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88화 (188/234)

< 61화 궁주 (3) >

-웅성웅성!

주변이 혼란스러워졌다.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북해빙궁의 궁주 단경각.

그는 분명 무형의 검기에 의해 목이 베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살아 있었다.

‘흠.’

천여운이 날카로워진 눈매로 단경각의 목을 살폈다.

그런데 그 목 주변에 얼음 조각들이 보였다.

‘얼려서 목이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고?’

뭔가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기에 천여운 또한 이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인간의 몸으로 목이 베여서 살아나려면 불사(不死)의 육체를 지녀야 하는데, 완전한 불로불사를 이룬 자는 오직 천여운뿐이었다.

창백한 얼굴의 단경각이 천여운을 노려보면서 죽일 듯한 기세를 발산했다.

“내 아들을 죽이다니!”

단경각은 분노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아들이 죽는 것을 본 그에게 더 이상 무위의 격차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천여운은 천고의 원수일 뿐이었다.

-차차차차창!

북해빙종의 소종주 단초자가 내공을 일으켜, 검을 얼게 만든 결빙 조각들을 깨버렸다.

단초자는 긴장한 얼굴로 단경각을 쳐다보았다.

‘한기가 더 강해졌어.’

단초자는 소종주이기는 하지만 오한빙천공을 극성으로 익혀, 거의 궁주급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닌 한기의 고수였다.

그런데 단경각의 한기가 일순간이지 폭증하다시피 했다.

“비켜라!”

단경각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단초자를 다그쳤다.

이에 단초자가 말했다.

“단 궁주. 이미 상황은 끝났소. 어떻게 목숨을 부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는 선을 지나쳤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하오.”

-으득!

그 말에 단경각이 이를 갈면서 소리쳤다.

“선을 지나쳐? 네놈들이 저 괴물 같은 자만 데리고 오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있지 않았을 거다! 이 더러운 잡종 것들! 네놈부터 처리해주마!”

그의 화가 단초자에게로 미쳤다.

단경각은 노리던 대상을 바꾸어 단초자에게 장법을 펼쳤다.

검보다 장법의 고수인 단경각의 장초가 맹렬하게 그의 요혈을 노려왔다.

-촤촤촤촤촥!

단초자가 보법을 펼치며 신중하게 대응했다.

블랙 스카이 컴퍼니가 망한 후로 계속 도망다니며 수많은 적들과의 전투 경험이 많은 단초자이기에 판단력이 빨랐다.

‘여기다!’

-파팍!

단초자의 검이 장법의 빈틈을 파고들어 단경각의 심장부를 노렸다.

다소 이성을 잃은 단경각의 장법은 변초 없이 단순했기에 노릴 수 있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차앙!

“아니?”

분명 심장을 찔렀는데, 그의 검이 튕겨나갔다.

강한 반발력이 일어났다.

자신이 집중했던 공력보다도 배나 되는 힘에 의해 검병을 놓고 말았다.

-휙휙휙!

검을 돌면서 위로 날아갔다.

그 짧은 찰나의 틈을 단경각이 놓칠 리가 없었다.

“하압!”

단경각은 번개처럼 단초자의 천령개를 향해 일장을 내리치려 했다.

눈앞에서 일장을 보고 있었지만 거리적으로나 자세가 도저히 피할 수 있는 각도가 아니었다.

‘젠장!’

그때 누군가가 단경각의 팔목으로 검을 찔러왔다.

일검을 날린 자는 바로 북해빙종의 종주인 단초진이었다.

바로 근처에 있던 그는 아들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재빨리 검을 날렸다.

‘엇?’

그런데 검이 찔러 들어가는데 단경각의 손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한 팔을 잃어도 단초자를 죽이겠다는 일념이었다.

“죽엇!”

그 순간 궁주 단경각의 장이 허공을 스치고 지나갔다.

-휙!

뒤로 보법을 취하기 애매한 자세였는데, 단초자의 신형이 뒤로 끌려갔기 때문이었다.

그를 진기로 뒤로 끌어당긴 것은 바로 천여운이었다.

“귀찮게 하는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가락만 까딱거리는 것만으로 그를 살려냈다.

단경각의 얼굴이 굳어졌다.

‘큭! 이놈.’

-슉!

천여운 덕분에 단경각은 단초자를 죽이지 못하고 팔에 검이 꽂힐 위기에 처해졌다.

그런데 그의 팔에 단초진의 검끝이 닿으려는 순간,

-파아아앙!

“크헉!”

강한 반발력과 함께 공격하던 단초진이 검과 함께 뒤로 튕겨져 나갔다.

‘검이 닿기도 전에?’

그것은 마치 반탄강기와도 비슷했지만, 오히려 배에 가까운 힘이 몰아치면서 단초진 역시도 순간 검병을 놓칠 뻔했다.

-파르르르르!

단초진의 보검이 빠르게 떨려왔다.

나름 훌륭한 명장이 만든 보검이었는데, 검끝의 검신이 금이 가있었다.

‘이 자의 무공이 이 정도였나?’

단초진이 긴장한 눈으로 궁주 단경각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방금 전에 이 검을 막아낸 단경각 본인도 꽤나 놀란 눈치였다.

그 역시도 한 팔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방금 그 기운은 뭐지? 설마?’

단경각이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뭔가 환희에 찬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한 번 신형을 날렸다.

-팟!

이번 목표는 단초진이었다.

겨우 검에 실려 있는 힘을 해소한 단초진이 다급히 검초를 펼쳤다.

-쩌저저적!

한기를 머금은 검에 의해 사방에 결빙을 만들어내며 절묘하게 단경각을 압박했다.

그런데 단경각은 그 결빙들을 전혀 피하지 않고 오직 직선으로 단초진을 향해 뻗어왔다.

“멍청한 짓을....아니?”

-파파파팡!

단경각의 몸에 부딪친 결빙들이 반탄력에 튕겨나갔다.

게다가 그 결빙들에 더욱 강한 힘이 실려 반대로 단초진을 향해 날아왔다.

-차차차차창!

단초진이 다급히 검초를 우회하여 결빙들을 막아냈다.

그런데 결빙에 실린 공력이 그가 날렸을 때보다 배로 강해져서 단초진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아버님!”

단초자 역시도 보면서 믿기지 않았다.

그 틈에 단경각의 신형이 어느새 단초진의 두 보 앞까지 파고들었다.

단경각이 양손을 교차하며 독특한 기수식을 취했다.

‘천장만파!’

이것은 오한빙천장의 비기였다.

교차하는 장법의 수많은 장영을 만들어내며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파파파파파파파!

‘큭!’

결빙들을 막아냈던 단초진 역시도 오한빙천검의 비기를 펼쳤다.

불안정한 자세로 초식이 펼쳐졌지만 오랜 노장답게 검초만큼은 안정적으로 발휘되었다.

-차차차차차차차창!

두 비기가 부딪치자 강한 파공음이 일어났다.

북해빙궁의 수장 일족이라 할 수 있는 두 절세고수들의 대결을 모두가 지켜보았다.

사실 모두가 궁금해하던 부분이었다.

과연 빙궁주가 강할지 아니면 빙종주가 강할지 말이다.

-차차차차차창!

그런데 격렬한 대결을 기대한 것과 다르게 결판은 매우 빠르게 났다.

초식을 펼치던 단초진이 닿을 때 마다 생기는 강한 반발력에 의해 신형이 무너지면서 단경각의 장초가 그의 복부와 여러 요혈들에 적중되었다.

-파파파팍!

“끄헉!”

연거푸 장법에 맞은 단초진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에 그의 아들인 단초자가 충격을 받았다.

‘아버님이 졌다고?’

그는 그래도 수많은 고수와의 접전을 겪어본 단초진이 우위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할 정도로 패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상이 심각했는지 비틀대면서 뒤로 물러나는 단초진의 모습에 궁주 단경각이 기분이 좋아져서 호탕하게 웃어댔다.

“하하하하하하핫! 역시 잡종 놈은 잡종이구나.”

“끄으으.”

내상으로 말을 하는 것도 버거웠는지 단초진이 그저 노려보기만 했다.

하지만 실상 머릿속은 이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순수한 초식 대결만으로는 서로 비등했고 오히려 자신이 그보다도 더 완성도 높은 검초를 발휘했는데, 결과는 이렇게 났다.

‘대체 뭐지? 그 반발력은?’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단경각을 보호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면 대결은 의미가 없었다.

단경각이 입 꼬리를 올리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네놈과 네 아들 모두 전부 죽....”

-촥!

그 순간 단경각의 목으로 날카로운 예기가 스쳐지나갔다.

“컥!”

단경각이 다급히 자신의 목을 움켜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엄청난 진기가 그의 팔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았다.

물론 이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천여운뿐이었다.

“얼려서 부활한 거라면 이번에는 부활하지 못하....음?”

천여운이 하던 말을 멈췄다.

그의 시야로 꽤나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스르르르!

당연히 목이 베어졌으니 떨어져 죽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단경각의 목으로 무언가 스멀거리며 튀어나와 잘린 목을 고정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 베인 단면이 조금씩 재생해갔다.

‘저게 뭐지? 나노 확대해봐.’

[알겠습니다.]

나노의 대답과 함께 천여운의 동공이 떨리면서 단경각의 목 부분이 확대되었다.

확대해서 자세히 보니 목 밑에서 가느다란 철사들이 튀어나와, 잘린 목이 떨어지지 못하도록 지탱하고 있는 듯 했다.

“가까이서 봐야 겠군.”

-슥!

천여운이 손을 내밀고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강한 진기가 일어나며 단경각의 몸을 잡아당겼다.

그런데 몸이 떠오르려고 하던 단경각의 몸에서 갑자기 흰 빛과 함께 강한 반발력이 일어났다.

-파앙!

그와 동시에 천여운의 진기가 해소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반발된 진기가 도리어 튕겨 나와 전달되었다.

-파르르르!

천여운의 손끝이 살짝 떨려왔다.

일으켰던 진기보다 배가 되는 힘이 튕겨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

천여운이 살짝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반면 그의 진기마저 버텨낸 궁주 단경각은 입술을 실룩거리며 기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저 괴물의 진기마저 버텨내다니?’

압도적인 존재의 힘을 버텼다는 것이 그를 득의양양하게 만들었다.

단경각이 입술을 실룩거리다 이내 미친 듯이 웃어댔다.

“하하하하하하하! 모두 보았느냐? 마신마저도 이 본 궁주를 어찌하지 못하는 것을!”

-찌이익!

그 말과 함께 단경각이 자신의 상의를 거칠게 뜯어냈다.

상의를 뜯어내자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본 단초자가 놀라서 소리쳤다.

“오한빙장!”

궁주 단경각의 상의 속에 감춰져 있던 황금빛 상체 갑주.

그것은 북해빙궁의 신물인 오한빙장이었다.

원래는 지팡이 형태를 하고 있지만, 일정한 진기가 주입되면 갑주로 바뀌는 보물이었다.

“이것이 본궁의 신물인 오한빙장의 힘이다.”

-스멀스멀!

오한빙장의 갑주에서 튀어나온 금색의 철선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단경각의 베인 목을 회복시켰다.

그것을 본 천여운의 눈에 흥미가 감돌았다.

‘저런 힘이 숨겨져 있었나?’

당시에 북해빙종의 종주를 대장로로 삼고 저 보물을 넘겼을 때는 이러한 힘이 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실로 놀라운 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베인 목마저 회복시킨 것부터 시작해 강한 반발력을 가졌다.

말 그대로 갑주를 입고 있는 주인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역할에 충실한 것이다.

‘오한빙장이 있는 한 본 궁주는 무적이다!’

자신감이 가득 찬 단경각이 외쳤다.

“빙궁의 장로들이여. 궁인들이여. 일어나라! 본 궁주와 힘을 합치면 마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라!”

궁주 단경각은 굴복한 북해빙궁 궁인들의 사기를 다시 되돌리려고 했다.

오한빙장의 놀라운 능력을 본 장로들도 흔들리는 눈치였다.

하지만 쉽게 동조하지 못하는 모습에 궁주 단경각은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마신을 꺾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내공과 실력 면에서 분명 그는 아래였다.

하지만 오한빙장의 엄청난 재생력과 더불어 상대의 공격을 배에 힘으로 튕겨내는 이 능력만 있으면 충분히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마신만 꺾는다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있다.’

희망에 부풀은 궁주 단경각이 전의를 가다듬고서 천여운을 향해 과감하게 손가락으로 삿대짓을 하면서 소리쳤다.

“마신! 본 궁주와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내...”

-스륵!

그 순간 천여운의 신형이 그의 앞으로 도달했다.

‘!?’

어찌나 빨랐는지 그가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에 천여운이 그의 삿대질을 하고 있던 손을 붙잡았다.

"손가락이 건방지군."

그 상태에서 천여운이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으헉!”

단경각의 팔이 강한 힘이 작용하자, 오한빙장에서 금색 선 같은 것이 튀어나와, 갑주를 입지 않은 단경각의 어깨로 파고들었다.

-푸푸푹!

그의 팔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막아내려는 모양이었다.

마치 근육이 강화된 것처럼 조금 전만 하더라도 어깨가 단단해지자 단경각이 기회다 싶어 천여운을 향해 일장을 날리려 했다.

그런데,

-콰드드득!

“끄아아아악!”

갑자기 그의 팔꿈치 부분이 뜯겨져 나가버렸다.

어깨가 강화된 것은 좋았는데, 팔 부분 전체가 힘을 견딘 것은 아니었다.

‘어, 어째서?’

오한빙장만 믿고 있던 그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상태에서 천여운의 주먹이 단경각의 얼굴로 날아왔다.

‘갑주가 없는 곳만 노리는 건가?’

단경각이 다급히 고개를 젖히려고 했지만, 애초에 그는 오한빙장을 입었다고 한들 천여운의 속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천여운의 주먹이 그의 안면에 꽂혔다.

-쾅!

“쿠엑!”

말도 안 되는 힘이었다.

코뼈와 안면이 함몰되었는지 그의 얼굴이 기괴스럽게 바뀌었다.

단경각은 비틀거리며 오한빙장의 갑주를 쳐다보았다.

‘어째서 반발력이 일어나지 않은 거지?’

이해할 수 없어 하는데, 천여운이 뜯어낸 그의 팔을 집어 던지며 말했다.

“내공을 싣지 않으니 별다른 반발력은 없군.”

“뭣?”

방금 전에 팔을 뜯어냈을 때도 그렇고 얼굴을 칠 때도 천여운은 공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이미 육체의 힘이 인간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난 초인에 가까운 천여운이다.

굳이 진기를 쓰지 않더라도 그를 짓뭉갤 수 있었다.

“한 번 더 시험해볼까.”

“자, 잠깐...”

“뭐가 잠깐이야.”

천여운이 빠르게 그의 발목을 걷어찼다.

-팍! 우드득!

“끄아아아악!”

천여운의 발차기에 실린 엄청난 힘에 단경각의 발목이 부러져버렸다.

심지어 그도 모자라 그 상태에서 무중력이라도 된 것처럼 몸이 허공을 세 바퀴나 돌았다.

-콰당!

바닥에 넘어진 그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설마 이런 식으로 싸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당혹감이 너무 컸다.

-스멀스멀!

그래도 갑주에서 금색 선이 튀어나와 함몰된 안면과 부러진 다리 부위를 치료했다.

다만 뜯겨져 나간 팔은 재생할 수 없는지 피가 멎는데 그쳤다.

‘빌어먹을.....’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던 단경각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눈앞의 괴물을 상대로는 그저 회복 능력 외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었다.

어떤 식으로 상대해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탁!

그때 천여운이 그의 머리를 움켜쥐며 말했다.

“불행한 소식이군. 뜯겨진 팔이 재생되지 않다니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단경각의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네, 네놈 지금....”

짙은 그림자에 드리워진 천여운이 씨익하고 웃으며 손에 힘을 줬다.

-꽈악!

“갑주가 어찌 네놈의 팔꿈치까지는 지켰는데, 머리통은 어느 부분까지 지킬 수 있는지 봐 볼까나.”

‘이런......씨발.’

단경각의 두 눈에 천여운은 악마나 다름없었다.

속으로 욕을 하며 후회를 해봐야 이미 늦었다.

-콰드드득!

“끄게게게겍!”

갑주에서 튀어나온 선들이 목이 떨어져나가지 못하도록 고정했지만, 그로 인해 그의 턱 위 부분 전체가 뜯겨져나가고 말았다.

‘.......미쳤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북해빙궁의 장로들과 궁인들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들은 새삼 천여운이 그냥 신도 아닌 마신(魔神)이라 불리는 이유를 통감할 수 있었다.

-팍! 타탁!

완전히 뜯겨나간 단경각의 하관 위쪽 머리가 바닥을 내뒹굴었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재생력을 가진 오한빙장의 갑주더라도 완전히 떨어져나간 부위를 되살리진 못했다.

-차차차차착!

그렇게 북해빙궁의 궁주 단경각의 심장이 멈추자, 갑주의 형태로 있던 오한빙장의 금색 철들이 분해되면서 지팡이의 형태로 바뀌었다.

-슥!

주인을 잃은 지팡이가 천여운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이를 움켜쥔 천여운이 오한빙장을 유심히 살폈다.

“흠집은 없군.”

애초에 무형검이나 오행검 등 더 강한 기술로 몰아붙일 수도 있는 천여운이었지만 일부러 힘 조절을 했다.

오한빙장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말이다.

이 사실을 죽은 단경각이 들었다면 더욱 좌절했을 것이다.

"이제 두 개 남은 건가."

이로써 갑옷 도면에 그려져 있던 일곱 개의 무구 중 다섯 개가 천여운의 손에 들어왔다.

< 61화 궁주 (3) > 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