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립밤 티나(2) (11/371)

립밤 티나(2)

“루루.”

“예, 주인님!”

“김윤호 대표님한테 미약 스킬 확실히 걸었니?”

“예! 키스 할 때 학실히 걸었써요!”

“근데 왜 아직 소식이 없지. 성욕이 없기는 진짜 없는 스타일인가보다···.”

***

식욕과 성욕은 비례한다는 속설이 있다.

나는 그 말을 어느 정도 믿는 편인데 내가 둘 다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일반적인 성욕이 10점 만점에 5점이라고 치면 나는 대략 2~3점쯤에 걸쳐 있을 것이다.

물론 섹스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막상 시작했다하면 내일이 없는 것처럼 최선을 다한다.

다만 섹스를 하기 위해서 뭔가 노력을 하는 게 귀찮을 뿐이다.

일단 사귀는 사이가 아니면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

그 신념이 깨진 건 플랜엘 제희가 처음이었는데, 그때도 이미 서른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처음 만난 여자와 원나잇도 하지 않는다.

이건 37세 12개월 차인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성관계도 거의 안 하는 주제에 자위도 한 달에 한 번 할까 말까다.

그마저도 꼴려서 하는 게 아니라 억지로라도 빼지 않으면 몽정을 하기 때문에 거의 의무감으로 치는 것이다.

과거 건설회사 다닐 때 회식자리에서 여직원과 충동적으로 키스를 하고 꼭지를 만진 것처럼 가끔 술이 취해 폭주를 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거의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이례적인 현상이다.

클럽에서 헌팅한 카와이 걸을 집 앞까지 데려다 주던 그날 ‘오빠, 라면 먹고 가요’라는 말을 현실로 들어도 쿨하게 택시 타고 집에 온 사람이 바로 나다.

오죽하면 부모님이 남성 기능 검사 한 번 받아보라고 진지하게 말을 하셨을까.

나 역시 검사를 받아봐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했을 정도다.

그런 내가!

내 자의로!

모텔도 아닌 일반 술집에서!

평소 호감이 있던 사람도 아니고 일 때문에 만난 여자의!

옆구리를 감싸고 애무하듯 쓰다듬어 버렸다.

물론 시동은 티나가 먼저 걸었다.

그곳도 아주 노골적으로 말이다.

해은과의 영상통화를 마친 티나가 내게 사진을 요청했는데, 글쎄 얘가 볼과 볼 사이에 깻잎 한 장이 간신히 들어갈 간격으로 딱 붙는 게 아닌가.

가슴은 내 견갑골 인근을 지그시 눌렀다.

니트 재질 특유의 섬유 향과 따뜻하면서도 포근한 그 감촉에 정신이 녹아내렸다.

화면에 잡히는 티나의 얼굴은 또 왜 이렇게 뽀샤시하고 예쁜 건지···.

“하나, 둘···.”

―찰칵

“아, 죄송해요. 저 눈 감은 거 같아요. 다시 찍을게요.”

“100장 찍어도 돼요···.”

농담과도 같은 그 말과 함께, 티나와 내 몸 사이 어딘가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오른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마, 말도 안 돼···.

가요계 현존하는 유일한 모델돌답게 허리 라인이 깜짝 놀랄 만큼 잘록하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마치 손으로 감싸 안기 위해 존재하는 부위처럼 손에 착 감겼다.

내 오른손이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지라 여기까지는 그녀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손은 단순히 허리를 감싼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배와 옆구리를 왕복하며 쓰다듬어 버렸다.

이쯤 되면 티나도 내가 자신의 유혹에 넘어갔음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속으로 ‘그럼 그렇지’라고 쾌재를 부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자존심이 상해서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지만, 이미 내 이성은 본능에 집어 삼켜진 이후였다.

고작 소맥 두 잔 마셨을 뿐인데 술이 올라도 너무 오른다.

생각해보니 은빛이랑 집에서 뻘 짓 할 때부터 이미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버린 것 같다.

내가 자신의 잘록한 허리를 애무하듯이 몇 차례 쓰다듬든 말든, 티나는 셀카 찍기에 열중하며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화면 속 내 표정은 어색하게 미소 짓고 있는데, 티나는 자신이 가장 예뻐 보이는 베스트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사진첩을 확인을 하는 등 전혀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미치겠다.

그런 덤덤한 모습이 나를 더욱 자극하는 것이다.

허리를 어루만지던 내 손은 좀 더 밑으로 내려가 허벅지 옆면을 두루두루 마찰해나갔다.

그녀의 핀 포인트, 즉 성감대가 허벅지와 엉덩이라는 씹창 정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핏감 좋은 청바지의 재질이 손에 즈륵즈륵 감긴다.

티나는 사진첩을 확인하며 방금 찍었던 사진을 내게도 보여줬다.

“대표님, 이거 제 에쎈에쓰에 올려도 돼요?”

에쓰이엑쓰 해도 되냐고?

되지, 되고 말고···.

“예, 해주세요. 저도 좋아해요.”

“대표님 틴스타그램에 프랜드 신청하면 받아주실 거예요?”

섹파 신청하면 받아줄 거냐고?

받지, 받고 말고···.

“그럼요.”

느낌이 좋다.

지금의 이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

뒤를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손길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뇌가 아닌 불알의 질서 속에 몸을 내던지련다.

허벅지 옆면을 애매하게 쓰다듬다가 용기를 내어 앞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가랑이 안쪽을 살짝 움켜쥐듯이 손끝으로 긁자 그제야 티나가 반응을 했다.

내 손등을 감싸 쥔다.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사인인 줄 알고 살짝 쫄았는데 아니었다.

마우스를 움직이듯 내 손을 이끌어서 터치 포인트를 옮겨 주었다.

또 다른 성감대인 엉덩이였다.

탐스럽게 힙업된 엉덩이를 쟁반 닦듯 시계방향으로 어루만지자 내 얼굴을 양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쥐며 키스를 한다.

나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눈을 감기 전 보이던 그녀의 몽롱하면서 뇌쇄적인 표정이 강렬하게 뇌리에 박혔다.

소맥 향과 틴트 향이 섞인 그녀의 호흡이 혀와 함께 입 안을 풍성하게 메운다.

나도 혀를 깔짝거리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입술과 입술, 혀와 혀가 빚어내는 끈적한 백색소음은 기분 좋게 귀를 간질인다.

나는 의자에 앉아있고 그녀가 나를 내려다보는 포즈였다.

다리가 한 쪽씩 교차되어 내 가랑이 사이에 그녀의 다리 한 쪽이 끼어있었는데, 그 끼어있는 무릎을 굽혀서 의자에 얹는다. 그리고 땅따먹기를 하듯 슬쩍슬쩍 앞으로 밀고 들어오더니 급기야 고추와 살짝 맞닿았다.

흠칫.

여기서 좀만 더 밀고 들어오면 압박이 되어 오히려 아플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 방면의 프로페셔널이었다.

무릎으로 내 중심부위를 톡톡 건드리는데, 마치 도트 단위로 계산을 한 듯 딱 기분 좋을 정도의 자극이 왔다.

핑―

좋다, 좋다, 좋다···.

별 거 아닌 작은 움직임으로 이 정도의 쾌감을 주다니.

혀 놀림도 예사롭지 않고 남자 경험이 많은 것 같다.

제대로 된 스킨십은 고작 키스뿐인데 키스가 이렇게나 사람을 뿅 가게 하는 줄은 미처 몰랐는데.

내가 내가 아닌 게 되어버린다는 표현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가 없는 것이다.

털, 털을 만지고 싶다.

털을 만지자!

양손을 이용해 정성스레 엉덩이를 애무하던 나는 손을 앞으로 옮겨 청바지 단추를 풀었다.

탄력적으로 톡. 하며 풀어지는 손맛이 매우 좋다.

그녀와 나의 위치가 정면이라 팬티 속을 탐하려면 각도가 조금 애매하긴 한데,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깟 각도 따위가 뭐가 중요하랴.

사나이가 털을 만지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손목이 꺾이는 한이 있더라도 만져야지.

높으신 분에게 봉투를 건네듯 송구스러운 동작으로, V자로 벌어진 청바지 사이에 오른손을 밀어 넣었다.

―스륵

팬티 밴드의 저항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스키니한 바지를 입을 때 팬티 라인이 안 보이게 해주는 노라인 팬티를 입은 것 같다. 그리고 응당 털이 있어야 할 자리 또한 매끈매끈했다.

젠장, 왁싱이구나.

허털감.

압도적인 허털감.

“하아···.”

하지만 내 허털감과는 반대로, 비어있는 둔덕지대를 만짐으로써 티나의 흥분감은 올라간 것 같다.

포개진 입술 사이로 야릇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러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숨어있는 털을 찾아 헤매는 내 손목을 잡더니 그대로 밑으로 내리는 것이 아닌가.

―짤박

어, 어잇.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청바지의 밑위길이가 너무 타이트한 나머지 중지의 두 마디 정도가 그대로 뵤지 틈새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키스만으로 흥분한 건 나뿐 만이 아니었구나.

마찰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충분한 물이 뵤지 표면에까지 묻어나와 있었던 것이다.

당황스럽긴 한데, 나는 이왕 들어간 손가락 두 마디를 슬금슬금 움직이며 질벽을 긁었다.

―차박차박

“아핳···.”

거의 호흡만으로 이뤄진 신음소리에 내 텐션도 급격히 상승한다.

눈치 챌 틈도 없이 치밀어 오른 육욕과 육욕 사이에 장소의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우리의 키스는 더욱 농염해졌고 뵤지 안에 담긴 손가락 무빙도 점점 과감해져갔다. 손가락 마디만으로 조곤조곤하게 속삭이던 움직임은 이제 팔 전체가 직각으로 들썩일 정도로 격렬해졌다.

“으으으응···.”

입과 입이 맞물려서 노골적인 신음은 새어나가지 않았지만, 밖에서 우리의 행위를 알아차린다 해도 상관이 없을 만큼 정신이 나간 것 같다.

하지만 티나가 용케도 정신줄을 잡고 있었다.

키스를 멈추고 호소하듯 속삭인다.

“여기서 더 안 될 거 같아요···.”

“자리 옮길까요?”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상체를 세운다.

하지만 내 손목은 바지 속에 그대로 꽂혀있는 상태.

내 쪽에서 빼야 하는데, 오랜만에 만져보는 뵤지라서 그런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뵤지 역시도 헤어지기 싫은지 쫀쫀하게 손가락을 휘감고 있다.

잘 가.

너 먼저 가.

아냐, 너 먼저 가.

그럼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돌아선 다음에 뒤돌아보지 말고 가기.

그래.

센다?

응.

하나··· 둘··· 셋. 아 뭐야, 왜 안 가.

너는 왜 안 도는데.

치···.

후후···.

헤어짐이 아쉬워 지랄염병을 떠는 연인들처럼, 뵤지에 담긴 손가락을 마지막으로 몇 차례 흔들어보았다.

맛있는 소리가 룸 안에 울려퍼진다.

―촵촵촵촵

“아, 민망해라. 물이 너무 많이 나왔죠···?”

“괜찮아요. 섹시해요.”

“제가 원래 이렇게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닌데···.”

“저도 원래 아무데서나 흥분하는 사람이 아닌데 진짜 미치겠네요. 뭐에 홀린 거 같아요.”

“큽···.”

안 믿는다는 투로 코웃음을 흘리기에 정색하며 대답했다.

“진짜예요. 원래 식욕 없는 사람이 성욕도 없다고 하잖아요.”

“저는 좋아하는데···.”

“섹스요?”

“예···.”

“뭐 섹스 싫어하는 사람은 없죠. 저도 좋아해요.”

“성욕 없다면서요.”

“식욕이 없다고 해서 밥을 안 먹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당연히 맛있는 거 먹을 땐 기분 좋고 그렇죠.”

“저는 맛있을 거 같아요···?”

멘트 미쳤네.

멘트만으로도 사정할 것 같다.

여자 쪽에서 과감하게 나오니까 내 한계치도 풀려버린다.

“완전요. 완전 맛있을 거 같아요.”

“크크, 가요.”

“근데 손 빼기 싫은데 그냥 이 상태로 가면 안 되나···.”

“어우.”

남자도 대놓고 끼 부리는 여자는 거부감이 든다.

반대로 내숭이 심한 여자는 재수 없다.

티나는 끼와 내숭의 적정선을 지킬 줄 아는 여자였다.

이자카야에서 나와 역삼역 근처 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먼저 방을 잡은 뒤 룸 번호를 알려주면 티나가 나중에 들어오는 방식을 썼다.

호텔 방에 잠시 혼자 있는 틈을 타서 카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뭐가 되게 많이 와 있다.

지선경 대표 [생각보다 빨리 시작하셨네요^^ 버프 팍팍 오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갓귀남 [형제여 잦이봊이해피섹스]

Go Choo! [감사합니다]

고오환 [감사합니다]

루루 [충성충성!]

멜뒤안 [버프 감사합니다 대표님]

나회장 [혹시 버프 이름 안 지으셨으면 제가 지어드릴까요? ‘덩크왕 마라도나’나 ‘전기충격 피카피카 둘리’ 어떠십니까?]

미오 [대표님 저 집에 들어왔습니다. 버프 감사합니다. 느낌 너무 좋아요]

씨바색기 [오빠 나 이상해. 그날 이후로 오빠만 생각하면 젖꼭지랑 배꼽 있는데가 막 짜릿짜릿해ㅠ]

혼란하다 혼란해······.

―띵동

“누구세요.”

“저용.”

티나가 왔다.

일단 그녀에게 집중하자.

손끝에 남아있는 뵤지의 촉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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