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228화 (228/234)

< 76화 종말의 서막 >

육신이 점차 투명해지며 사라지고 있는 적미노선.

그 역시도 이런 상황을 각오하고 있었는지 두려움은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노부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일 각오였다.

설사 혼조차 남지 않아 영멸할 지언정 종말을 막을 수만 있다면 선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노라 자부할 수 있었다.

-스스스스!

점차 몸이 투명해져갔다.

아직 모든 것을 사실을 다 밝히지 못한 적미노선이 다급하게 말했다.

“그것은 진리를 깨닫고 순리에 의해서 탄생하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네. 하늘의 왕과 만물을 증오하는 살의, 그리고 생명체의 연산 능력을 능가하는 기계, 그리고 수많은 복합적인 것들이 하나가 되

어 인위적으로 탄생하네.”

적미노선의 말에 천여운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정보들.

만물을 증오하는 살의는 천살성을 의미한다.

그리고 생명체의 연산 능력을 능가하는 기계는 분명 인공지능 마신일 것이다.

한데 하늘의 왕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늘의 왕......천왕.......’

천여운의 두 눈이 커졌다.

그가 알고 있는 천왕은 천족들의 왕을 뜻한다.

‘탈리샤!’

천족들의 왕이 맞다면 분명 탈리샤를 의미하는 것이 확실했다.

MS그룹이 탄생시키려 하는 신적인 존재에 어째서 천족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탈리샤가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아!’

천여운의 머릿속으로 고스트로 만들었던 천족의 기억을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대체 언제까지 6대 탈리샤님의 존체를 찾는 일에 매달려야 한단 말인가. 아리샤에 집착하다가 사라지신 분이 이 작은 행성에 정말 있는 것일까?]

천족들은 분명 사라진 탈리샤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를 떠올리자 지금까지 천여운이 찾았던 정보들이 맞물리듯이 연결되어 갔다.

무모의 존재들의 등 뒤에 돌출된 날개뼈.

그리고,

[쿨럭......초유신.....제발....정신 차려라. 그것은 인간과는 완전히...쿨럭....다르다. 그것에 전뇌화를 시도하는건 미친....]

후손 천무성이 죽어가면서 했던 그 말.

초유신과 인공지능 마신이 찾았다는 그것.

적미노선이 말하는 천기누설과 이 모든 기억들이 연결 지어지며 천여운은 머릿속에 해답이 그려졌다.

‘그것이 탈리샤로구나.’

그들이 찾아낸 것이 바로 탈리샤일 것이다.

마왕이었던 천마 조사와 동수를 나눴다는 천족 최강의 존재.

그 존재를 통해서 MS 그룹은 인공신(人工神)을 탄생시키려고 하는 것이었다.

사라져가는 적미노선이 힘겹게 말했다.

“최악의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그 존재는 종말의 신이나 다름없네. 원래는 노부가 해결하려고 했으나......이제 그것을 해결할 유일한 희망은 오직 자네일세.”

적미노선이 바라보는 눈빛.

그것은 천여운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었다.

“쓸데없는 기대심이다.”

정의로써 움직이는 천여운이 아니었다.

“노부는 계속 생각했네. 어째서 인과를 벗어난 그대가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

“그건......”

천여운이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단순한 사고에 불과했다.

정말 공교롭게 벌어진 사고에 휘말려 이 시간의 축으로 떨어졌다.

‘단순한 사고에........’

그러나 천여운의 머릿속 한 편에서 인과를 그리고 있었다.

이 시간의 축은 그 자신, 마신 천여운이 사라지면서 탄생한 세상이다.

천여운이 사라지면서 후손 천무성의 손에 의해 인공지능 마신이 탄생했고, 극도육무문을 없앤 절대자 천여운을 목표로 삼은 천살성 초유신이 그 마수를 드러냈다.

“자네가 인과에 벗어났다고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운명으로 돌아가네. 노부는 자네가 이 세상에 나타난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하네.”

“운명......”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뜨거움이 있으면 차가움이 있듯이 모든 현상에는 반대적인 대항마가 존재하는 법일세.”

‘대항마라.....’

천여운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적미노선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것은 무게를 더해갔다.

마치 자신이 이 시간의 축으로 떨어진 것이 단순히 벌어진 게 아니라 운명이 그 자신에게 모든 일을 수습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을 내가 수습하라는 건가.’

우연과 우연이 거듭되면 운명이라 했던가.

이 세상에 떨어지면서 천여운에게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하나의 결착으로 모여들었다.

그 결착 속에는 종말이 걸려 있었다.

-스스스스!

적미노선의 몸이 완전히 투명하게 변해갔다.

‘혼란스러워하는 건가.’

아무 말이 없는 천여운의 모습에 적미노선은 그가 심적 혼란을 겪는다고 여겼다.

누구라도 이 무게감을 겪게 된다면 그럴 거라 생각됐다.

사라져가는 그가 진심을 담아서 마지막 말을 했다.

“하아.....하아.....부디 자네에게 주어진 운명의 업을 외면하지 말아주게. 노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네가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 말을 끝으로 적미노선의 몸이 입자처럼 흩어지려 했다.

사실 적미노선은 차마 못한 말이 있었다.

인과에서 벗어난 천여운이 유일한 희망이기는 했지만 종말의 업이라는 것은 한 개인의 힘으로 바꾸기에는 천재지변과도 같은 일이었다.

아무리 강해졌다고 하나 천여운은 일개 인간이었고 그 종말은 신(神) 그 자체였다.

‘......일푼....아니 일리라도 세상에 희망이 남아있다는 것을 자네가 보여줬으면 하네.’

흩어져가는 적미노선이 안타까운 눈빛으로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그때 묵묵부답이었던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그와 동시에 천여운이 앞으로 손을 뻗었다.

입자로 흩어져가는 적미노선이 있던 곳에 집어넣은 천여운의 손에서 검은 빛이 응집하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우우!

어둠이면서 빛을 내는 알 수 없는 힘이 소용돌이 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흩어지던 적미노선의 입자가 모여드는 것이 아닌가.

‘!?’

자신의 영멸을 받아들이고 사라지고 있던 적미노선이 경악으로 두 눈이 커졌다.

투명해지는 현상은 존재 자체가 사라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천여운의 손에서 일어난 저 혼돈과도 같은 힘에 의해 이 모든 인과율이 엉키고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적미노선은 이 현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자신의 육신이 천여운처럼 인과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스르륵!

이윽고 그의 육신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왔다.

적미노선이 믿기지 않는지 말을 더듬었다.

“자, 자네......이 힘은 대체?”

그런 적미노선의 목을 천여운이 움켜쥐었다.

-꽉!

“켁!”

“내게 세상의 운명이니, 업이니 그딴 소리 지껄이지 마라.”

“이, 이 손 놓고....”

“종말? 인공신? 내 앞길을 막는 자는 그저 벨뿐이다.”

혼란스러움 따위는 없었다.

여전히 오만함을 잃지 않은 천여운의 모습에 적미노선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강한 정신을 가진 자는 ‘그’ 이외 처음이다.

‘과연 그 자의 후예답구나.’

-팍!

천여운이 거칠게 그를 집어 던졌다.

그리고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감성팔이를 한 대가는 나중에 치르도록 하지. 이것부터 해결하고!”

“그, 그게 무슨?”

-팟!

그때 천여운의 신형이 지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떨어졌다.

그 모습에 적미노선이 의의해하다가 놀라워했다.

그에게 진실을 이야기하고 영멸될 것을 각오했기에 미처 이곳이 어딘지 파악하지 못했던 그였다.

‘여긴가?’

황량한 폐허와도 같은 지상.

그 밑에서 엄청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허허허......정말 자넨.”

천여운이 이동해온 상공은 바로 고스트가 된 인이 밝힌 데이터 이전 장소였다.

그 장소는 세상을 종말로 이끌 인공신이 탄생할 곳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는 천여운의 뒷모습.

지상을 파고들 기세였다.

적미노선이 그 모습에 탄성을 흘렸다.

‘그래. 그것도 하나의 정답이 될 수 있겠군. 인공신이 탄생하기 전에 해결한다면 종말을 막을 수 있을 걸....’

-쾅!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의 발이 황량한 지상을 뚫고 들어갔다.

아마도 지하에 그들의 기지가 있으리라.

그렇게 여기고 있는 찰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대지에서 붉은 빛이 흘러나오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아닛?’

-화르르르르르르륵!

엄청난 폭염이 적미노선이 떠있는 상공까지 치솟으며 온 사방을 휩쓸었다.

폭발의 반경은 자그마치 장장 5km에 이르렀다.

그 위력은 사라진 현대 최악의 무기인 핵폭발에 버금갔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앙!

이 엄청난 폭발의 반경에 있던 모든 것이 증발해버렸고, 그로인해 생긴 초 고온의 열 덩어리가 주변의 산소를 빨아들이면서 장장 50km 범위 모든 것을 폭풍으로 날려버렸다.

-쿠르르르르르!

그렇게 뻗어나간 여파는 수많은 여진을 일으키며 근방에 위치하고 있는 다섯 개 도시의 방벽과 건물들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상 최악의 폭발에 중화 정부뿐만 아니라, 모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를 앞 다퉜다.

*  *  *

대폭발이 일어난 시점.

수많은 기기들이 가득한 기지 내부에서 탐지기 앞에 앉아 있던 중년의 여인이 입 꼬리를 올리며 흥분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마신멸살 작전......”

“성공인가? 해!”

그런 그녀의 뒤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흰 연구복을 입은 중년의 사내가 기대감으로 고조되어 물었다.

해라고 불린 중년의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이에요. 술(戌). 마신이 디트로이드에 완벽하게 걸려들었어요. 그는 절대로 살아날 수 없어요.”

“좋았어!”

그녀의 확답에 술이라 불린 사내가 주먹을 쥐고서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이 기다렸던 소식이었다.

자신들을 키워준 주군 초유신의 복수를 달성한 것이다.

“수고했다. 해. 정말 수고했어.”

“이 모든 게 A의 완벽한 복안이었어요.”

그녀가 전원이 꺼져 있는 슈퍼 컴퓨터의 본체를 쳐다보았다.

불과 한 시간 전에 있던 일이다.

업로드에 들어가기 전 인공지능 A가 그에게 뜻밖의 명령을 내렸다.

-네? 인(寅)과 신(辰)에게 다른 기지의 위치를 알려주라고요? 그들이 확보한 데이터들은 어쩌시려고?

-대체제가 있으니 포기한다.

-에이! 설마 당신....

그녀의 옆에 있던 십이지들의 두 사람이 당혹스러워했다.

지금 인공지능 A는 그들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모든 것은 우리의 대의를 위해서다.

-.......그렇게 할 거라면 차라리 거짓 정보를 흘리게 만들면 되잖아요. 굳이 두 사람과 데이터들을 포기하는 건....

-마신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지금까지 마신의 행동 통계를 보면 우리의 정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90% 확률로 놈이 죽은 자의 기억을 읽어낼 수 있다고 판단 내렸다.

-죽은 자의 기억을요?

세상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능력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인공지능 A의 판단력은 정확했다.

그들 십이지는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배신을 할 자는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한데 마신 천여운이 거짓된 장소에 나타났다.

준비는 완벽했다.

이미 마신 천여운이 기지로 잠입하는 순간 대폭발 장치 디트로이트가 가동되도록 모든 세팅을 마쳤기 때문이다.

“하하하하핫! 아무렴 어떻나. 마신 그놈은 우리의 대의에 너무 많이 끼어들었어. 더 이상 우리를 방해할 자는 아무도 없다.”

술이란 중년의 사내가 호탕하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그만큼 천여운이란 존재는 그들에게는 눈엣가시나 다름없었다.

그 동안 그들이 쌓아왔던 모든 계획에 9할 이상을 그로 인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만큼 말이다.

해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업로드....”

그때였다.

-치칙!

기지의 전원이 깜빡거리며 잠시 동안 암전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중년의 여인 해가 다급히 비상 전력을 끌어 올려고 했다.

그 순간,

-파파파파파파파팡!

기지 내부에 있던 모든 기기들이 스파크를 튀며 터져나갔다.

그것은 단순히 기기들이 터지는 것으로 끝난게 아니었다.

-오싹!

전율이 일어날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기운이 어디선가 폭사되어 왔다.

“해!”

술의 외침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어딘가로 달려갔다.

그곳은 모든 최종 계획의 끝이라 불릴 수 있는 장소였다.

“이런.....”

스파크로 반짝이는 유리관실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그곳에 있는 대부분의 유리관들이 박살나 있었고, 그곳에는 고깃덩어리로 보이는 것들과 핏물로 가득했다.

“설마?”

술과 해가 혹시나 업로드가 실패했나 싶어 유리관실의 중심부로 달려갔다.

중심부에는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거대한 유리관과 네 개의 큰 유리관들이 있었는데, 그곳에 도착한 그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오오오오오!

단순히 기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성스러운 오오라.

그것은 그들이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절대적인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거대한 황금빛의 여덟 장의 날개, 너무도 아름다운 미형의 존재가 크리스탈 관에서 걸어 나왔다.

“아아아....”

“하......”

두 사람이 동시에 탄성을 내뱉었다.

눈앞의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차마 눈을 마주하기조차 힘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만 같았다.

이때 해가 의아해했다.

‘빨라.’

원래 업로드의 예정시간보다 삼십 분은 더 단축되었다.

인공지능 A의 전뇌화가 진행되는 도중이었는데, 제대로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설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A입니까? 아니면 주군이십니까?”

그의 물음에 해 역시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들 역시도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궁금해 했던 결과였다.

기본 베이스를 초유신과 인공지능 A의 전뇌 데이터를 중심으로 했지만 저 안에는 수많은 전뇌 데이터들이 들어가 있었다.

‘제발.....’

하나의 육신에 여러 전뇌 데이터가 들어간 경우는 전무했다.

이 실험을 수천 번이나 반복했지만 열이면 열 전부 인공 지능 A의 전뇌 데이터가 주도권을 잡았다.

그들은 주군인 초유신이 살아남기를 바랐다.

그가 신이 되어서 새로운 세상을 이끄는 것이 그들 십이지의 목적이었다.

그때 황금빛 날개의 존재가 입을 열었다.

“해.....술......수고했구나.”

“아아아!”

너무나도 익숙한 말투에 두 사람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 말투는 초유신의 것이었다.

-털썩!

“주군!”

술과 해가 동시에 무릎을 꿇고서 감격스러운 눈으로 황금빛 날개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듯이 황금빛 날개의 존재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술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파스스스스스!

감격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술의 전신이 먼지처럼 흩어져서 사라졌다.

그 광경에 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 주군?”

그런 그녀에게 황금빛 날개의 존재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부드럽게 손을 뻗고 있었는데, 그 손을 쳐다만 봐도 온몸이 공포로 소름이 돋았다.

“수고했다. 이리 오거라.”

“어, 어째서 그러시는 겁니까? 주군. 왜 술을?”

당황해하는 그녀에게 황금빛 날개의 존재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너희들의 노고를 인정하여 영광스러운 죽음을 내리는 것이다.”

“주군!”

-슥!

황금빛 존재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해의 눈의 초점이 흐릿해지며 공포로 질려있던 얼굴이 무표정하게 바뀌었다.

이런 현실과 다르게 그녀는 머릿속으로 절규하고 있었다.

‘주군! 주구우우운! 대체 내 몸이 어째서?’

그런 그녀에게 황금빛 날개의 존재가 말했다.

“더 이상 초유신도 인공지능 A도 그리고 탈리샤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전지전능한 신(神). 세상을 피로 정화하기 위해 태어났도다.”

-촤르르르르르!

여덟 장의 황금빛 날개가 점차 핏빛으로 붉어져갔다.

그 광경에 멍한 얼굴의 그녀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군! 제발 이러지 마세요! 주구....’

-파스스스스!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그녀의 절규는 먼지로 흩어지며 공허로 바뀌었다.

스스로를 신이라 칭한 찬란한 핏빛 날개의 존재가 손을 뻗자, 그의 주변에 있던 커다란 유리관 네 개가 부서지며 액체가 쏟아졌다.

-차차차차창!

그 안에서 네 명의 여섯 장의 은색 날개를 지닌 존재들이 걸어 나왔다.

네 존재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숙이며 외쳤다.

“위대한 신이 되신 주군께 신 자(子)가 인사드립니다.”

“위대한 신이 되신 주군께 신 축(丑)이 인사드립니다.”

“위대한 신이 되신 주군께 신 인(寅)이 인사드립니다.”

“위대한 신이 되신 주군께 신 묘(卯)가 인사드립니다.”

은색 여섯 장의 날개를 지닌 이형의 속에는 십이지 중 가장 최고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던 네 명인 자축인묘의 전뇌 데이터가 들어가 있었다.

그들을 흡족한 얼굴로 바라보던 신이라 칭한 존재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너희는 본신의 네 천사다.”

“영광스럽습니다!”

그에게 선택받은 네 천사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신으로 칭한 존재가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파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앙!

그러자 붉은 빛 섬광이 솟구치며 기지의 천장과 주변을 박살내며 하늘 높이 뻗어갔다.

“나의 네 천사들이여. 세상을 피로 정화시킬 파멸의 나팔을 불어라.”

< 76화 종말의 서막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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