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업키걸 유은빛(5) (9/371)

업키걸 유은빛(5)

나는 업키걸 멤버 다섯 명의 섹스 판타지를 모두 알고 있다.

요망할 요, 요사스러울 요자를 쓰는 요나의 판타지는 방송국 대기실에서 스릴 넘치게 즐기는 스킨십이다.

그 외에 단순하게 ‘김윤호’라고 적힌 모태솔로 두 사람이 있다.

은빛이가 그 중 하나다.

나와 하는 플레이라면 뭐든지 오케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코끝과 귀두 끝이 살짝 찡해졌었다.

만약 내 섹스 판타지가 정보창으로 뜬다면 뭐라고 나와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내게 그런 것이 있기나 할까?

···싶었는데 방금 하나 떠올랐다.

우리 집에 놀러온 여자 친구와 내 방에서 꽁냥꽁냥거리면서 놀던 중에 갑자기 삘 받아서 해보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아마 20대 초중반까지의 로망이었을 것이다.

그 판타지를 지금에서야 이루다니···.

물론 내가 생각했던 설정은 대낮의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방이었고, 지금처럼 옆방에 부모님이 계신 것도 아니었으며, 은빛이가 비록 여자 친구도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던 그 분위기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

“으이··· 촉감 이상해. 미끄덩거려.”

내가 쥐어준 고추를 건네받은 은빛이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은 것처럼 입술을 늘어뜨렸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로션 때문에 그렇지 원래는 뽀송뽀송한 녀석이야.”

“귀여운 녀석이네. 이 상태로 흔들면 돼?”

“응.”

“어느 정도 속도로?”

“음, 슥슥슥슥, 슥슥슥슥, 이 정도?”

녀석은 내가 입으로 낸 박자를 똑같이 읊조리며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긴장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개드립도 섞어주면서.

“슉슉슉슉, 슉슉슉슉. 이건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녀.”

“야, 분위기 깨지게···.”

“미안.”

―쭆쭆쭆쭆, 쭆쭆쭆쭆

확실히 서툴다.

손목 스냅을 사용해서 흔드는 것이 아니라 팔 전체를 이용해 어색하게 흔들고 있다.

나도 나이에 비해 서툰 편인데, 이런 내가 서툴다고 느낄 정도면 은빛이는 완전 초짜라는 거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나는 다시 은빛이의 티셔츠 밑으로 손을 넣어서 가슴과 꼭지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한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중얼거린다.

“으··· 가슴 계속 만지면 커진다는데 최대한 많이 만져줘.”

“야, 너 가슴 충분히 예뻐. 더 이상 안 커도 돼.”

“그래도 이왕이면 큰 게 낫지···.”

“커서 쳐지는 것 보다는 너처럼 작아도 탄력이 있는 게 좋아.”

“리야랑 홍홍 언니는 크면서도 탄력 있던데?”

“그럼 뭐··· 할 말 없네. 그건 사기지.”

“잠깐만 나 브래지어 좀 풀고···. 끈이 걸리적거린다.”

“그냥 윗도리를 벗어.”

“그건 쫌 창피한데···.”

“야, 나는 바지 깠거든?”

“나는 오빠께 작아도 상관없으니까 괜찮아.”

“허허, 내 께 작다고? 크지는 않은데 작은 건 절대 아니지.”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혹시나 작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근데 나는 가슴이 작아서 창피해.”

“괜찮다니까. 벗어벗어. 만세 해, 내가 벗겨줄게.”

나는 상체를 일으켜 직접 티셔츠를 올려주었다.

팔을 엑스자로 교차하며 가슴을 가린다.

어쭈.

손목을 잡고 가드를 풀어내면서 오른쪽 꼭지를 혀로 날름 핥았다.

“아잏···.”

가녀린 동물처럼 몸을 움츠리는 녀석을 보자 나는 다시 퓨즈가 끊긴 포식자로 변했다.

일단 나도 티셔츠를 벗어서 완전한 알몸이 되었다. 그런 뒤에 녀석을 바닥에 눕혀놓고 키스를 퍼부으며 흉포하게 가슴을 주물러댔다.

맨살 대 맨살로 상체가 맞닿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왼손으로는 녀석의 오른손목을 잡고 밑으로 인도해 아까처럼 고추를 흔들게 했다.

어색하고 서툴러도 상관없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어쨌든 사정을 향한 포인트는 조금씩 쌓이고 있으니까.

녀석의 가슴을 움켜쥐고 빼꼼 튀어나온 앙증맞은 꼭지를 내 꼭지에 비비면서 니플니플 하모니!

“오빠 근데 나 팔 아파···.”

“기술이 부족해서 그래.”

“그럼 어떻게 해?”

“내가 흔들게. 좀 쉬어.”

“응, 고마워. 터치.”

―짝

하이파이브로 핸드잡의 바통을 이어받은 나는 은빛이의 허벅지 위에서 자위를 하며 실타래처럼 엉킨 욕구를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키스를 하다가 녀석의 젖꼭지를 핥기도 하고, 은빛이에게 내 젖꼭지를 빨게 하거나, 포지션을 옮겨서 가슴과 꼭지에 귀두를 파묻고 흔들어보기도 했다.

은빛이도 처음에만 부끄러워했을 뿐이지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시키지 않아도 귀두를 손바닥으로 비벼준다든지 불알을 스을스을 쓰다듬는 등 자발적인 센스를 발휘했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을 텐데, 번식을 향한 인간의 욕구와 본능이란 게 이토록 위대한 것이다.

씽씽걸이 보일러를 어찌나 세게 올려놨는지 우리 둘 다 땀범벅이 되었다.

내 볼따구도 은빛이의 볼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겠지?

무딸지경에 빠진 나는 은빛이의 큐티한 젖꼭지를 정신없이 빨아대면서 고추를 흔들어댔다.

그러기를 수십 여초.

어느 순간 은빛이의 입에서 이제껏 들어본 적 없던 농염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으으으··· 느낌 이상해···.”

“어떤데?”

“온몸이 막 찌릿찌릿거려서 못 참겠어··· 흐으으응······.”

허리가 들리면서 배가 툭툭 떨리는 걸 보니 오르가즘이란 것이 온 것 같다.

단순한 정권 찌르기라도 수 년에 걸쳐 매일 1만 번을 내뻗으면 백식관음의 경지에 오를 수 있듯이, 삽입이나 성기의 마찰 없이 단순한 꼭지 핥기만으로 그곳에 이른 것이다.

나는 멈추지 않고 혀에 블랙모터를 단 듯 좀 더 빠르게 꼭지를 굴려댔다.

녀석은 반쯤 감긴 눈으로 내 뒤통수를 움켜쥐고 어쩔 줄 몰라하며 몸을 베베 꼬았다.

“아으으응···.”

너, 너 이 새끼. 이래도 되는 거냐.

귀엽게만 보이던 은빛이가 성적쾌감에 엉망진창이 된 모습을 보니 묘한 배신감이 느껴진다.

이런 걸 배덕감이라고 하는 건가?

이유 없이 화가 치밀기도 하고 여기에서 좀 더 타락시켜 버리고 싶기도 하고···.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의해 나 역시 대꼴지대로 넘어가 버렸다.

왼손으로 움켜쥔 빈유와 튀어나온 젖꼭지를 혀로 꾸준히 핥으면서 오른손으로는 은빛이의 바지 위에 손을 댔다. 두툼하고 따뜻한 생리대가 느껴진다.

피가 나오든 말든, 마음 같아서는 팬티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맨살을 만져보고 싶지만 참아야겠지.

바지 위로 솟아오른 둔덕과 허벅지 사이를 슥슥 문대는 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은빛이가 통증을 느껴서 멈춰야만 했다.

“오빠, 생리대에 쓸려서 아파···.”

“아··· 미안.”

“아니야. 내가 미안해···.”

피임약 복용을 까먹은 것에 대한 또 한 차례의 사과 이후, 은빛이는 페널티킥을 실축한 공격수처럼 더 열심히 뛰어다녔다.

내가 해준 유두 애무가 기분이 좋았던지 상체를 반쯤 일으켜 세우더니 내 젖꼭지를 깔짝깔짝 핥아댔다. 내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방식 그대로 말이다.

예상치 못한 쾌감에 나 역시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흐···.”

자위를 시작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멈추지 않고 흔들어대고 있는 고추는 더욱 행복해졌다.

지금이 최적기다.

싸야 한다.

통쾌하게 싸버리고 싶다.

지금 타이밍에 싸야지만 자위로 얻을 수 있는 최정점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사정을 향한 손놀림에 박차를 가했다.

―챁챁챁챁챁챁챁챁

“으으으으···.”

오, 온다···.

오긴 오는데, 이걸 어디다 싸야하지?

미리 휴지를 준비했어야 하는데, 은빛이 배 위에 그냥 싸버려야 되나?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건 은빛이의 새초롬한 겨드랑이 틈새였다.

왜 내 눈에는 그곳이 음부에 파인 도끼자국처럼 보이는 걸까.

그, 그렇다면 여기다!

생각과 동시에 행동으로 옮겼다.

은빛이의 겨드랑이를 냉큼 들어 올린 뒤, 귀엽고 매끈하게 파인 작은 웅덩이에 귀두를 밀착시키고 막바지 정액 채취 작업에 들어갔다.

은빛이는 두 눈을 꾹 감은 채 내 행위를 그대로 받아주었다.

―탓탓탓탓탓탓탓!

“으으으으음!”

머리가 멍해지는 쾌감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뽀얗고 끈적끈적한 정액이 겨드랑이 위로 왈칵왈칵 쏟아져 나온다.

바닥에 흐르든 말든 상관없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거리를 벌려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냈다.

불알이 항문 어딘가로 빨려 들어간 것처럼 공허해질 때까지 콱콱 흔들어댔다.

“하아아아···.”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다.

나는 그대로 은빛이의 배에 뺨을 기대며 누웠다.

은빛이는 아직 안 끝났다고 생각하는지 한쪽 팔을 치켜세운 채 눈을 꾹 감고 있었다. 겨드랑이를 가득 덮은 끈끈한 점액질이 바닥으로 즬즬 흐른다.

내가 마지막에 자위를 한 게 두 달 정도 됐으니 두 달 묵은 고농축 정액이다.

“끝났어···?”

“응.”

“나 눈 떠도 돼?”

“누가 감으랬냐.”

“오빠 챙피할까봐···.”

“떠도 돼.”

씨바는 겨드랑이를 타고내리는 정액을 쳐다보다가 이내 손가락으로 휘적휘적거렸다.

“우아··· 욘나 미끄덩거려. 이 안에 정자가 들어있는 거지?”

“응. 자세히 보면 헤엄치는 거 보여.”

“아 진짜?”

보일 리가 있겠냐마는, 인터넷에 웃자고 쓴 개드립도 믿는 씨바색기다.

눈에 힘을 주고 검지에 묻은 정액을 관찰한다.

“오, 이건가?”

“보여?”

“응, 자세히 보니까 몇 마리 보이는 거 같아.”

섹치미 진짜···.

씨바색기는 이 맛에 놀리는 거지.

“아··· 씻어야 되는데 귀찮다···. 등 따시고 배부르니깐 졸리네.”

“오빠 그냥 컴터 방 가서 자. 여긴 내가 치울게.”

“아냐··· 내가 싼 건데 내가 치워야지. 근데 나 혼자 즐겨서 어쩌냐. 미안하다 야.”

“응? 아닌데. 나도 엄청 기분 좋았어. 역시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하려는 이유가 있었네. 좋다···.”

“좋았으면 다행이고.”

“안에 안 넣고도 이 정돈데, 넣으면 대체 얼마나 좋다는 거야?”

“근데 처음 하는 여자들은 아프다던데··· 넣자마자 빼는 사람들도 많대.”

“그러니까 안 아프게 해줘.”

“어?”

“빨간 날 끝나면 오빠가 안 아프게 잘 해달라고. 크리스마스 때쯤 괜찮겠다.”

너무 적극적으로 나오니 오히려 내가 수줍어지네.

나는 말을 돌리며 회피했다.

“기다려, 내가 휴지 가져올게.”

“응.”

뒤처리를 하던 중에 은빛이의 뽀얀 가슴과 겨드랑이에 꽂혀서 자위 플레이를 한 번 더 했다. 이번에는 반대편 겨드랑이에 쌌다.

격렬했던 두 번의 사정 후 은빛이는 컴퓨터 방에서, 나는 내 방에서 따로 잤는데 이불을 깔고 눕자마자 현타가 오지게 왔다.

은빛이의 겨드랑이에 사정을 할 때의 내 포즈와 표정 등을 상상하니까 쪽팔려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분명 할 때는 좋았는데···.

동생처럼 대하던 애한테 대체 뭔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성인남녀라고는 해도, 은빛이가 먼저 설계를 해놓고 꼬셨다고는 해도, 그걸 얼씨구나 하고 받아준 게 옳은 일인지 자괴감이 들어서 잠을 조금 설치기까지 했다.

단순한 현타가 아니었다.

그런 죄책감은 다음날 아침 은빛이를 공항에 태워주고 회사에 출근할 때까지 나를 따라다녔고, 지선경 대표를 만나기 전인 이틀 내내 나를 예민하게 만들었다.

***

“성교하세요. 음경 껍데기가 마모되어 벗겨지고 고환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물고 빨고 삽입하고 흔들고 즐기다가 마지막에는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의 끝내주는 사정을 해버리는 겁니다. 어려울 것 없잖아요?”

처음에는 이상성욕 동호회 같은 건 줄 알았다.

연예계 사모임 중에 별의별 해괴한 모임이 다 있다더니, 이 사람들도 그 중 하나인가 싶었다.

근데 그러기에는 멤버들의 네임밸류가 좀 센데···.

“김윤호 대표님이 성적으로 쾌감을 얻으면 얻을수록 저희가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가 있어요. 그러니 기회가 생길 때마다 섹스해주세요. 그리고 대표님이랑 관계를 맺는 여자들한테도 좋은 거니까 죄책감 같은 건 전혀 느끼실 필요가 없어요.”

아니, 무슨 종교단체인가?

“루루.”

“예!”

“김윤호 대표님이 아직 못 믿는 눈치신데, 한 번 흥분시켜 드릴래?”

“충성충성!”

“아뇨, 잠깐만요··· 읏···.”

세 번째 보라색 소녀

처음에는 지선경과 성귀남이란 남자가 회사로 직접 찾아왔었다.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대화를 할 줄 알았지만 그들은 뜻밖에도 내 능력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스타를 알아보는 아우라와 정보창은 물론이고, 나조차 아직 의미가 불분명한 분홍색 아우라와 음란 상태창의 비밀까지 알고 있었다.

심지어는 ‘차트 역주행’을 통해 한 차례 회귀를 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는데, 그로인해 이 세계의 인과율이 조금 뒤틀려서 조금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은 오늘부터 이것만 명심하시면 돼요. 최대다수의 최대성교.”

최대 뭐요···?

제러미 벤담이 관 뚜껑 박차고 나올 망측한 소리였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놀란 건 지선경의 몸에서 보이는 아우라 때문이었다.

지선경도 분홍색 후광을 뿜고 있었다. 그리고 음란 정보창을 통해 굳이 알고 싶지 않던 그녀의 신체 정보와 성취향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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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지선경

―나이 : 51

―키 : 172cm

―몸무게 : 58kg

―나에 대한 호감도 : A

―성욕 : S

―성 개방지수 : S

―성 판타지 : 거부하는 남자 귀갑 묶기 후 강간하기

―핀 포인트 : 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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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여성 왜곡된 성욕.

······어느 목록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난감하다.

일단 나이가 50이 넘는다는 것에서 한 번 놀랐다. 많아봐야 마흔 초반으로밖에 안 보였는데 관리를 어마어마하게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이고 나발이고 간에 백미는 역시 성 판타지 부분이다.

거부하는 남자 묶어놓고 강간이라니··· 이거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애초에 이렇게 멋진 여자가 섹스를 하자는데 거부할 남자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 실현 가능성이 낮으니까 판타지인가?

***

다음날.

내가 그들을 다시 만난 곳은 예전에 와 본 적이 있던 청담동의 유명 Bar였다.

입구로 들어서자 미모의 여자 매니저가 먼저 아는 척을 하며 나를 반긴다.

나 역시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성형 티가 살짝 나긴 해도― 키가 크고 늘씬해서 한 번 보면 좀처럼 잊기 힘든 미모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전에 이곳을 찾았던 나는 엔터 대표도 아니고 스타 매니저도 아닌 일개 회사원이었는데 그녀가 나를 기억하고 있던 건 조금 의외였다.

그리고 지선경에 이어 그녀의 몸에서도 분홍색 아우라가 보였다.

이틀 사이에 두 명이나.

이거 뭔가 심상치 않은데···.

“예전에 제희랑 오셨었죠? 그때가 2017년 봄이었나?”

“예, 맞아요. 정확히 기억하시네요.”

“대표님이 워낙에 잘생기셨잖아요.”

“아이고, 아닙니다···.”

“TV에 나오시는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 기억으로는 그때 건설회사 다니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맞죠?”

“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그녀는 싱긋 웃으며 손짓했다.

“이쪽으로 모실게요.” 

“예, 감사합니다.”

내가 무슨 용무로 왔는지 말을 안했는데도 알아서 안내를 해주는 걸 보니 지선경이 미리 와 있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거 큰일이네.

요즘 무슨 발정이라도 난건지, 나도 모르게 여자의 몸매를 관찰하는 나쁜 버릇이 생겼다.

한 발 앞서 걸어가는 매니저가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좌우로 탄력 있게 일렁이는 엉덩이 윤곽을 대놓고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미인을 보면 눈길이 가는 게 당연하다고는 해도, 단순히 예뻐서가 아니라 음란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 여자의 겨드랑이는 깨끗할까, 음모는 어떤 모양새로 성겨있을까, 이런 것들 말이다.

내가 야한 생각을 품고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그녀의 음란 정보창이 떴다.

나이는 나와 동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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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강인영

―나이 : 37

―키 : 170cm

―몸무게 : 56kg

―나에 대한 호감도 : B

―성욕 : S

―성 개방지수 : S

―성 판타지 : 야외 노출, 공공장소 성교.

―핀 포인트 : 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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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여성 왜곡된 성욕 pt.2

······대체 이 세상의 성 의식이 어디까지 떨어진 걸까.

지선경의 역강간만큼 충격적이진 않았지만, 고급스러운 외모와 말투 안에 숨겨진 성 취향을 보고 나니 지금까지 금욕적으로 살아온 내 삶이 원망스러워지기까지 했다.

게다가 성감대가 전신이라니······.

다들 이렇게 즐기고 사는 거야?

그동안 나만 병신이었어?

―똑똑

“손님 들어가십니다.”

“예, 들어오세요.”

강인영의 안내를 받고 들어간 룸은 그야말로 핑크빛의 향연이었다.

10명이 넘는 남녀가 디귿자 형태의 테이블에 빙 둘러서 앉아 있었는데, 여자들은 모두 분홍색 아우라를 가지고 있었다.

어제 봤던 지선경과 성귀남 외에도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VNF의 하연과 은솔, 배우 김인나, 그리고 GBG 1군 걸그룹 중 내가 유일하게 실물을 보지 못했던 루루였다.

이 모임의 리더처럼 보이는 지선경이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소개를 시작했다.

“일단 인사부터 할까요? 김윤호 대표님이야 워낙 유명하시니까 패스하고. 저희 멤버들 소개해 드릴게요. 이쪽은 고오환.”

“반갑습니다, 대표님. 고오환입니다.”

“예, 반갑습니다. 김윤호라고 합니다.” 

20대 중반의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의 옆에 앉아있던 남자애가 툭 튀어나오며 발랄하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고추선이라고 합니다. 그냥 고추라고 불러주세요. 저 뮤노님 팬이에요. 그림자의 빛 다 봤어요.”

“아, 예. 감사합니다.”

이름과 얼굴 생김새가 고오환과 비슷한 것 같아 물어보니 형제라고 한다.

고오환, 고추선이라니···.

이름 지은 사람 나와.

지선경이 덧붙였다.

“오환이랑 추선이는 미래에서 왔어요.”

“예···?”

“종합섹투기와 성기도라는 미래 무술을 기반으로 하는 공격형 퍽커예요.”

“아······.”

이 대목부터 생각하기를 포기했던 것 같다.

나부터가 남들이 못 보는 아우라와 정보창을 보고 심지어는 회귀까지 했던 주제에, 그들이 가진 초자연적 능력과 배경을 듣고 있노라니 정신이 멍해졌다.

그들은 자신들을 일컬어 ‘퍽커(Fucker)’라 불렀고, 내가 ‘음란한 정보창’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퍽 스크린(Fuck screen)’이라고 했다.

한국말로 풀이하면 ‘씹창’이란다.

됐고.

미라클 존슨이라는 흑인 브로를 마지막으로 통성명이 끝난 뒤, 지선경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제 얘기 했던 ‘최대다수의 최대성교’에서 좀 더 심도 깊게 들어갔다.

그들은 왜 나에게 그토록 섹스를 강조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저희는 지금 반인족이라는 애들이랑 싸우고 있어요. 걔들의 목표는 지구에서 인간을 멸종시키는 거고요.”

“아···.”

그렇단다.

어떻게 대꾸를 해야 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아서 그냥 듣기만 했다.

내가 아우라와 정보창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인 ‘퍽커’였기 때문이란다.

내 능력은 일종의 ‘광역 버프’였다.

내가 섹스를 할 때마다 퍽커들에게 힘이 되는 이로운 에너지가 발산된다고 한다.

게임으로 치면 힐러 같은 건데, 그냥 평범한 힐러가 아니라 게임의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먼치킨 만랩 개씹 OP 히든 힐러라며 칭송했다.

“김윤호 대표님이 성적으로 쾌감을 느낄 때마다 발산되는 버프가 우리나라 전체에 있는 퍽커들한테 적용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완전 사기적인 능력이죠.”

내 능력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VNF의 하연이었다.

업키걸이 신인 시절에 하연, 은솔과 함께 촬영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전부터 나를 눈여겨보다가 작가한테 직접 부탁을 해서 미팅 스케줄을 짰던 것이다.

하연이 직접 설명을 해줬다.

“업키걸 멤버들이랑 뮤노 대표님의 섹슈얼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99% 일치로 나와요.”

“그게 뭔데요?”

“속궁합 같은 거예요.”

“아···.”

그래서 내가 요나랑 할 때 그렇게 좋았던 건가.

삽입은 하지 않았지만 은빛이랑 할 때도 정신이 나갈 정도로 좋았고···.

“그럼 분홍색 아우라는 뭔가요.”

지선경이 대답했다.

“아우라라는 게 대표님한테만 보이는 거라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업키걸 멤버들이랑 여기 있는 여자들한테만 보인다는 걸 보면 아마 대표님의 능력을 최대치로 올려주는 파트너의 표시가 아닌가 싶어요.”

말인즉슨, 분홍색 아우라를 가진 여자들과 스킨십을 하면 내 버프 능력이 극대화 된다는 것이다.

하연이 말한 속궁합. 뭐 그런 거.

“대표님.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희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에요. 그러니 인류를 위해서 지치지 말고 성교해주세요.”

“저기··· 제가 회귀한 것 때문에 인과가 바뀌었다고 하셨는데 그 말은 뭔가요?”

“아. 최고위험으로 분류된 숙주 반인족이 하나 있거든요. 저희가 잡을 기회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대표님이 회귀를 하시는 바람에 평행세계끼리의 인과율이 살짝 뒤틀렸어요. 결국 놓쳤고요.”

“그렇군요···.”

하다하다 이제는 평행세계까지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애써 부정하고 싶은데 정황상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설령 말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이야기들을 그들은 전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표정이 영 탐탁치 않았나보다.

내 능력을 확인시켜주겠다면서, 지선경이 루루에게 나를 흥분시키라고 지시했다.

“충성충성!”

“아뇨, 잠깐만요··· 읏···.”

나는 디귿자 테이블의 가장 자리에 앉아 있었다.

루루는 내 맞은편이었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서더니 양손을 등 뒤로 가져갔다. 그것은 분명 브래지어 훅을 푸는 동작이었다.

그러더니 내 허벅지 위로 마주보며 올라타고는 곧장 키스를 하며 내 손을 자신의 블라우스 밑으로 가져갔다.

아찔하다.

당연히 뿌리쳐야 하는데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차마 거부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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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루루

―나이 : 21

―키 : 165cm

―몸무게 : 58kg

―나에 대한 호감도 : A

―성욕 : S

―성 개방지수 : S

―성 판타지 : 죽음 일보직전까지 내몰리는 하드코어 SM플레이

―핀 포인트 : 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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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이건 또 무슨 미친 성 취향이냐.

아무리 판타지라지만 해도 너무 하잖아.

루루가 누구던가.

100명의 걸그룹 지망생이 참가한 최초의 걸그룹 오디션에서 중국인이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하며 ‘대륙의 센터’라는 별명을 얻은 아이다.

그 오디션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KBG15에서 1년간 활동을 하며 대세 반열에 올랐고, 몇 달 전에는 도로시라는 6인조 그룹으로 데뷔해 고작 2주 만에 음원과 음방에서 1위를 하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그런 루루가.

대륙급 미모와 글래머러스한 몸매, 리듬체조 유스 출신다운 유연한 몸과 아크로바틱 덤블링을 트레이드마크로 예능과 CF계를 휩쓸며 ‘루덕 신드롬’을 일으켰던 루루가!

죽음 일보직전까지 내몰리는 하드코어 섹스를 꿈꾸는 것도 모자라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서 스스로 가슴을 오픈하고 키스를 퍼붓고 있다니···.

우리홍 이전에 ‘살 빼지마’류 피지컬 아이돌계의 대표주자였던 루루의 가슴은 가히 명불허젖이었다.

내 비록 얼어붙어서 제대로 만지지 못하고 있고 옷에 가려져서 그 젖태를 확인할 수도 없었지만, 단순히 손이 얹어진 것만으로도 슴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불과 며칠 전 은빛이의 빈유를 보며 ‘가슴은 사이즈가 아니라 비율과 꼭지 색깔이다’라고 입을 놀렸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그것은 큰 가슴을 만져보지 않고 경솔하게 내뱉었던 경험 부족의 오류이자 젖 빠는 소리였다.

생전 경차만 타던 사람은 경차의 불편함을 모르지만, 롤스로이스를 타다가 스파크를 타게 되면 비로소 그 차이를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거유를 만져보고 나서야 작은 가슴이 얼마나 사람을 비굴하게 만드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가슴은 큰 게 최고다.

보기에도 좋고 만지기에도 좋다.

거유만세. 만만세.

용기를 내어 풍만한 유체를 와락 쥐어보았다.

―울컹

아아― 이것이 거유의 촉감이라는 것이다.

손안에 착 감기던 씨바젖과는 달리, 한계치까지 채워 넣은 물풍선처럼 뭐가 막 옆으로 삐져나오려고 한다.

가슴골 사이에 코를 처박은 뒤 양쪽 가슴으로 뺨을 처대면서 웁파붑파 입바람을 불어넣고 싶다.

남자의 로망 중 하나인 파이즈리도 가능하겠지.

“대표님, 저희 한 번만 봐주세요.”

루루의 키스&참거유 공격에 잠시 달나라로 떠났던 나를 현실로 되돌리는 지선경의 목소리였다.

나는 움찔 놀라 눈을 떴다.

그러자 눈앞에 진귀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사람들의 몸에서 마치 북극의 오로라 같은 형형색색의 빛의 파장이 넘실대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 같이 광채가 흘렀고 몇 몇 여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하아하아 밭은 날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달콤한 애무라도 받는 것처럼 말이다.

나와 포개져 있는 루루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특유의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다. 

“아으으, 루루의 뽀찌가 짜릿짜릿 함미다. 김뮤노 댑표님의 주니어한테 언만진창으로 당하고 시퍼요. 넣어주세요.”

넣긴 뭘 넣어.

역시나 볼이 발그레 달아올라 더욱 농염해진 지선경이 말을 이었다.

“저희는 지금 김윤호 대표님이 뿜어내는 쾌감 에너지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중이에요. 하아··· 클리토리스가 기분 좋게 움찔거리고 유두가 찌릿찌릿거리네요. 오르가즘과 비슷한 이 느낌이 바로 대표님이 저희에게 불어넣는 버프의 영향이에요. 아, 맛있어···.”

예···?

“반인족과 일선에서 싸워야 하는 저희와 달리, 대표님은 최대한 정체를 감추셔야 돼요. 걔들이 대표님의 존재를 알게 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저희와 접촉도 피해야 할 거예요. 저희 쪽에서 보지가드··· 아 죄송합니다. 보디가드 겸 비서를 한 명 붙여드릴 테니까···.”

설마 저 거구의 흑인 브로는 아니죠?

―똑똑

“아, 왔나보네요. 들어와.”

지선경이 보디가드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이곳에 있는 하연과 은솔, 루루만큼이나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였다.

움찔.

나는 루루에게서 입술을 떼고 녀석의 아우라를 자세하게 살폈다.

사실 자세하게 살필 것도 없다.

저 보라색 아우라는 절대 다른 색깔과 헷갈릴 수가 없으니까.

라희와 망란이 이후 1년 반 만에 나타난 2기 세 번째 보라색 소녀였다.

“이런 추한 꼴 보여 드려서 죄송합니다. 일이 늦게 끝나서 옷을 못 갈아입고 왔어요.”

그러기에는 너무 예쁜데···.

세 번째 보라색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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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호/이름 : 지망생 백지민

―생년월일 : 1999년 10월23일

―신장/몸무게 : 167cm/50kg

―혈액형 : B

―소속 : 없음

―추천 분야 : 걸그룹

―기초 트레이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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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난 Pt.2 세 번째 보라색 아우라의 소녀.

마치 입술에만 효과를 준 것처럼, 깨끗하고 하얀 피부 톤위로 강조된 빨간 입술이 시선을 잡아끈다.

내가 지민에게 느낀 첫 인상은 ‘묘하다’였다.

숏 컷이라기엔 약간 길고, 단발머리라기엔 약간 애매한 길이의 ―그냥 숏발이라고 하자― 숏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아이였는데, 한 가지 이미지로 형용할 수 없는 다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정적이면서 역동적이고 발랄하면서도 쓸쓸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보이시하며 청순하면서도 퇴폐적이다.

근데 일이 늦게 끝나서 옷을 못 갈아입고 왔다는데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분명 요즘 같은 겨울에 입을만한 옷차림은 아니었다.

시스루 레이스 재질의 타이트한 브라우스와 무릎 위로 올라간 플레어스커트 모두 밝은색 계열의 파스텔 톤이다.

신발 역시 하얀색 여름용 샌들 힐에 발목 부분이 레이스로 된 양말을 신었다.

일단 외모로는 합격.

비주얼 멤버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단순한 비서라면 모를까, 이런 여자애가 보디가드라니?

무슨 살인기술이라도 배웠나?

뭐 보디가드든 비서든 이제는 상관 없지.

보라색 아우라 하나만으로도 내 곁에 둬야할 명분이 생긴 거니까.

“미오야, 김윤호 대표님한테 인사드려. 앞으로 니가 모셔야 될 분이야.”

가명을 쓰나보다.

백지민이라는 본명보다는 미오라는 이름이 녀석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꼴이 우습다.

루루가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 있는 와중에 인사라니.

룸 구조도 그렇고, 꼭 업소에서 아가씨 초이스하는 것 같잖아···.

“저희가 김윤호 대표님을 직접 만나는 건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 될 거예요. 앞으로 궁금하신 점이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미오가 해결해드릴 겁니다.”

미오가 합류한 이후 모임은 20분 가량 이어졌다.

―반인족 3줄 요약.

1. 지구에서 인간을 멸종시키기 위해 나타난 인간과 똑같이 생긴 신인류.

2. 섹스를 통해 생식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성병을 퍼뜨리는 소프트 타입부터 강간과 살인을 즐기는 하드 타입까지 종류가 다양하며, 이미 사회 곳곳에 파고들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3. 정부에서도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 2년 전부터 퍽커와 정부가 비밀 합동본부를 꾸려 전국적인 작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내가 고추에 불을 켜고 섹스를 해야만 하는 이유 3줄 요약.

1. 목숨 걸고 반인족과 싸우고 있는 퍽커들에게 버프를 걸어 준다.

2. 나와 섹스를 하는 여자들은 반인족의 불임공격에 면역력이 생긴다.

3. 나는 비록 모르고 한 일이었지만, 내 회귀로 인해 위험한 반인족 하나를 놓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이건가요?”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물어보자 성귀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방과 후 보충수업을 해주는 선생님 같은 태도로 덧붙인다.

“근데 섹스를 해야 하는 이유가 너무 거창하신데요.”

“예?”

“우리가 밥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에 굳이 이유를 붙이진 않잖아요. 그것들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이자 자연스러운 욕구고, 그걸 안 하면 죽기 때문에 하는 거죠. 성교도 마찬가지예요. 아니, 남녀가 성교를 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인간은 원래 자연스럽게 성교를 하고 사는데요. 일상의 한 부분 아닌가요?”

“아··· 예, 뭐···. 근데 섹스를 안 한다고 죽지는 않잖아요.”

“아뇨, 죽어요. 섹스 이즈 마이 라이프.”

“예···.”

그가 워낙 자신 있게 대답하는 바람에 기세에서 밀려 수긍을 해버렸다.

지선경이 대단원의 막을 알리며 결론을 내린다.

“연예인처럼 대중 앞에 보여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인에 비해서 ‘차밍 포인트’가 더 강합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연예인들과 성교해주세요. 김윤호 대표님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서요.”

차밍 포인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 와서 모르는 게 한두 가지냐.

뉘앙스로 미뤄 마나나 경험치 같은 거겠지.

“다들 바쁘실 텐데 그만 일어나죠.”

“수고하셨습니다.”

“추선, 가자.”

“응.”

퍽커들은 내게 작별 인사를 하며 하나 둘씩 룸을 벗어났다.

“김윤호 대표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섹스!”

“예.”

“가볍게 1일1섹 정도만 하셔도 저희에게 큰 도움이 돼요.”

“예···.”

“잦이봊이해피섹스입니다.”

“예······.”

지선경과 그녀의 보디가드라는 미라클 존슨, 그리고 미오만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가운데 기묘했던 모임은 그렇게 끝이 났다.

나는 지선경에게 물었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내 능력이 모두 오픈됐으니 솔직하게 물어보는 게 낫겠지.

“미오 씨한테 보라색 아우라가 보여요. 그 말은 제가 새로 제작하는 걸그룹 멤버가 돼야 된다는 뜻인데 괜찮을까요? 저희 회사에 연습생으로 들어와서 트레이닝을 받아야 될 것 같은데···.”

“걸그룹이요?”

너무 뜬금포였는지 지선경과 미오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예. 저도 당황스럽긴 한데, 보라색 아우라가 나타난 이상 선택지가 없거든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지선경은 시원하게 미소 지으며 어리둥절한 미오의 어깨를 격려하듯 두드렸다.

“미오, 파이팅!”

“예? 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걸그룹은 아닌 것 같은데요···.”

“아냐,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어디까지 올라가나 한 번 보자. 언니가 응원할게. 큭큭큭.”

나는 지선경과도 인사를 나눈 뒤 미오를 데리고 인근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호구조사 정도는 거쳐야지.

“99년생이면 은빛이랑 동갑이네요. 제가 말 편하게 해도 되죠?”

“예, 편하게 하세요 대표님.”

여자치고는 중저음의 목소리다.

허스키한 쇳소리까지 조금 섞여있어서 잘만 다듬으면 매력적인 보컬이 될 것 같다.

“내가 누군지는 알지?”

“예. YH엔터테인먼트 대표님이요. 그리고 업키걸 매니저셨고, 저희 퍽커들한테 되게 중요한 분이시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너도 그거야? 퍽커···?”

“예. 저는 반인족을 육안으로 알아볼 수 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종합격투기 체육관 관장님이셔서 어렸을 때부터 격투기 배웠고요. 아마 대회에서 우승도 몇 번 했어요.”

보디가드라고 했던 이유가 있었네.

너도 강한 여성이구나.

그럼 그들처럼 성욕도 왜곡됐겠지.

미오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저희 아버지는 3년 전에 반인족한테 돌아가셨어요.”

“아··· 그랬구나···.”

“살해 직전까지 강간을 당하셔서 내장이 다 파열됐어요. 게이 타입 반인족이었거든요.”

미치겠네, 진짜···.

이쪽 주제로만 넘어오면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잠깐 틈을 둔 뒤 화제를 전환했다.

“지선경 대표님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아까 보니까 사장님이라고 하던데.”

“제 직속 사장님은 아닌데 그냥 그렇게 불러요. 저희 원래 사장님은 성귀남 사장님이에요.”

아, 그 인간.

미남미녀들만 모여 있던 퍽커 모임의 유일한 추남.

하지만 능력 면에 있어서는 나보다 더 먼치킨이라고 했지.

“어떤 회사야?”

“이미지 클럽이요.”

“이미지 클럽······ 이 뭐지?”

“혹시 페티쉬 클럽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제발···.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쪽이 아니길···.

“코스프레 플레이랑 상황극 플레이로 손님들 욕구를 풀어주는 업소예요.”

맞구나.

내가 생각하는 그쪽.

“너는 거기서 뭐하는데.”

“매니저예요.”

“아, 니가 직접 하는 건 아니고?”

“아뇨, 제가 직접 해요. 거기서는 그걸 매니저라고 해요.”

획기적이야, 신선해, 늘 새로운 시련이야.

신을 만나면 신을 죽이고 싶다.

“성관계도 해···?”

“아뇨. 삽입은 안 되고 마무리는 핸드잡이나 풋잡 같은 유사 플레이로 끝내요.”

“···그걸 니가 직접 한다는 말이지?”

“예. 백 프로 멤버십 예약제로 운영이 되는데, 오늘 마지막에 받은 손님이 여친이랑 벚꽃 놀이 가는 상황극을 원해서 꼴이 이래요.”

벚꽃 놀이든 벗고 놀이든 관심 없고.

마약돌에 이어서 이번에는 업소돌이냐.

아주 시발, 이쯤 되니 남은 두 명은 대체 어떤 놈들인지 슬슬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멤버십 예약제라는 말은 아무나 못 들어간다는 얘기지?”

“예. 대부분 상류층 고객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정재계 쪽 영감님들도 많이 오시고 사자 들어가는 사람들이나 연예인도 많이 와서 보안유지는 필수예요.”

혼란하다 혼란해.

보안유지 필수 부분에서 기뻐하면 되는 건가.

“그래, 그 얘기는 그만하고 이제 현실적인 얘기를 좀 해볼까?”

물론 아우라니 뭐니 하는 것도 충분히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퍽커랑 반인족, 이미지 클럽에 비하면 양반이지.

“아까도 말했지만, 너한테 보라색 아우라가 나타난 이상, 다른 보라색 애들이랑 걸그룹으로 데뷔를 해야 되거든. 근데 아이돌 쪽은 아예 관심이 없어?”

“뭐 지금 하는 일보다는 당연히 연예인이 낫긴 하죠. 연기는 한번 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근데 걸그룹은 좀 쌩뚱 맞네요.”

“노래랑 춤은 아예 못 해?”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죠.”

“뭐 그거는 트레이닝으로 커버되는 부분이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미오는 잠시 대화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생각의 정리가 필요했다.

업키걸을 포함해 지금까지 나타났던 7명의 보라돌이들은 전부 가수 지망생이었는데 미오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성공가능성이 있으니 보라색으로 나타난 거겠지.

잠시 뒤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지선경 사장님한테 저에 대해서 얘기 들으셨어요?”

“아까 너 들어왔을 때 그때 막 얘기 나오던 참이었어. 보디가드 한 명 붙여주신다고 하던데.”

“아··· 그러셨구나. 그럼 아까 사장님이 장난치신 거네요. 대표님은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신 거고요.”

“응? 무슨 장난?”

“저 여자 아니라 남잔데요.”

“어···?”

“저 남자예요. 여장은 돈 벌려고 하는 거고요.”

아 씨발 뒷골 땡겨.

사람이 충격을 받으면 이런 테크로 골로 가는 거구나.

“니가 남자라고?”

“예.”

“······.”

“······.”

“트랜스젠더, 뭐 그런 거?”

“아뇨. 그냥 남자요. 몸도 마음도 남자.”

“······.”

“······.”

“아닌데. 암만 봐도 여잔데. 너 진짜 예뻐.”

“큭큭, 바지 벗어볼까요?”

“고추 달렸어?”

“예.”

“여자랑 관련된 수술이나 그런 거 전혀 안 했다고?”

풍만하게 솟은 가슴을 쳐다보며 묻자 실리콘 패드 뽕이란다.

“그러니까··· 돈을 벌려고 여장을 하고 이미지 클럽에서 일을 한단 말이지?”

“예.”

“돈 벌려고 아저씨들 대딸을 해준다고?”

“예. 근데 아저씨 말고 젊은 남자들도 많이 와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거부감 안 들어?”

“가끔 자괴감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마인드 컨트롤하죠.”

“그게 돼?”

“예. 소 젖 짜는 거나 정화조 청소하는 것처럼 조금 독특한 노동으로 생각하면 편해요.”

남자의 몸과 마음으로 남자들의 정액을 짜는 것과 소 젖 짜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감이 있긴 한데, 뭐, 본인이 괜찮다고 하니 할 말은 없다.

나는 혹시나 해서 녀석의 정보창을 열어 ‘추천분야’ 목록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봤다.

―추천 분야 : 걸그룹

정보창 이 시팔 새끼야···.

진짜 이럴래?

불알이든 뭐든 예쁘면 장땡이다 이거야?

안 되겠다.

오늘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이 초과된 것 같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 극현실의 향취를 일깨워줄 수 있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다.

그래, 본가로 가서 씽씽걸의 잔소리를 듣는 거야. 엄마의 잔소리야 말로 극현실주의의 표본이지.

아니면 형네 집으로 가서 안율이의 ‘삼촌 장가가세요’를 듣는 것도 효과적이겠다.

어디가 됐든지 여기만 아니면 된다.

“너 집 어디야?”

“논현초 앞이요.”

“가깝네. 안 데려다 줘도 되지? 남자잖아.”

“예.”

“오늘은 내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안 되겠다. 내가 내일 다시 연락할게. 전화기 줘, 번호 찍어줄게.”

“옙.”

녀석과 전화번호를 교환한 뒤 이름을 저장하려는데 내 현실감각을 일깨워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립밤 티나 [대표님 늦어도 상관없으니까 볼 일 다 보시면 연락하세요. 저 행사 끝나고 강남 넘어왔어요]

4인조 섹시 걸그룹 립밤의 리더 티나.

원래 오늘 저녁은 그녀와 약속이 잡혀 있었다.

밥이나 먹자면서 먼저 연락이 왔었는데, 아마 립밤의 계약 문제 때문에 자문을 구하려는 것 같다.

나 [잘 됐네요. 저 지금 청담동에서 업무 끝났는데 제가 티나씨 있는 데로 갈게요. 어디로 가면 돼요?]

립밤 티나 [지금 강남역에서 멤버들 내려주고 있어요]

나 [그럼 20분 뒤에 강남역 앞에 가서 전화할게요]

20분 뒤.

강남역 인근에 주차를 하고 잠시 지나는 행인들을 보고 있노라니 태양계 너머로 떠났던 현실감각이 돌아오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티나를 만나자마자 다시 정신이 멍해졌다.

그녀에게서 분홍색 아우라와 함께 씹창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웬만하면 연락도 하지 말자던 지선경에게 메시지가 왔다.

지선경 대표 [이태원에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반인족 3명이 동시에 뜬다는 정보가 들어왔어요. 오늘 밤 안에 처리를 해야 되는데 아무래도 대표님이 도와주셔야 될 것 같아요. 인류를 위해 새벽 2시 전까지 성교 1회 부탁드립니다. 파트너가 분홍색 아우라라면 금상첨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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