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55화 (155/234)

< 50화 선상의 경매장 (1) >

가상현실의 어두운 공간.

아무 것도 없는 이곳에는 오직 의자만이 있다.

그 의자에 앉아 있는 열 명의 가면을 쓴 자들이 있었다.

가면의 이마 부분에는 독특하게도 알파벳이 적혀 있었는데, A, B, C, D, E, F, G, H, I, J까지 이렇게 있다.

D라는 가면을 쓴 자가 I 가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겠나?”

“지금 그 자의 명성은 중원에서 최고조를 달리고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영웅시하는 자들도 꽤 늘어가는 추세지요.”

그런 I 가면의 말을 G 가면이 거들었다.

“일리는 있소. 이번에 TRA 사태마저 해결하면서 그 자의 영향력은 갈수록 올라가고 있소. 이 정도라면 충분히 이용가치가 차고 넘치오.”

원으로 앉아 있는 그들의 한 가운데에 사진이 떠있다.

그 사진 속의 인물은 바로 천여운이었다.

잠자코 지켜보던 E 가면이 말했다.

“만약 자네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어떡하려고 그러나? 이번 경매는 전보다 더 VIP고객들의 참석도 많은데.”

VIP 고객에 피해가 가는 일은 누구도 원치 않았다.

그들 하나하나가 엄청난 재력을 가진 자들이었고, 그들로 인해 수많은 코어를 충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E 가면의 말에 C 가면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댔다.

“푸하하하하하하핫!”

“.......지금 비웃는 건가?”

“농담도 심하군.”

“농담?”

“VIP가 그저 재력만 많아서 VIP라 생각하나? 그런 자들을 걱정하는 게 우습군.”

이에 옆에 앉아있던 B 가면이 묵직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걸 몰라서 하는 말 같나? 그들이 날뛰게 되면 일이 더 커지니까 하는 소리가 아닌가.”

분위기가 묘하게 험악해져 갔다.

이들은 같은 그룹이기는 했지만 늘 상 경쟁 관계였다.

그러다보니 서로를 견제하기가 일수였다.

“하아....또 시작이군요. 들어보니, 원래 거래자들의 3할 이상이 바뀌었다지요?”

여자로 추정되는 F 가면이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화제를 바꾸었다.

3할 이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초대권의 원래 주인들이 다른 자로 바뀌었다는 말이었다.

I 가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중에 주목할 자들은 신속의 코하쿠부터 살신 아무챠이, 성검 잭 오렌 정도가 되겠군요.”

“일본, 태국, 영국.....지금까지 관심조차 보이지 않더니, 새삼 움직였군.”

B 가면도 흥미를 보였다.

지금 거론된 자들은 각국에서 최강이라 불리우는 강자들이었다.

“역시 그것 때문인가.”

“그렇겠죠.”

그런 자들이 이번 거래에 급격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마도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를 노리는 것이리라.

“덕분에 이번 여흥전은 꽤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I 가면의 말에 가면들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D 가면이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쪽 문제만 해결되었어도 직접 관전이라도 갔을 텐데 아쉽군.”

“실시간 중계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쩝. 그래야 하나.”

F 가면이 화제를 돌린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원만해졌다.

그렇게 길었던 회의가 마무리 되고 대부분의 가면들이 가상공간의 접속을 끊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자들은 A 가면과 I 가면뿐이었다.

“저도 이제 경매 준비로 접속을 끊겠습니다. 총수.”

“잠깐.”

회의 내내 한 마디도 없었던 A 가면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듣기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묘하게 딱딱한 말투.

-치치치칙!

총수라 불렸던 A 가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상현실 공간에 변화가 생겨났다.

다른 가면들과 일부 연결되어 있던 아이피망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단 둘이 할 말이 있다는 소리였다.

“이번 경매장에서 천무성을 처리해라.”

“네?”

I 가면이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회의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를 VIP로 영입하는 분위기였는데, 느닷없이 회의가 끝나마자 처리하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의 행보나 본 그룹과 있었던 마찰을 데이터로 계산해본 결과 98.3%의 수치로 거절할 확률이 높다. 그는 절대로 우리와 손을 잡지 않는다.”

“그것 때문에 그를 회유하는 비용을 VVIP 등급 수준으로 상향하는 것으로 결정하지 않으셨습니까?”

원탁 회의로 결정된 내용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것을 아무리 총수라고 해도 혼자 바꾼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십원 중에 물을 흐리는 자가 있다.”

“네?”

“30프로에 가까운 경매 참가자들이 바뀐 수치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나?”

“그럼.....누군가 정보를 푼다는 것입니까?”

I 가면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이것은 절대로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상당수의 VVIP와 VIP 고객에 물밑 작업을 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아마도 이번 경매에서 틀림없이 천무성 그 자와 접선하려 들 것이다.”

“......누군지 알 수 없습니까?”

“이번 경매의 여흥전에 참여하는 자들 중에 한 사람일 것이다.”

그 말에 I 가면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여흥전을 관전하기로 한 원탁회의 십원(十圓)은 자신을 포함한 총 세 명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자신 역시도 의심의 대상자에 포함된다.

“......혹시 저도 의심하십니까?”

“그룹에 관한 그대의 충성심을 증명하고 싶나?”

“.........”

“그렇다면 천무성에게 접근하는 십원을 구속하고 그를 제거해라.”

선택이 여지가 없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는 총수인 A 가면의 명을 따라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  *  *

저녁 7시.

호텔의 앞으로 수많은 세단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초대권을 가지고 온 모든 경매 참가자들이 내려와 로비에서 호명을 기다렸다.

이름을 부르면 하나씩 세단에 올랐다.

“여기서 경매를 하는 것이 아니었군요.”

비막헌의 말에 천여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운전수에게 VIP 초대권을 넘기라고 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인 듯 했다.

“그럼 경매장이 역시 둘로 나뉠 것 같습니다. 아까 전에 말씀하신 대로 할까요?”

초대권의 종류는 두 개였다.

VIP를 위한 경매, 일반 경매로 나누어져 있었다.

“아으!”

허봉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만약에 둘로 나뉘는 일이 생길 경우 그가 비막헌과 임소혜를 데리고 일반 경매장으로 가서 백기의 흔적을 찾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백기의 외양을 아는 자는 그와 천여운뿐이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쥬콰드 아무챠이 고객님.”

누군가의 이름이 호명되자 로비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놀라했다.

‘아무챠이?’

천여운이 이름이 불린 자를 쳐다보았다.

분명 고스트로 만든 사이쿤이라는 녀석의 기억 속에 있던 자였다.

갈색 빛 살색을 가진 근육이 다부진 파란 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을 한 날카로운 인상의 태국인이었다.

“살신!”

비막헌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자까지 경매에 참가한 줄 몰랐군요. 태국에서 살신으로 불리는 자입니다. 독보적인 강함으로 유일한 정점이라 불리는 자입니다.”

살신(殺神) 아무챠이.

너무 강해서 자국 내에서는 어떠한 적수도 찾아볼 수 없다는 괴물이었다.

악영이나 허봉이 인상을 쓰며 의아해했다.

“응? 막헌 그렇게 강하냐?”

그들은 그에게서 특별함을 찾지 못한 듯 했다.

사실 그들의 역량을 완전히 판단하기 어려운 것은 그들이 무공을 익힌 것이 아니기에 확실하게 파악은 어려웠다.

-저벅저벅!

호명된 아무챠이가 로비를 지나치면서 천여운을 찢어죽일 듯 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천여운의 손에 메르센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그였다.

하지만 그는 당장에 천여운을 아는 척도 복수를 할 수도 없었다.

คนขี้ขลาด

[비겁한 놈]

살아 돌아온 투안에게서 천여운의 전언을 들은 동아시아 연합은 경매장으로 잠입하는 요원들 모두에게 천여운과의 마찰을 자제하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대체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작전이 완료되는 순간 자신의 손으로 천여운을 죽일 거라 다짐한 그였다.

“천무성 고객님.”

얼마 있지 않아 천여운의 가명이 호명되었다.

“허봉.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려라.”

“알겠습니다. 주군.”

그렇게 둘로 나뉘게 된 천여운은 세단을 타고서 이동했다.

세단은 삼십 분 정도 고가 도로를 타고 달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항구였다.

“응?”

-햐! 오랜만에 맡아보는 바다 향.

금모 구미호가 천여운의 품속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동굴 속에만 갇혀 있다가 특유의 바다 향을 맡으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르릉 거리는 게 느껴졌다.

‘고양이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까 네 선대와도 바닷가에 와 본 적은 없었어.

금모 구미호가 추억에 잠겼는지 말똥거리는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항구의 수많은 번화가의 불빛과 파도가 치는 밤바다.

이것만 봐도 꽤나 운치있었다.

“저도 바닷가는 처음입니다. 스승님.”

의외로 바닷가를 처음 와 본 악영이었다.

그는 곤륜산 한복판에 있는 은자림에 들어가기 전에도 바다를 와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곳으로 오시면 됩니다.”

항구의 선착장에는 수많은 배들이 있었는데, 운전수와 더불어 앞좌석에 타고 있던 수행원이 그들을 한 쾌속선으로 안내했다.

쾌속선은 말 그대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여기가 아닌가?”

“아! 경매장은 저곳에서 합니다.”

배 위로 오른 수행원이 멀리 밤바다 위에 아주 작게 반짝이는 무언가를 가리켰다.

평범한 인간의 육안으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거리였지만,

[야간투시경 모드로 확대합니다.]

나노에게 내장되어 있는 다양한 기능으로 천여운은 그것이 가능했다.

시야가 확대된 그곳에는 거대한 선박 하나가 떠있었다.

경매장은 다름 아닌 선상에서 진행되는 것이었다.

‘섣불리 접근할 수도 없고 접근하기 힘들도록 해놓은 거로군.’

물론 천여운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VIP들을 태운 쾌속선은 빠르게 밤바다를 가로질러 바다 선상의 경매장으로 향했다.

멀리서 볼 때는 시야를 확대해도 하나처럼 보았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여러 대의 배들을 엮어서 만든 선박은 바다 위의 또 다른 대지를 만들어놓았다.

‘화려하군.’

선박 위로 오색 레이저들이 사방을 비추고, 화려하게 꾸며놓아 선상 위의 라스베가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화르륵!

저녁 시간에 맞춰서 진행되는 경매답게 야외 오픈 주방에서 요리사들이 요리를 했고, 뷔페식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꼭 축제를 펼치는 곳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그러던 배 위로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마지막 쾌속선을 타고 오신 VIP 고객님들께서는 경매가 진행되는 중앙 돔으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선박의 한 가운데에는 천장이 뚫려 있는 돔 하나가 있었다.

돔으로 가자 지정된 좌석들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무대라도 보는 것처럼 2미터 정도 올라와 있는 원형의 넓은 단상이 있었다.

마지막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 돔에 들어와 좌석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단상 위로 누군가 걸어 올라왔다.

보라색에 화려한 장신구가 달린 가면을 쓴 정장의 사내였다.

사내가 마이크를 쥐고서 말했다.

-1년 만의 재개된 저희 경매에 참석해주신 모든 VIP 고객님들께 먼저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가면의 사내가 이 경매를 주관하는 자인 듯 했다.

천여운이 머릿속으로 나노에게 명했다.

‘나노. 음성 분석해봐.’

호텔에 있을 때 그에게 음성 변조로 녹화 영상 속에 나왔던 자.

그 자가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함이었다.

[목소리의 고조나 억양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하긴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었다.

그런데 천여운의 앞자리로 누군가 와서 턱 하고 앉더니, 고개를 돌리고서 말을 걸었다.

“용천 그룹 부회장님이시죠?”

대머리에 능글 맞는 웃음을 하고 있는 사십대 정도 된 남자였다.

그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뵈니 영광입니다.”

그런 그가 내미는 손을 천여운은 무시했다.

대머리의 남자가 멋쩍어 하며 내밀던 손을 밑으로 슬그머니 내렸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참 제가 너무 대뜸 인사를 드렸나 보네요. 이번에 처음 오셨지요? 경매에는. 저는 이번이 한 세 번째 쯤 되는 것 같네요.”

일부러 무시를 하는 데도 남자는 수다쟁이라도 되는 것 마냥 계속 말을 걸었다.

천여운의 보조원은 아니었지만 악영이 의아해서 물었다.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 거요?”

그런 그의 물음에 대머리의 남자가 손사래를 치면서 사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용무라뇨. 그저 요즘 제일 주가를 달리시는 용천 그룹의 부회장님과 안면이라도 트고 연이라도 맺으려고 하는 거죠.”

근래에 들어 천여운에게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자들은 꽤 많았다.

그만큼 명성이 높아진 탓이었다.

“혹시 괜찮으시면 경매 도중에 잠깐 쉬는 타임 때 가볍게 한잔 하면서 이야기라도...”

천여운에게 시간을 내어달라고 부탁하려던 찰나에 경매를 진행하는 자가 하는 말에 대머리의 남자가 이를 멈추고서 단상 위를 쳐다보았다.

-본격적인 경매에 앞서서 여러분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시간을 이번에는 먼저 가져보려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뭐야?”

고개를 돌린 대머리 남자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행자를 쳐다보던 대머리의 남자가 고개를 돌려서 두 손을 모아서 사죄하듯이 말했다.

“이거 잠시 어딜 다녀와야 겠군요. 조금 이따가 다시 뵙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옆의 계단으로 내려가려 했다.

관심이 없다가 이 자의 태도를 미심쩍게 여긴 천여운이 악영에게 말했다.

“악영. 저 자를 따라가서 누구와 접촉하는지 알아볼 수 있나?”

“알겠습니다. 스승님.”

악영 정도의 무위라면 은밀히 미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대머리의 남자가 돔의 동쪽 출구 쪽으로 가는 것을 악영이 몰래 뒤를 밟았다.

무공을 익힌 자도 아니었고, 워낙 인파가 많고 마이크 소리가 커서 그 자는 누군가 자신의 뒤를 밟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젠장. 마지막에 하는 걸 시작부터 하다니....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거야?”

대머리의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며 급히 어딘가로 향했다.

돔의 동쪽 출구 쪽으로 나가는 방향의 우측에는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가 있었는데, 그곳으로 들어갔다.

‘조금 거리를 벌려야 겠군.’

복도에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악영이 살짝 거리를 벌렸다.

그렇게 복도를 따라서 들어갔는데, 대머리의 남자가 화장실을 지나쳐 창고(출입금지)라고 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흠.’

악영이 그것을 보면서 고민했다.

창고의 앞에 건장한 체구의 보안 요원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이었다.

저들을 쓰러뜨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 혼란스러워질 게 뻔했다.

보안요원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CCTV 카메라들로 넘쳐났다.

하지만 확실히 한 가지는 알았다.

‘이곳의 관계자가 틀림없군.’

그렇지 않고서 출입금지라 적힌 곳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한편 돔 안에서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이 환호한 것은 단상 위에서 보여준 하나의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단상이 바닥 위로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진 철봉이 잘려나가 있었다.

-보셨습니까? 이 특수 합금 철봉마저 잘라내는 위용.

-휙휙휙!

단상 위 허공으로 흑빛의 무언가가 빠르게 돌고 있었다.

이윽고 그것이 멈추더니, 마치 살아있는 것 마냥 핑그르 돌면서 단상 위에 서있는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것은 흑색 철로 만들어진 륜(輪)이었다.

-이것은 저희가 운남성의 한 오래된 사찰에서 발견한 것으로 여금륜이라 불리는 절세병기입니다.

륜은 신기하게도 허공에 계속 떠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 검은 무복을 입은 사내는 무공을 익힌 자가 아니었다.

진기로 다루는 게 아니라 저 스스로 떠있는 것이었다.

-이 신기한 병기는 무구의 주인이 생각한 대로 움직입니다. 앞의 진행 요원은 무술이라고는 1도 배우지 않는 평범한 자입니다. 오직 병기의 날카로움 만으로 특수합금마저 베어낸 것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돔에 있는 여러 무인들의 눈빛이 탐욕으로 반짝였다.

특히 무공을 익힌 자들은 내공마저 사용하지 않고도 저 스스로 이기어술을 펼치는 륜에 흠뻑 빠져들었다.

단상 위의 가면의 진행자가 륜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 경매의 유흥전은 바로 이 여금륜입니다. 참가 자격은 A등급 코어입니다. 누구라도 A급 코어만 지급하신다면 이 여금륜의 주인이 되실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서 유소화가 혀를 내둘렀다.

저 병기가 매우 신기하긴 했지만, 고작 저것을 얻기 위해 참가비로 천문학적인 비용이라 할 수 있는 A등급 코어까지 지급하고서 타인과 생사의 결투를 벌인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말 그대로 있는 놈들의 유흥전인 것이다.

‘누가 저런데 올라가서 저런걸 가질 거라고 목숨을 걸고 싸움까지...?’

유소화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부, 부회장님!”

어느새 천여운이 단상 위로 올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 50화 선상의 경매장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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