 내면서 수건을 허리 밑에 깔려고 애를 썼다.

“왜, 허리 아파?”

“아, 아뇨. 저번처럼 소변 샐 수도 있으니까···.”

“아, 엉덩이 밑에 깔게?”

“예···.”

“줘, 내가 해줄게.”

“감사합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반바지와 팬티를 동시에 내린 뒤, 고운 털, 엉덩이 밑에 수건을 깔아주었다.

연습을 끝내고 들어와서 샤워를 마친지 얼마 안 된 모양이다. 살에서 향긋한 클렌저 향이 올라왔다.

그런데 이상하다.

팬티까지 벗겼음에도 불구하고 보라색 반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허벅지 사이 음부 지대나 엉덩이 쪽이라는 건데···.

“라희야, 잠깐만 뒤로 돌릴게.”

“예···.”

없네?

엉덩이에도 없다.

허벅지 사이 아이엠 그루트와 새초롬하게 여문 항문 인근까지 샅샅이 확인했음에도 보라색 반점은커녕 그 비슷한 것도 찾지 못했다.

얼굴을 내려서 음모 사이사이까지 주도면밀하게 살폈지만 마찬가지였다.

뭐지?

뭘까?

지금까지 이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뭔가 새로운 미션이 시작되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들었다.

설마 질 내부에 생긴 건 아닐테고···. 만약 그 속에 생겼다고 해도 확인할 방법도 없는 것이 문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몸을 돌려가며 꼼꼼하게 확인했지만 역시나 허탕이었다. 작고 귀여운 아이엠 그루트만 의미 없이 촉촉해졌을 뿐이다.

적잖이 당황스러웠던 나는 생각을 정리할 겸 머리를 긁적이며 라희의 음모를 쳐다봤다.

라희는 양손을 가슴에 모으고 두 눈은 꾹 감은 채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이 타는지 침을 한 번 묻히고 마른 침을 삼킨다.

“미안해, 많이 아프지?”

“아직까지는 참을 만해요.”

“···시작할게.”

“예.”

라희가 되려 걱정할까봐 앓는 소리도 못 하겠네.

에이, 모르겠다.

저번이랑 똑같은 통증이라고 했으니 그냥 보라색 반점이 하체 전체에 퍼져 있다는 생각으로 해보자.

<‘에스테틱 갓 핸드’가 발동됐습니다.>

나는 장 마사지를 하듯이 아랫배부터 부드럽게 돌리며 작업을 시작했다.

분홍색 장갑을 두른 손이 닿자마자 라희의 오른쪽 발가락이 척수반사처럼 짧게 오그라들었다가 펴졌다.

“방금 감각 있었어?”

“예? 아··· 아뇨오.”

“발가락 움직이길래.”

“아···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오케이.”

나는 라희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무릎 꿇고 앉은 뒤 양손으로 허벅지를 한 쪽씩 잡았다. 손바닥 아래쪽 살을 이용해 쓸어 올리듯이 지압하자 라희의 복부가 꿀렁! 요동친다.

“읍···!”

“응? 느낌 왔어?”

“예··· 방금은···.”

갓 핸드가 괜히 갓 핸드가 아니구나.

효과가 검증 됐으니 이제 쭉쭉 타고 내려가자.

나는 소중한 아이엠 그루트가 닿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면서, 사타구니의 Y존 사이사이를 지압해나갔다.

―꾹꾹꾹꾹

“흥, 흐응···.”

―꾹꾹꾹꾹

“하아··· 아흐···.”

―꾹꾹꾹꾸

“아으힝··· 하으, 윽!”

―찍

······아니아니, 잠깐만.

야릇한 신음과 함께 허리가 들썩인 건 그렇다고 치자.

근데 아이엠 그루트 사이에서 오줌처럼 튀어나온 몇 방울의 투명한 액체는 무엇?

내 손목까지 튀어 오른 그것은 참으로 따뜻했다.

라희도 그루트 사이에서 뭔가가 나온 것을 느꼈는지 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울먹였다.

“히잉, 죄송해요··· 또···.”

“뭐가 죄송해. 감각이 없어서 너도 모르게 나오는 건데 뭐가 어때.”

“···그래도 너무 챙피해요오···.”

“에헤이, 괜찮다니까. 그래도 느낌은 많이 돌아온 것 같네?”

“예.”

“통증은?”

“대표님이 문질러 주신 데는 안 아파요···.”

“무릎 움직일 수 있어?”

“아뇨··· 아직 거기까지는 아직···.”

“오케이. 발끝까지 쭉 타고 내려갈 테니까 소변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감각에만 집중해.”

“예···.”

소변인지 뭔지, 암튼 그 투명한 액체는 이후에도 몇 방울씩 뾱 뾱 뿜어졌다.

엉덩이 밑에 깐 수건은 이미 젖었고 시트도 무사하지 못할 듯 보였다.

란이를 흥분하게 만들어서 밤새도록 자위하게 만들었다던 묘한 신음도 계속 새어나왔다.

“하아, 하아··· 아읏, 읏, 아윽···.”

그래. 갓 핸드의 원래 목적이 애무이니 흥분할 수도 있다고 치자. 저번에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무릎을 거쳐 발목 위쪽까지 지압을 마쳤을 때, 문득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전두엽을 자극했다.

이거 뭔가······ 이전에 마비&경련이 왔을 때랑은 느낌이 다른데···.

그냥 다르다.

내세울 만한 근거는 없지만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 그렇다.

아니, 내세울 만한 근거가 왜 없어.

마비와 경련의 가장 명확한 증거가 돼주는 보라색 반점이 없지 않은가.

설마··· 설마···.

에이, 아니야.

되바라진 음란이라면 모를까, 올바름과 내성적 성향의 상징과도 같은 라희가 그럴 리가 없어.

······아니.

그럴 수도 있다.

안 그럴 것 같은 은빛이랑 서원이도 쾌감 앞에서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지 않았던가.

만약에··· 아주 마아아안약에··· 마비가 오지도 않았는데 라희가 갓 핸드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거라면······?

상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그런 의심이 들자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장면들도 하나하나 마음에 걸렸다.

내가 숙소로 가고 있다는 말을 한 뒤에 마비가 시작 됐다고 한 것도 뭔가 어색했고, 베게 밑에 수건을 준비해둔 것도 수상하다.

아까 분명 발끝이 움직였는데 감각이 없다고 한 것도 이상하고···.

만약 최근에 그랬던 것처럼, 보라색 반점이 하체 전체에 나타났다면 이제 발목 아랫부분과 다리 뒤쪽을 마사지 해줄 차례였다.

하지만 나는 라희를 떠보기 위해 함정을 팠다.

무릎 아래쪽은 감각이 없다고 했으니 맨손으로 만지면 아무 느낌도 없어야 할 것이다. 나는 갓 핸드를 끈 맨 손톱으로 라희의 발바닥을 슥 긁어보았다.

그러자 발을 잽싸게 빼더니 괴상한 신음성을 토해낸다.

“응기잇!”

뭐라고···?

녀석은 자기가 하고도 깜짝 놀란 듯 보였다.

거짓말도 해본 사람이 잘하고 라희는 당연히 거짓말에 서툴다.

“다 됐다. 끝!”

“아, 진짜요? 감사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 바로 수긍을 하면 안 된다고 라희야!

주도권은 너한테 있잖아. 지금까지는 니가 먼저 감각이 돌아왔다고 확인을 시켜주는 쪽이었다고!

하지만 발바닥 간지럼 공격에 당황한 녀석은 사고능력이 상실된 듯 보였다.

빨개진 얼굴을 한 채 곧장 두 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이며 내 눈치를 살핀다.

“이제 안 아파요오···.”

남극 빙하처럼 순수 그 자체라고 여기던 라희가 나를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인가?

그것도 단순히 쾌감을 얻기 위해!

귀여운 분수까지 뾱 뾱 발사하면서!

자. 잠깐만.

그럼 그때 보컬연습실에서 흘린 그 액체도 분수액이었단 말이냐아아!

내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핑―’ 하는 느낌과 함께 라희와 나 사이의 보라색 교감도 발동됐다.

‘힝··· 한참 좋았는데···.’

아아, 녀석은 지금 마사지를 좀 더 받고 싶은 아쉬움에 안달이 나 있는 상태다.

한창 달아오르다가 중간에 뚝 끊긴 것이다.

배덕감.

압도적인 배덕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라희가 이럴 줄이야······.

***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긴. 거기서 대충 마무리 짓고 나와서 너한테 전화한 거야.”

“에고··· 충격이 크시겠어요.”

“타격이 쫌 있네.”

아이들의 숙소에서 나온 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은 미오 밖에 없었다.

나는 녀석의 원룸에 들어오자마자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한 캔을 원샷한 뒤 대화를 시작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하신 거 모른 척하고 끝까지 해소해주시지.”

“하아···. 란이라면 모를까 라희한테는 그게 차마 안 되는 거야. 원래 마사지 할 때 진짜 아무 느낌도 없었거든? 근데 오늘은 어째 시작부터 느낌이 쌔하더라.”

“근데, 여성 사정까지 할 정도면 라희도 이미 많이 발달이 됐다는 뜻인데요. 대표님 손에 완전히 길들여진 거 아니에요?”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은데 어쩌냐···. 앞으로도 계속 이러면 어떡하지?”

“어쩌겠어요. 모른 척 하셔야죠.”

“하나는 섹스중독자에 하나는 여장 남자···. 어쩐지 그 사이에서 라희가 너무 평범하다 싶더라니.”

“그나마 제가 제일 정상인데요.”

“너는 진짜 여장 외에 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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