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마신 대 마왕 (1) >
“인간.”
마왕의 마안(魔眼)에서 흉흉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일족을 다스리는 위대한 왕인 자신을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그 존재가 인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슥!
마왕이 천여운을 향해 특이한 눈짓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위에서 강한 압력감이 일어나며 무언가가 천여운을 짓누르려 했다.
“주인!”
칼리아프 대공이 놀라서 외쳤다.
천여운의 머리 위로 거대한 검은 손이 나타나 그를 벌레 잡는 것처럼 짓누르려고 하고 있었다.
천여운이 가만히 검결지를 움켜쥐었다.
-우웅!
그 순간 천여운의 머리 위로 검은 빛깔을 머금은 거대한 무형검이 생겨났다.
검은 무형검이 짓누르려 하는 거대한 검은 손을 막아냈다.
-파아아앙!
그 두 힘이 부딪치자 강렬한 풍압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지상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였다.
마왕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보통 인간이 아니군.’
지금 보인 그의 능력은 인간이 막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적인 예로 삼대공 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칼리아프 대공조차 진각성을 하고도 검은 손에 붙잡혀 꿈쩍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천여운은 아무렇지 않게 막아냈다.
“네놈 인간이 맞느냐?”
마왕 타우라가 의아했는지 물었다.
천여운이 입을 열기도 전에 하반신이 잘려나간 조쉬프 공작이 힘겹게 소리쳤다.
“타우라! 네놈이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라릿샤이시다. 율법을 어기고 멋대로 빼앗은 왕좌에서 내려와야 할 거다!”
“라릿샤?”
마왕 타우라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천여운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그때 마왕이 피식 웃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본 왕이 라릿샤를 알아보지 못할 것 같나?”
“뭐?”
부정하는 마왕의 태도에 조쉬프 공작이 반박하려고 했다.
그 순간 그의 밑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크어어어!
“이, 이건!”
검고 거대한 둥근 구 같은 것이 입을 쩌억 벌리고 그를 삼키려들었다.
부상이 워낙 심해서 아직까지 재생이 완전히 되지 못한 조쉬프 공작은 순식간에 그것에 잡혀 먹히고 말았다.
천여운이 빠르게 무형검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푹!
무형검이 검은 구에 꽂혔다.
‘느낌이 없다.’
천여운의 눈빛이 묘해졌다.
그때 검은 구 안에서 우걱저걱 씹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팟!
천여운이 검은 구로 직접 날아가 그대로 검결지를 그었다.
-촥!
이번에는 무형검이 아니라, 검은 선이 생겨나며 검은 구의 일부를 갈랐다.
갈라진 구를 향해 천여운이 손을 끌어당기는 시늉을 했다.
-팍!
그러자 그 안에서 온몸이 짓이겨진 조쉬프 공작이 진각성마저 풀려서 빠져나와졌다.
정말 거대한 존재가 입에 넣고서 씹은 것 마냥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온몸에 수분이 빠져나간 것처럼 피부가 늘어져 있었다.
“끄으으.”
“조쉬프 공작!”
그 모습에 칼리아프 대공이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저 정도 부상이라면 핵이 손상되지 않다고 해도 위험한 지경이었다.
그때 마왕이 천여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아아아아아!
그 순간 허공에서 역한 냄새와 함께 오십 미터 가량 되어 보이는 지름의 녹색 빛기둥이 천여운에게로 떨어졌다.
‘독?’
녹색 빛의 독기는 조쉬프 공작의 능력이었다.
천여운이 위를 향해 빠르게 검결지를 휘둘렀다.
-촥!
빛의 기둥이 반으로 갈라지며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헉!”
“위, 위를 봐!”
밑에서 난리가 났다.
베어 넘긴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밑에서 싸우고 있는 교인들과 천여운 산하의 마족들이 맞게 생겼다.
“후우.”
천여운이 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공간에 검은 구멍이 생겨나 이내 강한 인력이 일어났다.
그곳으로 녹색 독기가 그대로 흡수되듯이 빨려 들어갔다.
-스륵!
“제법이구나.”
어느새 천여운의 앞으로 마왕 타우라가 나타났다.
그의 앞으로 나타난 마왕 타우라가 천여운을 향해 주먹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공간이 회오리치듯이 비틀렸다.
‘역량의 일원화?’
이것은 천여운이 펼치는 역량의 일원화와 흡사했다.
마왕이 공간이 비틀릴 만큼 한 점으로 힘을 모으더니, 그대로 천여운의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꽈아아아앙!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굉음 소리.
그와 함께 천여운의 신형이 포탄처럼 뒤로 튕겨나갔다.
거의 백 미터 가량을 날아갔다.
두 팔을 교차하고 있는 천여운의 팔목이 움푹 들어가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천여운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대공 급을 가볍게 상회한다.’
마왕 타우라는 단순히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무림인들이 효율적으로 내공을 다루는 것처럼 마력을 활용할 줄 알았다.
누군가의 공격을 막고서 팔이 부러진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두두두둑!
천여운의 팔목에서 뼈 소리가 들리며 빠르게 조각난 부위들이 맞춰졌다.
오령의 영기와 나노가 있는 이상 천여운 또한 칼리아프 대공에 버금가는 엄청난 회복력을 가지고 있었다.
-팍!
천여운이 허공을 박차며 여파에 날아가던 것을 멈췄다.
-스륵!
그때 천여운의 앞으로 또 다시 마왕이 나타났다.
움직이는 속도 또한 풍신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굉장했다.
“네놈이 라릿샤라고? 그가 들었다면 비웃을 일이구나.”
마왕이 비웃으며 천여운을 향해 발차기를 날리려 했다.
발차기 또한 풍압이 일어나며 공간이 비틀리는 것으로 보아 역량을 한 점으로 모았다.
그 상태에서 천여운을 내려 찍으려 했다.
그때 천여운이 검결지로 마왕의 다리를 향해 그었다.
-촥!
검은 선이 생겨났다.
그 순간 마왕이 엄청난 속도로 몸을 비틀며, 검은 선을 피해냈다.
‘피했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무상천마검을 바로 앞에서 피하는 사태는 말이다.
놀랄 틈도 없이 마왕이 그 상태에서 천여운의 어깨를 걷어찼다.
-파아아아앙!
하지만 천여운 또한 이를 피하면서 그의 발차기 풍압이 상공의 구름마저 갈라버렸다.
천여운이 틈조차 주지 않고서 마왕의 미간을 찔렀다.
-휙!
마왕이 반대 발로 천여운의 손목을 쳐냈다.
-팍! 촤아악!
덕분에 공간마저 꿰뚫는 검은 선이 빈 허공만 꿰뚫었다.
-슝!
마왕의 신형이 그 상태에서 사라져서 수십 미터 위에서 나타났다.
마왕이 천여운을 향해 두 손을 모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쿠우우우우우우!
거대한 검은 손이 왼쪽과 오른쪽에서 나타나 모기를 잡는 것 마냥 박수를 쳤다.
천여운이 양손으로 검결지를 뻗었다.
-푸푹!
그러자 거대한 검은 무형검 두 자루가 생겨나, 천여운을 박수쳐서 압사시키려고 하는 거대한 검은 손바닥을 찔러서 못 오도록 막아냈다.
-슉!
그 사이에 마왕이 천여운의 위에서 나타나 역량이 일원화된 발차기를 날렸다.
“끝이다.”
양손이 묶였다고 생각한 마왕이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천여운이라고 발로 역량의 일원화를 쓰지 못할 리가 없었다.
“헛물 켜는군.”
-파아아아앙!
천여운의 역량의 일원화된 발차기가 마왕의 발차기를 옆으로 쳐냈다.
그러자 두 기운이 회오리를 치면서 뻗어나가, 상공에 있던 구름 하나가 통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핫!”
마왕 타우라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자신과 거의 동등하게 싸우는 천여운 덕분에 여타의 감정을 제하고 강한 호승심이 오른 모양이었다.
마왕의 손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파파파파파파팡!
마찬가지로 천여운 또한 공수로 대응했다.
-파파파파파팡!
서로가 공격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피해냈다.
그럴 때마다 허공에 있던 구름들이 갈라지며 난리도 아니었다.
서로 역량이 집중된 공격을 주고 받고 있었기에 일격 필살이나 다름없었다.
“세상에.....”
“인간이 마왕님과 비등하게 싸우고 있어.”
이를 밑에서 지켜보는 마족들은 하던 싸움도 멈춘 채, 넋을 놓고 있었다.
마왕은 그들에게서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었다.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을 지닌 존재와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싸움이다.”
“......인간의 싸움이 아니야.”
이것은 천마신교의 교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림인들끼리 겨루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수준의 공방이었다.
둘이 부딪칠 때마다 천둥 번개가 치는 것마냥 번쩍 거리고 엄청난 풍압에 구름이 갈라지고 사라지는데,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아버님.”
교주 천우진의 곁에 소교주이자 용천그룹의 회장 천유장이 다가왔다.
넋을 놓고서 하늘을 쳐다보는 천우진에게 천유장이 말했다.
“선조님께서 괜찮으시겠습니까?”
“.......”
천유장이 걱정스러운 물음에 천우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천마신교의 전설이라 불리는 마신 천여운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게이트에서 나타난 저 존재는 지금껏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괴물이었다.
마치 신들의 전쟁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존재 간의 대결은 이미 인외의 싸움이었다.
“이것만은 확실하구나.”
“네?”
“저 대결이 본교와 인류의 모든 운명이 걸려있을 지도 모른다.”
“인류!”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폭풍을 연상하는 듯한 상공에서 벌어지는 대결.
그것은 절대로 천마신교 하나로 끝날 수 있는 절망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군.....”
마왕군을 상대하기 위해 부지로 참전했던 천여운의 세 수하들인 허봉, 문란영, 백기 또한 숨을 죽인 채, 상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천여운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 세 사람이다.
그런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규모의 대결에 세 사람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주군이 저 정도로 격렬하게 싸우다니.’
늘 천여운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결을 보면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들 만큼 마왕과 천여운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부딪쳤다.
지상이었다면 저 두 존재의 일격 일격에 산이 무너질 정도였다.
‘저 대결에서 조금의 실수가 생긴다면.....’
무조건 승패가 갈라지게 될 것이다.
한 번도 그들이 그려보지 못한 그림이 펼쳐질 지도 모른다.
무적을 자랑하던 마신 천여운의 패배.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허봉."
백기의 그 말에 허봉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마신이 마왕따위에게 질리가 없잖아! 주구우우운! 주군께서는 무조건 승리하실겁니다아아아!!!”
허봉의 외침을 들은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응원을 하듯이 외쳤다.
“마신! 마신! 마신!”
하나, 둘씩 퍼져나간 그 응원은 용천 그룹 부지 전체로 퍼져나갔다.
사기를 증진시키는 응원.
이에 질 새라 마왕 휘하의 마족들 역시 마왕을 외쳤다.
“마왕! 마왕! 마왕!”
두 수장들의 싸움이 모든 것을 판가름한다.
그런 지상을 울리는 응원의 함성 소리는 상공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천여운과 마왕 둘 다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었기에 주변의 상황들은 전혀 인지할 수가 없었다.
-파아아아앙!
두 존재가 서로 주먹을 부딪치고는 뒤로 튕겨나갔다.
마왕 타우라의 눈매가 아까에 비해서 많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호승심보다는 서서히 길어지는 싸움이 자존심을 자극했다.
마왕이 천여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인간 주제에 제법이구나. 라릿샤나 탈리샤 이외에 본 왕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싸운 자는 네놈이 처음이다.”
“피차 마찬가지군.”
천여운 역시 짧게 응대했다.
그 역시도 극도신 이후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싸움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놈의 전력이 아니다.’
아직 마왕은 진각성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 괴물이라면 진각성을 하기 전에 베는 것이 옳았지만 상대는 무상천마검마저 피해낼 수 있는 존재였다.
‘재밌군. 무상천마검을 피하는 적이라....’
세상이 넓긴 넓었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절대 일검이 반드시 무적이 아님을 마왕이 증명한 것이다.
그때 마왕이 천여운에게 말했다.
“어째서 라릿샤가 인간이란 존재에게 집착했는지 알 수 있구나. 좋다. 네놈에게 기회를 주마.”
“기회?”
“본 왕의 오른팔이 될 수 있는 영광을 주마.”
마왕의 입에서 나온 제안에 천여운이 피식 웃었다.
칼리아프 대공도 그렇고 고위 마족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 비슷했다.
“지금 웃었나?”
마왕이 표정을 굳히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이에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그런 건 네놈이 나보다 강해야 할 수 있는 말이지.”
그 말을 들은 마왕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도 들은 것처럼 웃어대던 마왕이 표정을 싹 굳히더니, 이내 천여운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천여운이 검결지를 쥐고서 경계했다.
그런데 갑자기 천여운의 머릿속에 있던 어떤 기운이 흩어져갔다.
‘이건?’
마왕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본 왕이 네가 가진 그 능력을 모를 줄 알았더냐?”
“.........”
“그것은 본 왕을 모시는 세 공작들에게 넘겨준 권한이다.”
천여운의 체내에서 흩어진 능력.
그것은 루드히 공작에게서 흡수한 진각성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능력이 흩어진 순간 천여운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권한쯤은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이지. 이걸 비장의 수라고 남겨뒀다면 오산이다. 그리고....”
마왕 타우라가 천여운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휘젓자, 천여운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림자가 열렸다.
마왕이 잡아당기는 시늉을 하자, 그림자 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슈슈슈슈슉!
그것들은 바로 아리샤의 무구들이었다.
그림자에 넣어두었던 륜, 지팡이, 창을 강제로 꺼낸 그였다.
마왕이 천여운에게 말했다.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들을 쓰지 않는군. 인간.”
-차차차차차차착!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륜과 지팡이, 창이 분해되며 전부 갑주의 형태가 되더니, 이내 마왕의 몸에 착용되었다.
마왕의 몸에 착용된 아리샤의 갑주에서 기이한 울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끼리리리리리리릭! 꺄아아아아아아아!
꼭 그것은 괴성과 고통스러운 비명과도 같았다.
마왕이 윤곽이 짙어져가는 마안을 빛내며 천여운의 팔목과 한쪽 다리를 보았다.
남은 아리샤의 무구들을 착용한 부위들이었다.
“인간 네놈이 어떻게 무구들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것들은 오직 본 왕만이 다룰 수 있고, 본 왕의 곁에서 제 힘을 낼 수 있는 보물들이다.”
-슥!
마왕이 손을 내밀자 천여운의 몸에 착용되어 있던 아리샤의 무구들이 비명을 지르며 공명음을 냈다.
-끼리리리리리릭!
-꺄아아아아아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비명을 질러대던 아리샤의 무구들.
이내 그것들이 해체되었다.
-차차차차차차차착!
도와 채찍으로 변했다.
그렇게 변한 도와 채찍들은 빠르게 마왕에게로 날아가 갑주의 형태가 되어 손목 보호대와 발목의 갑반이 되었다.
진기로 강제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왕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가 손으로 다시 한 번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뭐지?’
단 하나의 무구가 그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은 천여운의 오른 손목에 있는 아리샤의 검이었다.
“돌아와라.”
마왕이 손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천여운의 손목에 있던 흑철들이 분해가 되어 검의 형태로 변했다.
그 모습에 마왕이 피식 하고 웃으며 그러면 그렇지 하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척!
검으로 변한 흑철이 그가 아닌 천여운의 손에 들어갔다.
마왕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그런 그의 반응에 천여운이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흑검을 쳐다보았다.
마왕부터 시작해 그들은 이 검을 아리샤의 검이라고 불렸지만 천여운에게는 아니었다.
“천마검.”
-우우우우웅!
천여운의 부름에 천마검에서 맑고 투명한 공명음이 흘러나왔다.
마치 주인의 부름에 부응하듯이 말이다.
< 69화 마신 대 마왕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