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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65화 (165/234)

< 54화 MS 그룹 (1) >

천여운은 알바트 후작을 보는 순간, 놈에게서 상당한 역량을 느꼈다.

만약 그와 일전을 벌이게 된다면 이곳이 쑥대밭이 되는 것은 단 몇 초 만에도 가능한 일이었기에 깔끔한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그로 인해 디(D)와 또 다른 연구복의 사내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 이놈 정말 인간이 맞는 건가?’

‘저 괴물 중의 괴물을 단 일격에 저리 만들다니....’

이들은 마족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 강함도 인지하고 있었다.

마족은 백작급만 되어도 인간들 중에서 최고 강하다 불리는 존재들과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천여운이 죽어서 흩날리는 잿가루를 지나쳐 그들에게 걸어왔다.

“마족과 무슨 허튼 짓을 꾸민 거지?”

천여운은 분명 마족의 배신자들을 전부 죽였다.

그런데 마족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하나였다.

이 죽은 마족이 샤케나 이후로 배신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넘어온 마족이거나 혹은 그와 별개로 다른 꿍꿍이가 있는 자들이거나.

‘전자일 확률이 높은가.’

천여운이 알기로 샤케나의 서열은 백작 중에서도 3위였다.

충분히 가능성은 높았다.

“그, 그걸 우리가 말할 거라 생각 같나?”

디(D)의 옆에 있는 연구원이 두려워하는 한편으로 천여운의 뒤쪽에서 놀라하고 있는 전투 요원들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이에 전투 요원들이 총을 꺼내들고 천여운에게 소리쳤다.

통할지 안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임무는 간부들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꼬, 꼼짝 마! 움직이면 쏜다!”

“귀찮군.”

천여운이 단지 그 한 마디만 했을 뿐이었다.

-쿵! 쩌저적!

그 순간 바닥에 균열이 일어나며 군데군데가 움푹 파였다.

수십 명이나 되는 요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럴....수가....”

두 십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움푹 파인 곳에 고여 있는 핏물과 살점 조각들만 보아도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비명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진기에 억눌려 죽고 말았다.

이들을 전부 죽이고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천여운이 너무도 무섭게 느껴졌다.

“이, 이런다고 달라진 건 없소.”

디(D)가 죽음을 각오 했는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천여운이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답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귓구멍만 있으면 되니까.”

‘!?’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천여운에게서 섬뜩한 푸른 빛 귀기(鬼氣)가 서렸다.

*  *  *

필름을 재생시키는 것처럼 기억이 영상화되었다.

섹터 73이라고 벽면에 새겨진 연구실 안.

그곳에서 여러 명의 연구진들이 전신 위생복을 입고 이국적인 외모의 나체의 남자를 상대로 실험을 하고 있었다.

[절개 부위로 흘러나오는 물질은 신경 쓰지 마라. 자연 소멸된다.]

[네. 선임연구원.]

이것을 주도하는 자는 십원 중의 일인인 디(D)와 에이치(H)였다.

그들은 여러 기계 장치들을 연결하고서 나체의 남자를 절개하면서 그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뭔가가 터졌다.

-쾅!

실험실의 천장이 무너지고 누군가 나타났다.

화려한 문양이 그려진 백색의 망토 후드를 쓰고 있는 자와 양 옆에 푸른색 유럽풍 귀족의 옷을 입고 있는 자들이 보좌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 한 사람의 얼굴은 익숙했다.

‘그놈이군.’

천여운의 손에 방금 전에 죽은 알바트 후작이라는 자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들로 인해 연구실을 지키고 있던 요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포위했다.

그때 가운데에 있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망토 후드를 입은 자가 입을 열었다.

[하찮은 벌레 놈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바트 후작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들을 포위했던 요원들이 한 사람도 남김없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네놈들 뭐냐!]

그러자 위생복을 입고 있던 자들 중에 신장이 190정도 되는 장신의 사내가 위생복 마스크를 집어던지며 나섰다.

그 자가 손을 뻗자 연구실 한쪽 편에 세워져 있던 검집에서 검이 뽑히며, 그것에서 푸른 강기가 일어나며 침입들에게로 날아갔다.

‘현경의 고수?’

놀랍게도 장신의 사내는 현경의 경지에 이른 무림인이었다.

현 무림에 공식적으로 다섯 밖에 공개되지 않았던 현경의 고수를 MS 그룹에서는 간부인 십원을 보호하는 호위 인사로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엄청난 실력자가 나섰지만 결과는,

-파스스스!

이기어검강을 가볍게 막아낸 알바트 후작이 단숨에 장신의 사내를 재로 만들어버렸다.

경보음이 울리며 수많은 요원들이 나타났지만 결과는 같았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의 영상이 다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놈들과 접촉한 건가?’

천여운이 어떻게 이들과 접촉했는가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떠올린 기억이었다.

다음 질문은 이들과 무슨 협약을 맺었는지였다.

장소가 바뀌었다.

회의장에 망토 후드의 사내가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고, 연구복을 입은 자들이 무릎을 꿇고서 그에게 말했다.

[하명하신대로 반드시 배신자를 끌어내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을 하는 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짧은 머리에 두 눈이 커서 개구리 같은 인상을 하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십원 중 한 사람인 듯 했다.

그런데 그의 이런 말에 알바트 후작이 심기가 불편한 목소리로 말했다.

[각하. 아무리 그래도 전하께서 찾으라고 했던 물건을 저런 하찮은 벌레들에게 잠시라도 맡긴다는 것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드의 사내가 무언가를 품속에서 꺼냈다.

그것은 바로 절세병기인 여금륜이었다.

MS그룹에선 이것을 자신들이 찾은 것처럼 이야기를 했는데, 들리는 뉘앙스를 보면 이 마족으로 짐작되는 자들이 찾은 듯 했다.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자가 입을 열었다.

[만약 이것을 빌리고도 배신자를 찾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서 네놈들을 흔적을 전부 지워버리겠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가져가라.]

그 말에 개구리 인상의 중년인이 허리를 숙인 채로 걸어 나와 조심스럽게 여금륜을 받아들었다.

여금륜을 받아들고서 공손히 뒤로 물러나는 중년인에게 후드를 쓴 자가 물었다.

[뭘 원하지?]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중년인이 말했다.

[전지전능하신 당신들이라면 저 하늘에 무엇이 있으신지 아실 겁니다.]

그 말에 후드를 쓴 자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개구리 인상의 중년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하늘에 있는 것?’

반면 천여운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중년인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희 인간들에게서 하늘을 앗아간 최악의 그것을 없애주십시오.]

중년인의 그 말에 알바트 후작 말고 다른 황갈색 머리카락의 푸른 귀족풍의 옷을 입은 자가 고상한 목소리로 창밖의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날개를 가졌음에도 날지 못하는 벌레들의 간절한 애원이군요. 각하.]

기억을 보는 것뿐이었지만 마족이라는 족속들은 하나 같이 오만했다.

마치 자신들이 인간의 위에 군림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후드를 쓴 자가 입을 열었다.

[그거면 되나?]

허락이 떨어지자 중년인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때 디(D)의 생각이 전해져왔다.

‘제공권을 우리들의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인가.’

그 생각을 끝으로 이 기억이 잘려나갔다.

다시 장소가 바뀌면서 이번에는 사방이 검은 색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바뀌었다.

검은 공간에 큰 원탁의 테이블이 있었고, 그곳에 열 명의 알파벳이 적혀 있는 가면을 쓴 자들이 앉아 있었다.

‘이놈들이 십원인가?’

천여운이 디(D)에게 의도한 다음 질문은 그들의 목적이었다.

분명 그들이 이렇게 배후에서 여러 곳에 손을 뻗고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목적이 있어서일 것이다.

원탁 테이블에서 에이(A)라는 가면을 쓴 자에게서 목소리가 나왔다.

[십원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한다. 제이(J).]

뭔가 모르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기계적인 말투.

딱딱하거나 냉정한 말투라고 하기에는 뭔가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에이(A) 가면이 쳐다보고 있는 자는 디(D)였다.

‘처음부터 디(D)가 아니었나.’

조호기는 MS 그룹을 이끄는 간부 열 명을 통틀어 십원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들 이외에도 수많은 연구진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이야말로 MS 그룹의 중심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했다.

그런데 동등한 관계라고 한 것 치고는 상하가 없진 않는 것 같았다.

[사이언스에 올라온 그대의 Fossil 속 DNA 추출 및 복원 연구 논문은 나를 비롯한 십원들 모두가 크게 평가하는 바이다.]

이에 제이라고 불린 디(D)가 일어나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총수.]

그 말에 에이(A) 가면 옆에 앉아 있는 비(B) 가면이 말했다.

[원탁회의 자리에서는 오직 코드 네임으로만 불러라.]

[아....알겠습니다.]

제이라 불린 디(D)가 신입답게 눈치를 보았는지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저놈이군.’

하지만 덕분에 천여운은 저 에이(A) 가면이 이들의 우두머리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다시 총수인 에이(A) 가면이 말했다.

[제이(J)의 연구 실적은 향후 우리의 과제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본 그룹의 숙원을 위해서 모든 십원들은 그를 돕는데 아낌없이 지원하라.]

[네!]

모두가 동시에 답했다.

이것이 무슨 목적이 될 수 있는지 천여운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오는 에이(A) 가면의 말에 천여운은 잠시 머릿속이 멍해지고 만다.

[인류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신(神)을 구현해내는 순간까지 절대로 멈추지 말라.]

[네!]

종교 의식이라도 치르는 것 마냥 그들이 힘차게 답했다.

‘.......신이라니?’

방금 전에 에이(A) 가면이 한 말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천여운이 아는 신(神)이라면 천마신교에서 받드는 성화와 마신을 의미한다.

물론 그 이외에도 도교에서 말하는 옥황상제나 삼청, 불가에서 말하는 여래.

신이라는 것은 초월적인 존재였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자신들의 입으로 초월적인 존재를 구현, 즉 만드는 것을 목적이라고 천명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생각지도 못한 이들의 목적에 천여운은 황당하기마저 했다.

차라리 중원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는다거나, 뒤에서 세상사를 조종하는 배후가 된다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목적 같았다.

천여운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미친 놈들이군.’

지금까지 보았던 어떠한 적들보다도 황당무계했다.

나노에게 전이 받은 지식에 의하면 과학과 기술은 인류의 발전을 위한다고 했는데, 이들은 지금 신의 영역을 넘어서 신 그 자체를 넘보고 있었다.

-스르륵!

어느새 기억이 다시 전환되었다.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여러 장소들.

이것들은 그들이 섹터라고 하여 부르는 연구소의 위치들이었다.

‘이게 다인가?’

서른 개 정도 되는 근거지들의 장소가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런데 정작 십원들 중에서 디(D)가 알고 있는 섹터는 고작 세 군데 밖에 되지 않았다.

-팟!

천여운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디(D)의 고스트에게서 얻은 기억의 정보는 이것이 전부였다.

제일 중요한 총수 에이(A)의 근거지를 알 수 없었다.

“너!”

“히익!”

천여운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닥에 점혈을 당해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연구복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네놈의 코드네임은 뭐지?”

원래라면 그 역시도 묵직하게 입을 닫았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서 천여운이 디(D)를 유령과도 같은 모습으로 만드는 모습에 기겁을 하고 말았다.

조직에 대한 충성과 두려움의 갈등 때문에 사내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신을 구현해내? 미친 놈들.”

‘!?’

그 말에 연구복의 사내가 경악했는지 두 눈이 커졌다.

그룹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을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십원뿐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멤버들이 교체되었지만 이것이 발설된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룹을 나가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 이자가 대체 어떻게 안 거지? 설마 유, 유령이 된 디(D)의 머리에 손을 갖다 댄 것이?’

확실히 천재라 불리는 자답게 똑똑했다.

그저 천여운의 몇 가지 행동을 본 것만으로 진실에 쉽게 다가갔다.

그리고 이렇게 짐작하게 된 사실은 그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 그럼 나를 죽이면 내 기억을 전부 뒤질 수 있게 되는 건가?’

그렇다면 입을 다물고 있어도 충성을 지키는 큰 의미가 없지 않은가.

-씨익!

천여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런 사내의 반응은 천여운이 의도한 것이었다.

그리고 확실하게 그가 입을 열 수 있게 도와주었다.

-푹!

-우우우우우!

천여운이 디(D)의 모습을 하고 있는 고스트의 가슴 부근에 손을 집어넣었다.

고스트가 고통스러운지 괴기한 소리를 냈다.

이 상태에서 천여운이 손에 강기를 일으키자,

-파아앙!

고스트가 터져서 흔적도 없이 산화하고 말았다.

'!!!'

이 광경에 사내는 큰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눈알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유령, 즉 영체라고 믿는 것이 산화되어 죽는 것을 보게 된 그는 천여운이 유령마저도 죽일 수 있는 존재로 각인하고 말았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이제부터 두 번 묻지 않겠다. 다음에는 네놈도 이놈과 똑같이 될 거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구복의 사내가 소리쳤다.

“저, 저의 코드네임은 에이치(H)입니다!”

드디어 원하는 대로 입을 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네놈은 다른 십원들과 총수인 에이(A)의 근거지를 알고 있나?”

천여운의 질문에 에이치가 부들부들 떨면서 입을 열었다.

“다, 다른 자들은 알 수 없고 이곳 디(D)의 연구소인 4 섹터와 제 연구소인 8 섹터...그리고 에프(F)의 연구소인 6섹터만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천여운이 속으로 한 가지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겹치지 않는군.’

디(D)의 기억 속에는 쥐(G)의 섹터에 대한 장소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천여운은 현재 D, E, F, G, H, I(채문탁), J(조호기) 등 십원 중의 일곱 명의 정보를 알고 있는 셈이었다.

“십원만 코드 네임이 붙는 것이 아닌가?”

“시, 십원의 후보에 드는 중견 연구원들 중에서도 코드네임을 부여받는 자들도 있습니다.”

“흠.”

그 말인 즉 케이(K)라 불리는 자는 십원 예비 후보라는 의미였다.

혹시나 해서 살려뒀는데, 크게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할 듯 했다.

“총수나 비(B), 씨(C)는?”

“십원들끼리도 비밀 유지를 위해서 거의 왕래가 없는데다가.....그분들은 가상 원탁회의에서 밖에 볼 수가 없어서 저도 알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죽은 디(D)의 기억에 의하면 연구 목적에 의해서 연계를 해야 하는 자들끼리만 서로의 근거지를 아는 선에 불과했다.

‘정작 중요한 정보를 모르는군.’

천여운이 불만스러운지 속으로 혀를 찼다.

어떠한 단체를 없애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머리를 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가장 최상위 자들만 알지 못한 셈이었다.

‘그 방법이 좋겠군.’

문득 천여운은 한 가지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그것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었다.

그 전에 아직 할 일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여긴 뭘 하는 곳이지?”

디(D)의 기억대로라고 한다면 십원들은 MS 그룹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이 근거지에는 분명 그들의 성과물이 존재할 것이다.

“그, 그건....”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라 했을 텐데.”

천여운의 경고에 에이치가 결국 안내하겠다고 자청했다.

점혈이 풀린 에이치가 회의실 바깥 복도에 잇는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버튼에도 없는 부분을 엄지손으로 터치했다.

그러자 엘리베이터에서 안내음이 들려왔다.

[지하 연구소 층으로 내려갑니다.]

-위잉!

얼마나 깊숙이 내려가는지 엘리베이터 근 30초 가량 쉬지 안하고 내려갔다.

그렇게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인기척.’

천여운의 기감에 엘리베이터 바깥에 서른 명 정도 되는 인기척들이 감지되었다.

무공을 익히거나 그런 자들은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환한 LED 불빛이 눈에 들어오며, 연구실의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 수많은 기계 장치들이 설치된 드넓은 공간이 드러났다.

‘넓군.’

얼핏 보아도 수백 평은 될 만큼 커다란 곳이었다.

지하 깊숙이 이런 곳을 숨겨뒀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한 단체였다.

에이치가 앞장서서 들어가자, 문 앞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자들이 아무 의심 없이 통과시켰다.

‘전부 연구자들인가.’

이 넓은 장소가 전부 연구실의 일부였는데, 흰 연구복을 입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컴퓨터로 통계를 내거나 실험을 하는 등 각자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쪽으로 들어간 천여운의 시선이 어딘가에서 멈춰 섰다.

'!?'

이 드넓은 연구실은 평수 말고도 높이가 3층 정도 되었는데, 위쪽에 수많은 캡슐 형태의 무언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그런데 그 캡슐 안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푸른 액체 속에 들어 있었다.

여기까지는 이들이 인간을 대상으로도 실험을 하는 만행을 저질렀기에 이해할 수 있었지만,

“네놈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수많은 캡슐 속에 들어있는 자들.

그 안에는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자들이 전부 쌍둥이일 리가 만무할 터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 얼굴은 놀랍게도,

“사요기!”

천여운이 고스트로 만든 천살성 사요기였다.

< 54화 MS 그룹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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