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극도육무문 (2) >
-스륵! 스륵!
불투명해진 한 인영이 엄청난 속도로 숲속을 가로지르고 있다.
눈앞에 장애물을 그대로 통과하기에 그 이동은 거침없었다.
‘나를 이런데 쓰다니.’
보랏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낮게 비행하고 있는 그녀는 바로 마족 샤케나였다.
그녀의 손에서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다.
지구상의 어떠한 언어도 모르기에 사용방법을 잘 몰랐지만 버튼을 누르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주인님의 속도라면 오래 걸리지 않겠지.’
그녀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사이에 천여운이 돌아올 거라 예측했다.
그런데 버튼을 누르고 뒤돌아서 용천 그룹 부지로 돌아가고 있는지 고작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주인님?’
그녀는 천여운의 존재를 느꼈다.
샤케나의 시선이 향한 곳은 용천 그룹 부지의 정문이었다.
“마신!!!”
노인의 검푸른 눈동자가 파르르 떨려왔다.
사람은 십 년만 지나도 타인의 얼굴이나 풍경 등이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얼굴이 뚜렷했다.
“호오.”
천여운의 입에서 흥미롭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여태껏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원래 시대의 별호였던 마신이라고 불렀던 자는 한 번도 없었다.
“나를 알고 있나?”
그런 천여운의 물음에 노인이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희열을 담아 입 꼬리를 올렸다.
“암! 알다마다. 네놈의 그 가증스러운 얼굴을 본좌가 어찌 잊으리.”
한 마디 한 마디에 실린 증오와 살기.
게다가 목소리에 담겨 있는 진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셈이냐!”
-팍! 촷!
금성룡이 붙잡힌 도를 놓고서 손에 도강을 만들어 엄청난 기세로 천여운의 어깨를 내리쳤다.
-파직! 파직!
그런데 그의 수도는 어깨를 베지 못했다.
오히려 도강이 어깨를 파고들지 못하고 스파크를 일으키며 멈췄다.
‘무슨 진기가 이리도?’
십성 공력을 발휘했는데 생채기조차 낼 수 없자 금성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실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현 블레이드 식스의 총수라면 극도육무문의 도주일 텐데, 극도신이 대타로 세워놓은 도주만도 못하군.”
“뭐, 뭐야?”
“네놈이 낄 자리가 아니란 소리지.”
-퍽!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여운의 주먹이 불시에 그의 가슴을 쳤다.
주먹이 가슴에 닿는 순간,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나오며 금성룡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나갔다.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파파파팍!
날아가려 하는 금성룡을 붙잡으려고 했던 검은 복면의 도객들이 볼링핀이라도 된 것처럼 부딪치자마자 도리어 같이 튕겨나가고 말았다.
‘멈춰! 멈춰!’
금성룡 역시도 어떻게든 멈춰보려 했지만 포탄처럼 튕겨나가는 이 진기의 여파를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신형이 도중에 멈췄다.
-팍!
누군가 그를 잡아낸 것이다.
금성룡이 피를 흘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 일령?”
그를 잡은 자는 바로 일령이라 불린 노인이었다.
휠체어가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할 것 같던 노인이 어느새 이곳까지 이동하여 그를 잡아냈다.
“가, 감사합...”
-팍!
“으헉!”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금성룡을 일령이 내팽개쳤다.
일령이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오만하게 내려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네놈이 본좌의 위신에 먹칠을 하는구나.”
“.....송구스럽습니다.”
가슴뼈가 으스러져서 말하는 게 힘든 그였지만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조차도 이 정도까지 역량이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은 그런 그를 뒤로 한 채 천여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작 아이를 상대로 어른스럽지 못하구나. 마신.”
노인을 바라보는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노화된 몸으로 잘도 움직이는군.’
천여운이 보기에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은 몸에 심한 노화가 왔다.
연령조차 추측하기 힘들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이 틀림없었는데, 방금 전 그 물 흐르듯이 움직이는 경신법은 굉장했다.
“네놈 누구지?”
그의 정체가 궁금해진 천여운이 물었다.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에게서 느껴지는 독특한 기운은 어딘지 모르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극도신.’
마치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극도신은 천여운의 손에 확실하게 죽었다.
이 시간의 축은 극도신을 죽인 후에 천여운이 사라지고 나서의 미래였기에 절대로 그일 리가 없었다.
“본좌를 기억하지 못하는 구나.”
“나는 네놈 같은 놈을 본 적이 없다만.”
그런 천여운의 말에 노인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댔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실린 심후한 진기에 같은 편인 도객들마저 귀를 틀어막았다.
“끄윽!”
“일령!”
그렇게 웃어대던 노인이 천여운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하긴 천 년이 넘게 보지 못했으니, 영생을 살아가는 네놈이라고 해도 잊을 만도 하지. 하지만 본좌는 네놈을 잊지 못한다!”
노인의 신형이 갑자기 잔상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천여운의 바로 뒤에서 나타났다.
-촥!
빈손이었던 노인의 손에는 어느샌가 무형도가 잡혀 있었다.
천여운이 몸을 돌리며 무형검을 만들어내며 그의 무형도를 막아냈다.
-채애애앵!
진기로 만든 무형의 병장기였지만 그것들이 부딪치자 날카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이 부딪치면서 일어난 여파로 인해 주변 바닥이 갈라지고 폭풍과도 같은 풍압이 일어났다.
“으헉!”
“우왓!”
근방에 있던 도객들이 그 여파에 튕겨나가고 말았다.
무형검과 무형도를 맞부딪친 상태에서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 입을 열었다.
“예전과는 다를 게다.”
“뭐?”
마치 한 번 겨뤄본 적이 있는 것처럼 말을 했다.
하지만 천여운의 머릿속에는 이 자에 대한 기억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천 년이 넘게 보지 못했다니? 나노 혹시 이놈이 누군지 알겠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노에게 물어보았다.
자신과 다르게 나노는 AI이면서 슈퍼 컴퓨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천여운이 그동안 겪어왔던 모든 일들과 만남을 저장하고 있었다.
[검색해보겠습니다.]
천여운의 동공이 파르르 떨리며 증강현실이 개안되었다.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을 분석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줄도 모른 채 노인이 말했다.
“그때도 본좌의 본 실력으로 상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천 년이 지난 지금 본좌는 단언컨대 그분을 능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득!
노인의 팔뚝 부분이 팽창했다.
그것만이 아니라 상체 부분이 비대해지면서 옷이 찢겨져나갔다.
옷에 가려졌던 노인의 상체는 빼곡한 근육으로 가득했고 고된 수련의 흔적들로 메꿔져 있었다.
“흐압!”
-차아아아앙!
노인이 놀랍게도 천여운의 무형검을 튕겨내고서, 무형도로 변초를 쓰면서 천여운의 머리를 내려쳤다.
천여운이 빠르게 무형검의 경로를 바꾸어 이를 막아냈다.
-까아아아앙! 콰아아앙!
내려친 무형도의 엄청난 위력에 천여운의 발이 땅속으로 꺼지듯이 파고들었다.
바닥에 균열을 넘어서 10미터 가까이 움푹 패이더니, 그것을 중심으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갈라졌다.
천여운의 몸이 진흙탕에 빠진 것 마냥 허리까지 바닥을 파고들었는데, 노인의 공격은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
“극도신무의 진수를 보여주마!”
일령이라 불리는 도인이 천여운을 향해 도를 밑으로 찍어내렸다.
이것은 극도신무 제 칠초식 팔선도경(八僊刀競)이다.
-촤촤촤촤촤촥!
여덟 갈래로 뻗어나간 잔상이 일순간에 폭발적인 역량의 패도적인 도세를 만들어내며 한 곳으로 모여들어 천여운을 동시에 압박해왔다.
‘하!’
천여운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그가 알고 있던 극도신의 도법과는 상이하게 달랐다.
훨씬 발전된 형태의 초식이었다.
“재밌군.”
천여운의 파고들었던 몸이 튕겨져 나왔다.
그 상태에서 천여운이 무형검을 회전시키며 화려한 검세를 일으켰다.
스물네 개의 검식이 복잡한 형태로 맞물리면서 빼곡한 폭풍의 검망을 만들어냈다.
‘검신폭우.’
마신검공 제 3초식 검신폭우(劍神瀑雨).
천여운이 천마검공과 극도신무의 깨달음을 하나로 만든 마신검공의 검초가 이 시대에서 처음으로 발했다.
-채채채채채채채채챙!
두 절대고수의 초식들이 부딪치며 사방에 검광과 도광이 터져나왔다.
이미 50미터 바깥까지 물러난 블레이드 식스의 도객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 무슨 대결이 이리도!”
-촥!
“끄악!”
한 도객이 날아오는 검격에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튕겨져 나오는 무형도의 도격에 도객들의 팔 다리가 잘리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더, 더 물러나야 한다!”
“모두 피햇!”
이 대결은 그들이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초인들의 대결 속에 휘말리다간 모두 죽을 판국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본좌가 놈을 상대할 동안 너희들은 마교의 잔당 놈들을 처리해라.]
전음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만인전성(萬人傳聲).
한 사람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전음을 보내는 어려운 수법이었다.
이 전음을 보낸 자는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었다.
‘대단하다. 저런 대결을 펼치는 도중에 동시에 전음을 보내다니.’
도객들이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일령의 무위는 풍문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 능력은 정말 신인과도 같았다.
“하아....하아....모두 들었으면 뭘하나!”
심한 내상을 입은 금성룡이 도객들에게 호통을 쳤다.
“충!”
그를 보호할 네 명 정도의 도객들을 제외한 모든 도객들이 두 초인들의 대결을 둘러서 용천그룹의 부지로 진입하려 했다.
-쩌적! 쩌적!
그 순간 허공에서 무수히 많은 얼음검들이 생겨났다.
“이, 이건!”
놀라하고 있는데 얼음검들에 푸른빛 검강이 맺혔다.
금성룡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중얼거렸다.
“저게.....천공섬광!”
이미 일령을 통해서 천여운의 무공을 상세히 들었던 그였다.
눈앞에서 믿기 힘들 정도로 저 많은 검들을 이기어술로 다루는 광경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괴물 같은 놈. 일령을 상대하면서 저걸 펼친다고?’
천여운은 여전히 일령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손을 내밀고서 천공섬광을 펼치려고 하는 것이었다.
“천공섬광!”
일령 역시도 이를 알아보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강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누가 들여보내 준다 더냐.”
천여운이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에게 비아냥 거리듯이 말하더니, 펴고 있던 한 손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검강이 맺혀 있던 얼음 검들에서 수많은 탄검강이 뿜어져 나왔다.
-파파파파파파팡!
바로 그때였다.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 바닥을 향해 무형도를 내려찍었다.
-콰직!
“흥!”
콧방귀를 뀌는 것과 함께 바닥의 지기에 변화가 일어났다.
천공섬광이 펼쳐지려고 하는 땅바닥이 갑자기 흔들리며 바위가 위로 솟구쳤다.
-쿠쿠쿠쿠쿵!
수많은 바위들이 솟구쳤는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바위에서 섬광과도 같은 뇌전이 흘러나와 그것을 두르고 있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팍!
보호막을 치듯이 바위들에 천공섬광의 탄검강 빛줄기들이 막혀버렸다.
일반적인 바위였다면 탄검강이 가볍게 꿰뚫고서 원래 타깃이었던 도객들을 저격했겠지만, 뇌기마저 머금은 그것은 탄검강을 막아냈다.
“마, 막았어!”
“일령께서 막아주셨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의 신위에 도객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천공섬광을 이런 식으로 제대로 막은 자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보다도 더욱 놀라운 것은,
“네놈.....오령의 기운을 전부 취했군.”
노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들은 영물인 오령을 취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것이었다.
방금 전의 토기와 뇌기의 결합 역시도 그러했다.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 입 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네놈이 없는 천 년 동안 본좌가 그저 놀고만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오령의 기운을 전부 다룰 수 있는 것은 네놈만이 아니다. 하압!”
-화르륵!
일령의 무형도에 불꽃이 치솟았다.
화기를 머금은 화염의 무형도가 호쾌한 궤적을 그리며 천여운의 요혈을 노려왔다.
불꽃의 거대한 궤적이 닿는 모든 것을 불태웠다.
-차앙! 차앙! 차앙!
무형검으로 이를 막아내던 천여운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이것도 막아봐라.”
-팟!
천여운이 그를 향해 검결지를 뻗었다.
-욱씬!
“풋!”
그 순간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 심장을 움켜쥐더니, 피를 토해내며 포탄처럼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의 심장을 노린 것은 바로 천여운의 심검(心劍)이었다.
단숨에 죽일 각오로 펼친 심검은 일령에게 크나큰 타격을 주었는지, 그의 몸이 계속해서 밀려나갔다.
-타타타타탁!
그러더니 어느 시점에서 두 발이 멈춰 섰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인의 기운이 수그러들었다.
심검이 잠식한 고통 때문인지 노인이 심장을 움켜쥐고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데,
-쩌저저적!
노인이 서있는 바닥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흘러나오며 균열이 일어났다.
갈라진 바닥에서는 무수한 예기들이 계속해서 뿜어져 나왔다.
이것을 본 천여운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심검을......몸에서 배출해?”
놀랍게도 지금 노인의 발을 타고서 흘러나온 날카로운 예기는 바로 심검의 기운이었다.
심검에 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때 심장을 움켜쥐고 있던 노인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리더니, 날카로운 안광과 함께 천여운을 향해 수도를 그었다.
‘이건!’
천여운이 번개같이 검결지를 뻗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한가운데서 파공음과 함께 바닥이 갈라졌다.
-촤아아아악!
그렇게 갈라진 바닥에서는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예기가 흘러나왔다.
알 수 없는 이 현상.
그것은 두 사람의 의지가 부딪쳤기 때문이었다.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 움켜잡고 있던 가슴에서 손을 내리며 말했다.
“네놈만이 유일한 자연경의 고수라고 생각했나?”
그랬다.
노인이 펼친 것은 다름 아닌 심도(心刀)였다.
단순히 오령의 기운만을 흡수한 것이 아니라 노인은 의지의 도라 할 수 있는 심도마저 펼칠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무림 역사상 여섯 번째 자연경의 고수임을 의미했다.
노인이 무서울 정도의 전의를 내뿜으며 말했다.
“자그마치 천 년이다. 오직 그분을 향한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네놈의 모든 것을 본좌는 연구했다.”
“나를 연구해?”
“천공섬광, 심검, 오령의 기운을 머금은 역량의 일원화가 되었든. 무엇이든 해보거라.”
광오한 것 같았지만 일령이라 불린 노인의 말은 절대로 허언이 아니었다.
-탕탕!
노인이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며 소리쳤다.
“이 상처들이 무엇인 것 같나? 오직 네놈을 천 년 동안 심상으로 상대해왔던 흔적들이다!”
“심상?”
그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천여운을 심상으로 그리며 상대해왔다.
최강의 역량을 가진 마신.
그런 마신을 수도 없이 자신의 손으로 쓰러뜨리는 심상을 완성했다고 확신했기에 그의 앞에 선 것이었다.
“아직 네놈이 비기를 숨기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마신.”
노인의 시선이 천여운의 검결지로 향했다.
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령의 진원을 전부 취해서 불사의 존재가 된 극도신의 재생력마저 듣지 못하게 만들었던 그 흉폭한 기운.
“모든 것을 발휘해 보거라. 오늘 마신 네놈에게 죽어서도 잊지 못할 최악의 절망을 안겨주겠다.”
그 말과 함께 노인이 손가락으로 용천 그룹을 가리켰다.
그것은 천여운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도객들에게 자신이 상대하는 것을 구경하지 말고 가라는 의미였다.
‘신경 쓰일 게다.’
그리고 천여운의 신경을 분산시키기 위함이었다.
상대는 무림 역사 이래로 살아있는 최강이라 불리는 괴물.
그는 이기기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작정이었다.
-우우웅!
노인이 쥐고 있는 화염의 무형검에 또 다른 오령의 기운들이 모여들었다.
다섯 가지 기운을 동시에 조화롭게 모은 그것은,
“오행.....도인가.”
오색 빛이 찬란하게 흘러나오는 저 무형도는 오행의 무형도였다.
확실히 자신이 자연경의 경지로 능숙해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노인이었다.
-타타타탁!
그 사이에 도객들이 빠르게 경공을 펼치며 치솟아 오른 바위들을 넘어서, 용천 그룹의 정문을 향해 뻗어갔다.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 극도신무의 기수식을 취했다.
“끝을 보자꾸나. 마신. 오늘 이 자리에서 살아남는 자연경의 고수는 오직 한...”
그때 천여운이 허공을 향해 손을 치켜 올렸다.
이에 일령이라 불린 노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미련한 놈. 천공섬광 같은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터인...”
그런 그의 말을 끊고서 천여운이 말했다.
“나름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 같긴 한데......네놈. 무의 끝이 자연경이라고 생각하나?”
“뭐?”
-까득!
그때 천여운이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무언가를 뜯어내듯이 움켜잡았다.
그 순간 이 일대의 허공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일어났다.
-고오오오오!
그와 함께 하늘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이게 대체!?’
말도 안 되는 기이한 현상에 일령이라 불리는 노인이 침을 꿀꺽 삼키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일그러진 하늘이 혼탁해지면서 강한 회오리를 치고 있었다.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노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그 심상이란 것에 이것도 보이더냐?"
< 55화 극도육무문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