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224화 (224/234)

< 74화 총수 A (1) >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어떤 누가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까?

지구의 중력이 사라지기라도 한 듯이 돌산 산맥의 일부가 떠올랐다.

-쿠르르르르!

이것은 총수인 A나 초유신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기지가 떠오르면서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생겨났다.

-파칙! 파칙!

갈라지고 부서지는 기지 내부 전체가 스파크를 일으키며, LED 불들이 깜빡였다.

금방이라도 기지 전체의 전원이 나갈 것 같았다.

-스스스스스!

이렇게 기지 내부의 전력이 끊기려고 하면서 봉착한 문제.

그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초산공 시스템과 광역 EV 필드였다.

‘이것 때문에 그랬단 말인가? 하!’

초유신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멈춰져 있던 진기가 유동하려 했다.

이때 초유신의 사고가 빠르게 앞을 달렸다.

‘막아야 한다.’

데이터 이전부터 시작해 내부의 전뇌체들의 이전 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시점이었다.

완전히 에너지가 끊기기 직전인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초유신이 눌러두었던 살의를 폭발시켰다.

-파아아아아아앙!

그러자 그의 전신에서 피처럼 붉은 기운이 폭사되어 나왔다.

천살성의 무서움은 이것에서 비롯된다.

살의를 가진 혈살기.

그것은 만물을 소멸시키고 싶어하는 흉악한 기운이었다.

-팟!

초유신이 한 점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 천여운의 목을 베기 위해 오행의 검에 혈살기를 불어넣었다.

기지를 들어 올리고 있는 천여운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이건....’

무를 갈고 닦는 자는 결국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게 되는 것일까?

역량의 일원화, 오행검, 그리고 살의의 정점인 혈살기가 하나가 되자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본능적으로 천여운은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무상천마검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녔음을 말이다.

초유신 그는 과연 희대의 무인이었다.

-촥!

허공에 흉흉한 붉은 궤적이 선을 그리며 천여운을 갈라 버리려고 했다.

초유신의 두 눈동자는 오직 천여운만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천여운이 피식 웃었다.

‘웃어?’

그 순간 붉은 궤적을 그리며 천여운을 향해 쇄도하고 있는 초유신의 몸이 천장에 부딪쳤다.

-쾅!

거대한 기지의 무게가 초유신을 짓눌렀다.

“크헉!”

균형이 일순간에 무너졌다.

‘!?’

초유신이 이를 악물었다.

‘이놈!’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떠올랐던 기지가 지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아무리 역량을 하나로 모은 초유신이라고 해도 위에서 중량이 수천만 톤에 이르는 무게의 관성이 짓누르니 일시적으로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크으윽.”

짓눌리고 있는 초유신의 두 눈에 천여운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로켓이 발사되는 것처럼 날아오른 천여운이 짓눌리는 천장에서 거꾸로 달려오며 초유신을 향해 검결지를 그었다.

-촥!

그 순간 검은 선이 일 자로 그어졌다.

무상천마검이었다.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초유신이 혈살기의 역량을 하나로 모은 검을 들었다.

-채채채채채채챙! 콰콰콰콰콰콰콰!

무상천마검과 혈살기의 검이 부딪치며 초유신의 신형이 천장을 부수며 튕겨나갔다.

천여운이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무상천마검을 피한 자는 보았지만 이를 막은 자는 초유신이 처음이었다.

‘막았어?’

초유신에게서 느껴졌던 피의 광기와 소멸의 역량.

그것은 마치 어둠과 흉폭한 파괴의 역량을 지닌 천마기의 다른 면을 보는 듯 했다.

-콰아아아아앙! 쩌저저저적!

그 사이에 낙하하던 기지가 바닥과 충돌했다.

3km에 이르는 면적의 돌산이 바닥과 부딪치면서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기지가 부서지고 무너져 내렸다.

-파칙파칙!

내부 전체에 푸른 빛의 스파크가 튀었다.

충돌의 여파는 기지 내부 전체를 암전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기지 내부에 펼쳐져 있던 EV필드와 초산공 시스템이 전부 해지되고 말았다.

그때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이 보였다.

모든 것을 피로 물들일 것만 같은 살의가 일대를 잠식했다.

“마시이이이인!”

분노와 증오가 담겨 있는 초유신의 일갈.

그와 동시에 초유신의 주변으로 어둠을 밝히는 붉은 빛을 내뿜는 병장기이 생겨났다.

오행검에 혈살기를 담은 백 자루의 병장기들.

‘승부를 내야 한다.’

혈살백무도(血殺百武道).

초유신의 모든 깨달음과 역량이 담겨 있는 비기였다.

너무도 강대했기에 누구에게도 써보지 못했던 절대비기를 꺼낸 것이다.

-주르륵!

초유신의 입가에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초유신의 가슴 부위가 뜨거운 피로 젖어 있었다.

천여운의 무상천마검을 완벽하게 막지 못한 그였다.

‘괴물 같은 놈.’

모든 것이 흡사했던 두 절대고수의 비기.

그것을 갈랐던 중대한 차이가 있었다.

무상천마검에는 심검의 묘리인 상대를 반드시 죽이고자 하는 필살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덕분에 깨달았다.’

혈살백무도에 부족한 부분을 메꿨다.

의지를 담은 혈살백무도의 완성형은 가히 절대비기라 칭할 만 했다.

‘네놈을 만난 것이 행운이다. 마신.’

초유신의 붉은 안광이 짙어졌다.

그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천여운의 인영을 향해 검결지를 뻗었다.

그러자 백 자루의 병장기들이 앞으로 쇄도했다.

-슈슈슈슈슈슈!

어둠 속을 가르는 혈살백무도가 그리는 수많은 붉은 궤적들.

섬뜩하면서도 아름답기마저 했다.

모든 의지와 역량을 담은 초유신의 두 눈은 오직 천여운에게만 향해 있었다.

그런데,

-오싹!

그 순간 초유신의 오감을 자극하는 하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혼돈의 소용돌이.

그때 흐릿하게 보이던 천여운의 인영이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이건?’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일대가 진공 상태처럼 멈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데 무언가가 혈살백무도를 투영하고서, 그를 향해 검을 뻗고 있었다.

그 예리한 감각을 느끼는 순간,

‘막아야 해.’

오감을 넘어선 육감이 말하고 있었다.

멈춰진 것만 같은 시간 속에서 초유신이 움직여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슉!

날카로움이 초유신을 스치고 지나갔다.

“컥!”

-팡!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초유신의 신형이 미친 듯이 회전을 하며 뒤로 튕겨나갔다.

튕겨나가는 몸이 공기의 층을 뚫을 만큼 강렬했다.

-파파팡! 콰콰콰콰콰콰쾅!

이 여파는 그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초유신과 함께 기지 내부의 통로의 수백 미터가 전부 파괴되었다.

그 끝에서 멈춰진 초유신은 멍한 눈으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몸을 쳐다보았다.

가슴 부분이 휑하니 뚫려 있었다.

“헉....헉....”

오령의 진원을 전부 취하고서 불로불사의 육신을 얻은 그였다.

한데 뚫린 가슴이 재생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가슴이 뚫리면서 폐와 심장부가 없어지면서 초유신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방금 그 초식은?’

죽을 것만 같은데도 초유신의 머릿속에는 천여운이 펼쳤던 초식만이 맴돌고 있었다.

천여운이 마왕과 싸웠던 모습을 머릿속에 복기하고 있었다.

전력의 차는 있었지만 일말의 틈만 끝어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는데, 지금 초식은 차원이 달랐다.

‘......완벽해졌어.’

검과 공간, 그리고 천여운이 하나가 되었다.

절대로 막을 수가 없었다.

-저벅저벅!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기척은 익숙했다.

“불로불사가 그리 좋은 건 아니지. 초유신.”

“헉...헉....헉.”

천여운이 상반신의 한 가운데가 완전히 뚫린 초유신을 내려다보았다.

초유신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헉....헉....방.....금.....그 초식.....은 무엇이....냐?”

“흠.”

천여운이 턱을 쓰다듬었다.

이름이 있는 초식이 아니었다.

마왕 타우라의 기억 속에서 보았던 천마 조사의 그 초식을 구현했을 뿐이었다.

굳이 초식에 이름을 붙이자면,

“무상천마검 공허.”

아마 천마 조사도 이렇게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초유신이 헉헉 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천.....외....천인가.”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을 본 느낌이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던 천여운이 물었다.

“네놈들의 목적은 신(神)을 만드는 것이라 들었는데, 그렇게 해서 어쩔 작정이냐?”

신을 창조한다는 것만으로도 얼토당토 하지 않다.

하지만 뭔가 강대한 존재를 탄생시키려는 것에는 목적이 따르리라 생각되었다.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그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간단했다.

‘고스트로 만든다.’

어차피 인간이라면 고스트로 만들 수 있었다.

다만 오령의 영력을 가지고 있는 불로불사의 존재라서 통할 지에 관한 의문이 있었지만 시도 해 볼만 한 가치는 있었다.

다음 질문이 가장 중요했다.

“네놈들의 총수는 지금 이 기지에 있....”

-치칙!

그때였다.

천여운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암전이 되었던 통로에 불들의 일부가 들어왔다.

-파칙! 파칙!

대부분이 꺼져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지만 전력이 공급되고 있었다.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한 번 기지를 들어 올린 이유가 적들이 다른 짓을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전력이 공급되었다는 것은,

‘시스템이 살아있군.’

천여운이 초유신의 머리통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앞으로 신형을 뻗어나갔다.

총수가 이곳을 벗어나기 전에 잡기 위해서였다.

“헉.....헉....의미....없는....짓이다.”

초유신의 부정적인 말에 천여운이 앞으로 계속 뻗어나가면서 말했다.

“놓칠 것 같나.”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끝낼 작정이었다.

총수라는 자를 잡게 된다면 MS 그룹의 모든 비밀을 알아낼 수 있다.

후손인 천무성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말이다.

[1년 동안.....나의 뇌를 디지털로 기록하는데 모든 시간을 들였다. 이것이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뇌 기록을 슈퍼컴퓨터 마신의 A.I에 업데이트를 시키려 한다.]

이것이 이상할 정도로 마음에 걸렸다.

*  *  *

기지 전체의 추락으로 파손이 심한 메인 시스템실.

그곳에 있던 수많은 유리관들의 80%가 전부 부서져서 무모의 전뇌체들이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었고, 컴퓨터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파칙! 파칙!

무사한 컴퓨터는 이 기지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메인 컴퓨터뿐이었다.

거대한 공간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특수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슈퍼 컴퓨터의 본체.

그곳의 한 면에는 MASIN-2069라고 새겨져 있었다.

-타타타타타탁!

슈퍼컴퓨터에 부착된 화면 수백 여 개 중에 무사한 여덟 개의 화면에 수많은 정보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하나의 화면에는 데이터 전송률에 관한 것이 진행되었다.

[전송률 98%]

대부분의 데이터 전송이 거의 다되어가는 상황이었다.

이 전송이 끝나는 데로 슈퍼 컴퓨터 내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파기하면 이전이 완벽하게 끝난다.

다른 화면에는 또 다른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전뇌체 업로드 90%]

[업로드 91%]

[업로드 92%]

남아있는 모든 전뇌체에 기억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었다.

80%나 되는 소실이 있다고 하지만 남아 있는 전뇌체의 숫자는 총 132구.

이것들 중 일부만 회생시켜도 시간을 끌 수 있다.

[업로드 95%]

-파칙! 쨍그랑! 쨍그랑!

유리관들이 깨지면서 머리통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넘버 32, 48, 74, 76, 84, 93, 129, 320, 322, 411, 513. 총 11개체 업로드 실패]

남은 전뇌체의 숫자는 121구.

[업로드 98%]

-파칙! 쨍그랑! 쨍그랑!

[넘버 21, 49, 86, 97, 134, 240. 총 6개체 업로드 실패]

121구 중에 6구가 업로드에 실패했다.

그리고 드디어 업로드가 100%에 도달했다.

[총 115구 전뇌체 데이터 업로드 성공.]

-위잉! 철컹!

유리관의 액체들이 배수로로 빠지며 입구가 열렸다.

열린 입구 속에서 무모의 존재들이 속에 남아있던 액체를 게워내며 눈을 떴다.

붉은 안광들이 곳곳에서 번쩍였다.

스피커에서 총수인 A가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치칙!

적에 관한 데이터를 같이 전송했다. 긴급 상황이다. 데이터 이전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본체를 사수해야....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초합금으로 만들어진 거대 문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초유신의 머리통을 쥐고 있는 천여운이 나타났다.

-막아라!

A 가면의 목소리에 붉은 안광들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놈을 막아라!!!”

“상대해줄 시간 없다.”

-슥!

천여운이 손바닥을 밑으로 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 순간 모든 붉은 안광의 무모 존재들의 머리가 짓눌리며 으깨지듯이 터져버렸다.

-파파파파파파팡!

머리가 으깨져서 터져버린 무모의 존재들이 일제히 바닥에 쓰러졌다.

불과 1초 만에 정리가 되고 말았다.

-..............

놀라기라도 한 것인지 총수 A 가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천여운이 눈으로 시스템실 내부를 훑어보며, 기감으로 인기척을 감지하려고 했다.

그때 천여운의 기감에 누군가가 느껴졌다.

“거긴가.”

-스륵!

천여운의 신형이 사라졌다가, 시스템실 본체에서 3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그곳에 선 천여운이 바닥을 향해 뭔가를 들어 올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파칙! 파칙! 쿠우우우!

바닥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공간이 위로 올라왔다.

세이프룸으로 보이는 초합금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촥!

천여운이 검결지를 긋자 초합금이 종이 조각이라도 된 것 마냥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초합금이 양쪽으로 쪼개져서 넘어졌다.

-쿵!

“네놈이 총수....음?”

천여운의 눈이 가늘어졌다.

숨어있던 총수를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지 못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초합금 세이프룸 안에는 누군가 전신이 구속되어서 묶여 있었다.

그는 바로,

“적미노선?”

머리카락부터 눈썹, 수염까지 전부 붉은 선인, 적미노선이었다.

초췌한 얼굴에 몽롱한 눈을 하고 있는 적미노선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이 자가 왜 이곳에 이러고 있는 거지?’

천여운이 알기로 적미노선은 현재 MS 그룹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분해 있다.

그런데 지금 상태만 보면 고문이라도 당한 듯 하다.

‘주변에 어떠한 인기척도 없는데.’

기지 내부에 있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전부 죽었다.

남아있던 개조 인체 병기들 역시도 기지가 낙하하는 충격에 의해서 모두 처리되었다.

그렇다면 대체 총수 A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천여운이 초유신의 머리통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총수는 이곳에 없는 것이냐?”

그런 천여운의 물음에 다 죽어가듯이 헉헉대고 있는 초유신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눈......앞에......두고.....도.....못....찾다니....허허.”

“눈앞에 두고 있다고?”

천여운이 정면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거대한 슈퍼 컴퓨터의 본체와 깨진 모니터 화면들이 있었다.

천여운의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졌다.

총수인 A 가면이 눈앞에 있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컴퓨터만 있는데 대체 뭐가.....잠깐.’

그때 천여운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슈퍼컴퓨터 마신의 A.I에 업데이트 시키려 한다.]

죽어가던 후손 천무성이 했던 그 말.

천여운의 눈이 본체에 새겨져 있는 영어 문구로 향했다.

[MASIN-2069]

이것을 본 천여운이 중얼거렸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Artificial Intelligence.

그 뜻은 언어 그대로 인공지능을 말한다.

천여운은 순간 머릿속에 망치를 맞은 느낌을 받았다.

“인간이 아니었구나.”

총수 A 가면.

MS 그룹의 간부들인 십원들 중에서 B와 C를 제외한 누구도 그 실체를 확인하지 못하고, 늘상 VR과 모니터 화면으로만 보았다던 그 존재의 비밀.

인간이 아닌 인공 지능이었기에 누구도 대면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A라 불렀던 거군.”

그 호칭은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비롯되었다.

그때 천여운의 눈에 모니터의 화면들 중에서 유일하게 가동되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곳에 검은 화면에 흰 글씨로 타이핑이 쳐지고 있었다.

[주요 데이터 99% 전송. 1%를 포기하고 모든 데이터를 소각한다.]

슈퍼 컴퓨터 마신의 인공지능이 천여운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시스템 데이터를 소각하려고 했다.

이에 초유신이 비웃음을 흘렸다.

“늦.....었....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슈퍼 컴퓨터 마신의 프로세스는 완벽에 가까웠다.

현대의 기술을 100년, 아니 200년을 앞당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상태에서 소각을 막을 방법은 없다.

-스륵!

그때 천여운의 신형이 슈퍼 컴퓨터의 본체 앞으로 나타났다.

스피커에서 총수 A, 즉 슈퍼 컴퓨터 마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포기해라. 나의 대부분의 중요한 데이터는 옮겨졌다. 네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부서진 컴퓨터의 잔해...

-콰직!

그때 천여운이 본체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천여운의 손에 나노 슈트가 착용되며, 검은 선들이 튀어나와 슈퍼 컴퓨터의 본체에 연결이 되었다.

-해킹 시도는 불가능하다. 이것은 나의 본체. 지구상의 어떤 해킹 기술로도 나를 막는 것은 절대로....치칙!

-차르르르르르!

그때 검은 화면에 흰 글씨들로 0과 1이 새겨지며 데이터 소각이 중지되었다.

-이건 대체?

감정이 존재하지 않는 슈퍼 컴퓨터 마신이 마치 당혹스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보였다.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나노를 우습게 보지 마라.”

서기 2940년에 탄생한 제 7세대 나노머신 나노.

먼 미래의 기술 집합체인 나노의 연산 능력과 자가 업데이트는 시대를 뛰어넘은 슈퍼 컴퓨터 마신이라고 해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 74화 총수 A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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