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기습 (3) >
그야 말로 압도적인 무위다.
직접 부딪쳤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그런 놀라움도 잠시였고 칼리아프 대공의 눈빛이 묘해졌다.
‘어둠....불꽃.....’
너무 오래 되어서 잊고 지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본 대공이 어째서 그것을 잊고 있었지?’
그것은 어둠 그 자체였다.
그것은 모든 것을 타오르게 만드는 불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흉폭하면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공포였다.
‘아리샤?’
그때 천여운이 어딘가를 쳐다보더니, 이내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뭔가를 잡아 뜯는 것처럼 잡아당겼다.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마족들이 벌어지는 광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 저걸 봐.”
“저게 대체 뭐야?”
-콰드드드득!
붉은색 하늘에서 뜯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막이 터져나갈 듯이 크게 들려오는 이 소리는 정말로 하늘이 뜯겨지면서 난 것이었다.
공간이 뜯겨지면서 오직 어둠으로만 가득한 이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공간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일어났다.
-콰드드득!
천여운이 잡아당기던 손을 그 어딘가를 향해 뻗었다.
그 순간 뜯겨진 하늘 속에서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날카로운 형태의 무언가가 거대한 파도처럼 쏟아져 나왔다.
‘공간검.’
그것은 공허경의 경지에 오르면서 이룩한 공간검이었다.
그 규모는 극도신의 남은 수하인 황헐에게 썼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촤촤촤촤촤촤!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공간검.
그것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서쪽 성 외곽이었다.
성 너머 외곽에는 오천에 이르는 최측근 쪽의 마족 정예군들이 있는 곳이었다.
-웅성웅성!
과묵하던 마족들이 위를 쳐다보면서 혼란스러워했다.
이들을 이끌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군단장 라우드 후작 역시도 성 위에서 쏟아지는 기이한 현상에 화들짝 놀라했다.
“저, 저게 뭐야?”
일그러진 공간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예기들.
그것들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었다.
단지 알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위험해!’
엄청난 속도로 몰아치는 공간검의 쓰나미에 라우드 후작이 소리쳤다.
“저, 전군! 퇴각하랏!”
그의 명령에 그것을 넋 놓고서 바라보고 있던 마족들이 일제히 몸을 돌려 내달렸다.
오와 열을 맞출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 내달리는 것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활로였다.
그러나,
-촤촤촤촤촤촤촤촤!
쓰나미는 말 그대로 쓰나미였다.
성 위에서 쏟아져 내린 공간검의 쓰나미는 삽시간에 그들을 휩쓸었다.
파도에 휩쓸리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끄악!”
“컥!”
공간검에 닿는 순간 그들의 신체는 갈가리 찢겨나가며, 이윽고 핵까지 파괴되면서 순식간에 재가 되고 말았다.
그것은 군단장 라우드 후작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이, 이걸 무슨...끄악!”
-파스스스스!
그들은 이것을 막을 역량도 피할 수 있는 여력도 없었다.
쓰나미처럼 휩쓸고 간 공간검이 지나간 자리에는 오직 타다 남은 잿가루만이 흩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성 외곽에서 이것을 지켜보는 마족들은 그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오천이나 되는 마족 정예군들이 파죽지세로 소멸되어가는 것을 보는데, 소름이 돋다 못해서 전율마저 느껴졌다.
“이, 이게 정녕 인간의 힘인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건 인간이 아니야. 어떤 인간이 대공들이나 할 수 있는 진각성을 할 수 있단 말이야?”
“그럼 우리 일족이라고?”
마족들은 더 이상 천여운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정체를 감춘 일족의 대공 급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의문마저 품었다.
-파스스스스!
마지막 남은 마족들이 소멸되었다.
잿가루만 남은 성의 서쪽 외곽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깨끗해졌다.
분위기라는 것은 참으로 이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은 분명 적대관계였다.
그런데 마왕의 측근들이 이끌고 온 마족들이 전멸하자, 전율로 몸을 떨던 마족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릿샤! 릿샤! 릿샤!”
천여운의 이름을 모르는 마족들이 성의 상공에 떠있는 그를 향해 릿샤라고 외쳤다.
마치 그것은 영웅을 부르는 듯한 함성 소리와도 같았다.
천여운이 검은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인간을 벗어났군.’
자신의 힘이었지만 이미 인간을 초월했다.
공간검의 위력을 이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 기회에 진각성을 한 상태로 전력을 다하게 되면 어느 정도일까 시험하게 되었는데,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더욱 조절하기 힘들겠어.’
스스로가 느껴도 너무 많이 강해졌다.
과연 자신과 동등하게 싸울 적이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천여운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슥! 슈우우우!
그리고 이를 다시 내리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인간의 형태로 돌아오자 굉장한 피로감과 함께 갑자기 전신의 근육들이 고통으로 아우성쳤다.
-두득! 두득! 두득!
굳이 쳐다보지 않아도 느껴질 만큼 몸이 떨려왔다.
확실히 진각성을 하고 나면 그에 대한 리스크, 즉 반동이 존재했다.
그러나,
[근육의 과부하를 진정시키겠습니다.]
몸속에 있는 나노머신들이 활성화되면서 팽창해서 터질 듯한 근육을 이완시켰다.
심지어 체내에 있는 오령의 영력이 이를 도왔다.
진각성으로 인해 일어난 후유증은 불과 몇 초 만에 금방 수그러들었다.
‘.....피로감뿐인가.’
다른 것은 몰라도 피로감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진각성 후에 전투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는 대공 급의 존재들에 비해서 리스크가 적다고 할 수 있었다.
-슈우우우!
후유증이 괜찮아지자 천여운의 성 밑으로 내려갔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멀쩡했던 성내 중정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족들의 표정은 밝았다.
원래라면 수많은 희생을 겪을 뻔 했던 그들 중에 단 한 명의 사상자조차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릿샤! 릿샤! 릿샤!”
그들이 내려온 천여운을 향해 함성과 릿샤를 외쳤다.
열렬한 환호에 천여운이 귀가 따가웠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릿샤?”
마족들의 언어 같은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때 칼리아프 대공과 베프만 공작, 그리고 대공을 모시는 고위 마족들이 다가왔다.
그런 그들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운이 좋군. 이이제이라고 했던가. 적을 통해서 적을 없앤 격이로군.”
그 말에 칼리아프 대공이 웃으며 답했다.
"어찌 릿샤가 적이 될 수 있겠나.”
“아까부터 릿샤....릿샤하는데 무슨 말이지?”
그 물음에 답한 것은 베프만 공작이었다.
“일족에 있어서 최고의 전사를 칭하는 말입니다.”
“최고의 전사?”
그제야 마족들이 그에게 왜 릿샤라 외쳤는지 의문이 풀렸다.
호전적이고 전투에 능한 마족들은 뛰어난 전사를 동경한다.
그들은 천여운을 최고의 전사로 인정한 것이다.
“별스럽군.”
천여운이 콧방귀를 뀌었다.
말과는 달리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때 칼리아프 대공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추었다.
“아까의 충성 맹세를 다시 하겠네.”
미뤄뒀던 충성 맹세를 다시 하려는 칼리아프 대공이었다.
그런데 예를 취한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쿵!
베프만 공작을 비롯해 대공의 모시는 고위 마족들이 무릎을 꿇었다.
그들이 무릎을 꿇자 도미노라도 된 것처럼 주위에 있던 마족들, 심지어 성벽, 망루에 있는 모든 마족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칼리아프 대공이 큰 소리로 외쳤다.
“본 칼리아프 대공은 일족의 율법에 따라 패배를 인정하고 릿샤에게 충성의 맹세를 하나이다.”
그를 따라 복창하듯이 모든 마족들이 동시에 외쳤다.
“충성의 맹세를 하나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성내를 울렸다.
충성의 맹세는 칼리아프 대공 혼자만이 아니었다.
그가 이끄는 휘하의 모든 마족들이 천여운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절대로 가볍지 않다.
수많은 마족들 중에 사분지의 일에 해당하는 전력이 그의 산하로 들어간 것이다.
칼리아프 대공이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빙그레 웃으며 천여운에게 말했다.
“휘하에 딸린 식구가 많소이다. 릿샤.”
* * *
“크아아아아!”
-쾅!
원탁의 테이블이 산산조각이 났다.
이를 박살낸 자는 다름 아닌 에드휘 공작이었다.
다른 공작들에 비해서 이성적이고 냉정함을 갖춘 그였지만, 참담한 결과는 그의 분노와 야성을 깨우고 말았다.
-쾅! 쾅!
에드휘 공작은 눈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이런 기세라면 별관 내에 남아나는 것이 없어 보일 정도로 광폭했다.
“크아아아아! 망할 인간 놈이! 본 공작이 그린 판을 전부 뒤엎어!”
도저히 이성을 차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네 측근들 중에 셋이 소멸되었다.
다소 무리수를 두었지만 이번 전쟁으로 얻는 득이 크다는 판단 하에 전력의 7할을 쏟아 부었는데 모든 것이 틀어졌다.
이로 인해 아슬아슬하게 이루어지던 균형이 무너진 셈이다.
“후우.....”
한참을 별관을 박살내던 에드휘 공작이 그것을 멈췄다.
분을 풀면서 점차 냉정을 되찾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분을 푼다고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대공이 마왕성으로 진격해온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굳이 아리샤의 갑주를 전부 모을 필요도 없었다.
대공이 전력을 이끌고 와서 자신마저 처형시킨다면 마왕의 좌를 굳이 잇지 않더라도 첨정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자의 성격상 그러지 않겠지.’
지금은 이렇게 대립하고 있지만 오랜 세월 동안 칼리아프 대공을 알고 있던 그였다.
그는 절대로 일족의 율법을 어기면서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모든 마족들을 통솔하기 위한 명분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자신들이 만든 판을 지킬 것이다.
이것은 짐작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단지 변수는 그가 아니라 그 정체모를 인간이었다.
‘어찌 인간이 진각성을 할 수 있는 거지?’
게다가 진각성한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혼자서 모든 마족들을 전멸시키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체 뭐지? 그게 가능한 것인가? 아리샤의 검이 그 정도의 권능이 가능했나?’
진각성마저 능력으로서 흡수할 줄은 몰랐다.
이제는 진각성이 어떻게 가능했냐의 문제는 초월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전투력이라면 마왕이 아니고는 도저히 건드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마왕이 아니면?’
순간 그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를 비롯한 오직 네 측근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
이제는 오직 일족 중에 자신만 알고 있다.
‘마왕.....’
에드휘 공작이 멈칫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너무 무리수다. 어떻게 겨우 잡은 자리인데.....만약 정신이라도 차린다면 더욱 수습할 수 없게 된다.’
에드휘 공작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전략가이기도 한 그는 수많은 수를 상정했지만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다른 두 대공을 움직이는 방안도 상정했다.
그러나 한참 취약해진 상태로 그들을 움직이게 된다면 또 다른 늑대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크으으.”
시간이 촉박했다.
대공이 바보가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든 움직일 것이다.
한참을 고심하던 에드휘 공작이 자리를 옮겨서 어딘가로 급히 향했다.
그것은 마왕 성의 중심부였다.
성 안으로 들어간 그는 마왕의 알현실로 들어가 비어있는 거대한 붉은 옥좌를 바라보았다.
“후우.”
깊은 숨을 들이 내쉰 그가 옥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옥좌를 지나쳐 막혀 있는 벽을 향해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런데 그의 몸이 그대로 벽을 통과했다.
-우웅!
벽을 통과하자 숨어있는 어두운 공간이 드러났다.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이제 일족들 중에 오직 자신뿐이었다.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가자 벽면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오며 주위를 밝혔다.
앞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저벅저벅!
계단을 내려가자 동굴처럼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간 끝에 하나의 공동이 드러났다.
공동의 천장과 벽면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오며 그 내부를 밝혔다.
-보글보글!
뭔가 기포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드휘 공작의 눈앞에 거대한 유리관 같은 것이 드러났다.
유리관 안에는 푸른 액체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무언가 인영의 형태가 자리하고 있었다.
-보글보글!
그 인영의 입에서 기포가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인영은 양 팔과 양 다리가 없었고 몸통도 삼분의 일이 날아가 있었다.
거의 머리와 가슴 부위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 마저도 검은 철사 같은 것이 견고하게 몸을 휘감고 있어서, 마치 고치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유일하게 드러나는 부위는 코와 입뿐이었다.
-슥!
에드휘 공작이 자신의 허리와 허벅지까지 감싸고 있는 검은 갑주 하의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몸에 걸치고 있는 다른 갑주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것이었다.
이를 매만지며 에드휘 공작이 중얼거렸다.
“......과연 통제할 수 있을까?”
그의 눈빛에 불안함이 깃들어 있었다.
자신의 이 선택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지도 몰랐다.
유리관 앞에서 서성이던 에드휘 공작이 결국 마음에 결정을 내렸는지, 더욱 앞으로 다가갔다.
“일생일대의 도박이군.”
* * *
같은 시각 칼리아프 대공의 성내 한 복도.
천여운이 칼리아프 대공을 따라서 그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에게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냐는 말에 그 뒤를 따라가고 있는 참이었다.
복도의 끝에 도달하자 한 커다란 문이 있었다.
대공이 커다란 문의 가운데에 있는 홍옥석을 손바닥으로 건드리자, 홍옥석에서 빛이 흘러나오며 문이 열렸다.
-끼이이이이!
문이 열리자 매캐한 냄새와 함께 먼지가 흘러나왔다.
한동안 이 안의 청소를 하지 않은 모양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자동으로 안에 있던 벽면에서 불빛이 흘러나오며 안이 밝아졌다.
“흠.”
넓은 방이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골동품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갑주부터 시작해 특이한 형태의 석상, 수많은 서적들.
“왜 여기로 데려온 거지?”
“의문을 풀기 위해서요.”
“의문?”
천여운의 반문에 칼리아프 대공이 방의 더욱 안쪽으로 걸어가, 한 벽면에 걸려 있는 거대한 액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액자는 먼지로 가득해 잘 보이지 않았다.
-슥! 휘이잉!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바람이 일어나 액자에 묻어 있던 먼지들이 날리며 한 곳으로 뭉쳤다.
그러자 액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액자는 누군가 그려놓은 그림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것을 본 천여운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게 뭐지?”
“본인이 묻고 싶은 말이오.”
액자는 누군가의 전신상을 그려놓았다.
그런데 그 전신상의 누군가는 검은 갑주를 입고 있었는데, 그 갑주는 바로 아리샤의 갑주였다.
천여운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리샤의 갑주 때문이 아니었다.
갑주를 입은 자의 얼굴이 사람의 형태가 아니라, 활활 타오르는 검은 불꽃처럼 표현되어서였다.
“내가 묻는 말에 먼저 답해라. 이게 뭐지?”
그 물음에 칼리아프 대공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건......아리샤의 초상화요.”
< 65화 기습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