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TRA 알파 위성 (1) >
황량하게 펼쳐진 사막.
이곳은 오랫동안 버려진 땅이 메말라서 이렇게 벌어진 사태였다.
예전의 이 지역은 초목으로 가득한 축산 지대였다.
그러나 게이트 사태를 이기지 못하고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이렇게 되어버렸다.
-쿵! 쿵!
원래라면 방벽 외곽 지역이라 누구도 드나들 수 없는 사막 지대.
그런 이곳에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자그마치 오백 명에 이르는 방호복을 입은 자들이 군대처럼 진군을 하고 있었다.
-삐삐삐!
“엇?”
그때 선두에 있던 통신 장비 가방을 메고 있던 방호복의 사내가 당황해했다.
이에 이들은 진두지휘하고 있던 커다란 도집을 메고 있던 방호복의 사내가 물었다.
“왜 그러는 거지?”
“추적 신호가 갑자기 차단되었습니다.”
“뭐?”
“고작 30초 만에 말이냐?”
“그렇습니다. 도강문주.”
거대한 도집의 사내.
그는 블레이드 식스, 즉 극도육무문의 상위 육문주 중 한 사람인 도강문주 구청사였다.
천마신교의 대호법 풍신 마라윤에 버금가는 절세고수였다.
구청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방금 전에 적진으로 진입했다는 신호가 온 게 아니냐?”
“맞습니다.”
“한데 진입 한지 30초 만에 신호가 끊겨?”
“아무래도.....”
통신 장비를 맞고 있는 방호복의 사내가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답은 간단했다.
적진에 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들켰다는 의미였다.
“칫.”
구청사가 난감해했다.
적진을 발견했다고 좋아했던 것이 고작 방금 전의 일이었다.
“일단 위치는 저장되었지?”
“넵. 위치 정보는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5km 정도 떨어진 저곳입니다.”
방호복의 사내가 가리킨 곳.
그곳에는 황량한 사막 한 가운데 솟아 있는 돌산들이 보였다.
“일단 본사와 두 문주들에게 위치 정보를 보내고 우리는 저곳으로 진군한다.”
“네? 기다리시지 않고 말입니까?”
“그러다 놈들이 눈치 채고 철수라도 하면 어쩌란 말이냐.”
“아아.....알겠습니다.”
구청사의 꾸짖음에 통신 장비를 메고 있는 방호복의 사내가 얼른 들고 있던 태블릿 화면을 두드렸다.
구청사가 손을 들고서 외쳤다.
“진군한다.”
“충!!!”
그렇게 다시 진군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슈우우우우우!
-오싹!
구청사가 화들짝 놀라서 위를 쳐다보았다.
그때 위에서 점 같은 것이 보였다.
그 점에서 엄청난 위압감이 그의 모든 오감을 자극하고 있었다.
“모두 산개해랏!”
“추, 충!”
그의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극도육무문의 도객들이 사방으로 산개하려 했다.
그러나 하늘에서 떨어진 점이 커지는 것이 빨랐다.
-쾅!
-파파파파파파팡!
도객들의 한복판에 떨어진 무언가로 인해 엄청난 충격파가 일어나며 주위에 있던 수십 명의 도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튕겨나갔다.
“끄악!”
“컥!”
튕겨나간 도객들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날카로운 무언가에 베인 것처럼 몸이 잘려나가서 사방이 피로 물들었다.
피 먼지 사이에서 보이는 검은 인영.
-채채채챙!
극도육무문의 도객들이 일제히 도를 뽑았다.
그리고 긴장된 눈으로 자신들의 한복판으로 기습적으로 날아온 자를 쳐다보았다.
피 먼지가 가시면서 붉은 가면에 뒷짐을 지고 있는 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가면?”
-뿌득!
도강문주 구청사가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는지 이를 갈았다.
풍신 마라윤과의 싸움을 떠올린 것이었다.
거의 호각으로 겨뤘지만 마지막에 와서 마라윤의 이기어검에 왼쪽 눈의 시력을 잃은 그였다.
“칫. 가면 쓴 새끼들은 질색인데.”
-스릉!
구청사가 등에 메고 있는 거대한 도를 도집에서 뽑았다.
거의 1.6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도는 상위 육문주 중에서도 오직 자신만 다룰 수 있는 심볼이기도 했다.
원래는 무쌍검종의 종주인 왕신과 대검대도의 대결을 펼치고 싶었던 그였지만 그 당시 숙원을 이루지 못했다.
‘저 괴물은 대체 뭐지?’
구청사의 오른쪽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천여운에게조차 겁도 모르고 덤비던 호전적인 그가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자신이 겁먹으면 상황이 더 위험해진다.
구청사가 목에 힘을 주고 외쳤다.
“도강대는 극도신무진을 펼친다!”
극도신무진.
원래는 마신 천여운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살진이었다.
삼백 명에 이르는 자들이 절진을 이루는 대규모의 진법으로 그 위력은 S급 알파 위험 개체를 5분 채 되지 않아 해체시킨 전적이 있다.
“충!!!”
구청사의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가면의 정체모를 자를 포위하고 있던 도객들이 극도신무진의 기수식과 위치를 잡기 시작했다.
그때 검은 가면의 사내가 검결지를 들어올리려 했다.
“어딜!”
구청사가 이를 막기 위해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뛰어올라, 검은 가면의 사내를 향해 도를 내리쳤다.
도를 내려치는 기세가 작은 산을 두 동강 낼 위력을 지녔다.
그러나,
-탁!
“이, 이럴 수가.....”
구청사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붉은 가면의 사내가 검결지를 모은 두 손가락으로 그의 거도를 잡아냈다.
종이조각을 잡아내듯이 말이다.
그 광경에 도객들마저도 놀라워했다.
“도, 도강문주의 도를?”
“고작 두 손가락으로 잡아내다니?”
그렇게 놀라워하고 있는데, 검은 가면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쥐새끼들이 많이도 모였구나. 전부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릴 터이니, 노부가 제대로 상대해주지 못하더라도 섭섭해 하지 말거라.”
“뭐?”
가면 속의 목소리는 굉장히 젊었다.
그런데 스스로를 노부라고 칭하고 있었다.
그때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고오오오오오오!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진기가 가면의 사내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주변의 중력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 마냥,
“헉!”
“모, 몸이!”
“우와아아앗!”
주위를 포진하고 있던 도객들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수백 명에 이르는 자들이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떠오르는 광경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도객들이 내공을 끌어올리며 대항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놈!”
구청사가 도를 놓고서 그를 향해 직접 도강을 일으킨 수도를 날리려 했다.
그러나,
-팍!
“헛!”
도에서 손을 놓자마자 구청사의 몸마저 위로 날아가고 말았다.
무중력 상태라도 된 것처럼 신형을 잃은 구청사가 당황해서 진기를 일으켜, 도객들이 놓친 도로 이기어도강을 펼쳤다.
“하압!”
-슈슈슈슈슈슉!
푸른 강기를 머금은 도 세 자루가 유일하게 지상에 있는 붉은 가면의 사내에게로 날아갔다.
하지만 결과는 어처구니없었다.
-휘리릭!
“이, 이런!”
날아가던 도가 반대로 회전을 하더니, 반대로 구청사에게로 날아왔다.
-푸푸푹!
“끄아아아악!”
“도강문주우우우!”
날아온 도는 야속하게도 구청사의 가슴과 복부, 그리고 허벅지를 관통했다.
주요 장기들이 관통되면서 구청사는 죽음을 직감했다.
‘어, 어떻게 이런 괴물이?’
오백여 명에 이르는 고수들을 진기로 띄운 것도 모자라, 현경의 고수인 자신을 가지고 놀 듯이 이 꼴로 만들었다.
믿기지 않을 만큼 괴물이었다.
그때 붉은 가면의 사내가 한 손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허허허, 오랜만에 써보는군. 혈살폭마제.”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파파파파파팡!
가장 밑에 있던 수십 명의 도객들이 몸이 터져버렸다.
마치 강한 압력이 생겨난 것처럼 터진 그들의 피가 사방의 허공을 뒤덮었다.
“이, 이게 대체....”
살아 있는 인간이 터져서 죽어나가는 광경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구청사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팡!
밑에서부터 일어난 육신의 폭발은 파도처럼 위로 이어졌다.
멀리서 보면 피 보라가 위로 솟구치는 것처럼 보였는데,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 끔찍한 죽음에는 구청사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심후한 진기로 버텨 보려 했지만,
온몸의 피가 진동을 일으키더니, 부풀어 오른 눈알이 튀어나오며 그의 몸이 그대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촤촤촤촤촤촤촤촤!
자그마치 사백 명에 이르는 자들이 흩뿌리는 피의 비가 사막을 적셨다.
진기로 혈우를 막을 수도 있었지만 검은 가면의 사내는 오히려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서 이 피 비를 즐기듯이 온몸으로 맞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피의 맛이구나. 허허허.”
웃고 있는 사내는 바로 초유신이었다.
두 눈동자에서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피의 비를 즐기는 모습은 광기로 가득 찬 피의 악마(血魔)와도 같았다.
피 비를 맞고 있던 초유신이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중얼거렸다.
“남은 쥐새끼들도 정리해야 겠구나.”
-팟!
그의 신형이 피 먼지로 가득한 하늘로 솟구쳤다.
* * *
청두시에 숨겨진 블레이드 식스의 은거지.
그곳에 온몸에 링거를 꽂고 있는 노인, 황헐과 블레이드 식스의 회장인 금성룡이 있었다.
심각하게 굳어 있는 황헐의 얼굴과 충격을 받은 듯한 금성룡의 얼굴.
대체 그들은 무슨 소식을 들었기에 이러는 것일까?
금성룡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들의 앞에 서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에게 물었다.
“.......전멸이라고?”
“그, 그렇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자그마치 천오백 명에 이르는 전력이었다.
심지어 현경의 고수 둘과 화경의 극에 이른 상위 육문주 세 사람이 합류했다.
그런데 그들 모두가 전멸했단다.
그것도 적진을 발견했다는 메시지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말이다.
황헐이 입을 열었다.
“적진에 관한 정보는?”
“그, 그게......위치 좌표 정보가 도중에 삭제되었습니다.”
“뭐? 삭제 돼?”
“정보가 업로드 되는 사이에 저희 보안망을 뚫고서 시스템이 해킹되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역추적을 시도하는 바람에 컴퓨터를 파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콰직!
황헐이 움켜쥐고 있던 탁자의 손잡이가 부서졌다.
드디어 MS 그룹의 중추로 다가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저들에게 추적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저들이 들이닥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어르신.”
금성룡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이에 인상을 무섭게 굳히고 있던 황헐이 그에게 말했다.
“그에게 연락해라.”
“그라면?”
“마신.”
* * *
-쾅! 쾅!
폭음으로 가득한 어떤 장소.
용천 그룹의 부회장 직속실의 실장인 비막헌이 한쪽 귀를 막고서 플랙시블 스마트폰의 전화를 받았다.
“네. 부속실장 비막헌입니다. 아....금 회장님.”
의외의 인물의 연락에 비막헌이 의아해했다.
자신의 연락처를 넘기기는 했지만 금성룡 회장이 직접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아. 부회장님 말씀입니까?”
금성룡 회장이 천여운과 통화하기를 원했다.
이에 비막헌이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지금은 곤란합니다.”
천여운은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네? 급하시다고요?”
금성룡 회장의 목소리가 심상치가 않았다.
뭔가 불안함으로 가득한 목소리에 비막헌이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전화는 정말 어려웠다.
“죄송한데, 저도 언제쯤 부회장님과 통화가 가능할지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말에 수화기 부분에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급한 문제라고 하지 않았소! 대체 왜 지금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거요!
“그게....”
비막헌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하늘을 보았다.
이걸 말로 원활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늘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섬광.
이를 바라보던 비막헌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지금 부회장님께서는 지구를 벗어나는 중입니다.”
-.......뭐요?
수화기로 들리는 당혹스러운 목소리.
비막헌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말했다.
“대충......성층권은 벗어나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비막헌이 바라보고 있는 하늘에서 50km 정도 떨어진 상공.
그곳에 수많은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 폭발의 틈바구니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아오르고 있는 검은 인영이 보였다.
-슈우우우우우! 파파파파팡!
공기의 층을 뚫고서 위로 날아오르는 존재.
그의 발에서는 자기장 입자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강철맨을 연상시키는 검은 슈트에 흰 빛의 안광을 내뿜고 있는 존재는 바로 나노 슈트를 입은 천여운이었다.
천여운의 귓가로 나노의 음성이 들려왔다.
[중간권 지점인 55km 상공을 넘어섰습니다.]
-삐삐삐삐!
나노 슈트의 시야로 수많은 붉은 십자 표시가 생겨났다.
십자 표시가 생겨난 지점으로 노란 빛의 광선들이 무차별적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광선 17체가 직격해옵니다.]
-슈우우우우우!
천여운이 그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보조해. 나노.’
[판넬 시스템 가동.]
-우우우웅!
그러자 천여운의 주변으로 흩어져 있던 검은 무형검들이 모여들었다.
그것들은 나노의 판넬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천여운이 손을 움켜쥐었다.
-파아아아앙!
그러자 검은 무형검들에서 검은 빛의 광선이 뿜어져 나와, 그를 향해 날아오는 노란 빛의 광선들에게로 날아갔다.
-콰콰콰콰콰콰콰쾅!
광선들이 부딪치자 폭발음과 함께 허공이 섬광으로 물들었다.
지상에서 보고 있는 광경이 바로 이것이었다.
‘더 속도를 올려야 겠어. 나노.’
[마하 13으로 올립니다.]
자기장의 출력이 올라가면서 더욱 속도가 올라갔다.
-파파파파파!
그런 나노슈트의 등 뒤에 매달려 있는 꼬리 아홉 개의 작은 여우가 보였다.
그 여우는 바로 금모 구미호였다.
금모 구미호의 얼굴과 입이 뒤집히다 시피 하고 있었고 털이 밑으로 삐쭉 누워있었다.
-으게겍! 너, 너무 빠르다냥!
마하 13의 엄청난 속도는 금모 구미호마저도 눈을 뜨지 못하게 만들었다.
[분명 따라 오지 말라고 했다.]
머릿속을 울리는 천여운의 전음에 금모 구미호가 뒤집힌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
-나, 나도 우주가 보고 싶다고오오오!
< 72화 TRA 알파 위성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