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217화 (217/234)

< 71화 변혁의 실마리 (2) >

다음 날.

용천 그룹의 본사 대회의실.

회의실에 3D 입체 영상으로 축소된 지구가 구현되어 있었다.

회의실에는 용천그룹의 중진, 즉 천마신교의 수뇌부들과 조쉬프 공작과 마족의 군단장 다섯 명, 그리고 천여운과 그 수하들이 자리했다.

용천 그룹에 강림했던 대부분의 마족들은 마계로 돌아간 상태였다.

물론 모두가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천여운이 쓸 만한 마족들로 300명을 추렸기 때문에 그 전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타탁!

마왕군의 제 1군단장인 알케미르 후작이 3D 기계를 조작하자, 입체로 구현화 된 지구에 여섯 개의 위치가 포인트 되었다.

알케미르 후작이 그곳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이 포인트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스타로드의 중추입니다.”

“스타로드?”

교주인 천우진이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에 알케미르 후작이 설명했다.

“스타로드는 즉 행성 간에 존재하는 길입니다.”

“행성 간의 길?”

“하아. 이거 기본적인 것부터 설명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알케미르 후작이 난감하다는 듯이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인류의 과학 기술이 많이 진보했다고 하나 여전히 우주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게다가 무차별적으로 열리는 게이트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타탁!

알케미르 후작이 다른 버튼을 누르자 입체 영상이 수많은 별들이 보이는 우주로 바뀌었다.

“우주는 매우 광활합니다. 이런 우주에 생명체들이 정착하는 곳이 바로 행성이죠. 이런 행성들은 탄생할 때부터 다른 행성들과의 교류를 위해 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스타로드입니다.”

스타로드(Star road).

말 그대로 행성 간의 길이라는 의미다.

“모든 행성들이 그렇나?”

천여운의 물음에 알케미르 후작이 공손하게 답변했다.

“그렇습니다. 마신이시여. 그것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연유는 모르지만 행성들 간에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 어렵게 말을 한 것은 아니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알케미르 후작이 영상을 지구로 전환시키며 말했다.

“지금 보시는 것이 스타로드의 중추입니다.”

“중추가 무엇이지?”

“스타로드를 열고 닫을 수 있는 중심부입니다.”

“열고 닫을 수 있는?”

“각 행성들은 외부의 스타로드로부터 행성 자체를 보호하는 자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약 이 중추에 문제가 생긴다면....”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진 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지금과 같은 일.

그것은 현재 지구상에 게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열리는 사태를 의미한다.

게이트를 막아내기 급급했던 지구였기에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때 비환귀종의 종주인 환명오 이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렇다면 그 중추에 생긴 문제만 해결한다면 게이트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거요?”

“적어도 제멋대로 열리는 사태는 막을 수 있습니다.”

-웅성웅성!

그 말에 중진들이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인류를 위협으로 몰아넣은 게이트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이 지옥 같은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었다.

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천여운이 다른 질문을 던졌다.

“자체적인 보호 시스템을 행성이 갖췄다고 했는데, 이것이 제멋대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발생하나?”

“아!”

그 말에 모두가 집중했다.

알케미르 후작의 말대로라면 자체 보호 시스템이 저절로 망가졌을 리가 만무했다.

알케미르 후작이 깊은 숨을 내쉬며 답했다.

“행성이 가진 자체적인 보호 시스템은 견고합니다. 강제적으로 충격을 가하지 않는 이상은 망가질 수가 없죠.”

“누군가 강제적으로 그것을 망가뜨렸단 말이오?”

소교주인 천유장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이에 긍정하는지 알케미르 후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수가....”

“이 모든 게 전부....”

대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는지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게이트는 인류에 있어서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천재지변이 어떠한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벌어졌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그 놀라움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대체 어떤 것들이 이런 짓을!”

“천인공노할 것들!”

게이트로 인해 죽은 인구의 숫자만 하더라도 헤아리기 힘들다.

수많은 참상이 인위적으로 벌어졌다는 현실.

인류가 종말에 처해질 수 있는 상황을 대체 어떤 작자들이 초래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것까지는 저도 알 길이....”

게이트에 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사태를 일으킨 범인마저 알 리가 없었다.

다른 마족의 군단장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들과 달리 뭔가 남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는 조쉬프 공작이었다.

이를 발견한 천여운이 물었다.

“조쉬프 공작.”

“아! 마신이시여.”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나?”

그런 천여운의 물음에 조쉬프 공작이 말하기를 망설였다.

뭔가 확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왜 그러는 거지?”

재차 묻는 말에 망설이던 조쉬프 공작이 입을 열었다.

“제가 지구에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때에는 게이트가 제멋대로 열리는 사태가 없었습니다. 언제쯤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있을지?”

“28년 전이오.”

그 물음에는 교주 천우진이 답했다.

천우진 뿐만이 아니라 천마신교의 교인들은 아직도 그 날을 잊을 수 없었다.

퍼스트 디멘션 게이트.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게이트로 인해 벌어진 사상 최악의 참극이 벌어졌다.

“28년? 흐음......그럼 소신의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뭐가 아니라는 것이냐?”

“제가 아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듯 합니다.”

“다르다? 무엇이 말이지?”

“만약 놈들에 의해서 강제로 스타로드 중추에 손상을 입혔다면 지금쯤 이 행성은 지배를 당하고 있어야 할 텐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지배?”

모두가 의아해하자 조쉬프 공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런 유사한 방식을 알고 있습니다만. 만약 그들이 한 것이라면 지금쯤 지구는 천족을 숭배하고 있었을 겁니다.”

천족이라는 말에 갸웃거리던 천여운이 뭔가를 떠올리고서 말했다.

“천족?......혹시 탈리샤의 일족을 말하는 것이냐?”

“맞습니다.”

이에 마족의 군단장들도 흥미를 보였다.

‘천족?’

‘탈리샤의 일족이 연관되었나?’

탈리샤의 일족은 그들과 평생의 천적이었다.

아무래도 조쉬프 공작의 경우 지금 세대들보다도 전에 활동했기에 그들과는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순수하게 호전적이면서도 전투를 즐기는 저희 일족과 달리 탈리샤의 일족, 천족이라 불리는 족속들은 지배와 숭배 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복욕이 있나보군.”

“모든 생명체들 중에 정복욕이 없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겠죠. 그런데 이들은 유달리 자신들이 숭배 받는 것을 희열로 여깁니다.”

“변태인가. 그딴 걸로 희열을 느끼게.”

허봉이 혀를 쯧쯧 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쉬프 공작이 피식하며 웃더니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들이 정복한 곳을 가보면 가관도 아닙니다. 마치 우상숭배나 신을 모시기라도 하는 것처럼 석상도 세우고 신전도 건축해놓았죠.”

“웃기는 놈들이로군.”

“그들의 방식은 한결 같습니다. 행성에 게이트를 열어 위기를 도래하게 만듭니다. 그 후에 그들이 강림하여 해결함으로서 숭배를 받는 식입니다.”

“그들이 해결한다고?”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는 거죠. 역겨운 놈들입니다.”

조쉬프 공작이 경멸의 목소리로 말했다.

마족들의 경우는 자신보다 약한 종족을 벌레 취급도 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천족들은 약한 종족에게 자신들을 숭배하고 모시기를 바란다.

서로 상반된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둘 다 이롭지는 못하지만.’

천여운이 이 말을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자신이 없었다면 마족들도 인간에게 해롭기는 매한가지였다.

“어쨌거나 녀석들은 아니란 거군.”

“그런 것 같습니다. 녀석들이었다면 게이트를 열어두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하늘 길을 틀어막고 행성의 생명체들의 힘의 원천을 봉쇄하고 공포로 억압을 했을 겁니다. 그 후에....”

“잠깐!”

그때 환명오 이사가 끼어들었다.

“하늘 길을 막는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이오?”

“행성들 간에는 기술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발전을 이룩한 문명을 가진 종족들의 중심에는 항공 운송 능력이 있지. 항공 이동을 제어하면 상대적으로 약화시키는 게 가능하니까 말이야.”

조쉬프 공작의 말 대로였다.

항공 운송이 차지하는 영역은 군사적으로도 컸기에 이를 제어 받게 된다면 인류는 그 힘의 절반을 꺾이게 되는 셈이었다.

“왜 그것을 물은 거지? 환명오.”

“처, 천마이시여. 한 가지만 저 자에게 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심각해 보이는 환명오 이사의 목소리.

이에 천여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보시오. 그렇다면 생명체들의 힘의 원천을 봉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요?”

“관심이 많은가 보군. 인간. 간단한 이치다. 만약 군대를 이끌고 침공을 한다면 가장 먼저 어떤 전략을 취할 것 같나?”

“전략?”

“그 상대가 가진 가장 큰 힘을 봉쇄시키는 것이다. 에너지를 차단하거나 힘을 무력화하게 된다면 더욱 상대는 취약해지겠지.”

조쉬프 공작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환명오 이사가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천여운이 의아해서 물으려고 했는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NFIZ.......”

“NFIZ? 그게 뭐지?”

“핵 분열 무력화 재머입니다.”

그걸 듣는 순간 천여운의 머릿속에 나노가 이 시대의 정보를 모았던 것들 중 하나가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NFIZ(Nuclear fission incapacitation jammer).

그대로 해석하면 핵 분열 무력화 방해 장치이다.

게이트가 열리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인류는 핵 분열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원활한 에너지 수급의 차단과 인류 최대의 무기인 핵 폭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로 인해 부족한 에너지의 수급을 대체하게 된 것이 게이트에서 나온 코어였다.

“아!”

이것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천여운은 환명오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환명오 이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천마이시여. 아무래도 이 자가 말한 그 천족이라는 자들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조쉬프 공작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인간?”

“그대의 말대로요.”

“말대로라고?”

“지구는 현재 각 지역마다 생긴 TRA로 인해 핵무기와 항공길을 잃었소.”

“허어.”

환명오 이사가 한 말을 들은 천마신교의 중진들이 그제야 알아들었는지 굳은 얼굴이 되었다. 그들 역시도 인류가 핵 분열 능력과 항공길이 막힌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식으로 이어질 지는 몰랐다.

조쉬프 공작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그런데 어째서 아직까지 탈리샤의 일족들이 가만히 내버려둔 거지?”

환명오 이사의 말대로라면 탈리샤의 일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지금쯤이면 이미 지구는 그들의 수중에 들어갔어야 했다.

연이은 충격적인 진실에 대회의실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그때 천여운이 말했다.

“결론은 이 사태를 만든 원인은 탈리샤의 일족이고 스타로드의 중추를 원상복구 시키면 게이트를 닫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마신이여.”

조쉬프 공작의 대답에 천여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해야 할 일은 정해졌군.”

“네?”

“게이트를 닫고 탈리샤의 일족만 쓸어버리면 될 일이다.”

언제나 시원스러운 결론을 가지고 있는 천여운이었다.

*  *  *

어딘지 모를 거대한 공동.

그곳에는 수많은 유리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유리관들 속에는 붉은 액체들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 안에는 사람의 형태로 보이는 것들이 보였다.

이 유리관들의 숫자만 해도 족히 300여개는 되었다.

유리관들의 위에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이 부착되어 있었고, 뭔가 시스템을 조정하는 표시들이 끊임없이 적혀지고 있었다.

-저벅저벅!

그런 유리관들의 사이로 누군가가 걸어왔다.

그는 초 노사라 불리는 사내였다.

초 노사가 유리관들의 사이로 지나 메인 컴퓨터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위잉!

메인 컴퓨터에 부착된 수많은 모니터들 중에 가장 큰 모니터의 화면이 전환되며 누군가의 모습이 재생되었다.

금색 가면에 A라고 적혀 있는 자였다.

스피커에서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1객주.

그 목소리에 초 노사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둘뿐이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

-알겠다. 초유신.

“프로젝트 진행률은?”

-프로세스는 원활히 가동 중이다. 80% 정도 구성이 진행되었다. 곧 머지않아 전뇌체의 업로드가 성공하면 내가 직접 움직일 수 있게 될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로군.”

-성과물들에 대한 수확은?

A가면의 물음에 초 노사, 아니 초유신이 고개를 돌려서 유리관들을 쳐다보았다.

“거두러 갔다. 이것들에 활용할 수는 있겠지?”

-조정 과정은 완료했다. C등급 개체들은 언제든지 정보를 업로드하기만 하면....

“잠깐.”

-왜 그러는 거지?

화면 속의 A가면이 의아해했다.

이에 초유신이 입 꼬리를 씨익 올리며 중얼거렸다.

“쥐새끼가 잠입했군.”

-슥!

그 말과 함께 초유신이 공동의 천장 부근에 환기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500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초유신이 그곳을 쳐다보는 순간, 환기구 속에 있던 존재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빌어먹을!’

검은 복면을 쓴 존재였다.

당황해하던 그가 서둘러 탈출을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무음보행술을 익힌 그는 경공을 펼치는데도 발걸음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다시피 할 정도로 잠행의 대가였다.

그러나,

-쾅!

“으헉!”

강대한 진기에 의해 그의 몸이 환기구 밑을 뚫고서 밑으로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치자마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스륵!

그때 위로 초유신이 나타나 머리를 발로 밟았다.

“큭!”

“쥐새끼.”

초유신이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복면인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복면인의 손에 들려 있는 무언가를 진기로 빼앗았다.

-휘리릭! 탁!

그것은 작은 단말기였다.

단말기에서 붉은 빛의 점이 반짝이고 있었다.

“추적기인가.”

초유신이 들고 있는 추적기를 어딘가로 던졌다.

그러자 기계 손 같은 것이 바닥에서 튀어나와 단말기를 잡아냈다.

“차단해라.”

-그럴 것이다.

스피커에서 A 가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유신이 몸을 숙여서 복면인에게 손을 대려고 했다.

복면인이 혀를 깨물려고 했는데, 방대한 진기가 그의 턱을 붙잡고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슥!

초유신이 그의 복부에 손을 얹고서 눈을 감고서 음미했다.

그러더니 중얼거렸다.

“후후, 네놈들이었나. 극도육무문.”

'!?'

그 말을 들은 복면인의 두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저 몸에 손을 댄 것만으로 무공의 연원을 바로 맞췄다.

당황해하는 그를 쳐다보며 초유신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리를 해야 겠구나."

< 71화 변혁의 실마리 (2) > 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