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53화 (153/234)

< 49화 헤이든 호텔 (2) >

다나카라 불리는 기모노를 입은 사내와 검은 양복인 여섯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자연스럽게 로비에 있는 사람들의 이목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뭐야? 왜놈 새끼들이 왜 길을 막아.”

허봉이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앞을 가로막은 다나카라는 자가 일본인 특유의 발음으로 어눌하지만 중국어로 말했다.

“그대드도 초대장으 받고 왔스므니까?”

“무슨 소리야?”

다나카가 허봉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집을 가리켰다.

“여기의 사무라이 맞지요?”

사무라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아마도 이곳의 무인이냐는 의미인 듯 했다.

허봉이 나름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다나카에게 말했다.

“안 비켜.”

“그대드르 초대장 주시쇼.”

“뭐?”

“그렇지 않으면.”

다나카가 손짓을 하자, 검은 양복인들이 맨손으로 특유의 기수식을 취했다.

평범한 가라데의 자세 같지만 저들의 양손에 강한 기운이 응집했다.

내공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기(氣)를 다루는 자들이었다.

“후회할 것입니므다.”

말인 즉 무력을 써서 초대장을 빼앗겠다는 소리였다.

위압적인 표정을 짓는 검은 양복인 여섯 명과 앞에서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다나카의 모습에 금모 구미호가 하품을 했다.

-하암.

재미있는 것은 호텔 로비의 누구도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흥미롭다는 듯이 지켜보았다.

심지어 로비에 상당수의 호텔 직원들조차 정자세로 쳐다만 볼 뿐이었다.

-슥!

다나카가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초대장.”

분위기가 묘하게 고조되었다.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천여운 일행 중 한 사람인 허봉이 검을 찬 것을 보면 저들도 분명 무력을 가진 자들임에 틀림없다라고 여긴 사람들이 흥미진진하게 쳐다보았다.

“귀찮군.”

천여운이 이를 무시하고 앞으로 데스크로 걸어가려 했다.

“このやろ!”

[이놈이!]

이에 다나카의 인상이 험악하게 굳어지며 그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날을 빼내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쾅!

“크헉!”

다나카의 무릎이 강제로 바닥에 꿇려졌다.

당황한 그가 몸을 일으켜 세워보려 했지만, 몸이 천근만근이라도 된 것처럼 엄청난 압력에 의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다나카가 겨우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봤더니, 한 여인이 오만한 눈빛으로 허공에 마치 뭔가를 짓누르듯이 손바닥을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천여운의 제 1비서이자 중력마녀 유소화였다.

“이런 요망한 계집이!”

“하압!”

이에 여섯 명의 검은 양복인들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려 했지만,

유소화가 또 다른 손을 내밀어 밑으로 내렸다.

-쿵! 쿵! 쿵!

“크헉!”

“어억!”

“な、なんで?”

[어, 어째서?]

그들 역시도 다나카와 더불어 바닥에 무릎 꿇려졌다.

최근 들어 괴물 같은 자들이 많이 나타나서 실력 발휘를 할 기회가 없었지만 그녀는 중원 이능력자들 중에서 세 정점이라 불리는 자였다.

유소화가 정중한 목소리로 천여운의 의중을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부회장님.”

“적당히 처리해라.”

“네.”

유소화가 손바닥을 더욱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중력장이 훨씬 배로 늘어나며 그들의 몸이 로비의 대리석을 파고들려했다.

-쩌저저적!

이 모습을 본 로비의 몇몇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놀라했다.

“저 여자....중력 마녀 아냐?”

“중력 마녀 유소화야.”

“뭐? SS급 능력자란 말이야?”

능력자들이나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이름이 드높다.

그녀 정도 되는 실력자에게 시비를 걸었으니, 저 일본인들이 운이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누군가가 엄청난 속도로 유소화를 향해 발도술을 펼쳤다.

-슉!

그는 오다구미 파의 부두목 겐지의 오른팔인 스즈시였다.

무력으로는 오다구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사무라이인 그는 다나카나 저들로는 무리라고 판단했기에 나선 것이었다.

발도술의 속도는 가히 쾌속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휘리릭!

“어엇?”

바닥에서 솟구치는 회오리 바람에 스즈시의 몸이 천장까지 날아가 버렸다.

임소혜가 손가락을 좌우로 저으며 혀를 찼다.

“쯧쯧.”

천장까지 날아간 스즈시가 샹들리에를 붙잡고서 겨우 멈출 수 있었다.

그가 천장 벽을 박차고서 임소혜를 향해 검을 날리려 했지만,

-휘리리리릭!

허공에서 일어난 바람이 엄청난 압력을 일으키며 그를 붙잡아뒀다.

이 모습에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적풍의 임소혜다!”

늘 붉은 옷에 붉은 립스틱을 바르는 그녀를 사람들은 적풍이라고 불렀다.

중원에 세 명뿐인 SS급 이능력자.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SS급 이능력자가 두 명이나?”

“대, 대체 저 자들 뭐야? 혹시 게이트 키퍼들?”

두 여인이 게이트 키퍼를 그만두고 천여운의 비서가 된 사실을 아는 자들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게이트 키퍼들조차 그만뒀다는 것 정도만 알뿐이었다.

‘후후후, 너만 주목받게 할 수 없지.’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특이했다.

강제로 천여운의 비서가 되었기에 매사에 의욕이 없었지만, 이런 순간이 닥치자 괜히 유소화보다 뒤처지기가 싫었다.

“아, 아니 저것들은 대체 뭐야?”

오다구미의 부두목 겐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에 데려온 자들은 오다구미 내에서도 뛰어난 사무라이들만 차출한 것이었다.

무림인으로 친다면 절정의 고수들이었다.

‘어디서 저런 괴물 같은 것들이....’

-슥!

‘!?’

순간 자신의 목뒤로 닿는 차가운 검날에 겐지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느새 그의 뒤에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허봉이었다.

“어이. 왜놈. 네놈이 두목이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겐지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당장에라도 검이 목을 파고들 기세였다.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여기서 그만 깝치고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걸.”

“뭐, 뭐요?”

“저분 보이시지.”

허봉이 천여운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분이 내 주군이시거든. 내가 먼저 나선 걸 감사해라. 조금만 더 저분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네놈의 팔이나 턱 중에 하나는 잃었을 테니까.”

최근 들어서 천여운은 팔보다 턱을 많이 뜯어버렸다.

팔은 그나마 목숨을 부지할 수라도 있는데, 턱은 뜯어내면 무조건 죽는다.

-오싹!

온 몸에 소름이 돋은 겐지가 얼른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차피 자신들의 전력으로 이들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빨리 네놈들 섬으로 꺼져.”

이에 겐지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撤 収(てっしゅう)する!”

[철수 한다.]

그 외침과 함께 그가 망신살이 뻗쳤는지 황급히 물러나려 했다.

유소화와 임소혜가 이능력을 거두자 로비 공중에서 떨어지고, 중력장에서 벗어난 조직원들 역시도 쪽팔리는지 얼른 그 뒤를 따랐다.

-흐아암. 제법이네.

천여운의 어깨에 늘어져서 턱을 괴고서 지켜보던 금모 구미호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자들을 보았기에 천여운의 비서들부터 수하들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래봐야 전부 애송이들이지만. 그렇지? 천마. 할짝할짝!

금모 구미호가 천여운의 목을 혀로 핥았다.

이에 천여운이 짜증스럽다는 듯이 그녀의 콧잔등을 딱밤으로 때렸다.

-팍!

-아얏!

“더럽다.”

-너무해!

그녀가 투정을 부리며 다시 천여운의 품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름 애교를 부려봤는데 천여운만큼 목석은 처음이었다.

로비를 급히 빠져나가는 오다구미의 부두목 겐지는 수치스러움에 얼굴을 들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입구 쪽에서 누군가와 맞닥뜨렸는데,

‘응?’

우연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자신이 초대권을 넣어놓은 클러치백이었다.

프랑스에서 특수 제작한 클러치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것인지라 못알아 볼 리가 없었다.

“네놈이구나!”

겐지는 배에서 없어진 클러치백이 이 자의 손에 들려있으니, 훔쳐갔다고 확신했다.

겐지가 빠르게 도병을 잡으며 발도술을 펼치려고 했는데,

-파팍!

“으헉!”

그 순간 그의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당황한 오다구미의 조직원들이 도를 뽑으며 그 자에게 달려들었지만,

-파파팍!

눈 깜짝할 사이에 열두 명의 조직원들이 거품을 물고서 쓰러졌다.

로비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절로 그곳으로 향했다.

입구에 머리에 검푸른 두건을 쓴 선글라스에 콧수염을 기른 중년인이 뒷짐을 지고서 서있었다.

손을 쓴 건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여유로워보였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코하쿠다.”

“코하쿠야!”

이것을 들은 천여운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그에게서 굉장한 기운이 풍겨졌다.

로비에 있는 자들 중에서 저 자만큼 강한 자는 없었다.

“스승님. 저 자......정말 강합니다.”

악영 역시도 꽤 놀란 눈으로 조용히 말했다.

현경의 고수인 그가 이렇게 말 할 정도면 굉장히 강자라는 소리였다.

비막헌이 놀랍다는 듯이 옆에서 천여운에게 말했다.

“부회장님. 저 자는 신속의 코하쿠입니다.”

“신속 뭐?”

“일본에서 최고의 무도가라 불리는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일본 최고?”

비막헌이라고 외국의 사정을 전부 아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론이나 정보를 통해서 꽤 많이 알려진 유명인들 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수많은 무도인들과 이능력자들이 있는데, 그들 중에서 정점으로 꼽히는 두 명이 있다고 한다.

관서의 정점이라 불리는 신속(神速)의 코하쿠.

관동의 정점이라 불리는 멸도(滅刀)의 스케루.

“왜놈 주제에 제법이네요. 주군 한 번 붙어보고 싶은데요. 히히.”

허봉은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무인인 이상 낯선 강자에게 전의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흠.”

코하쿠라는 자가 쓰러진 오다구미의 조직원들을 지나쳐서 로비로 들어왔다.

그런 그의 시선은 허봉과 악영에게로 향했다.

그 역시도 마치 강자를 발견한 것 마냥 선글라스를 손가락 위로 들어올리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저놈도 쳐다보는 데요.”

“관심 없다.”

물론 그들과 달리 천여운은 금방 흥미가 식었다.

그보다는 고작 경매에 불과한 장소라고 여긴 곳에 유명 인사들이 하나 둘씩 모이는 것이 더 이상하게 여겨졌다.

‘무슨 경매를 하기에 그런 거지?’

의아했지만 일단 경매 때가 되면 알 수 있으리라.

천여운이 데스크로 가서 초대권을 꺼내 넘겼다.

“숙박 인원은 몇 분이십니까?”

“여섯 명이다.”

이를 확인한 데스크의 호텔 직원이 서류에 사인을 하라고 한 후에 방의 카드키를 넘겼다.

카드키는 총 두 개였다.

남녀로 나누어서 준 듯 했다.

굳이 이곳에서 숙박을 할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굳이 방을 배정하는 것에 의문이 들었다.

데스크에서 몸을 돌리려고 했는데, 호텔 직원이 천여운을 불렀다.

“잠시만요. 손님.”

“음?”

호텔 직원이 데스크 뒤편으로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꺼내서 들고왔다.

그것은 개나 고양이를 가두는 케이지 같은 것이었다.

호텔 직원이 천여운의 품속에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는 금모 구미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호텔의 사정상 반려 동물은 케이지에 보관해서 데려가십시오.”

'!?'

금모 구미호의 눈꼬리가 위로 치켜올라갔다.

졸지에 반려 동물 취급을 받은 금모 구미호였다.

*  *  *

15층에 있는 호텔 방 안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고풍스러운 가구에 호피로 되어 있는 융단에 미니 바(Bar) 뭐 하나 고급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벽면에는 100인치 크기의 거대한 TV도 붙어 있었다.

“이야. 객잔이랑 비교도 안 되네요.”

허봉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감탄을 했다.

그는 이 시대의 모든 것이 신기하고 매번 놀라웠다.

-슥!

그런 허봉과 달리 방에 들어오자마자, 비막헌은 가방 속에서 기기를 꺼내들어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뭐하는 거냐? 막헌.”

“혹시 감시 카메라나 도청 장치가 있나 확인 중입니다.”

천여운에게 이들이 사라진 MS그룹임을 들은 그였다.

혹시나 이들이 수작을 부릴 지도 모른다고 여겨서 미리 확인 중이었다.

비서인 두 사람에게도 이 기기를 넘겼기에 아마도 방에 들어가자마자 방을 수색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천여운의 시선이 방문으로 향했다.

뒤늦게 허봉이나 악영 역시도 눈살을 찌푸리고서 바라보았다.

-쿵쿵!

누군가 방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비막헌이 어떻게 하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천여운이 열어주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그가 방문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비막헌의 신형이 뒤로 튕겨져 나가며 방안을 뒹굴었다.

-쿠당탕!

낙법을 치면서 겨우 일어난 비막헌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기습적으로 가슴에 일격을 당한 그는 내상을 입었다.

문으로 두 명이 걸어 들어왔다.

앞장 서서 성큼성큼 들어온 자가 비막헌을 공격한 자인 듯 했는데, 노란 머리카락에 이국적인 외모의 중년인이었다.

“Я наконец вижу вас, ребята!”

그가 거칠게 뭔가를 말하면서 들어왔는데, 외국어라 알아들을 수 없었다.

반면 천여운은 그의 말이 뚜렷하게 들렸다.

“드디어 네놈들을 만나는 구나.”

그것은 러시아어로 북해빙궁으로 갔을 때 천여운은 이것을 나노로부터 전이 받았다.

그 말은 이 노란머리의 중년인이 러시아인이라는 의미였다.

러시아인이 원수를 바라보는 듯이 천여운과 방안에 있는 모두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네놈들이 아고노프 총리와 우리 나라의 정치인들을 전부 죽인 살인범이 있는 집단이라지.”

천여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후윤패이시 사건을 말하는 듯 했다.

그 당시 교주인 천우진이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 주석과 러시아의 총리, 그리고 외교부 장관 등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썼었다.

최근 그것이 사법형무소 사건으로 인해 잘못되었음이 드러났는데 그의 반응은 전혀 그걸 모른다는 태도였다.

“이 새끼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허봉이 제자라 할 수 있는 비막헌이 당한 것에 화가 나서 나서려고 했다.

그때 러시아인의 뒤에 있던 자가 입을 열었다.

“Подождите секунду.”

[잠깐 멈춰]

이에 러시아인이 심통이 난 얼굴로 옆으로 비켜섰다.

그의 뒤에 있던 자가 앞으로 나섰다.

안경을 쓴 곱슬머리에 단정한 정장을 입은 2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듯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메르센이 예전 일로 흥분할 줄은 몰랐습니다.”

“메르센?”

비막헌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러시아인을 바라보았다.

천여운이 이에 물었다.

“아는 자인가?”

“저 자는 러시아 연방 정부의 무도가인 메르센 아고노프입니다.”

메르센 아고노프.

러시아 연방 정부 시절 마지막 총리인 아고노프의 사촌 동생이자, 러시아에서 최고의 무도가 중 한 사람이라 불리는 자였다.

러시아의 격투기인 삼보(Sambo)를 발전시킨 실전 삼보의 초고수로 근접전에서는 적수를 찾을 수 없다고 불리는 괴물이기도 했다.

후윤패이시 사건 이후로 와해된 천마신교의 교인들을 찾아다니며 복수라는 명목 하에 꽤나 많은 피를 흘리게 했던 자였다.

“몇 년 정도 있다가 사라져서 자국으로 돌아간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

무림협회와 더불어 이 자 때문에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몇 년 동안 다시 뭉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었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과 무슨 대화를 한다는 거요!”

메르센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앞에 서있는 여자에게 항의하듯이 말했다.

이에 그녀가 타이르듯이 말했다.

“Поскольку переговоры еще не закончились, Пожалуйста, подождите.”

[아직 협의를 하지 않았으니, 기다려주세요.]

“Чего вы ждете? Я убью немедленно!”

[뭘 기다린다는 거요? 당장 죽일거요!]

“Ждите шанса. Пожалуйста, подождите.”

[그 기회를 줄테니까. 기다리세요.]

그녀의 그 말에 메르센이 콧김을 뿜으며 한 발 물러섰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지 엄지손으로 목을 긋는 제스처를 보였다.

여자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를 보디가드로 괜히 데려온 것 같군요. 그만한 실력가가 드물어서 이런 것을 양해...”

그 순간 어느새 천여운이 메르센의 앞에 서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그의 모습에 놀란 메르센이 천여운을 향해 본능적으로 손을 뻗으려고 했는데,

-팍!

“엇?”

-콰직!

“끄아아악!”

천여운이 삼보를 펼치는 그의 손목을 붙잡고서 꺾어버렸다.

삼보의 달인인 그로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순간이었는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천여운이 메르센의 머리통을 번개처럼 움켜잡았다.

-꽉!

여자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무, 무슨 짓이에요?”

그런 그녀에게 천여운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고깃덩어리를 뭣 하러 데려오나.”

“네?”

-우지지직!

“끄거거거걱!”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여운이 메르센의 머리통을 눌러버렸다.

메르센의 목이 꺾이면서 몸통을 파고들었는데, 척추가 튀어나오고 허리가 일그러지면서 그의 몸이 납작해져 갔다.

'마, 말도 안 돼.'

여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메르센은 러시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무도가였다.

그 정도라면 이들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차 하는 사이에 정말 고깃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에게 천여운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일 기회? 웃기는 계집이로군.”

‘!?’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설마 자신들이 러시아어로 나누는 대화를 알아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 49화 헤이든 호텔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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