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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203화 (203/234)

< 66화 바무트 지하 수감소 (2) >

둥근 구슬에서 빛이 흘러나온다.

덕분에 어두웠던 동굴 속이 환하게 보였다.

복도처럼 길게 이어진 동굴을 걷고 있는 아이린 후작은 자신의 양옆을 지키고 있는 자들을 보면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93만, 79만.’

그들이 가진 무의 수치였다.

그저 하수인처럼 명을 받는 자들의 전투력치고 너무 높았다.

후작급은 절대로 상대할 수 없는 강함이었다.

다만 그 몰골이 처참했다.

원래 그들 일족은 하나 같이 훤칠하고 외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

그러나 이들은 온몸이 상처투성이었고 심지어 왼쪽에 있는 93만 전투력을 가진 남자는 머리의 반이 날아가 있었다.

외눈박이다.

죽지 않은 것이 용하다게 느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회복이 되지 않은 건가?’

마족은 인간과는 다른 재생력을 가졌다.

그렇기에 어느 하나 평생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 두 마족은 몰골을 쳐다보기 힘들 만큼 상처투성이었고, 앞에서 떨어져서 걷고 있는 저 누더기 검은 망토를 걸친 자 역시도 머리카락 하나 없는 괴인 그 자체였다.

녹색 피부부터 두 눈의 녹색 안광.

모든 것이 소름끼쳤다.

“그만 쳐다봐라. 계집. 야왕께서는 그렇게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79만의 전투력을 가진 외팔의 마족이 경고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호위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아까부터 그녀의 드러난 상체를 음흉한 눈빛으로 훑어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나 그만 쳐다봐.’

아무리 전사라고 해도 그녀 역시 여자였다.

계속해서 몸을 주시하면 부끄러운 것을 넘어서 불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이린 후작이 그 자에게 말했다.

“저 자는 대체 뭐에요? 어째서 당신들이 따르는 거죠?”

저 자는 스스로를 야왕이라고 칭했다.

이곳 바무트 수감소의 내부에는 옥지기들이 없기에 무법지대라 할 수 있었다.

이런 흉악한 괴물들이 따르는 저 자가 궁금했다.

‘저 자의 능력은 대체 뭐지?’

적어도 강함의 척도라도 알 고 싶었지만 특이하게도 무의 수치화로 전투력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저 자가 가진 능력 때문인 듯 했다.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능력이 하나가 아니라는 건.....’

여기서 아이린 후작은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야왕이라는 자는 동족 포식을 했고 많은 능력을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다고 말이다.

동족 포식만이 여러 능력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팍!

“그만 쳐다보라고 했을 텐데.”

그런 그녀를 79만 전투력의 마족이 거칠게 팔목을 움켜잡으며 다시 한 번 경고했다.

그런데 경고를 한 것과는 달리 얼굴은 미소를 띠고 있다.

살결을 붙잡고 싶어한 듯 말이다.

“놔요!”

그녀가 얼른 그의 손을 뿌리쳤다.

이런 자들에게 만져지는 것만으로 불쾌했다.

“대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에요?”

이들이 절대로 좋은 의도로 자신을 구했을 리가 없다고 확신하는 그녀였다.

왜냐하면 저 앞에서 걷고 있는 야왕이라는 자는 자신을 마치 소유물처럼 굴었다.

처음에는 가슴을 움켜잡으며,

[상등급이로군.]

이런 말을 했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이었다.

구해줬든 말든 결국에는 또 다른 위협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녀의 하의에 그려진 칼리아프 대공의 문양을 발견한 그가 갑자기 자신을 데려간다고 했다.

‘대공 전하를 알고 있는 자인가?’

유일하게 그녀가 희망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었다.

야왕이라는 자가 대공과 연이 있는 자이거나 혹은 대공을 두려워하기를 바랐다.

다만 최악은,

‘저 자가 전하의 적이면 어떡하지?’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사지로 끌려가는 셈이었다.

79만의 전투력을 가진 자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곧 놀라게 될 거다.”

“?”

무슨 의도로 이 말을 하는 것일까?

그녀는 이들을 따라서 계속 동굴을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동굴을 걸어가는 그녀의 얼굴은 갈수록 야위어져 갔다.

‘몸이 무거워.’

중력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동굴을 들어갈수록 강해지는데, 그것 이상으로 숨을 쉬는 것마저도 불편해지고 있었다.

그녀의 옆을 지키는 자들은 평이하기만 했다.

‘이들은 여기에 적응한 건가?’

그런 것이라면 이들의 강함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오랜 세월을 살았다면 그것에 맞게 강해지고 진화할 수밖에 없다.

-웅성웅성!

그런데 어느 순간보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많은 기척들이 느껴지고 시끄러웠는데, 이윽고 그녀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동굴의 끝으로 도달하자 광활한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에.....’

아이린 후작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공동에는 삼백여 명에 이르는 자들이 앉아서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바무트 지하 수감소 안에 이렇게 많은 자들이 살아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말도 안 돼.’

그녀의 왼쪽 눈으로 보이는 무의 수치들.

한 명, 한 명이 못해도 후작 급 이상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전부 십만 단위 이상의 전투력을 보유했고 심지어 100만에 육박한 자들도 더러 보였다.

‘대, 대체 여긴 뭐야?’

-우르르!

그때 앞서 들어갔던 야왕을 발견한 마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한 쪽 무릎을 꿇고서 예를 갖췄다.

“야왕이시여!!!”

그 광경에 아이린 후작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들의 몰골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 많은 괴물들이 저 자를 왕으로 받들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졌다.

-슥!

이런 이들의 태도에 익숙한 것처럼 야왕이 한손을 들자, 그들이 편하게 자리에 앉으며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여자다!”

“저 살 좀 봐. 야들야들하니 맛있겠군.”

“츄릅.”

그들이 반 나신 상태인 그녀를 보면서 급격한 관심을 보였다.

한 번에 쏟아지는 엄청난 식욕과 성욕이 담긴 눈빛에 아이린 후작은 안 그래도 걷는 것이 힘들었는데, 더욱 다리가 떨려서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여, 여긴 아니야. 도망쳐야 해.’

머릿속으로 그리 생각은 했지만 소용없었다.

걷지 못하는 그녀를 93만의 전투력을 가진 외눈박이 마족이 부축했다.

말이 부축이지 거의 끌고 가다시피였다.

-팍! 팍!

그녀의 발끝이 계단 같은 것에 걸렸다.

마족들이 연 길을 지나가자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이 광활한 공동에 가장 높은 지대였다.

지대를 쳐다보자 그곳에는 누더기로 만든 허름한 움막 같은 것이 보였다.

이 안에서 저것은 성채나 다름없었다.

‘저......저들은 대체 뭐야?’

그녀가 움막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두 마족들을 보면서 속으로 기겁을 했다.

순간 자신의 눈이 잘못 되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583만.....623만?]

저곳에 서있는 두 마족들의 전투력이었다.

다른 마족들보다 상처가 적은 저들은 놀랍게도 공작 급의 마족들을 훨씬 상회하는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팍!

그런 그들이 야왕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오셨나이까!”

“왕이시여.”

야왕이 앞서 했던 것처럼 손을 들어 올리자 그들이 일어나서 야왕을 따라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그녀는 혀를 내둘렀다.

공작급 이상의 힘을 지닌 마족들마저 아우르는 저 야왕의 정체가 궁금했다.

움막으로 질질 끌려온 그녀는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였다.

움막에 돌을 깎아 만든 석좌에 앉아 있는 야왕의 모습이 보였다.

녹색 얼굴에 혼자 세월의 풍파를 맞은 것마냥 연륜을 담고 있는 수많은 주름들.

이보다 두려운 것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저 녹색 안광.

야왕이 입을 열었다.

“칼리아프 대공과는 무슨 관계느냐?”

여전히 소름끼치는 기괴한 목소리였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현명하게 대처하는가 고민하던 그녀가 떨면서 겨우 대답했다.

“그분을.....모시고 있어요.”

숨겨봐야 소용없다고 여겼기에 사실대로 답했다.

그녀가 긴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겠지. 그 백발의 머리.....베프만 공작의 자제겠군.”

“그걸 어떻게?”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 야왕의 말에 그녀가 놀라워했다.

고위 마족 급에 속하는 자신의 정체를 칼리아프 대공의 문양만으로 알아맞출 정도라면 절대로 하위 마족일 리가 없었다.

“대체 당신 누구...”

-팍!

“아악!”

그런 그녀의 어깨를 누군가 발로 차고서 짓눌렀다.

93만의 전투력을 가진 외눈박이 마족이었다.

“야왕의 안전에서 누가 네 마음대로 질문하고 입을 열라고 했더냐.”

칼리아프 대공의 곁에 있을 때조차도 이런 대우를 받지 못했던 아이린 후작이 억하심정이 들었는지 화가 나서 소리쳤다.

“후회할 거에요! 난 이곳에 죄수로 온 게 아니에요. 사고가 있었어요.”

“사고?”

그녀의 말에 야왕이 의아해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대공과 파....아니 아버님이신 베프만 공작께서 사고를 당한 저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오실 거에요. 그렇게 된다면....”

그녀가 잠시 머뭇거렸다.

뭔가 확실하게 위협을 주고 싶은데 이들의 전력이 말이 안될 만큼 강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칼리아프 대공께서 나서기라도 한다면 당신들 모두 위험해질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야왕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댔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기괴한 목소리로 웃어대니 닭살이 돋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어대던 그가 그것을 멈추고서 녹색 안광을 더욱 빛내며 말했다.

“그것 참 잘 됐군.”

“그게....무슨 말씀이시죠?”

“그렇지 않아도 그 파렴치한 놈을 이 손으로 죽이고 싶었는데. 아주 잘됐구나. 이 모든 게 라릿샤의 가호로구나.”

“라릿샤?”

아리샤의 옛 발음을 모르는 그녀다.

그런 그녀를 야왕이 비웃었다.

“그분조차 모르는 어린 애송이 계집.”

야왕이 손을 내밀어서 잡아 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바닥에 엎어진 자세로 있던 그녀의 몸이 부웅하고 뜨고서 야왕의 앞까지 날아왔다.

본능적으로 방어를 해야 겠다는 생각에 그녀가 발차기를 하려 들었으나,

-팍!

야왕이 석좌에서 일어나 그녀의 발목을 낚아챘다.

그렇게 발목을 낚아챈 야왕이 발버둥을 치는 그녀의 하의를 찢어버렸다.

“꺄아아아악!”

졸지에 두 번이나 거꾸로 매달려서 옷이 찢긴 그녀다.

이번에는 완전히 나신이 되고 말았다.

여느 마족들과 달리 주로 육탄전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녀의 몸매는 정말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몸은 그럭저럭 볼만하구나."

“놔요! 당신 정말 죽고 싶어요!”

수치심을 느낀 그녀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곳까지 끌려와서 또 다시 모욕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사실을 파파와 칼리아프 대공 전하께서 아신다면 당신들 모두 재로 만들..꺄악!”

그런 그녀를 야왕이 휙하고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한쪽 팔목을 잡았다.

“그래. 그렇게 칼리아프 그 놈이 네년을 구하러 올 만큼 아낀다면 아주 지극정성으로 모셔야 겠구나.”

“지극정성?”

“네년에게 다시없을 쾌락을 느끼게 해주마.”

그 말과 함께 야왕이 자신의 하의를 밑으로 내렸다.

다리 사이로 보이는 흉물스러운 거대한 무언가에 그녀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이, 이러지 마요!”

“칼리아프 놈이나 베프만이 아주 흡족해 하겠구나. 후에 여자로서의 네 모습을 보면서.”

‘!!!’

그녀의 얼굴이 겁에 질린 여자가 되었다.

그런 아이린 후작을 바라보며 야왕이 씨익 미소를 짓더니, 이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쥐고서 자신을 향해 잡아당겼다.

그녀의 두 눈이 커지며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모습을 움막 안에 있던 야왕의 수하 마족들이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쿠르르르르르!

갑자기 움막 전체가 흔들렸다.

정확히 말하면 바닥도 흔들리는게, 공동 전체가 떨려왔다.

수하 마족들이 영문을 알 수 없어했다.

“이게 무슨?”

-콰아아앙!

그때 커다란 굉음 소리가 울리며 진동이 멈췄다.

이 굉음 소리는 바깥에서 들렸다.

서로를 쳐다보던 움막 내 휘하 마족들이 밖으로 나갔다.

“즐거움은 뒤로 미뤄야 겠구나.”

-팍!

야왕이 그녀를 밀쳐내며 내팽개치다시피 하고서 뒤따라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공동 내 언덕 아래의 광장에 마족들이 원으로 누군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곳의 복장과는 다소 다른 모습.

검은 슈트를 입고서 뒷짐을 지고 있는 하얀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저건 대체 뭐야?”

마족들이 웅성거리며 갑자기 나타난 천여운을 경계했다.

아무리 봐도 자신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그들은 영문을 알 수 없어했다.

-슉!

그때 바로 위에서 누군가 밑으로 떨어졌다.

붉은 망토에 황금색 관을 쓰고 있는 그는 칼리아프 대공이었다.

칼리아프 대공이 공동의 천장에 뚫려 있는 구멍을 쳐다보면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길을 이런 식으로 만드오? 주인.”

“그럼 귀찮게 동굴을 일일이 헤멜 작정이었나.”

“허참."

천여운이 그런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런 그들의 대화에 주변에 있던 마족들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말은 방금 전에 있던 진동이 저 자가 이 동굴을 뚫고서 내려왔다는 소리였다.

“뭐?

“이 동굴을 뚫어?”

바무트 지하 수감소의 동굴은 엄청난 강도를 자랑한다.

이들이 이렇게 강하면서도 한 번도 굴을 뚫어서 탈출하지 못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슉! 탁!

뒤이어 누군가가 천장 위의 구멍에서 떨어졌다.

백발의 갑주를 입은 사내는 바로 베프만 공작이었다.

“큭!”

베프만 공작이 살짝 무릎이 구부러졌다.

공동에 떨어지는 순간 밖과는 확연하게 다른 중력에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천여운과 칼리아프 대공의 뒤를 따라온 그가 자신들을 에워싼 마족들을 보면서 당혹스러워했다.

“여긴?”

그때 공동을 울리는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파파!!!”

베프만 공작이 언덕 위를 쳐다보았다.

그곳에 움막 입구에 나신의 여인이 바닥을 기면서 나와 소리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아이린 후작이었다.

“아이린!”

그런 베프만 공작과 포위된 그들을 본 야왕이 볼살을 부르르 떨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야왕의 녹색 안광은 칼리아프 대공을 향하고 있었다.

“스스로 지옥으로 뛰어들었구나. 칼리아프!”

< 66화 바무트 지하 수감소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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