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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74화 (174/234)

< 56화 악우(2) >

-피융! 팡팡!

폭죽이 하늘로 치솟았다.

노란색 불꽃이 밤하늘에 수를 놓았다.

이를 본 각 방위로 공격을 감행했던 상위 육문주와 도객들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쟁 중지?’

노란색 불꽃 폭죽의 신호는 중지였다.

붉은색 불꽃은 퇴각, 푸른색 불꽃은 집결이었다.

전장이 시작 된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고 아직까지 부지 내부로 제대로 진입하지도 못했는데, 중지 신호가 뜬 것이다.

용천 그룹 부지의 북쪽,

“문주! 어떻게 합니까?”

도객들의 물음에 도성문주 연무견이 난처해했다.

그의 몸 상태는 현재 그리 좋지 않았다.

-채채채챙!

그가 바라보는 곳에 두 절세고수들이 쉴 새 없이 공방을 나누고 있었다.방금 전까지 도절문주 정문과 이대일로 저 붉은 머리카락의 사내에게 합공을 하다가 어이없이 발차기에 맞고 튕겨나간 그였

다.

‘아직 저 괴물 같은 자도 제압하지 못했는데.’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괴물은 허봉이었다.

저놈을 뚫지도 못했는데 전쟁 중지 신호가 떨어진 것이 의아했다.

“저거 니들 신호냐? 히히.”

-채채채챙!

허봉이 신명나게 검초를 펼치며 도절문주 정문에게 물었다.

하지만 정문의 입에서 대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개새끼!’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러져도 검초를 막기 힘든 판국이었기 때문이다.

‘뭐하는 거야?’

발차기 한 대 맞고서 날아간 도성문주 연무견이 왜 참전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쟁 중지 신호이든 뭐든 간에 승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던 차였다.

-타타타탁!

“선배님!”

그때 교인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달려와 허봉을 불렀다.

전음으로 무언가를 전하는 것 같은데, 허봉이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정문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뭐? 싸움을 멈추라고?”

명령이 떨어진 것은 블레이드 식스만이 아니었다.

양측 간에 전쟁 중지 신호가 떨어진 것이다.

-팡! 팡!

또 다른 폭죽 불꽃이 터졌다.

불꽃이 터진 위치는 용천 그룹의 부지 내부였고 그것은 집결 신호인 푸른색 불꽃이었다.

*  *  *

워낙 과열되게 싸우고 있던 용천 그룹의 교인들과 블레이드 식스의 도객들은 삼십 분 정도가 지나서야 집결 지역으로 모일 수 있었다.

용천 그룹 부지 내 광장,

양측 세력이 서로 대립된 상태로 마주본 채로 서있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용천 그룹, 즉 천마신교의 중진들과 블레이드 식스, 즉 극도육무문의 간부들이 모였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양측의 실질적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천마 천여운과 일령 황헐의 부름을 받고 모였기에 경계심과 긴장감으로 사방의 공기가 팽배했다.

[도주! 어째서 멈추라고 한 것입니까?]

도살문주 양문이 자신과 겨루고 있던 무쌍검종의 왕신을 노려보면서 전음으로 물었다.

그의 몸에 난 상처들만 보아도 얼마나 격렬히 싸웠는지 알 수 있었다.

[......일령의 명이시다.]

금성룡이 할 말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그가 비록 블레이드 식스의 회장이자 도주라고는 하나 일령의 권한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일령은 극도육무문의 역사 그 자체였기에.

한편 또 다른 상위 육문주 중 하나인 도강문주 구청사의 시선은 자신과 겨루고 있던 상대인 대호법 마라윤이 아닌 천여운에게로 향해 있었다.

‘저 자가 일령께서 말씀하신 마신.’

극도육무문의 조사이자 전신이라 불리는 극도신을 해한 자.

도객들 중에서 그를 상대로 분노하지 않는 자들이 없을 것이다.

‘정말 강할까?’

겉으로 느껴지는 기운은 그저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당연히 전설의 고수인 만큼 그 힘을 갈무리하고 있을 거라고는 짐작했다.

하지만 특유의 호승심이 발동했다.

‘싸워보고 싶다. 시험해보고 싶다.’

옆에 있던 다른 상위 육문주 중 한 사람인 도황문주 영달충이 그의 호승심을 알아차렸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이군.’

도강문주 구청사.

그는 상위 육문주들 중에서 가장 무(武)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자이다.

그렇기에 상위 육문주들 중에서 도공문주 열겸과 더불어 최강의 앞 다투고 있다.

저 성질을 이기지 못해서 예전에 일령에게도 달려든 작자였다.

물론 죽도록 얻어터졌지만 말이다.

[아서게. 저 괴물은 일령처럼 봐줄 자가 아니야.]

도황문주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경고했다.

마신의 손에 죽은 구 극도육무문의 도객들만 수천여 명이라 들었다.

섣불리 호승심에 나섰다고 사달만 날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라고?’

도강문주 구청사가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무림인으로서 만인이 최강이라 불렀던 존재가 눈앞에 서있었다.

미식가가 최고의 셰프가 만든 음식을 놔둘 수 없는 것처럼 그 역시도 몸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명분만 있으면 되잖아.’

대충 지금 상황을 보면 전쟁을 멈출 분위기다.

애써 괜찮은 척하고 있었지만 금성룡의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내상이 심하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일령 역시도 상의를 탈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분명 결국 마신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겠는걸.’

그러던 차에 일령인 황헐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본좌는 블레이드 식스.....아니 극도육무문의 일령인 황헐이다. 이렇게 모두를 모이게 한 까닭을 지금 말해주려 한다.”

작게 말을 하고 있었지만 심후한 진기가 담겨 있어서 모두에게 들렸다.

그저 의아해하는 용천 그룹의 교인들과 달리 블레이드 식스의 도객들은 불안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들 역시도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디 일령 황헐의 입에서 패배를 선언하는 일만은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본문과 천마신교 간에는 오랫동안 케케묵은 원한이 있었다. 천 년이나 계속 될 만큼 지긋지긋한 연이라 할 수 있다. 하나 이제 그 관계에 변화를 줄 때가 왔다.”

‘뭐야?’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이도저도 아닌 분위기에 양측 모두가 황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본문과 천마신교는 공교롭게도 서로 같은 적을 상대해오고 있다. 그 단체의 이름은 MS 그룹.”

-웅성웅성!

블레이드 식스의 도객들의 눈빛에 변화가 일었다.

현재 블레이드 식스에 있어서 최악의 적은 단연 MS 그룹이었다.

17년 전에 블랙 스카이 컴퍼니가 무너지면서 그들은 더 이상 천마신교에 크게 집착하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MS 그룹은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그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마 공과 손을 나누면서 대화를 한 끝에 우리는 그들의 간계에 이용당해 양간에 무의미한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황헐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모두를 한 번 둘러보고서 말했다.

“이것을 좌시할 수 있나?”

그런 황헐의 말에 도객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좌시할 수 없습니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도객들의 목소리.

그들의 의구심을 순식간에 전의로 바꿀 만큼 황헐은 일인자로서의 지휘에 능수능란했다.

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황헐이 말했다.

“여기서 본문의 일령으로서 선포한다. 오늘부터 본문은 천마신교와 동맹을 맺고서 무의미한 싸움을 끝내고 진정한 적을 상대한다!”

“와아아아아아아!!!”

황헐의 말이 끝나자 도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항복 선언이 나올까 두려웠던 그들의 입장에서는 동맹이라는 말이 나오자 불행 중의 다행이라고 할 만 했다.

황헐이 힐끔 천여운을 쳐다보며 헛기침을 했다.

그 모습에 천여운이 피식 웃었다.

‘꼴에 자존심 부리기는.’

원래 천여운은 그에게 자신의 산하로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그런 제안에 황헐은 당연히 거절했고, 오히려 간곡히 부탁했다.

[......크흠, 본좌의 체면을 살려다오.]

황헐은 다른 모든 것은 천마신교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들어주겠다는 약조를 했다.

하지만 그 산하로 들어가는 것만큼은 자신들이 목숨을 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천 년 동안 대립해왔던 숙적으로서 일말의 자존심인 것이다.

[내 변덕에 감사해라.]

황헐 역시도 천여운을 바라보면서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사실 그는 체면을 살라달라는 말을 하면서도 천여운이 과연 들어줄까 반신반의했었다.

실상 천여운은 혼자서도 이곳 용천 그룹의 부지를 친 극도육무문의 전력을 넘어서 블레이드 식스 전부를 세상에서 지울 수 있는 존재였다.

‘호의에 감사한다. 마신.’

덕분에 체면을 살릴 수 있었다.

다른 곳을 바라볼 때와 같은 곳을 바라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면을 본 듯 해 참으로 기분이 묘해졌다.

그러나 모든 것이 원만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훈훈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부었다.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 외침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 자에게로 향했다.

그는 도강문주 구청사였다.

‘하아.’

다른 상위 육문주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마는 구청사의 행동에 골이 아플 지경이었다.

‘저놈의 지랄 맞은 호승심!’

도황문주 영달충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일령이 동맹을 선포한 마당에 저리 나선다는 것은 제 명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일령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었다.

[그만 하게! 자네 미쳤나?]

영달충이 전음으로 그를 다그치며 만류하려 했다.

-챙!

그때 구청사가 도를 뽑아서 천여운을 향해 가리키며 소리쳤다.

“본문의 조사이신 극도신께서 저승에서 통곡할 일입니다. 저 자의 손에 그분의 피가 묻어있는데, 어찌 이렇게 쉽게 동맹을 맺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런 구청사의 외침에 도객들이 웅성거렸다.

분명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저 특유의 호승심에 일을 냈다고 여겼는데, 나름 명분을 제대로 쥐고서 나섰다.

저렇게 개파조사를 명분 삼아버리면 일령이라고 해도 함부로 자신의 의지에 반했다고 나무랄 수 없게 된다.

‘이놈이!’

황헐이 노기가 서린 눈으로 구청사를 노려보았다.

전에도 건방지게 자신에게 도전을 한다고 몇 번이나 덤벼댔을 때, 무인으로서 소양이 있다고 봐줬었는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감히 누구에게 도를 겨냥하는 것이더냐!”

-쾅!

허봉이 분노의 진각을 밟았다.

바닥에 균열이 일어남과 동시에 그에게서 강렬한 기운이 폭사되어 나왔다.

그것은 그뿐만이 아니라 천마신교의 모두가 그러했다.

그때 천여운이 손을 들어 이를 제지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꽤 당돌한 놈이군. 그래. 네 조사의 피가 내 손에 묻어있는데,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그런 천여운의 말에 도강문주 구청사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가 마련된 셈이었다.

여기서 납득할 수 없다고 그에게 도전을 한다면, 최강의 남자와 겨룰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무인이 어찌 말로 하겠소. 정히 동맹을 해야 겠다면 무인답게 힘으로 납득시켜...”

-고오오오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도 안 되는 기운이 폭사되었다.

사방을 짓누르는 엄청난 진기에 구청사가 순간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무, 무슨 진기가....’

숨을 내쉬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것은 단연 그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상위 육문주들과 도객들 모두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당혹스러워했다.

마치 그들의 목에 날카로운 검을 대고 있는 느낌이었다.

-저벅!

천여운이 천천히 구청사의 앞으로 걸어왔다.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심장이 덜컥거리는 느낌에 구청사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우, 움직여. 움직여.’

팔을 움직이고 싶었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여운이 그의 앞에 도달했다.

-주르륵!

마치 사형장의 간수가 다가오는 것 마냥 죽음에 대한 공포로 그의 얼굴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천여운이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럼 동맹을 맺지 말고 전부 죽일까?”

‘!?’

작은 목소리였지만 이 말이 근방에 있는 다른 상위 육문주들에게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들의 눈동자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가능해.....이 자라면 혼자서도.’

‘이게......마신!’

‘괴....괴물 같은 자다.’

너무도 압도적인 역량의 차는 그들로 하여금 어떠한 생각도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죽음에 대한 중압감을 이렇게 강렬히 느껴본 적도 처음이었다.

구청사는 그제야 깨달았다.

동맹이라는 말은 허울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체면치레를 세워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슥!

천여운이 여전히 도를 들고서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이마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서 말했다.

“애송이. 아직도 생각에 변함없나?”

손가락이 당장에라도 자신의 머리를 꿰뚫을 것만 같았다.

구청사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실언을 했습니다.”

“그럼 네놈이 해야 할 말도 알겠군.”

“도, 동맹을 맺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 구청사의 말에 황헐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기껏 받아낸 체면치레를 제 손으로 깎아 먹은 멍청한 수하에 대한 분노로 말이다.

< 56화 악우(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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