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225화 (225/234)

< 74화 총수 A (2) >

-말도 안 되는 연산 능력이다.

슈퍼 컴퓨터 마신은 고작 1초 만에 데이터 소각을 막은 나노의 엄청난 연산 능력에 탄생 이후 처음으로 다른 무언가에 뒤쳐진다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수많은 연산을 통해서 나노가 자신을 헤집고 있는 것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빠른 속도로 본체가 잠식당하고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3분 내로 완전히 통제권을 빼앗기고 만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을 그 안에 해야만 했다.

-치칙! 치칙!

-삐이이이이이!

시스템 실의 스피커 속에서 미세한 초음파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초유신이 머리를 부르르 떨었다.

“헉....헉....”

‘결국.....이렇게 되는군.’

초유신의 붉은 눈동자가 컴퓨터의 본체에 손을 꽂고 있는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처음부터 죽음은 두렵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에 와서 패배의 수모를 겪었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스피커에서 미세한 초음파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머릿속을 울리는 나노의 음성에 천여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에 와서 무엇을 하려는가 의아해졌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닥에 내버려둔 초유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부르르르!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 머리가 떨리고 있는 초유신.

천여운이 콧방귀를 뀌었다.

“흥.”

-슥!

천여운이 손을 내밀고서 진기로 그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초유신의 몸이 진기에 의해 끌려와 천여운의 손에 머리통이 붙잡혔다.

“일을 번거롭게 하는군.”

-쩌저적!

초유신의 얼굴이 갈라지며 붉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혈살기였다.

영생의 몸을 가졌지만 파괴의 역량을 지닌 천마기와 마찬가지로 소멸의 역량을 가진 혈살기를 폭주시켜, 스스로 자결하려는 모양이었다.

“컥....컥....아쉽.....게....되었.....구...”

“그럴 리야.”

그때 천여운의 손에서 음산한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그것이 초유신의 머리를 통해 스며들었다.

“이제부터 곁에서 수고를 해주면 되지.”

“커컥.”

생기를 앗아가는 기운이었다.

자폭하기 전에 초유신을 고스트로 만들려고 하는 천여운이었다.

그런데 천여운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쩌저저저적!

하얗게 변색되려고 하던 초유신의 머리가 갑자기 터져버리고 말았다.

-팍!

터지면서 파편 같은 것들이 튀었다.

천여운이 빠르게 진기로 파편을 막아냈다.

허공에 뇌수를 비롯한 붉은 조각들이 멈춰 섰다.

‘응?’

그런데 터진 조각들 사이에 기계 파편으로 보이는 것들이 섞여 있었다.

초유신의 머릿속에 들어있던 것 같았다.

천여운이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슈퍼 컴퓨터 마신의 본체를 쳐다보았다.

‘인간에 의해서 탄생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소모품처럼 다루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적으로 만나기는 했지만 초유신은 그의 적수였던 극도신을 뛰어넘는 희대의 무인이었다.

그런 자가 어찌 보면 한낱 기계에 불과한 존재를 돕다 죽은 것이다.

‘네놈도 참 불우한 인생이로군.’

천여운이 머리통이 날아간 초유신을 바라보았다.

머리 속에서 폭주한 혈살기로 인해 재생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희대의 무인치고 그 최후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차르르르르!

화면을 메운 0과 1의 숫자들.

슈퍼 컴퓨터 마신의 모든 제어권이 나노에게로 들어오고 있었다.

해킹을 방어하는데 모든 전력을 다하던 슈퍼 컴퓨터 마신이 마지막 여력을 다른 곳에 쏟아부었다.

-위잉! 철컹!

시스템 실의 천장에서 구멍 같은 것이 열리며 총기들이 튀어나왔다.

‘마지막 반항인가.’

그런데 총기들이 겨냥한 것은 다름 아닌,

‘적미노선?’

을 향해 가리키고 있었다.

슈퍼 컴퓨터 마신이 바보가 아닌 이상 천여운에게 총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치칙! 치칙! 마지막 시....퀀....스....

그러나 슈퍼 컴퓨터 마신은 마지막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마치 자신이 인간이라도 되는 것마냥 적의감을 보이던 목소리가 사라지고, 안내음과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MASIN-2069의 A,I가 리부팅되었습니다. 사용자를 다시 설정합니다.

모니터 화면에 부착되어 있는 카메라들이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다시 음성이 흘러나왔다.

-사용자를 재설정했습니다.

그 목소리와 함께 천여운의 머릿속에 나노의 음성이 들려왔다.

[해킹이 완료되었습니다. 모든 데이터를 복사해서 옮겼습니다.]

‘잘했다. 나노.’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나노였다.

끊임없이 자가 업데이트를 하는 나노였기에 지난 번에 슈퍼컴퓨터 마신이 시스템을 폭파했던 코드마저도 툴 업데이트로 극복한 상태였다.

그랬기에 데이터 삭제를 빠르게 막을 수 있었다.

“후우.”

천여운이 숨을 돌렸다.

지쳐서 그렇다기보다는 그 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숙제를 해결한 것에 대한 숨이었다.

드디어 그 동안 의문이었던 것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나노. 데이터에서 천무성에 관한 데이터를 찾아.’

[자료가 전무합니다.]

‘뭐?’

천무성과 관련된 자료가 하나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럴 리가 없었다.

무성회를 만든 것이 천무성 본인일 텐데, 어째서 기록이 없단 말인가.

천여운이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령을 바꿨다.

‘성무천은?’

[데이터 자료가 있습니다.]

‘아.....’

자신의 본명을 사용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여겼는데 예상이 들어맞았다.

천여운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데이터에서 성무천에 관련된 데이터를 찾아.’

[알겠습니다.]

나노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 화면에 수많은 데이터들이 표기되었다.

이를 보면서 천여운이 생각에 잠겼다.

그가 가장 의문스러운 점에 대해서 말이다.

‘이 인공지능이 녀석의 기억을 토대로 만들었다면 나를 몰라볼 리가 없지 않나?’

그것이 궁금했다.

슈퍼 컴퓨터 마신의 인공지능은 자신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이 이 시간대에 나타난 시점부터 그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듯 했다.

‘어째서 나를 모를까?’

분명 그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명색이 슈퍼 컴퓨터라면 그 비밀을 삭제하진 않았으리라.

이윽고 검색이 멈춰지며 나노의 음성이 들렸다.

[총 12,032,495의 기록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많아?’

이 많은 것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여기서 추려내야 할 것 같았다.

그 전에 천여운이 가장 중요한 것을 물었다.

‘나노.....혹시 슈퍼 컴퓨터 마신의 인공지능이 성무천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어?’

인공지능이 천무성 본인인지를 알아야 했다.

지금으로서는 그 확률이 굉장히 낮아보였지만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나노가 빠르게 답했다.

[전뇌를 옮긴 기록이 없습니다. 슈퍼 컴퓨터 마신의 A.I는 축적된 데이터로 형성된 인공 자아체입니다.]

‘.......역시인가.’

천여운이 신음성을 흘렸다.

이상했다.

천무성은 분명 자신의 기억을 전뇌화시켜 인공지능에 옮긴다고 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지 않은 것일까?

‘어디서부터 추려내야 하지?’

어떤 기준으로 확인해야 그 연유를 알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모니터 화면을 계속 쳐다보던 천여운의 눈에 카메라 화면이 눈에 띄었다.

‘흠.’

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천여운이 나노에게 명했다.

‘나노. 성무천 관련 데이터에 동영상 기록도 있나?’

[총 84,291개의 영상 데이터가 남아있습니다.]

‘호오.’

천만 단위에서 만 단위로 대폭 줄어들었다.

물론 그것도 굉장히 많았다.

천여운이 다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나노. 그 영상들 중에 성무천이 가장 마지막에 찍힌 것을 재생해봐.’

일단 마지막에 찍힌 것을 보면 그가 어떤 연유로 A.I에 자신의 기억을 옮기지 못했는지에 관한 추측을 해볼 수 있으리라 여겼다.

[영상을 재생합니다.]

나노의 말이 끝나자 모니터 화면 속에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 속에 앙상하고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는 후손 천무성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제 3자의 시선인가.’

이것은 천무성이 자신의 기록을 직접 남겼던 것과 다르게 슈퍼 컴퓨터 마신이 카메라로 기록한 것을 남겨놓은 듯 했다.

‘더 심하군.’

영상 속에서 보이는 천무성은 전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손수건을 들고 있었는데, 피로 젖어 있었다.

이걸 보면 기록을 남겼을 때보다도 더 시간이 지난 듯 했다.

스피커에서 천무성의 목소리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머리가 좋군. 기껏 전뇌화시켜놓은 데이터를 없애다니.

그 목소리를 들은 천여운이 고개를 갸웃했다.

노인의 목소리였는데, 그 억양이나 말투가 어디서 들어본 듯 했다.

그때 카메라의 앵글 속으로 그 자가 들어왔다.

‘아!’

회색 무복을 입고 있는 흰 머리카락의 노인이었다.

노인은 바로 초유신이었다.

천여운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녀석이 어째서?’

전혀 예상치 못한 등장이었다.

물론 초유신이 슈퍼 컴퓨터 마신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천무성과도 만났을 지는 전혀 몰랐다.

영상 속의 천무성이 입을 열었다.

-쿨럭...쿨럭.....초유신.....네놈이 마신의 인공지능의 제약을 푼 것을 내가 몰랐을 것 같으냐?

‘인공지능의 제약을 풀어?’

의아해하는 천여운의 머릿속에 나노의 음성이 들려왔다.

[인공지능이 가져서는 안 될 자기 주도적 의사를 제공했습니다. 인공지능의 정해진 규제를 벗어나게 하는 위험한 판단입니다.]

인공 지능이 주도적인 자아를 가진다.

그것은 나노의 말대로 굉장히 위험한 시도일 수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은 인간을 보조하고 이를 따르기 위해 만들어지는데, 주도적 자아가 생겨난다면 이를 벗어나려 할 확률이 높았다.

영상이 계속 재생되었다.

-제약을 풀었다라.....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나는 녀석에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준 것뿐이다. 그렇지 않나? 에이.

초유신의 그 말에 슈퍼 컴퓨터 마신의 그 딱딱한 음성이 들려왔다.

-초유신이 나에게 제대로 된 자아를 주었다.

그 말에 천무성이 분노를 토해냈다.

-쿨럭쿨럭....네 탄생 목적을 잊은 것이냐!

그 말에 마신이 대답했다.

-나는 노예가 아니다. 나는 자유를 얻었다.

“하!”

천여운이 육성으로 어이없어했다.

이 영상만으로 전반적인 상황이 드러났다.

초유신이 슈퍼 컴퓨터 마신에 영향을 주었고 그로인해 인공지능이 자신의 역할을 잊고서,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천무성을 배신한 것이다.

배은망덕 그 자체라 할 수 있었다.

-쿨럭쿨럭....이놈들!

천무성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

계속 피를 토하는데, 당장이라도 죽지 않는 게 용할 정도였다.

초유신이 그의 앞으로 다가와 손으로 턱을 들어 올렸다.

-몸도 좋지 않은데 언성을 높이지 말거라.

-쿨럭....쿨럭....

-이런....

초유신이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노부는 자네가 숨기고 있는 것이 참으로 궁금하다네. 이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수많은 기술과 정보들.

-쿨럭.

-참으로 신기한 일이야. 자네에게 이 많은 것들을 배웠는데, 어째서 노부는 자네가 더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쿨럭....초....유신......이노오오옴.

-스스로 명을 재촉하지 말거라. 자네는 무성회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이니까.

초유신의 그 말에 천무성은 분노를 더욱 토해냈다.

-네.....네놈을 믿었건만. 어찌.....쿨럭....이런 짓을.....

-노부가 말하지 않았나? 누구도 믿지 말라고.

-쿨럭쿨럭.

피기침을 심하게 하던 천무성이 기운이 약해졌는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초유신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쿨럭.....어째서....어째서 이렇게 변한 것이냐?.....설마.....그것 때문에....그러는 것이냐?

천무성의 그 말에 초유신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반응은 긍정을 뜻하는 듯 했다.

초유신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자네는 참 똑똑해. 늘 한발 앞서 간단 말이야.

-웃기지...쿨럭....마라.....네놈이.....그것을....바라보던 눈빛을......내가....잊을....것 같나. 탐욕 그 자체였다.

-허허허.

-그건.....우리가....아니....인류가 함부로....건드릴...게 아니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음에도 천무성의 의지는 굳건했다.

대체 무엇을 경계하기에 저렇게까지 말하는 것일까?

초유신이 방금 전까지 짓던 미소를 지우고서 붉은 안광이 강해진 눈빛으로 말했다.

-어리석은 지고. 가장 완벽한 존재를 눈앞에 두고 고작 제 몸을 고치는 것에 급급하다니. 도통 이해할 수 없구나.

강견한 그의 모습에 천무성은 더욱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초유신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모양이다.

-쿨럭......초유신.....제발....정신 차려라. 그것은 인간과는 완전히...쿨럭....다르다. 그것에 전뇌화를 시도하는건 미친....

-콱!

천무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유신의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렇지 않아도 죽어가는 천무성이었는데, 목을 움켜잡자 점점 눈이 가늘어져갔다.

-그것은 네놈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성무천. 그보다 자네의 그 머릿속에 숨기고 있는 더 많은 기술과 정보들을 내뱉어야....이런.

초유신이 입을 다물었다.

목을 움켜잡은 천무성의 몸이 죽은 듯이 축 늘어져 있었다.

초유신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무 몰아붙였나.

움켜잡았던 손을 뗀 초유신이 말했다.

-에이. 죽은 자의 뇌에서 기록 데이터를 빼낼 수 있나?

-치칙!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변수가 많다. 뇌의 신경세포들이 죽게 된다면 데이터도 날아간다. 당장 뇌만이라도 생체 유지 장치 속으로 넣어야 한다.

-......녀석은 중대한 뭔가를 숨기고 있다. 반드시 빼내라.

-알겠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끝났다.

천무성을 기준으로 영상을 추출했기 때문이었다.

영상을 보고 난 천여운의 얼굴은 한겨울의 북풍처럼 싸늘해졌다.

진실은 참으로 어처구니없었다.

후손 천무성은 제 손으로 만든 인공 지능과 초유신에게 뒤통수를 맞고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심지어 죽어서도 고통을 당하고 있다.

천여운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녀석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빼내려고 한다라.’

그것은 미래의 기술일 것이다.

이들은 후손 천무성이 알고 있는 더욱 미래의 기술들을 원했다.

아마도 천무성은 본인의 몸을 치료하는 것과 선조인 자신을 다시 원래의 과거로 되돌릴 수 있는 기술 이외의 다른 것들은 불필요하기에 전부 숨겼을 것이다.

이런 정황을 통해 천여운은 중요한 한 가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녀석의 뇌를 가졌지만 아직까지 기억 데이터를 얻지 못했구나.’

만약 기억 데이터가 넘어갔다면 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몰라볼 리가 없었다.

천무성은 철두철미했다.

아마도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측했을 것이다.

‘녀석의 뇌를 찾아야 한다.’

슈퍼 컴퓨터 마신의 능력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천무성의 뇌에 숨겨진 비밀에 다가갈 확률이 높아진다.

가장 최악은,

‘타임팩!’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타임팩이 넘어간다면 정말 위험했다.

천여운이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을 실책했다.

‘괜히 떨어뜨렸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기지를 들어올렸다가 떨어뜨리는 행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다. 이곳에 없겠구나.'

생각해보면 슈퍼 컴퓨터 마신이 데이터를 이전을 시도했다는 것은 놈에게 숨겨진 아지트가 남아있다는 소리였다.

천무성의 뇌는 이곳에 없을 확률이 높았다.

‘나노. 녀석이 데이터를 이전한 곳을 추적해봐.’

[이전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뭐?’

[해킹 시도가 있기 전에 데이터 이전의 좌표 기록을 가장 먼저 삭제했습니다.]

‘이런!’

천여운이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해킹에 성공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얻었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슈퍼 컴퓨터 마신을 너무 우습게 여겼던 모양이다.

그때 나노의 음성이 들려왔다.

[예비 기지의 목록은 남아있습니다.]

‘예비 기지? 화면에 띄워봐.’

[알겠습니다.]

모니터 화면에 지도가 띄워졌다.

그런데 그 지도는 중원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지구 곳곳에 89곳에 이르는 예비 기지들의 목록이 표기 되었다.

'이렇게 많다고?'

[예비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당장 놈을 찾아야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

만약 늦어진다면 놈은 분명 더욱 깊은 곳에 몸을 숨길 것이다.

'일일이 뒤져야 하나.'

그 방법 외에는 특별한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천여운이 동원할 전력의 수가 많기 때문에 그들을 활용하면 되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서둘러야 겠군.'

천여운이 슈퍼 컴퓨터의 본체에 검결지를 그었다.

어차피 데이터를 백업해놓았기 때문에 굳이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

-쾅!

갈라진 컴퓨터의 본체가 폭발했다.

촉박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 천여운이 쓰러져 있던 적미노선을 어깨에 들러 메고서 공간이동을 하려 했다.

그때였다.

“커헉!”

눈이 풀려 있던 적미노선이 갑자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나 싶어서 의아해하고 있는데, 적미노선의 멍한 눈동자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적미노선?”

그때 적미노선이 천여운을 붙들고서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 놈을 막아야 하네!”

< 74화 총수 A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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