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북해빙궁 (1) >
혹한의 대지라 불리는 러시아.
그곳에는 북세외 무림의 최강이라 불리는 북해빙궁이 자리하고 있다.
북해의 설원에 자리하고 있다는 소문부터 수많은 설들이 존재했지만 북해빙궁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호수인 바이칼 호수의 섬, 알혼섬에 있었다.
원래 북해빙궁의 종파는 하나였다.
하지만 천 년 전 천마신교의 산하로 들어오면서 그들의 종파는 둘로 나뉘게 되었다.
선조시절부터 북해빙궁의 성지인 알혼섬에서 정통을 이어온 내부파와 외부로 나아가 북해빙궁의 명성을 떨치게 된 외부파.
원래는 하나였던 북해빙궁이었지만 이렇게 둘로 나뉘게 되면서 그 성향이나 모든 면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자그마치 천 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면서 말이다.
알혼선 남단에 자리하고 있는 외부파가 들어온 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원래라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을 한다는 취지였던 외부파는 북해빙궁이 있는 알혼섬 북단으로 가지 못하고 남단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현재 그들은 원수보다 못할 만큼 최악의 대립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크흠."
알혼섬 남단 중심부에 자리한 한 건물.
그곳은 천마신교의 대장로 중 한 사람이자 북해빙종의 종주인 단초진의 거처였다.
은발에 턱수염을 기른 중년인이 바로 단초진이었다.
겉으로는 40대 중반처럼 보였지만 여든다섯의 고령의 나이였다.
심후한 내공과 환골탈태로 이렇게 젊어 보이는 것이었다.
“어허.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단초진이 자신의 앞에 엎드려 있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은발의 사내와 20대로 보이는 곱슬머리의 아름다운 여인에게 역정을 내듯이 말했다.
그들은 종주인 단초진의 장자이자 북해빙종의 소종주인 단초자와 손녀인 단소영이었다.
단초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버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무슨 결단을 내린단 말이느냐.”
“이미 저들은 저희와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그 말을 삼가라.”
단초진이 강하게 자식인 단초자를 나무랐다.
이에 손녀인 단소영이 나섰다.
“조부님. 아버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아무리 북해빙궁이 저희와 뿌리를 같이 한다고 해도 그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러시아 방위부 산하로 들어가다뇨!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이에요.”
“허어. 이것들이 정녕.”
단초진이 혀를 차면서 아들과 손녀를 노려보았다.
이들 삼 대가 어쩌다가 이렇게 심각하게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천 년이 넘게 나누어진 두 파가 하나로 되는 합의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다면 고향에 정착하지 않고 다시 떠나기라도 하자는 말이더냐?”
단초진의 말에 단초자가 단호하게 말했다.
“네! 차라리 그 편이 낫습니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현재 중원에 다시 천마신교가 부활하려는 조짐이 보입니다.”
“또 그 이야기로구나.”
“형제 교인들이 뭉치고 있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고국을 버리고 러시아의 산하로 들어가려 하는 저들을 응징하자는 것도 아니고 어째서 그렇게 회의적이십니까?”
원래 북해빙궁은 중원의 이주민들이 만든 세외 무림 세력이다.
그런데 그들의 영역권은 몽골보다도 훨씬 위에 있는 러시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러시아 쪽에서 손을 내미는 일이 많아졌고, 최근 북해빙궁은 이미 러시아 방위부 산하로 들어가기로 조약을 맺은 듯 했다.
단소영이 간곡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조부님. 부디 아버님께서 말하신 대로 다시 중원으로 귀환하셨으면 합니다.”
“너도 네 애비와 똑같구나. 이곳이 고향이다! 어찌 진짜 혈육들을 버리고 천 년 동안이나 뒷바라지를 해준 천마신교로 돌아간단 말이더냐. 그리고 이미 천마신교는 망했느니라. 아무리 다시 부활한다고 한들 중원 무림 전부를 상대하는데 무슨 수로 재기를 한단 말이더냐?”
얼마나 노여워했는지 단초진의 뺨이 파르르 떨려왔다.
자식과 손녀만 아니라면 당장에 손이라도 쓰고 싶은 심경이었다.
“더는 말하지 않겠다! 종주는 나다. 결정이 다시 번복되는 일은 내가 죽지 않는 한 절대 없을 것이다.”
“하아.”
“썩 나가거라!”
“......알겠습니다.”
지독한 고집에 단초자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온 단초자는 얼마나 답답했는지 담배를 물고서 연신 말없이 서있었다.
그런 그를 딸인 단소영이 위로했다.
“아버지. 힘내세요.”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단초자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너까지 네 할아버지의 미움을 받을 필요는 없다만.”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니까요. 아무리 북해빙궁이 저희 뿌리라고 하지만 그보다 저희 뿌리는 중원이잖아요.”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모르겠구나.”
북해빙궁 내 외부파와 내부파도 모자라 외부파끼리 대립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내부파로 인해 벌어졌다.
그들은 다시 귀향한 외부파가 자신들의 기득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북해빙궁 부지로 들어오지 못하게 배척했다.
저렇게까지 하는데도 종주인 단초진은 오히려 내부파에 저자세를 취하며 받아주기를 계속 간청하고 있었다.
“저는 아버님께서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께서 신물까지 넘겨주면서 양보를 하셨는데도 저들은 저희에게 귀화까지 요구하고 있잖아요.”
내부파의 요구 조건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신물인 오한빙장을 처음 요구했을 때도 가관이 아니었지만, 궁주에게 절대적인 충성과 러시아로의 귀화는 정말 아니었다.
“그리고 저는 더 이상 저희 뿌리가 북해빙궁으로 봐야할 지도 의문이에요.”
그들은 천 년이 넘게 중원에서 천마신교의 교인으로 살아왔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것만 그 기간이란 소리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알혼섬에 남아있는 북해빙궁과는 거의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 네 말이 옳다.”
그래도 자신과 뜻이 같은 딸에게 위로가 되었는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 그에게 단소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담배 핀 손으로 머리 만지지 말라니까요.”
“어이쿠. 실례 했구나.”
단초자가 쓰다듬던 머리에서 다급히 손을 뗐다.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었다.
섬이라 자주 안개가 뒤덮이는데, 오늘따라 더욱 자욱한 안개로 사방이 주홍빛이 되었다.
“오늘은 글렀고 내일 다시 아버님을 설득해봐야겠구나. 그나저나 전선이 언제쯤 복구가 될는지. 후우.”
“그러게요. 벌써 닷새 째 이러네요.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티비도 못보고 인터넷도 못하니까 불편하기 짝이 없어요.”
호수 바깥쪽에 배선 쪽에 문제가 생겼는지 섬 내부의 전기가 전부 끊겼다.
닷새 째 모두가 야인의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곳 섬 생활을 하면서 한 번씩 호수 바깥 쪽 배선에 문제가 생기면 전기가 끊기곤 했는데, 이번에는 꽤나 길어지고 있었다.
“일단 들어가자꾸나. 날이 저물면 추워진다.”
자신의 거처로 향하려는 단초자에게 단소영이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버지. 그런데 오늘 많이 따뜻하지 않나요?”
그녀의 말에 단초자도 미처 의식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한 느낌이었다.
이 시기의 러시아는 엄동설한이라고 할 만큼 물을 뿌리면 그대로 얼만큼 추웠는데, 지금은 입김조차 나지 않았다.
“그건 그렇구나. 기상이변이라도 오려는 모양이지.”
예전에는 사계절이 뚜렷했지만 어느 순간 지구 상에는 봄과 가을이 사라졌다.
모든 지역에는 오직 여름과 겨울만이 존재했다.
애초에 이곳보다 따뜻한 지역인 중원에서 자라난 단초자는 별 생각 없이 그 말을 하고는 거초로 들어갔다.
“흐음.”
단소영이 뭔가 이상하다 여겼다.
안개도 평소보다 짙은데다가 날이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그리 가볍게 넘어갈 만한 일인가 싶었다.
“스마트폰이라도 되면 날씨가 왜 이러나 검색이라도 할 텐데.”
그녀가 자신의 손목에 차여 있는 플랙시블 스마트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닷새 째 충전을 하지 못해서 꺼진 지 오래였다.
“휴, 과민반응인가.”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자신도 아버지를 따라 거처로 들어갔다.
그렇게 몇 시간 후,
전기가 끊어지면서 할 일도 없어 내공심법을 운기하고 있던 그녀는 아까부터 후덥지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덥지?’
운기를 집중하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어지간한 더위라면 운기를 하는 것만으로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이젠 뜨겁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때 바깥에서 누군가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종주님! 소종주님! 나와 보십쇼! 큰일 났습니다.”
그 외침에 그녀가 운기를 중단하고서 밖으로 뛰쳐나왔다.
소종주인 단초자 역시도 나왔는데, 밖으로 나온 그들은 집안에 있을 때보다도 뜨거운 열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
“소영아."
“이게 무슨 일이죠?"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구나.”
불이라도 났다고 여기기에는 마을 어디에도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열기는 대체 무엇일까?
그때 북해빙종의 종파원들 중 한 사람이 다급히 단초자에게 달려와 보고했다.
“소종주님. 큰일입니다! 지금 호수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이곳 마을이 있는 곳은 알혼섬 서남단 내에서도 저지대였기 때문에 바깥의 호수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단초자와 단소영이 다급히 경공을 펼쳐 호수 쪽으로 향했다.
호수로 가까워질수록 뿌연 안개가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었는데, 기이한 현상에 점차 불길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호수 인근에 도착한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이글이글 타오르는 검붉은 호수.
그것은 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농도가 짙었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열기에 살갗이 전부 탈 것 같은 뜨거움에 단초자와 단소영이 방탄강기를 펼쳤다.
-우웅!
“아버지. 이거 설마 용암인가요?”
단소영의 물음에 단초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섬 주변의 호수가 전부 용암으로 가득했는데, 지금까지 이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것이다.
절대로 자연현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아무래도 이건....”
단초자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서 중얼거렸다.
“게이트!”
그랬다.
이 현상은 게이트가 열려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위험 요소 유형은 개체형(個體形), 재해형(災害形), 특수형(特殊形) 등 이 세 가지로 나뉜다.
이렇게 자연재해에 가까운 현상은 재해형이 틀림없었다.
단초자가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필 전기가 끊겼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게이트 경보령마저 울릴 수 없는 상황에 게이트가 열린 듯 했다.
굉장히 공교로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진즉에 누군가는 발견했을 터인데,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의문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때 같이 따라온 종파원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소종주. 여길 보십쇼!”
종파원이 외친 장소로 온 단초자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런!”
그곳에는 세 구의 시신이 있었다.
모두 북해빙종의 사람들이었다.
온 몸에 날카로운 상처가 가득해서 죽은 그들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듯 했다.
“이건......빙설검법!”
그들의 몸에 난 검흔은 틀림없이 북해빙궁의 검법 중 하나인 빙설검법에 의해서 난 상처였다.
이 빙설검법은 북해빙종이나 북해빙궁의 일반 무사들이 배우는 검법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처를 가진 채 죽었다는 것은,
“아버지.....함정이에요.”
단소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 *
한편 뒤늦게 나온 북해빙종의 종주인 단초진 역시 종파원들과 함께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용암으로 가득 찬 호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용암의 열기는 너무 뜨거워서 주변의 모든 것을 태우고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넘실거리는 용암이 빠르게 섬 내부로 밀려들어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섬은 용암에 잠길 것이다.
“종주님. 일단 섬 안쪽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 있으시면 몸이 상합니다.”
내공으로 열기는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용암을 견디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저것이 자연현상이 아니라 게이트에서 나온 용암이라면 그 뜨거움은 일반적인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흐아압!”
-고오오오!
단초진이 십성공력으로 끌어올려 오한빙천공의 한기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용암이 밀려들어오는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쩌저저저적!
그러자 오한빙천공의 한기에 의해 오 미터 정도 되는 길고 거대한 빙벽이 생겨나며 용암을 가로막았다.
“오오오!”
“마, 막았어.”
종파원들이 놀라운 신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 정도의 빙벽을 만들어내려면 그만큼의 한기를 지녀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종주의 능력이 용암마저 막을 수 있는가 싶어 모두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치이이이!
얼음 빙벽에서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이내 그것이 붉게 달아오르며 빠른 속도로 녹아내렸다.
“이럴 수가.”
“녹고 있어.”
안타깝게도 희대의 빙공인 오한빙천공으로 만들어낸 얼음 빙벽조차 용암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리고 말았다.
기대감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으으으!”
단초진이 자괴감이 든 눈으로 녹아내리는 빙벽을 쳐다보았다.
이를 막지 못한다면 밀려들어오는 용암에 모두가 타 죽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북해빙종에서 능공허도를 펼칠만한 능력을 지닌 자는 자신과 소종주인 단초자뿐이었는데, 종파원들을 버리고 도망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나 한 사람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빙궁과 힘을 합쳐야 해.’
단초자는 모든 빙궁과 빙종의 고수들이 힘을 합쳐야만 이것을 타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사람이 안 된다면 모두가 동시에 빙공을 펼쳐서 길을 만드는 방법뿐이라고 여겼다.
“일단 북해빙궁으로 가자꾸나.”
위기야 말로 힘을 합칠 수 있는 기회였다.
어쩌면 이것을 계기로 북해빙궁과 하나가 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때 누군가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아버님!”
그들은 소종주인 단초자와 손녀인 단소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들이 보이지 않아서 걱정했던 단초진이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무사했구나.”
이들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단초진이 말했다.
“일단 시간이 없구나. 용암이 빠르게 밀려드니, 서둘러서 북해빙궁으로 가자꾸나.”
그런 그의 말에 단초자가 화를 참고서 입을 열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북해빙궁에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더냐?”
“아버님.....이건 함정입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알아듣게 말을 하거라!”
단초진의 호통에 단소영이 답했다.
“조부님. 부둣가 인근이나 호수 근방 쪽으로 지키는 저희 종파원들이 전부 살해당했습니다.”
“뭐, 뭣이야?”
그 말에 단초진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게이트로 인해 벌어진 상황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누구도 이 상황을 알지 못했던 것을 의아하게 여겼던 그였다.
“조부님. 5일 전부터 전기가 끊긴 걸 아시죠?”
“그, 그래.”
“그로 인해 게이트 경보령도 저흰 알 수 없었죠. 그 마당에 호수 근방을 지키던 종파원들이 살해를 당했어요. 그게 무슨 의미겠어요?......전부 북해빙궁 쪽에서 벌인 함정이 틀림없어요.”
‘!!!’
확신해하는 그녀의 말에 단초진이 충격을 받았는지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그들을 한 핏줄의 동포라고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모든 정황이 그들이 벌인 일이라고 가리키자 그 실망감은 말로 이룰 수 없었다.
“어찌 이런 일이.....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보통이라면 이를 납득하겠지만 단초진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북해빙궁을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들이 한 뿌리나 다름없는 자신들을 죽이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버님! 저희 종파원들이 전부 빙설검법이나 빙한장에 의해서 죽었습니다.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충격으로 사실을 부정하는 단초진을 단초자가 다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초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다. 가서 내 눈으로 직접 진상을 확인할 것이다.”
“조부님!”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이렇게 용암이 빠르게 밀려들어오는데, 그곳까지 가시겠다뇨?”
용암이 차오르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이런 기세라면 북해빙궁이 있는 동북쪽으로 가는 도중에 길이 끊길 것이다.
그때 종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종주님! 용암이 인근까지 올라왔습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합니다.”
어느새 용암이 지척 부근까지 올라와 있었다.
호신 기운으로 막고 있다고 해도 더 가까워지면 버티기 힘들었다.
그런 와중에 단초진이 고집을 버리지 않고 말했다.
“너희들이 가지 않는다면 나라도 직접 가볼 것이다.”
난감한 상황에 단초자와 단소영은 어찌해야 할지 당혹스러웠다.
그러던 찰나였다.
“누가 북해빙종의 종주이지?”
‘!?’
갑자기 들린 낯선 목소리에 그들의 시선에 동시에 그곳으로 향했다.
“당신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곁에는 종파원들뿐이었다.
그런데 어느새 전혀 낯선 인물이 서있었다.
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사내.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챙!
“네놈 누구냐?”
“누군데 이곳에 있는 거죠?”
단초자와 단소영이 동시에 검을 빼들어 천여운에게로 겨냥했다.
그들은 무림인이었다.
정체 모를 자가 자신들의 반경에 접근했다는 것만으로 그들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그때 천여운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을 몰라보는 개들이로군.”
“뭣?”
“그 전에...."
천여운이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우우우웅!
그 순간 사방의 하늘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열기로 가득했던 사방에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얼음검들이 수를 놓고 있었다.
알 수 없는 현상에 북해빙종의 종파원들이 경악을 금치못했다.
"저, 전부 검?
"이게 대체 무슨?"
천여운이 용암이 밀려오는 곳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얼음검이 푸른빛으로 물들더니, 수많은 광선들이 뿜어져 나오며 밀려오는 용암들을 향해 직격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 60화 북해빙궁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