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아리샤의 갑주 (2) >
천여운이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도 겁내지 않던 샤케나.
그렇게 호전적이던 그녀가 공작 급 작위를 가진 자의 등장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공작의 양 옆에 서있는 두 아름다운 백발의 남녀.
‘아이린, 아이작 후작!’
이 두 사람만 보아도 공작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칼리아프 대공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백색의 폭풍이라 불리는 베프만 공작이다.
‘큭.’
그녀는 이 상황이 답이 없다고 여겼다.
공작에 후작 둘, 게다가 주변에 있는 오십여 명 중 스무 명이 백작 급 작위를 가진 일족들이었다.
괴물들이 한곳에 집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인님?’
그녀가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응접용 쇼파에 앉아 있는 천여운은 다리를 꼬고서 주변을 에워싸고 마족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그때 공작의 옆에 서있던 아름다운 백발의 여인, 아이린 후작이 입을 열었다.
“파파. 이곳이 맞는 것 같아요.”
그녀의 손에는 독특한 모양의 단말기가 들려 있었다.
그것에서 신호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이내 그녀의 시선이 쇼파 앞 테이블 위에 있는 두루마리와 원통으로 향했다.
“답이 나왔군요.”
그녀의 말에 공작의 좌측에 있던 아이작 후작이 말했다.
“역시 하갈이 빼앗겼었군.”
그 말과 함께 아이작 후작의 시선이 샤케나에게로 향했다.
“네 짓이냐? 심장 사냥꾼.”
백작의 작위 중에서도 최상위 랭크를 자랑하는 그녀답게 정체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후.....후작 각하.”
난처해하는 그녀의 모습에 천여운의 피식하고 웃었다.
확실히 마족들 간에는 위계질서가 상당한 모양이다.
그렇게 날뛰던 샤케나가 저렇게 조심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반면 그런 천여운의 모습을 본 아이작 후작이 어이가 없었는지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라갔다.
그러자 한 마족이 나섰다.
“웃어? 하찮은 인간 주제에 지금 웃은 거냐?”
그렇게 말한 마족이 주먹을 쥐고서 천여운에게 다가갔다.
마치 힘으로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것처럼.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 마족에게 갑자기 아이린 후작이 말했다.
“거기서 멈추는 게 좋을걸.”
“네?”
그 말에 마족이 반문하며 잠시 멈춰 섰다.
그 순간 바닥을 뚫고서 누군가가 갑자기 나타났다.
-쾅!
“누가 감히 주군의 어전에 침입한 것이냐!”
그는 바로 허봉이었다.
허봉의 손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검이 들려 있었는데, 한두 발자국만 더 걸었어도 마족은 화검에 의해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탁!
구멍 난 바닥으로 두 사람이 더 올라왔다.
그들은 대장로 문란영과 백기였다.
‘역시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는 도중에 이들의 기척을 느낀 그들이다.
원래 마족의 기척은 기감으로 느낄 수 없지만 MS 그룹에서 개발한 백기의 기계 슈트는 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
-팍!
올라온 두 사람이 빠르게 천여운의 양옆에 호법처럼 섰다.
그런데 들어온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쾅!
“천마이시여!”
부회장실의 문이 열리며 비속실장 비막헌과 두 비서인 유소화, 임소혜, 그리고 천여운의 제자 악영 등이 들어왔다.
-역시 쥐새끼들이 들어 왔었다옹.
바깥에서 이들을 감지한 것은 금모 구미호였다.
이질적인 기운을 감지한 그녀 덕분에 곧장 부회장실로 들어온 그들이었다.
순식간에 양측이 대치 형태가 되어버렸다.
인간을 가축이나 벌레처럼 여기는 마족들에게는 같잖게 느껴지기만 했다.
천여운을 향해 다가가던 마족이 허허 거리면서 웃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앞으로 나섰다.
“건방진 인간 것들이 지금 누구의 안전이라고...”
-촥!
“헉!”
말이 미처 끝나지도 않았는데, 허봉의 검이 그의 목을 노렸다.
당황한 마족이 뒤로 이를 피했지만 허봉의 검이 다섯 갈래로 갈라지면서 놈의 목과 양어깨, 그리고 허벅지를 동시에 찔러왔다.
-까강!
마족의 상체가 돌처럼 바뀌면서 상체의 직격은 피했다.
하지만 양쪽 허벅지는 검에 찔리면서 뒤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다.
“으헉!”
다른 마족들이 그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고작 인간 따위한테 당하느냐 이런 느낌이 물씬 강했다.
백작 급에 해당하는 마족들 중 한 명이 비웃음을 흘리며 나섰다.
“한심하군. 그러니 네놈들이 평생 그 작위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다.”
허봉에게 당한 마족은 자작 급의 작위였다.
그런데 아이린 후작의 왼쪽 눈에 흰 빛이 일렁이더니, 이내 그녀가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쿤. 네 상대가 아니다.”
“네? 후작 각하 그게 무슨?”
“네 전투력은 5만 8천. 저 빨간 머리 인간의 전투력은 9만 8천이다.”
그녀의 말에 아이작 후작이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그게 정말이냐?”
“내 능력을 의심하는 거냐?”
아이린 후작의 능력 중 하나인 무(武)의 수치화.
그것은 상대를 분석해서 그 전투력을 수치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신체 기능부터 체내 기운을 분석하기 때문에 상당히 정확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인간 주제에 제법이군.”
그녀는 자작 급의 마족을 상회하는 허봉의 무위에 호기심이 생겨서 그 능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이왕 능력을 발휘한 김에 그녀가 다른 자들도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띤 것은 샤케나였다.
“10만 5천? 심장 사냥꾼.....전보다 강해졌구나?”
그녀가 마지막으로 샤케나를 보았을 때는 6만 정도의 수치였다.
그 정도만으로도 백작 급에서는 탑급이라 할만 했다.
그런데 옆으로 넘어가면서 대장로 문란영의 수치가 보이자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19만?”
“뭐?”
그녀의 그 말에 아이작 후작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남매이기 때문에 그녀의 능력을 잘 아는 아이작 후작은 작위 급 마족들의 평균 전투력을 알고 있었다.
“고작 인간 따위가 19만의 전투력이라고?”
백작 급 작위의 서열 1위가 10만의 전투력을 지녔다.
그것을 감안한다면 대장로 문란영은 백작 급을 상회한 전투력을 지닌 셈이었다.
이 정도라면 후작들 중에서 하위급 서열에 버금갈 정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옆이었다.
‘32만?’
백기의 전투력을 확인한 그녀가 입을 열지 못했다.
후작 급에서도 중상위 서열이라 할 수 있는 아이작 후작의 전투력이 32만이었다.
전투라는 것이 수많은 변수를 낳지만 순수한 수치만으로 계산한다면 아이작 후작과 거의 동급이라 할 수 있었다.
차마 아이작 후작의 자존심을 건드릴까봐 그녀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그만해라.”
그때 베프만 공작이 묵직한 목소리로 그녀를 제지했다.
“아!.....파파.”
고개를 돌린 그녀의 왼쪽 눈으로 베프만 공작의 전투력이 보였다.
289만의 전투력.
압도적인 강함.
후작 급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지니고 있었다.
저들이 아무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강함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공작이란 존재들은 정점에 가까운 강함을 지닌 자들이었다.
‘하긴 아버님의 앞에선 인간이란 존재들은 버러지나 다름없다.’
베프만 공작 혼자서도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을 압살할 수 있다.
그게 잔인한 현실이었다.
“전투력 놀음을 하러 이곳에 온 게 아니다.”
그 말과 함께 베프만 공작이 천여운에게 말했다.
“인간. 네가 이곳의 수장인 듯 하군. 어째서 하갈이 갖고 있어야 할 아리샤의 도면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해명을 들어....”
‘!?’
그 말을 하던 베프만 공작이 위를 쳐다보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콰콰쾅!
큰 굉음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거렸다.
이윽고 천장이 뚫리면서 부회장실로 어떤 이들이 난입했다.
아직까지 무의 수치화를 풀고 있지 않던 그녀의 왼쪽 눈동자로 뿌연 먼지 사이로 보이는 이들의 전투력이 보였다.
[2,830,000.]
[286,000.]
아이린 후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283만의 전투력.
지금 보이는 전투력만으로 그녀는 난입한 자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차렸다.
“파파!”
“알고 있다.”
-팟!
그녀의 외침에 베프만 공작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난입한 존재들 중에 압도적인 전투력을 가진 자를 향해 쇄도해, 강렬한 주먹을 날렸다.
그저 주먹을 휘둘렀는데 일어난 풍압에,
-차차차차차창!
부회장실에 있는 사십 여 개의 유리창들이 전부 깨져버렸다.
심지어 마족들과 천여운의 수하들마저도 마력과 기운을 전부 끌어올린 상태였음에도 풍압의 여파에 뒤로 밀려날 정도였다.
-파르르르르!
베프만 공작의 주먹이 난입한 존재의 손에 막혀 있었다.
서로의 힘이 거의 백중세였는지 바닥에 균열이 일어난 상태로 멈춰졌다.
-펄럭!
풍압으로 인해 베프만 공작의 주먹을 막은 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망토 후드가 벗겨지면서 드러난 흑발의 훤칠하면서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사내를 본 샤케나가 놀라서 소리쳤다.
“루드히 공작 각하!”
루드히 공작.
일명 문고리 사인방이라 불리는 마왕의 네 측근들 중 한 명이다.
그의 옆에 있는 푸른 유럽풍 귀족 옷을 입은 금발의 사내는 그를 보좌하는 카울 후작이었다.
그들의 등장에 마족들의 경계심이 높아졌다.
자신들이 모시는 베프만 공작과 동급의 강자가 나타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이들은 현재 적대관계였다.
“역시 이곳에 있었군. 루드히 공작.”
베프만 공작의 말에 루드히 공작이 답변을 하지 않고 눈을 굴리더니, 이내 쇼파에 앉아 있는 천여운을 발견하고서 말했다.
“인간. 가지고 있는 아리샤의 무구들을 빼앗겼나?”
루드히 공작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였다.
아리샤의 무구가 이들의 손에 넘어갔는지 아닌가였다.
예상보다 대공의 수하들이 더 빨리 나타나는 바람에 그는 현재 초조한 상태에 가까웠다.
“아리샤의 무구!”
루드히 공작의 말에 모든 마족들이 관심을 보였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 역시도 아리샤의 무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랬군. 그래서 네놈이 도면을 갖고 있었구나. 인간.”
베프만 공작의 시선이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흰색의 동공이 무섭게 예리해졌다.
그가 맞부딪치고 있던 주먹을 떼고서 그에게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딜!”
-꽈아아악!
루드히 공작이 더욱 힘을 주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했다.
이에 베프만 공작이 자신의 수하들이자 자식들인 아이린 후작과 아이작 후작에게 소리쳤다.
“방해되는군. 놈을 잡아라.”
“Yes! your Grace!”
-팟!
명을 받은 아이린 후작이 움직였다.
후작이란 작위를 가진 자답게 신속함을 자랑했다.
물론 방해를 하는 자가 없다면 말이다.
-팍!
아이린 후작이 움직이는 경로를 미리 예측한 누군가가 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루드히 공작의 오른팔인 카울 후작이었다.
아이린 후작이 씨익하고 웃었다.
“당신이 날 막을 줄 알았어요.”
그녀가 기습적으로 두 손을 내밀자, 열 손가락에서 거미줄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너무 근접한 상태에서 나오는 거미줄에 카울 후작이 묶여버리고 말았다.
“칫!”
-파앙!
카울 후작이 특유의 마력을 뿜어내자 아이린 후작이 뒤로 튕겨나갔다.
‘역시 나보다 마력이 강하다.’
그녀의 전투력은 28만.
수치로 따진다면 근소하지만 카울 후작이 한 수 위였다.
하지만 실력 차는 상관없었다.
그녀의 노림수는 다른 것에 있었다.
-슉!
“이런!”
카울 후작이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아이작 후작의 모습에 당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 사이에 아이작 후작은 쇼파의 바로 앞까지 당도했다.
“이리와라. 인...”
-파팍!
“컥!”
그런 아이작 후작의 면상을 누군가 빠르게 걷어찼다.
연거푸 날아오는 발차기에 안면부터 시작해 어깨를 맞은 아이작 후작이 옆으로 밀려나가고 말았다.
속사포와 같은 각법을 펼친 자는 바로 백기였다.
‘무형각을 버티다니?’
백기가 자신의 발차기에도 그저 살짝 밀려난 아이작 후작에게 놀라워했다.
만전 상태였던 백기는 단번에 무형각(無形脚)을 일으켰다.
그런데 상대는 찢겨지기는커녕 멀쩡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안면을 맞은 것에 분노했는지 아이작 후작의 신경이 백기에게로 돌아갔다.
이에 베프만 공작 파의 마족들이 움직였다.
“움직여!”
“놈만 잡으면 된다!”
그들 역시도 천여운을 확보해야 승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누구 마음대로 주군을 노려!”
마족들이 움직이자, 허봉을 비롯한 천여운의 수하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부회장실이 난전으로 번지려는 순간이었다.
여태껏 상황을 여유롭게 관전하듯이 지켜보던 천여운이 쇼파에서 일어났다.
“인간 밖으로 도망쳐라!”
천여운을 빼앗길 수 없다고 생각한 루드히 공작이 소리쳤다.
지금 바깥에는 자신의 휘하 마족들이 있었다.
그를 내보내기만 하면 그들을 통해서 아리샤의 무구들을 회수하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천여운은 아랑곳 하지 않고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어지간히 우습게 보였군. 내 영역에 들어와서 멋대로들 활개치고 말이야.”
천여운의 그 말에 마족들이 무슨 소린가 의아해했다.
그때 천여운이 그들에게 말했다.
“꿇어라.”
‘!?’
“지금부터 셋을 세지.”
백작 급의 마족 한 명이 어이가 없어서 소리쳤다.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는 거냐? 인...”
-욱씬!
"컥!"
그 순간 백작 급의 마족이 핵이 있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다른 마족들이 영문을 몰라했다.
“왜 그러는 거야?"
“끄으윽! 해, 핵이....”
마족의 약점이자 중심부는 핵이다.
그 핵에 타격을 받으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천여운이 손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끄아아아악!”
-파스스스스!
백작 급 마족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몸이 으스러지며 부서져 내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마족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셋.”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에 대치 중이던 두 공작들도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절대자라 할 수 있는 자신들 간에 싸움에 별 신경도 쓰지 않았던 벌레 같은 존재가 갑자기 끼어든 꼴이라 여겼다.
루드히 공작이 인상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인간! 이럴 시간이 없다. 지금 네놈이 무슨 상황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고오오오오!
‘!?’
그 순간 천여운의 몸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것은 유형화된 천마기였다.
진기를 서서히 끌어올리자 외부로 표출되었다.
소름이 돋을 만큼 흉흉하면서 무서운 기세에 루드히 공작마저 순간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둘.”
천여운이 둘을 불렀다.
이에 오기가 생긴 아이작 후작이 노성을 지르며 천여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인간 주제에 까불지 마라!”
“어딜!”
-스륵!
“엇?”
그와 대치 중이던 백기가 이를 막으려고 했지만 아이작 후작의 몸이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베프만 공작 산하의 마족들을 이곳까지 공간 이동시킨 능력자는 바로 아이작 후작이었다.
사라졌던 아이작 후작이 공간을 넘어 단숨에 천여운의 뒤에서 나타났다.
-스륵!
“겁을 상실하고 까분 대가...”
-휙!
아이작 후작의 손이 허공을 스쳤다.
방금 전까지 앞에 있던 천여운이 사라진 것이다.
그때 그의 뒤에서 누군가 머리통을 붙잡았다.
-꽉!
“억!”
아이작 후작이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그의 머리통을 붙잡고 있는 힘이 너무 강했다.
이에 공간 이동을 하려고 했지만,
-우우웅!
“엇?”
공간을 넘으려던 그의 몸이 고정되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머리통을 붙잡고 있는 자가 공간을 제어하여, 이동하지 못하도록 간섭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빨리 죽고 싶은가 보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당황한 아이작 후작이 있는 힘껏 뒤로 몸을 틀어서 반격을 가해보려고 했다.
그 순간,
-콰직!
아이작 후작의 머리통이 엄청난 공력에 의해 그대로 터져버리고 말았다.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를 틈이 없었다.
후작 급의 마족이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죽는 광경에 마족들이 경악해서 할 말을 잃었다.
‘말도 안 돼!’
‘아, 아이작 후작을?’
남매인 아이린 후작과 더불어 차기 공작 감이라 불리던 그였다.
그런 그의 죽음은 여타의 마족들의 전의를 꺾기에 충분했다.
천여운이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늦었군. 마지막 숫자다. 하나.”
마지막 카운트를 세었다.
-쿠쿠쿠쿠쿠쿠!
카운트가 끝나는 순간, 공간이 일그러질 만큼 엄청난 압력이 일어나며 부회장실에 있는 모든 마족들을 짓눌렀다.
그 압력이 어찌나 강한지 마족들이 동시에 무릎이 꿇려졌다.
“으헉!”
“헉?”
-쿵! 쿵! 쿵!
그들의 의지와는 완전히 무관했다.
이 엄청난 중압감을 견디기에는 그들의 마력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자리에서 유일하게 서있는 마족들은 천여운의 비서인 샤케나와 서로 대치 중인 두 공작들뿐이었다.
‘어떻게 인간이 이런 힘을?’
두 공작들은 처음으로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 강제로 무릎이 꿇려진 아이린 후작이 경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파....파파....”
베프만 공작이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는데, 그녀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저.....저 자의 전투력......1,000만에 가까워요.”
< 63화 아리샤의 갑주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