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궁주 (1) >
‘천마라니?’
‘천마?’
북해빙종의 종주 단초진의 입에서 나온 호칭.
그것을 듣는 순간 북해빙궁의 궁주 단경각과 소궁주 단영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 역시도 오랜 세월 동안 천마신교 산하에 있었다.
그렇기에 그 호칭이 가지는 무게를 알고 있었다.
“.....아버님. 지금 천마신교는 망하지 않았습니까?”
소궁주 단영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아버지인 단경각에게 말했다.
단경각 역시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구나.”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27년 전, 천마신교의 전신이었던 블랙 스카이 컴퍼니가 망하게 되면서 북해빙궁은 그 기회를 발판삼아 중원과의 연계점을 완전히 단절시켜버렸다.
그 후로 북해빙궁은 어떻게든 러시아로 편입되기 위해 온갖 공을 기울였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현재 중원 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단절로 인해서 모르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게 무슨 소리요? 단 궁주! 저 중국 놈들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방금 전에 단초진이 한 말은 중원의 언어였다.
이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베르노 소령이 추궁하듯이 물었다.
‘아뿔싸.’
단경각과 단영수가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러시아 방위부나 무도 단체들은 천마신교라면 치를 떤다.
그런데 지금 단초진은 저 괴물 같은 자를 천마신교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천마라고 칭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을 둘러서 할 작정이오. 방금 저 자가 천마신교의 천마라고 하지 않았소?”
모드베 라데프의 말에 단초진이 놀라했다.
설마 그가 중원의 언어를 알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그들이었다.
“뭐? 천마신교? 그 후윤패이시 사건과 관련있다는 무장 테러 단체가 아닌가!”
베르노 소령이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
소궁주 단영수가 다급히 끼어들었다.
“소령님! 저희와 관계있는 자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천마신교는 이미 옛적에 망했는데 그와 관련된 자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 해명을 방해라도 하듯이 모드베가 불을 붙였다.
“그런 것치고 천마신교와 관련된 자가 이곳 러시아로 입국했다는 게 더 이상하군요. 소령님. 저들과 관련된 자들은 입국 금지가 되어 있지 않습니까?”
모드베가 신이 나서 말했다.
그에게 이것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이걸 계기로 북해빙궁이 러시아로 편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저벅저벅!
그러는 사이에도 천여운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마치 천천히 압박을 가하듯이 말이다.
괴물 같은 천여운의 능력에 기겁한 베르노 소령이 그들을 닦달했다.
“다, 단 궁주! 저 괴물이 오고 있잖소! 정말 저들과 관련이 없다면 빨리 어찌 해보시오.”
그때 모드베가 앞으로 나섰다.
“모드베?”
“소령님. 제게 기회를 주시지요.”
“오! 그러겠나.”
선뜻 나서는 모드베의 지원에 베르노 소령이 달가워했다.
사실 그를 대동해서 왔지만 러시아 사대 무력 단체 중 하나인 칼바람의 수장인 모드베는 방위부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서 함부로 명령을 내리기 껄끄러운 관계였다.
“맡겨주시죠.”
그 말과 함께 모드베가 당당히 천여운을 향해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모드베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전략이 맴돌고 있었다.
‘저 자는 이능력자가 틀림없다.’
모드베는 지금까지 보여준 천여운의 능력이 무공이나 무술이 아닌 이능력이라 확신했다.
그것도 거의 SS급 수준에 버금가는 염동능력이라 여겼다.
‘이능력자들의 치명적인 약점이 있지.’
대다수의 이능력자들은 공통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근접전에 약하다는 것과 두 번째는 이능력을 발휘할 틈을 주지 않으면 무력화되기 쉽다는 점이었다.
‘일단 놈을 안심시킨다.’
모드베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벨트를 풀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벨트에는 권총과 잭나이프 세 자루가 달려 있었다.
이를 내려놓은 그가 두 손을 들고서 싸울 의사가 없다는 표시를 보였다.
“대화를 하고 싶다.”
그렇게 밝힌 모드베가 천여운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그의 태도에 북해빙종의 소종주인 단초자가 의구심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천마이시여. 저자는 러시아의 사대 무력단체 중 하나인 칼바람의 수장 모드베 라데프라는 자입니다.”
“그래?”
단초자는 그를 본 적이 있었다.
러시아로 처음 입국을 시도했을 당시에 두 개의 무력단체들이 나타나, 입국심사 받는 것을 감시하러 왔었다.
천여운의 일곱 보 앞까지 다가온 모드베가 입을 열었다.
“중원에서 왔다고 들었다. 러시아로 입국했다는 정보가 없는데, 이렇게 들어왔다는 것을 당연히 불법입국이겠지?”
모드베가 곧장 본론을 꺼냈다.
이에 천여운이 간결하게 답했다.
“그래서?”
“지금 저쪽에는 러시아 정부 소속의 방위부 고위 관계자도 와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 거라 생각한다.”
모드베는 처음부터 정부를 앞세웠다.
적어도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국가 단위의 힘이 걸려 있다면 적어도 이성적인 판단을 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래서?”
‘!?’
모드베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러시아 정부를 들먹였는데도 천여운의 반응은 전혀 변함없었다.
적어도 어느 정도 대화는 될 거라 여겼는데, 설마 정부를 들먹이고도 이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
‘칫. 하긴 불법 입국을 한 것도 모자라 러시아 소속 군인들마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죽였지.’
그 정도 안하무인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렇다면 두 번째 방법.
-짝짝!
모드베가 박수를 치면서 웃었다.
“하하하하! 과연 SS급 이능력자다운 배포로군. 만약 정부의 위세에 눌려서 그냥 포기했다면 실망할 뻔했어.”
일부로 대범한 척 연기를 했다.
“마음에 드는군. 원래 우리 러시아인들은 중원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정도 배포와 능력은 인정할만 하네.”
모드베가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치켜 올렸다.
그리고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건 어떤가? 자네 정도 되는 인재는 러시아 방위부에서도 높게 평가할 걸세. 군인들의 희생은 없던 걸로 칠 테니, 러시아의 귀화를 고려해보겠나? 특급 대우를 약조하겠네.”
두 번째 방법은 바로 포섭이었다.
강할수록 자존심이 높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조건만 제시한다면 넘어올 확률도 높았다.
그런 식으로 러시아로 귀화시킨 자들이 꽤 됐다.
하지만,
“필요없다.”
‘!?’
간단명료한 거절.
모드베의 미간이 또 다시 일그러졌다.
가장 무난한 두 번째 방법까지도 너무 쉽게 거절해버렸다.
‘정말 까다로운 놈이로군.’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가장 처음 계획했던 그 방법만이 유일한 답이었다.
모드베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것 참 난처하군. 우리 쪽에서도 자네처럼 이렇게 강한 자와 싸우는 건 전력을 낭비하는 것이라 곤란한 일일세. 그럼 어떻게 하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나?”
모드베가 그 말과 함께 앞으로 한발자국 걸어 나갔다.
‘놈과의 거리는 여섯 보.’
모드베는 러시아 삼대 무술 중 하나인 무음기격술의 일인자였다.
상대가 약하다면 100미터 이내라면 누구든지 죽일 수 있겠지만, 저 정도 괴물이라면 적어도 필살의 거리가 필요했다.
그는 다섯 보 이내라면 누구든 상관없이 죽일 수 있었다.
무음기격술의 비기인 음찰(音刹)은 찰나에 다섯 보 이내라면 음속에 달하는 속도로 상대의 방어, 공격, 회피를 무시하고서 파괴할 수 있다.
‘다섯 보.’
모드베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면서 한 발자국 더 내딛으려고 했다.
“게이트마저 열렸는데 그걸 닫지 못할망정, 힘을 합쳐야 할 사람들끼리 이렇게 싸워서 되...”
“경고하지. 살고 싶다면 그 발 내딛지 마라.”
‘!?’
그런 천여운의 말에 모드베가 순간 멈칫했다.
살기를 흘리지 않았는데, 자신의 의도를 눈치 채기라도 한 걸까?
발을 들어 올린 상태로 멈춰 섰다.
‘.........’
딱 한 보 간격만 더 들어가면 필살의 영역이었다.
모드베가 천여운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발을 들어 올리지 않았다.
의도를 들킨 것이 부끄러운 마냥 모드베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면서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허참. 그대 같은 자는 처음이구려.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하기도 전에....”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팍!
모드베가 말을 하는 척하면서 앞발을 번개처럼 내딛었다.
그리고는 비기인 음찰을 펼치려 했다.
-슉!
채찍처럼 탄력을 발휘한 그의 팔이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천여운의 심장을 노렸다.
어찌나 빨랐는지 옆에 있던 단초진 역시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움직였다.
‘끝이다.’
그의 손끝이 하얀 빛이 감돌았다.
모든 기운을 손끝으로 모았고 속도마저 가미되었기에 합금마저도 가볍게 뚫을 수 있다.
그러나,
-팍!
“엇?”
당연히 천여운의 심장을 꿰뚫을 거라 자부하던 그의 손이 멈춰섰다.
어느새 그의 손목을 천여운이 붙잡고 있었다.
“으, 음찰을 막다니?”
모드베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타이밍을 늦춘 후에 방심을 유도해서 기습을 가한다라....러시아식 방식은 구리군.”
천여운이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 위압감은 심장을 급속하게 빨라질 만큼 강렬했다.
모드베가 다급히 손목을 뿌리치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 잠깐.....”
당황한 그가 졌다고 말을 하려 했지만,
-콰직!
“끄겍!”
천여운의 손이 이미 그의 머리통을 박살내버렸다.
그저 내려치기만 했을 뿐인데, 머리가 위에서 그대로 박살나면서 목만 남고 말았다.
“모드베에에에에!”
그 광경에 베르노 소령이 기겁을 하면서 소리쳤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고의 무술가 중 한 사람의 허망한 최후였다.
공포에 찬 베르노 소령이 북해빙궁의 궁주인 단경각과 장로들을 닦달했다.
“다, 단 궁주! 어, 어찌 해보시오. 저 괴물의 손에 본인이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러시아 방위부는 그대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네! 아! 지금 자네들 내 말을 듣고 있는 건가?”
그런 베로느 소령의 말을 누구도 듣지 않고 있었다.
북해빙궁의 중진들 모두가 천여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괴물.....괴물이야.’
‘러시아에서 손에 꼽는 저 강자를 고작 일수에....’
경악할 만한 사건이었다.
너무 쉽게 죽어서 약해보였지만 실질적으로 모드베 라데프는 북해빙궁의 궁주인 단경각과 비교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절대고수였다.
-부들부들!
소궁주 단영수는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지만 온몸이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기운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데도 전율적이었다.
‘이게 천마.....’
잊고 살아왔던 북해빙궁의 사기(史記)가 떠올랐다.
역대 궁주들이 직접 적은 사기에는 절대적인 유지가 적혀 있었다.
[절대로 천마신교를 거역하지 말 것. 특히 천마라는 칭호를 가진 존재가 다시 천마신교에 탄생한다면 무조건 복종할 것.]
너무도 어이없는 유지였다.
이것은 유지라기보다는 경고였고 역대 궁주들에게는 굴욕의 역사나 다름없었다.
대를 내려올수록 불만은 거듭 커져만 갔다.
그러나 이렇게 직접 천마라는 존재를 보게 되자 그는 깨달았다.
‘......인간의 레벨이 아니야.’
도저히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강함이었다.
궁주인 아버지와 자신, 그리고 장로들, 북해빙궁의 모든 전력이 동시에 합공을 가한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는 전혀 미지수였다.
‘싸워선 안 돼.’
단영수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여기서 싸워봐야 결국 피를 흘리는 것은 북해빙궁이 되리라.
차라리 항복을 하고서 죄를 청하는 편이 나았다.
“아.....버님.”
단영수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궁주인 단경각을 불렀다.
그런데 단경각 역시도 그와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단경각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음을 보냈다.
[아들아......우리 대에서 아직 천마신교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가 보구나.]
씁쓸한 얼굴의 단경각.
이에 단영수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버님......와신상담이라 하였습니다.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아버님의 이런 결단이 본궁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겁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궁주 단경각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는 한 발자국 걸어 나오면서 북해빙종의 종주인 단초진을 노려보았다.
천마신교의 산하로 들어가는 것은 강자존의 법칙에 의한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저 자는 아니었다.
‘네놈 같이 천마신교에 완전히 굴복한 잡종놈들에게 본좌의 자리를 내줄 수 없다.’
여기서 결착을 내야 했다.
단경각은 항복하는 대가로 저들을 도로 데려가거나, 오한빙천장을 익히지 못하도록 제재를 해달라고 간청할 생각이었다.
‘본 궁의 전력을 얻는데 그 정도 간청은 들어주겠지.’
단경각이 앞으로 나섰다.
이를 보좌하듯이 단영수가 붙자, 북해빙궁의 장로들도 진지해진 얼굴로 따라붙었다.
"다, 단 궁주!"
베르노 소령이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결의에 찬 얼굴로 궁주 단경각이 천여운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한 쪽 무릎을 꿇고서 포권을 취했다.
-척!
“북해빙궁의 궁주 단경각이 대천마신교의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이를 따라 단영수와 장로들도 예를 갖추어 복창했다.
“대천마신교의 천마를 배알하나이다.”
“늦었군.”
천여운이 심기가 불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단경각이 머리를 숙인 채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천마를 몰라 뵙고 죄를 저지른 것을 부디 용서하십시오!”
“용서라.....”
죄를 청한 것이 아니라 궁주 단경각은 용서라는 말로 대신했다.
일말의 자존심이 그의 행동을 조금씩 제지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엎드려서 조아려야 하는데, 한 쪽 무릎만 꿇은 것도 궁인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마지막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슥!
궁주 단경각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가 천여운을 올려다보았다.
가만히 내려만 보고 있었는데, 천여운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천근만근 같았다.
단경각이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결의에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본궁은 다시 천마신교의 품으로 들어가 옛 선조들처럼 충성을 다하려고 합니다. 부디 천마께서는 미력하나마 저희를 받아주십시오.”
“하!”
단초자가 기가 찼는지 콧방귀를 뀌었다.
불과 방금 전까지도 천마신교를 인정하기는커녕 사이비 종교라 비하하던 그들이다.
그런데 압도적인 전력을 보고서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기회주의자 놈들.’
단초자는 이런 그들이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이 싫든 좋은 간에 분명 한 뿌리에서 파생된 형제들이었다.
이런 식으로 해결되는 것이 우습기는 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다시 하나가 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단경각의 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천마이시여. 하지만 저희가 다시 천마신교로 들어가는 것에 작은 대가를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대가?”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런 그의 눈치를 보면서 단경각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본 궁에는 옛 개파조사 때부터의 전통과 선조의 유지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천마신교도 같은 줄 아옵니다.”
“그래서?”
“본궁의 절대빙공인 오한빙천공이 궁주 이외에 다른 자들이 익히지 못하도록 제재해주시길 부디 간청 드립니다.”
단경각이 천여운의 옆에 서있는 단초진과 단초자를 쳐다보았다.
말인즉 그들의 무공을 폐하든가 혹은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자가 정녕!’
단초진과 단초자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졌다.
무력에 겁을 먹고서 다시 기어들어오는 주제에 취하는 태도가 자신들을 제재해달라는 것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때 천여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물었다.
“어째서지?”
“오한빙천공은 오직 궁주만이 익힐 수 있는 비기이옵니다. 천마신교의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비기가 외인이 익힐 수 없듯이 부디 이점을 헤아려주십시오.”
반론할 제기가 없도록 궁주 단경각은 계속 천마신교를 거론했다.
이런 식으로 늘어진다면 그 역시도 어쩔 수 없으리라 여겼다.
천여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뭔가 고민하는 눈치다.
‘됐다.’
단경각이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단초진과 단초자를 쳐다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적어도 궁주의 권리만큼은 지킬 수 있게 되었다고 여겼다.
“흐음. 그래....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군.”
드디어 결정을 내리려는 천여운의 말에 단경각이 두손을 모아 포권을 취하며 감사했다.
“천마의 결정에 감사...”
바로 그 순간이었다.
-서걱!
“컥!”
단경각의 두 눈이 커졌다.
그가 자신의 목을 다급히 움켜쥐었다.
방금 그 감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날카로운 예기가 자신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 어째서.....”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피식 웃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궁주만 익힐 수 있다며?”
< 61화 궁주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