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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68화 (168/234)

< 54화 MS 그룹 (4) >

열두 평 남짓 되어 보이는 한 공간.

그곳의 벽면 주변은 난초들과 화분들로 가득했고, 그 한 가운데에는 문방사우가 있는 고풍스러운 전통 좌식 책상이 놓여 있었다.

책상 앞에는 두 눈을 감고서 정좌하고 있는 한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내의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그는 바로 죽은 천살성 사요기와 빼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가만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는데, 마치 고요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이 강했다.

-슥!

사내가 감았던 눈을 떴다.

그리고는 방안의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위잉!

자동개폐 형식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흰색 연구복에 얼굴에는 씨(C)라는 두 눈만 드러난 은색 가면을 쓰고 있는 신원미상의 여인이었다.

가면의 그녀가 정좌하고 있는 사내에게 말했다.

“초 노사.”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

그녀는 이 젊은 사내를 초 노사라고 불렀다.

“언제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군요. 이제는 노사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합니다.”

“그게 그리 힘들면 유신 공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 말에 가면을 쓴 그녀가 난처하다는 눈빛이 되었다.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 초 노사라 불리는 자는 절대로 쉬운 인간이 아니었다.

‘나를 시험하려 드는구나.’

초 노사는 그룹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허락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이름을 거론했다가 죽은 자만 해도 그룹 내에서 열 손가락을 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수의 명으로 여전히 객(客)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가 어찌 그러겠습니까.”

“허허허.”

젊은 외모에 걸맞지 않게 노인과 같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사내의 이름은 초유신.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령을 짐작하기 힘들만큼 노인이었던 자다.

‘노화된 세포마저 활성화시키는 환골탈태. 이번에 혈액 샘플의 비교로 확실하게 그 비밀을 알 수 있겠지.’

그녀의 눈매가 그믐달을 그렸다.

초 노사로 인해 그들의 수많은 연구들이 많은 진척을 보았다.

이번에는 더욱 좋은 결과물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 명상이 끝나갈 무렵에 맞춰왔다는 것은 무슨 볼 일이 있다는 거겠지?”

초 노사의 물음에 그녀가 빙그레 웃으면서 답했다.

“총수께서 객당의 객주 분들을 전부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호오. 객주들을?”

“그렇습니다.”

초 노사가 흥미롭다는 듯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더니 비어있는 턱수염에 고개를 흔들었다.

“허허허, 익숙하지 않군. 그래.”

그 역시도 오랜 세월 동안 길러왔던 턱수염이 없어진 것에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턱을 매만지던 초 노사가 말했다.

“새로 들어온 그 인간이 아닌 녀석도 오겠구나.”

“네. 그렇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흥미를 느낀 초 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씨(C) 가면의 여인이 앞장서서 안내했다.

마치 함선의 복도처럼 보이는 기계식 복도는 가만히 서있어도 이동할 수 있는 자동 이동 장치가 되어 있었다.

그것을 따라 10분가량 이동하자, 한 화려한 문양으로 MS라고 마크가 새겨진 큰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잉! 철컹!

양쪽으로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원탁으로 된 테이블이 있었고, 그 테이블에는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다섯 명이 있었다.

초 노사의 시선이 다섯 명 중에서 뒤에 보좌관처럼 옛 유럽풍의 푸른 옷을 입고 있는 자의 앞에 앉아 있는 망토 후드의 인물을 쳐다보았다.

“많이 얌전해졌구나. 허허허.”

그런 초 노사의 말에 후드의 인물이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네놈 젊어졌군.”

“젊음이 좋지. 움직이는 게 달라지거든.”

“........”

후드 속으로 보이는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보다 더 강해졌단 말이지.’

그 눈빛은 명백히 경계심으로 가득 했다.

이 두 인물은 이미 한 차례 서로 손속을 나눴었다.

섹터 하나뿐만이 아니라 한 일대의 지형이 통으로 날아갈 정도로 격하게 말이다.

“앉으시지요. 초 노사.”

두 인물의 미묘한 알력에 씨(C) 가면이 중간에 개입했다.

그녀가 안내한 비어있는 자리.

그 원탁의 위에는 크리스탈로 만든 명패가 올려져 있었는데, 제 1 객주라고 새겨져 있었다.

명패는 총 네 개.

제 4 객주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 방안의 뒤쪽 스크린에서 화면이 켜지면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총수.”

자리에 앉지 않고 서있는 씨(C)가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화면 속에는 흰색으로 된 에이(A)라 적혀 있는 가면을 쓴 사내가 앉아 있었다.

이에 객주들 중에 제 2 객주의 명패 앞에 앉아 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적미에 적발을 하고 있는 중년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또 이렇게 화면으로 얼굴을 보는구려. 총수.”

그 말에 에이(A)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업무상의 문제로 이렇게 화상으로나마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죄를 하고 있었지만 말투는 참으로 딱딱했다.

이런 무감정한 말투에 모두가 익숙했는지 크게 감정 변화가 보이는 기색은 없었다.

반면 에이(A)를 바라보는 초 노사의 눈빛이 묘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일로 부른 거지? 인간.”

후드 망토의 인물이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에이(A)에게 물었다.

이에 에이(A)가 있던 화면 속에 누군가의 얼굴과 함께 마(魔)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졌다.

“이건....”

초 노사의 관심이 그곳으로 갔다.

새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훤칠한 청년은 바로 천여운이었다.

물론 세간에는 용천 그룹의 부회장 천무성으로 알려져 있다.

“마교.”

저 마(魔)라고 적힌 문구는 천마신교를 상징하는 마크였다.

그런 초 노사 말고도 적미의 사내 역시도 뭔가 관심이 가는 눈빛을 보였다.

반대로 망토 후드의 인물과 제 3객주라 적혀 있는 명패 앞에 앉아서 모든 것에 흥미가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독특한 복색의 여인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 자가 어쨌다는 겐가?”

초 노사의 물음에 에이(A)가 대답했다.

-이 자의 이름은 천무성. 현재 마교의 실질적 일인자이면서 당대 천마(天魔)입니다.

“천마!”

초 노사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씨(C) 역시도 그의 이런 반응은 얼마 전에 ‘그것들’을 준 이후로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의아했다.

“허허허, 당대 천마가 탄생했다고? 그 혼탁해진 오물들 사이에서?”

초 노사는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가 여태껏 지켜봤던 마교는 옛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약해졌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것들이었다.

-픽!

이에 에이(A)가 또 다른 무언가를 화면 속에 띄웠다.

수많은 사진들.

그것들은 여태껏 MS 그룹과 천여운이 마찰이 있었던 장소와 직접적으로 촬영이 되었던 이미지 파일이었다.

그 중에 초 노사의 눈이 향한 이미지는,

‘사요기?’

초 노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이미지 속에는 사요기가 거대한 괴수와 싸우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게이트 위험 개체와 싸우고 있었나?’

사망곡을 떠난 이후로 사요기에게서 모든 관심을 뗀 그였다.

어차피 키울 만큼 키웠고 그 정도 무위라면 현 무림이든 어느 곳에 가서도 정점이라 할 만큼 강했기에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미지들은 사요기의 패배를 보여주고 있었다.

‘저놈이.....사요기를?’

그 외에도 천여운의 손에 RA등급이라 불리는 최악의 알파 위험 개체의 목이 베이는 것이 보였다.

그 손에 들려 있는 검에 초 노사의 눈빛에 붉은 안광이 서렸다.

“천마검!”

에이(A)가 하는 말을 크게 신뢰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천마검을 보는 순간에 정말로 저 이미지 파일 속의 존재가 천마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네놈이.....녀석을 죽였다고.’

붉은 안광이 일렁이자 공간 전체가 살기로 공기가 무거워졌다.

어지간한 고수들조차 이 안에서는 실신할 만큼 위험했지만, 객주들은 누구 하나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아리샤의 검!”

그때 망토 후드의 인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까지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그의 두 눈이 천여운이 가지고 있는 천마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저 검이 어째서?”

그의 뒤에서 보좌하던 유럽풍의 푸른 귀족 복장의 사내 역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 인물은 서로를 쳐다보고서 뭔가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픽! 픽!

이어서 수많은 이미지 파일들이 연달아서 재생되었다.

천여운이라는 인물을 관찰하듯이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온 이미지 파일은 천여운에 대한 분석이 적힌 표가 띄워졌다.

[천무성.

사회적 지위: 용천 그룹 부회장.

마교 지위: 천마(天魔).

무공 수위: 자연경의 고수로 추정.

무기: 주로 검을 쓰는 것 같지만 도를 같이 다룸. 그 외에도 권각술에도 능함.

능력: 접촉하는 기계를 해킹해서 추적 능력, 공간이동 능력.

기타: 뇌기(雷氣), 화기(火氣), 한기(寒氣)를 다룰 수 있음.]

간단하게 분석해놓은 표였지만 한 사람이 지닌 무력이라고 하기에는 괴물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초 노사 역시도 자연경이라는 문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무림 역사상 단 다섯 명밖에 오르지 못했다고 전해지는 전설이라 불리는 경지.

그것이 바로 자연경이었다.

“자연경?......저런 괴물 같은 자가 여태껏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단 소린가?”

적미의 사내가 선글라스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커진 눈동자를 보면 그 역시도 자연경의 경지라는 말에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 외의 능력들 역시도 만만치 않았다.

무공도 모자라서 한 사람이 이렇게 위험한 능력들을 대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위협적인 일이었다.

“이 자를 보여준 이유가 뭐요?”

적미 사내의 물음에 에이(A)가 본론을 꺼냈다.

-이 자는 본 그룹과 함께 공생할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본 그룹은 이 자와 공식적으로 전쟁을 치르려합니다.

‘전쟁!’

에이(A)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썼다.

쉽게 죽일 수 있는 자라면 당연히 척살이라는 말을 썼겠지만 전쟁이라는 표현을 씀으로서 상대가 전력을 다해야 하는 적임을 인정한 것이다.

독특한 복색을 하고 있는 여인이 새하얀 허벅지까지 드러난 다리를 요염하게 꼬고서 붉은 입술을 열었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더러 전쟁에 참여해 달라?”

-그렇습니다.

사객주(四客主).

공식적으로 MS 그룹에서 이들을 칭하는 호칭이다.

언터쳐블(Untouchable)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MS 그룹에서도 함부로 명령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조건에 따라 협약을 맺은 관계였다.

이들이 거절한다면 MS 그룹은 자력으로 천여운, 그리고 천마신교와 전쟁을 치러야 한다.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군.”

여인은 전혀 흥미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는 명백한 거절이었다.

적미의 중년인 역시도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협약은 이런 것이 아님을 총수도 잘 아리라 생각하오.”

그 역시도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때 공교롭게도 두 인물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저 인간은 우리가 맡겠다.”

“저 자는 노부가 맡도록 하지.”

초 노사와 망토 후드의 존재였다.

두 사람이 서로 거슬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노려보았다.

망토 후드의 존재가 먼저 그 불편해진 심사를 밝혔다.

“저 인간은 우리 일족의 신기를 가지고 있다. 인간 네놈이 나설 일이 아니다.”

“아니. 저 자가 천마라면 노부 역시도 양보할 수 없다.”

“그래?”

-고오오오!

-쩌저적!

두 인물이 내뿜는 엄청난 기운에 회의실 원탁이 반으로 갈라졌다.

자칫하면 이 자리에서 부딪칠 것 같은 분위기에 씨(C) 가면의 여인이 나서서 중재하려고 했는데,

-그자는 현재 공간 이동마저 쓸 수 있는 능력자. 어디로 이동할지조차 짐작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두 분 중에서 먼저 그 자를 끌어내거나 발견하는 자가 처리하심이 어떻습니까?

화면 속 에이(A)의 의견에 금방이라도 부딪칠 것만 같던 두 인물이 기운을 거두었다.

에이(A)의 말대로 먼저 찾는 자가 임자였다.

*  *  *

상해시의 한 부둣가.

“백기!”

“그만 떨어져라.”

처음에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감격해서 서로를 안았던 두 사람.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백기는 이런 것이 오그라들었는지 이내 허봉에게 떨어지라고 했다.

“너무 하네. 오랜만에 보았는데.”

천 년을 뛰어넘어서 무사히 서로를 보게 된 것이기에 허봉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빨간 머리 질질 짠다. 에긍. 우쭈쭈.

그런 허봉을 보면서 금모 구미호가 놀리듯이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요염한 자태로 흐느적거리며 늘어져 있는 위치는 부속실장인 비막헌의 머리 위였다.

‘어, 어째서?’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는 비막헌은 창백해진 얼굴로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이렇게 해후를 갖고 있는데,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

“모두 떨어져랏!”

이것을 느낀 적이 있는 백기가 다급히 모두에게 외쳤다.

허봉을 비롯한 비막헌과 유소화, 임소혜가 엉겁결에 뒤로 물러났다.

-우웅!

그때 일렁이는 공간 속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한 사람이 아니라, 정확히 두 명의 사람과 흐릿한 형태의 흰 입자로 된 고스트 한 개체였다.

“주군!”

허봉과 백기가 동시에 외쳤다.

그는 바로 천여운과 백색의 연구복을 입은 십원의 일원인 에이치(H)였다.

-천마!

-팟!

“윽!”

금모 구미호가 비막헌의 머리를 박차고서 천여운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몸을 배배꼬면서 비비적거리는 것을 천여운이 귀찮다는 듯이 떼어내서 어깨로 얹었다.

그것도 좋다고 금모 구미호가 그르릉 댔다.

“쯧.”

천여운이 혀를 차면서 천마검이 변한 손목의 보호구로 이(E) 고스트를 흡수했다.

혹시나 반신반의 했었는데, 고스트가 된 공간이동 능력자 이(E)는 천여운의 의도대로 타인을 공간이동 시킬 수 있었다.

'좋은 이동수단이로군.'

제일 마음에 드는 성과였다.

그때 허봉이 옆에 있는 에이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주군. 이 자는?”

“본교의 연구원이 된 오현구다.”

에이치(H)의 본명은 오현구.

그 역시도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올릴 만큼 유능한 과학자였다.

MS 그룹에 버림받은 입장이기에 천여운에게 충성을 맹세한 그가 굽신 거리며 일행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현구입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뭔가 모를 간신배스러운 얼굴과 행동에 백기가 인상을 찡그리며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더니 이내 천여운에게 무릎을 꿇고서 사죄했다.

“주군. 신이 부족하여 주군께서 내리신 명을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벌? 무슨 일이지?”

의아해하는 천여운에게 백기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것은 검은 장포로 덮어놓은 무언가 였는데, 이를 벗겨내자 양팔과 목이 없는 한 구의 시신이 드러났다.

“배에 있던 그자입니다.”

이 시신의 주인은 바로 채문탁이었다.

악영이 갑자기 사라지고 나서 공간이동 능력자를 찾던 백기는 멈춰있는 쾌속선에서 채문탁을 발견했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채문탁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더니, 이내 머리가 터져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에이치, 오현구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도 저렇게 될 뻔했구나.’

천여운과 같이 있었던 것만으로 목숨을 구제받은 그였다.

어찌 되었든 이 사태는 백기가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천여운은 그에게 괘념치 말라고 했다.

다만 이렇게 쉽게 간부들조차 잘라낼 정도라면, 어쩌면 알아낸 섹터와 십원들 역시도 처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가신 놈이로군.’

“그런데 주군.”

“음?”

심기가 불편한 천여운에게 백기가 어떻게 된 일인지 물으려 했다.

합류하게 된 허봉이 걱정 말라고 해서 기다리기는 했지만, 갑자기 사라졌다가 나타나서 그 영문이 궁금했던 차였다.

"어떻게 된..."

그때 비막헌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처, 천마이시여. 이걸 보십쇼!”

“뭐지?”

의아해하는 천여운에게 비막헌이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였다.

스마트폰의 화면에는 비상이라는 글씨와 함께 뜻밖의 소식이 적혀 있었다.

[블레이드 식스 급습.]

< 54화 MS 그룹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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