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213화 (213/234)

< 69화 마신 대 마왕 (3) >

“저길 봐!”

“벼, 별들이 움직이고 있어.”

갈라진 하늘 속에서 드러난 우주.

울렁거리며 움직이는 우주 속에서 반짝이는 별빛들이 별똥별처럼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상에서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간들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이, 이게 말이 되는 일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마왕체로 변한 마왕 타우라의 권능과 힘에 경의를 표했던 마족들마저 어안이 벙벙해졌다.

쏟아질 듯 한 별빛들의 자태는 아름다운 정경이 아니었다.

마치 수많은 유성들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진짜야!”

“떠, 떨어지고 있어!”

그런데 그것은 정말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치 유성우(meteor shower)를 보는 것처럼 별빛들이 거대해져갔다.

눈앞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광경.

그것은 천둥 번개가 몰아치고 허리케인이 생성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공포를 자아 해냈다.

“이....이런 미친!”

“행성을 날려버릴 작정인가?”

“모, 모두 피해!”

지상에서 마왕의 힘을 볼 때만 하더라도 경이롭게만 여겼다.

그런데 우주에서 유성우가 쏟아져 내리는 광경을 보자 아까 전에 인간들이 느꼈던 공포와 두려음을 그대로 겪는 마족들이었다.

“야이 놈들아! 이것이 주군의 진정한 힘이시다!”

허봉의 득의양양해져서 마족들에게 소리쳤다.

그런 그의 어깨를 붙잡고서 대장로 문란영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봉봉......우리도 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부인 왜 그러는...”

“위를 보고 얘기해요.”

“위? 위가.....어라.”

-슈우우우우우우!

갈라진 하늘에서 보이는 유성우 광경은 모든 것을 파괴시킬 기세였다.

별빛들이 점점 커져 가는데 위태롭게 보였다.

그 압박감은 마족들뿐만이 아니라 지상에 있는 모든 이들이 동시에 느낄 정도였다.

‘이놈.....’

거대한 마왕의 마안이 흔들렸다.

이 기세라면 정말 자신뿐만 아니라 지상을 초토화시키고도 남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희생을 감수한 건가?’

그렇지 않고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할 리가 없었다.

-단단히 미쳤구나. 인간.

더 이상 마왕은 이것을 마냥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이러다 사달이 날지도 몰랐다.

마왕 타우라가 마왕체의 거대한 몸을 움직였다.

-쿠구구구구!

하늘을 떠받드는 것 마냥 마왕이 별빛들이 떨어지는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왕이 손을 뻗은 하늘 위로 검은 원반 같은 것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방패진처럼 나열되어갔다.

“온다!”

“모두 피햇!”

마족들부터 천마신교의 교인들까지 사방으로 흩어지며 소리쳤다.

거대한 빛 덩어리들이 낙하하고 있었다.

-슈우우우우우!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팡!

빛덩어리들이 검은 원반에 부딪치자, 그것들이 깨지며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낙하하면서 불이 붙은 파편들의 여파는 지상에까지 미쳤다.

-쾅! 쾅!

파편들은 운이 좋았던 것인지 용천그룹 부지 바깥으로 떨어졌다.

-파파파파파파팡!

특이한 광경이 되어버렸다.

공격을 하는 위치가 마치 천여운이 세상을 무너뜨리려 하는 것만 같았고 마왕이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아내려는 것처럼 끊임없이 검은 원반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낙하하는 유성과도 같은 빛 덩어리들은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넘겨버리는 디멘션 베리어마저도 깨어냈다.

-콰아아앙!

그 중 하나가 기어코 거대한 마왕의 어깨에 내리쳤다.

-크억!

거대한 마왕의 몸이 기우뚱하며 옆으로 흔들렸다.

삼사백 미터에 이르는 마왕이 몸이 기우는 모습에 마왕의 검은 손에서 탈출하여 조쉬프 공작을 옮긴 칼리아프 대공이 혀를 내둘렀다.

“......정말 라릿샤의 강림이신가.”

마왕체.

마왕만이 지닌 절대 권능 중 하나이다.

저 상태가 된다면 적대 일족의 수장인 탈리샤가 아니면 누구도 상대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마왕체가 된 마왕이 타격을 받고서 흔들리고 있었다.

‘이게 무슨?’

당사자인 마왕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유성우처럼 떨어지는 별빛들의 수는 무수히 생성하는 디멘션 베리어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났다.

그것들이 교묘할 정도로 틈을 노려왔다.

‘이 많은 유성우들을 무슨 수로 자유자재로 다룬단 말인가?’

그것은 마왕인 자신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조정할 것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세한 컨트롤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콰아아앙!

-크헉!

방심한 탓일까?

또 다른 별빛이 낙하하며 마왕의 가슴 정중앙을 세차게 내리쳤다.

거대한 마왕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질량마저 압도적으로 변하는 마왕체 상태가 아니라면 절대로 버틸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었다.

-콰앙! 콰앙! 콰앙!

디멘션 베리어를 통과한 세 유성우처럼 보이는 별빛.

그것들 중 두 개는 용천 그룹 부지 바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헉!”

“피, 피해랏!”

낙하한 별빛이 마족들이 밀집한 곳에 정확하게 내리쳤다.

-콰콰콰콰콰콰쾅!

“끄악!”

“컥!”

-파스스스스!

직접적으로 닿은 별빛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닿는 순간 반경 백 미터 이내에 있던 마족 80여 명이 빛에 휩쓸려 그대로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마왕은 이 광경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놈. 유성우들을 세세하게 컨트롤하고 있다.’

그런 마왕의 확신은 정확했다.

계속해서 별빛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천여운의 두 동공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흰빛의 입자들.

그것은 증강현실이 개안되었기 때문이었다.

[판넬 시스템 구동률 170%. 사용자의 신체 부담률이 68%.]

단 하나뿐인 제 7세대 나노머신인 나노의 연산 능력.

그것은 천여운이 공허경의 무리를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 상당 부분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판넬 시스템으로 연산 능력을 담당함으로서 더욱 디테일하고 정밀도 있는 공격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슈우우우우! 콰아아앙!

또 다시 별빛이 마왕의 가슴을 강타했다.

대단한 것은 이 유성우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력을 지녔는데, 이를 맞은 마왕의 몸이 관통되거나 그러하진 않았다.

‘가슴을 노리고 있다.’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마왕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천여운은 아무리 질량이 커졌어도 마왕의 가슴에 심장부인 핵이 있다고 짐작했다.

그러나 두 번이나 연달아 공격했는데도 마왕이 견디자 의의하게 여겼다.

‘가슴이 아닌가.’

핵에 타격을 줘야 놈을 없앨 수 있다.

‘정녕 인간이 맞단 말인가.’

계속해서 방어만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마왕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아무리 무한에 가까운 마력으로 디멘션 베리어를 만들어내도 저 유성우에 닿는 순간에 그대로 파괴되고 만다.

결국 막는 쪽만 불리한 것이었다.

‘이러다간 정말.....’

위험할 지도 몰랐다.

“그럼 이쪽일까?”

천여운이 마왕의 머리 쪽에 집중을 했다.

그러자 베리어를 뚫은 별빛 세 개가] 일제히 마왕의 머리를 노려왔다.

-슈우우우우우!

머리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는 별빛을 보면서 마왕의 눈빛이 묘해졌다,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뭔가가 있었다.

[타우라. 네 녀석은 전투 감각은 타고 났는데, 생각하는 발상은 너무 고루해. 질량과 부피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노출이 많이 된다는 거다.]

[그래도 파워가 늘어나면 적을 일격에...]

[그건 적이 너보다 약하다는 전제 하의 일이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라릿샤여.]

[발상을 자유롭게 해라. 그렇게 된다면 지금의 네 한계를 넘어설 것이다.]

하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마왕이 코앞까지 닥친 별빛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포기하는 건가.’

막지 않는 마왕의 모습에 천여운이 의아했다.

이번 것은 유성우를 삼단 중첩시켰기 때문에 아무리 마왕의 마왕체의 질량과 부피가 높다고 해도 뚫릴 확률이 높았다.

바로 그때였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앙!

벽면 같이 앞을 가리고 있던 검은 공간이 빠르게 움직였다,

삼사백 미터에 이르던 거대한 마왕 타우라의 마왕체가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수축되는 것이 아닌가.

-콰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별빛들이 연거푸 마왕을 향해 부딪쳤다.

엄청난 굉음 소리와 함께 그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강렬한 풍압이 일어났다.

-푸슈슈슈슈슈!

그것에 맞춰서 그렇게 거대하던 마왕체가 순식간에 쪼그라들 듯이 사라졌다.

‘제대로 맞았다.’

천여운이 별빛들이 일으킨 폭발의 여파를 쳐다보았다.

별빛은 실제 운석이 아니었다.

우주의 이치를 일부 깨달은 천여운이 그와 흡사한 혼돈의 공간을 열어, 그 안에 담겨 있던 혼돈의 기운을 끌어 모아 낙하시킨 것이 바로 이 유성우의 정체였다.

사실 어떻게 본다면 소우주나 다름없었다.

-파아아아앙!

그때 별빛의 폭발들이 갑자기 엄청난 풍압에 의해 사라졌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누군가 떠있었다.

-고오오오오!

그는 바로 마왕 타우라였다.

특이하게도 그의 모습은 방금 전 거대한 질량의 마왕체가 줄어들어 인간과 거의 동일한 크기의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질량은 줄어들었지만 폭풍 전야에서 느껴볼 법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흠.

마왕이 스스로를 관조하듯이 손바닥을 들어서 쳐다보았다.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마력이 전신에서 용솟음 쳤다.

‘마왕체의 모든 힘을 한 점으로 집약시켜서 한 번 더 역량을 폭발시킨 것이 이렇게 도움되다니.’

마왕체가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끝이 아니었다.

지금 그는 자신의 힘이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꽉!

마왕 타우라가 주먹을 가볍게 움켜쥐고서 천여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인간. 네게는 참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겠구나.

-슥!

마왕 타우라가 위로 손을 뻗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별빛 하나를 그대로 막아냈다.

손바닥으로 막아낸 별빛이 타들어가듯이 반짝이더니, 이내 마왕의 마력에 의해 수그러들며 그 빛을 잃었다.

마치 스스로 강해졌음을 보여주기 위함인 듯 했다.

마왕이 오만한 눈빛으로 천여운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네 덕분에 발상을 달리할 수 있었다.

“발상을....달리해?”

-지금의 본 왕이라면 라릿샤뿐만이 아니라 누가 온다고 한들 상대가 되지 못하리라.

그 말과 함께 마왕 타우라가 몸을 파르르 떨면서 힘을 주었다.

그러자 온통 검었던 그의 몸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파파파팍!

그것들은 입고 있던 아리샤의 갑주라 불리는 병기들이었다.

갑주로 무엇을 하려나 했는데, 마왕 타우라가 그것들을 아무 망설임 없이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슈슈슈슈슈!

-더 이상 본 왕에게 이것들은 의미가 없다.

마왕 타우라는 더 이상 아리샤의 무구에 연연하지 않았다.

굳이 일곱 무구가 전부 있지 않는 이상 진가를 발휘할 수도 없었고, 굳이 이것이 없더라도 세상의 어느 누구도 자신을 해할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과신이 심하군.”

천여운의 그 말에 마왕이 비릿한 목소리로 예언 하나를 했다.

-후후후, 예고를 하마. 지금부터 5초 뒤에 인간 네놈의 목은 본 왕의 전리품이 되어, 허리춤에 걸리...

그때 천여운이 마왕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그 상태에서 우측으로 손바닥을 밀어냈다.

-우우우웅!

‘?’

마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슨 행동을 한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무슨 짓을 한 거지?

“무상천마검과 공허경의 무리를 하나로 합쳤다.”

-뭐?

“발상을 달리하라는 그 말 괜찮군.”

-오싹!

천여운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마왕이지만 강한 불길함을 감지했다.

선수필승이라고 생각한 마왕이 그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 했다.

그런데 몸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고개를 내린 마왕 타우라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가슴 아래 부분 쪽의 몸이 있던 공간 부분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마치 공간을 뜯어낸 것 마냥 그 부분이 검게 물들어 있었는데, 그의 육신은 원래 있던 공간과 함께 사라진 듯 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아무런 전조도 없었다.

공간 자체를 밀어서 없애버린 것이었다.

-콰드드드득!

그렇게 없어진 공간을 대체 하려는 것처럼 새로운 공간이 새살이 돋아나 듯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몸을 복구해야 해.’

마왕이 공간 채로 사라진 몸을 복구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전혀 재생하지 않았다.

그가 가진 권능이라면 순식간에 몸이 재생해야 하는데, 마치 존재 자체가 사라진 것 마냥 형상을 그대로 유지했다.

-스륵!

그때 천여운의 신형의 그의 앞으로 나타났다.

-콱!

천여운이 마왕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가슴 아래쪽이 통으로 날아가면서 남은 부위는 머리와 목, 가슴 상반부, 어깨 밖에 없는 마왕이었기에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마왕이 다급히 천여운에게 소리쳤다.

-잠깐! 인간. 이건 아니다. 이런 식의 패배는 본 왕이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사기 같은 능력이.....

-콰득!

-컥!

마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의 다른 한손이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무리 마왕이라고 하나 심장부인 핵이 붙잡히자 사색이 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헛소리는 집어치우고.....네 수급이 내 손에 있군. 마왕."

< 69화 마신 대 마왕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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