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52화 (152/234)

< 49화 헤이든 호텔 (1) >

천기를 읽는다.

혹은 운명을 본다.

그것은 절대로 득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선도를 닦는 이들이 가장 많이 부딪치게 되는 것과 두려움에 직면하는 것.

그것은 바로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되는 일이었다.

-푹!

“헉!”

림주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움켜잡았다.

식은땀으로 가득한 그의 이마에는 피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관통 당한 이마는 멀쩡하기만 했다.

“뭘 하는 거지?”

천여운이 뒷짐을 지고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림주는 떨리는 눈빛에는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했다.

‘이게 나의 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백안으로 자신의 운명을 미리 읽었었다.

선대에서부터 내려온 선기를 응집한 법의를 쓰는 순간 그는 죽음을 맞이한다.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말이다.

‘이 자는 정녕 괴물인가.’

초노사, 아니 초유신을 막으려고 했을 때 만큼이나 충격적인 미래였다.

자신이 죽는 순간 분노한 경 장로와 성 장로가 동시에 천여운을 향해 덤벼들었고, 천여운은 그 자리에서 그들을 제압해버린 후에 섬뜩한 귀기가 넘치는 검으로 찔렀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유령 같은 것이 튀어나오는 미래가 보였다.

‘아아아.....’

림주는 깨달았다.

천여운과 더불어 금모 구미호를 막으려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은자림의 파멸은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되었다.

-주르륵!

식은 땀방울이 이마에서 뺨을 타고 흘렀다.

이것이 너무도 차갑게 느껴졌다.

우화등선한 부친이 했던 조언이 생각났다.

[아버님. 어째서 선법을 익히면 속세를 등져야 하는 것입니까?]

[흐름을 읽게 되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얽어매는 것이다. 아직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선기가 깊어질수록 내 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천기와 운명을 읽게 된다는 것은 결국 알아서 좋지 못할 것을 미리 알게 된다.

스스로를 더욱 자제시키고 억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은둔하는 선인들이 속세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그와 같은 연유가 가장 클 지도 몰랐다.

‘의미가 없음이야. 의미가 없어.’

천기를 읽을 때마다 고통스럽기만 하다.

이 같은 일은 50여 년 전에 초 노사 때 겪었기에 다시는 자신의 천기를 읽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역시나 씁쓸함만 얻었다.

“후우.”

탄식이 섞인 한숨을 내쉰 림주가 천여운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듯이 말했다.

“공의 말이 맞소. 모든 것이 본인의 두려움과 체면치레를 하고자 하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되었소. 사죄하리다.”

그런 그의 말에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분명 뭔가 수작을 부릴 듯한 미묘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자신의 나무라는 말을 듣고서도 이를 수긍했다.

-슥!

림주가 손을 들자 막의 일부가 열렸다.

“잠시만 금모 구미호를 밖으로 보내줄 수 있겠소?”

그 말에 천여운이 품속에 빼꼼 얼굴만 내밀고 있는 금모 구미호를 쳐다보았다.

-왜 뭘 봐? 싫어. 안 나가.

그녀는 재빨리 품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천여운이 손으로 꼬리를 움켜잡고서 휙 하고 막 바깥으로 던져버렸다.

-싫어! 꼬리 잡지마! 야아아앗!

바깥에서 그녀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내 막이 닫히면서 새끼 여우가 혼자 울부짖는 것 마냥 발발거리는 모습만 보였다.

“뭘 이야기 하려는 거지?”

천여운의 물음에 림주가 상의를 벗고서 안에 입고 있던 옷을 보였다.

흰 상의를 가득 메우고 있는 금색 글씨.

그 의미를 알지 못해도 선법과 관련되었다는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림주가 이를 벗어서 천여운에게 넘겼다.

“음?”

“공의 무위가 뛰어남은 들었소. 하나 그대가 데려가려 하는 금모 구미호는 태고 시절부터 존재해온 대요괴. 부디 이것을 가지고 가서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비하길 바라오.”

“이게 뭐지?”

“선대부터 선기를 불어넣은 법의요. 기를 다루는데 익숙한 그대라면 내가 몇 가지 선법의 주술을 알려주면 이것을 사용할 수 있을 거요.”

림주는 자신이 보았던 운명을 바꾸었다.

어차피 그의 손으로 구미호나 이 천기를 읽을 수 없는 남자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속세를 떠난 자신이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이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쓸데없는 배려로군.”

라고 말은 했지만 주는 것을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천여운 본인이 아니더라도 이를 허봉이나 다른 자에게 맡겨놓고 혹시나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기에 말이다.

이를 받아든 천여운이 그림자 속에 법의를 집어넣자, 림주가 소리를 차단했던 막을 없앴다.

-으르르! 꽉! 너. 미워.

막이 열림과 동시에 금모 구미호가 천여운의 발목을 물었다.

물론 정말로 물었다기 보다는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살짝 무는 정도에 불과했다.

천여운이 그런 금모 구미호를 한심하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공이 괜찮다면 작은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소이까?”

“무엇을 말이냐?”

“비록 노부의 부덕함으로 벌어진 일이기는 하나, 천살성인 그 자가 살업을 버리지 않고 영생을 얻게 된다면 정말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이오.”

“그래서?”

“공이 그 자와 연이 있고 관심 있어 하니, 혹여 초유신 그를 만나게 된다면 부디 어긋나지 않도록 지켜봐주셨으면 하오.”

조심스러운 부탁.

실상 그를 처리해달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림주의 말에 천여운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내 앞길을 막는다면 그 대가를 치를 뿐이다.”

어차피 그 자가 MS그룹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필시 부딪칠 거라 확신했다.

그리 된다면 천여운은 그를 죽일 작정이었다.

굳이 림주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래....괴물의 상대는 괴물이 적격이다.'

천여운의 대답에 왠지 모르게 오싹한 느낌을 받았지만, 자신의 바꾼 결정이 나았다고 여겼다.

“그렇다면 노부의 근심이 한시름 덜어지는 구려. 악 장로.”

“네. 림주.”

림주의 부름에 악영이 가까이 다가왔다.

“천 공을 스승으로 모셨다고 했느냐?”

“과분하게도 그런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중원 무림 역사상 다섯 밖에 없었던 자연경의 고수.

그리고 악가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투신 악의와 교분을 맺었던 천여운의 제자로 들어간 것을 악영은 행운이라 여겼다.

“네가 옆에서 공을 잘 모시거라.”

“아아! 림주의 은혜에 감읍 드립니다.”

악영의 얼굴이 기쁨으로 환해졌다.

사실 천여운이 떠나기 전에 림주에게 부탁하여 은자림을 떠나겠다고 하려 했다.

은자림의 소속인 그가 천여운의 제자로 있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림주가 허가를 내려줬으니, 은자림과의 연을 끊지 않고도 속세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성지 설선에 은자림이 뿌리내린 후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천 공. 초유신 그 자와 정체불명의 단체와 연관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여 그로 인해 손이 부족해진다면 악영을 통해 알려주시오. 본 림과 무관한 일이 아니기에 장로들을 보내서 돕겠소이다.”

림주는 운명을 뒤바꾸었다.

그는 천기를 보았던 것을 후회하고 씁쓸히 여겼지만 그 덕분에 은자림이 명맥을 잇고, 선인의 맥이 끊기지 않게 만들었다.

이를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몰랐다.

-드르르!

작은 진동음이 들려왔다.

-네 품 안이 떨린다. 천마.

품속에 들어가 있던 금모 구미호가 이상하다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여운이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푸른 색 글씨로 MS 마크가 새겨진 초대권 카드였다.

언제 이것의 신호가 들어올지 몰라 천여운은 그림자 속이 아닌 상시 들고 다녔다.

‘환골탈태를 할 때 안탄 것이 다행이다.’

환골탈태를 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것은 전부 탔는데, 초대권의 특수한 재질 덕분에 유일하게 멀쩡했다.

‘흠.’

초대권 카드의 검은색 LED 화면에 날짜와 시각, 장소가 적혀져 있었고, 그것에 초청에 응하겠냐는 버튼이 있었다.

‘사흘 후?’

삼일 후, 저녁 7시 상해시(上海市)의 헤이든 호텔 앞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디서 들어봤는데....아!’

천여운은 이것을 MS 그룹과 관련 있던 연구소에서 이 호텔을 들었었다.

그때 교주의 아우인 천우경이 암거래를 하는 장소로 알고 있었다.

‘우연인가.’

그런 것치고는 꽤나 공교로웠다.

천여운이 초청에 응한다는 버튼을 누르지 않고서 나노에게 추적을 명했다.

시그널을 보냈다면 분명 보낸 장소가 드러날 것이다.

[신호 주파수를 추적합니다.]

-드르르!

얼마 있지 않아 천여운의 두 눈에 증강현실이 개안되었다.

중원의 전도가 뜨면서 위치가 표기 되었다.

그런데 그곳은,

“상해 헤이든 호텔?”

헤이든 호텔에서 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근거지가 아닌 헤이든 호텔에서 이 신호를 보내는 듯 했다.

‘가야 하는군.’

결국 경매 장소에 가야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

천여운이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카드의 LED화면을 쳐다보면서 참석 버튼을 눌렀다.

‘백기를 돌려받겠다. MS.’

*  *  *

사흘 후.

상해시(上海市).

원래는 변방의 어촌 마을에 불과했던 곳이다.

하지만 태평양 앞 바다를 건너온 각 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혼합하면서 문화와 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한 곳이 바로 상해였다.

게이트가 열린 세상 속에서도 상해는 바다를 통해 외국과의 교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곳을 제외한다면 홍콩과 더불어 상해가 외국인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상해시 서쪽 지하 고속 기차 역.

역의 광장으로 마중을 나온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용천 그룹의 부회장 부속실의 실장인 비막헌과 천여운의 두 비서였다.

“원래 이렇게 자주 왔다갔다 거리는 거야?”

“뭐?”

투정이 섞인 임소혜의 말에 유소화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이에 임소혜가 속으로 혀를 차면서 말을 바꿨다.

“그냥 그렇다고요.”

블랙 아테나에서 비서로 픽업된 이후 그녀의 삶은 백팔십도 바뀌었다.

서로 그렇게 으르렁대던 앙숙 관계였던 유소화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으로 말이다.

‘후우.’

시도 때도 없이 기 싸움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비막헌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샤케나가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국이었다.

세 여자가 같이 있으면 가시방석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어~막헌!”

“스승님!”

허봉의 목소리였다.

그곳을 보니 천여운과 허봉, 그리고 악영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에 모두가 의아해 하자 허봉이 히죽거리며 말해주었다.

“주군의 제자 분이시다.”

“제자?......네에에에? 제자이시라고요?”

비막헌이 화들짝 놀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여운의 제자이다.

천마신교에 있어서 절대적인 지주이자 무림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그를 스승으로 모신다는 것은 무인으로서 부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악영이라고 하오. 부끄럽지만 부족한 공부를 스승님께 지도를 받고 있소.”

악영이 포권을 취하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영락없는 옛날 사람의 말투에 유소화나 임소혜는 얼떨떨한 표정이 되었다.

허봉이 두 사람이 된 격이었다.

“준비는 해뒀나?”

그런 그들에게 천여운이 물었다.

이에 비서인 유소화가 익숙하게 천여운에게 준비해뒀던 코트를 등에 입혀주며 말했다.

“밖에 차를 준비시켰...”

-그 손 떼라.

‘!?’

뭔가 심기가 불편한 목소리에 유소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천여운의 품속에서 뭔가가 빼꼼하고 머리를 내밀었다.

귀여운 아기 여우의 얼굴.

금모 구미호였다.

천여운에게 코트를 걸쳐주던 유소화의 눈매가 반달을 그렸다.

“어머!”

임소혜 역시도 이를 보고서 다가왔다.

“부회장님 이게 뭐에요? 언제 이런 귀여운 아이를 입양하셨...”

-꽉!

“꺄악!”

자연스럽게 금모 구미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던 임소혜가 손가락이 물렸다.

장난스럽게 문 것이 아니라 피가 날 정도로 물었다.

-어디 함부로 손을 대냐앙.

“엇?”

금모 구미호가 말을 하자 임소혜와 유소화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대요괴인 것을 모르는 그들에게는 새끼 여우가 사람의 말을 한 것처럼 보였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이에 허봉이 한손을 들어서 휙휙 저으며 경고했다.

“저거 저렇게 보여도 한 성깔 하니까 안 건드리는 거 추천하오.”

“그, 그걸 왜 이제 얘기해욧! 저 피 나요.”

임소혜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허봉에게 화를 냈다.

허봉이 왜 나한테 왜 그래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누구 하나 받아주지 않았다.

-휙!

금모 구미호가 천여운의 품속에서 나와 어깨에 도도하게 섰다.

그리고는 유소화와 임소혜에게 경고하듯이 말했다.

-천마는 내거니까. 함부로 손대지 마라.

일곱 개의 꼬리를 살랑거리는 그 모습이 영락없이 귀여웠지만 손을 물린 임소혜는 아니었다.

게다가 말을 하는 것에서 약간 기가 질려버렸다.

“부회장님. 얘....얘! 대체 뭐에요?”

“신경 쓰지 마라. 허봉 말처럼 건들지만 않으면 된다.”

일일이 설명하는 성격이 아닌 천여운이었다.

-들었지? 들었지?

금모 구미호가 신이 난다는 듯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를 타고 넘었다.

나중에서야 그들은 악영을 통해서 천여운의 어깨에 있는 여우가 대요괴인 금모 구미호라는 사실을 듣게 되고 경악하게 된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단을 타고 그들은 헤이든 호텔로 이동했다.

가는 동안에 천여운은 암종에서 준비한 자료를 보았다.

이 호텔은 암거래 장소로 지정된 것치고는 오성 급으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자그마치 백 년이라는 꽤 오래된 호텔이었다.

“정치인들이나 유명 언론인들도 그렇고 외국의 투자자들까지 자주 이용하는 호텔이라고 하더군요. 꽤나 의외인 장소인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사람들의 이목이 드러나는 곳을 선택한 셈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것을 노리는 것일 지도 모르지.”

호텔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한 시간 반 정도가 지나서야 도착했다.

어지간한 호텔들은 그렇겠지만 붉은색 발렛파킹 복장을 입은 남자가 정중하게 세단의 문을 열어주었다.

“흠.”

차에서 내린 천여운이 주위를 바라보며 꽤 흥미로워했다.

주변 곳곳에서 수많은 강한 기운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히야. 노랑 머리 양인들부터 온통 이방인들 천지네요.”

허봉이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호텔의 입구에만 수많은 외국인들이 여행용 케리어를 끌고서 지나다니고 있었다.

“스승님. 저 양인들.....보통 자들이 아닙니다.”

천여운의 옆에 선 악영이 어떤 외국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의 국적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독특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렇군.”

“외국의 이능력자들이나 무인들일 겁니다.”

비막헌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외국의 이능력자?”

“저희 중원 무림도 그렇지만 외국에도 특별한 무술을 익힌 자들이나 이능력자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도 자국을 지킨다고 잘 벗어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많은 자들이 모인 것은 저도 처음 봅니다.”

비막헌의 말대로 중원에만 무인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넓은 세계에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한 곳에만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인도국의 전사들인 아쉬리 라우라나 스우라 라우를 생각하면 충분히 외국에도 강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단 들어가 볼까?”

아직까지 두 시간 정도 여유는 있었다.

호텔에 체크인을 해두고 안을 둘러볼 생각인 천여운이었다.

회전문을 지나자 큰 로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체크인을 하는 데스크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このやろ! この方が誰か知っているのか”

소란스러운 소리.

비막헌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일본인인 것 같군요.”

“일본?”

현대 말을 정확하게 모르는 허봉이다.

이에 비막헌이 인상을 찡그리며 고민하다가 떠올렸는지 말했다.

“동영인입니다.”

그 소리에 허봉이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아! 왜놈들! 새끼들 역시 어딜가나 민폐구만.”

천여운이 있던 시기에도 동영(일본)의 해적들이 출몰해서 바닷가 인근 마을들을 습격하는 사건이 빈번했었다.

그래서 중원인들은 일본인을 싫어했다.

물론 그게 아니더라도 중간에 역사적으로 싫어할 만한 일들이 많았다.

[일본어를 전송 받으시겠습니까?]

나노의 물음에 천여운이 그러라고 했다.

머릿속이 떨리는 느낌과 함께 얼마 있지 않아, 일본어 패치가 완료되었다.

그러자 데스크 앞에 있는 일본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려왔다.

“이분이 누구신지 아느냐! 관서의 정통 사무라이 혈통을 이으신 오다구미의 부두목이신 겐지 상이시다.”

썬글라스를 낀 덩치 큰 정장인의 가운데에 있는 찢어진 눈매에 회색 기모노에 칼 세 자루를 차고 있는 중년인을 공손히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에 데스크에 서있는 올백의 나비 넥타이를 입은 호텔의 직원이 단호하게 일본어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초대권이 없으시면 체크인을 하실 수 없습니다.”

“하!”

중년인이 답답했는지 뭔가 난동을 부릴 기색을 보였다.

이에 뒤에 있던 부두목 겐지라는 자가 손을 내밀어 이를 만류하고는 입을 열었다.

“초대권을 배에서 도둑맞아서 그런데 어찌 안 되겠나?”

“죄송합니다.”

호텔 직원의 태도는 여전히 단호했다.

부두목 겐지도 뭔가 심기가 뒤틀렸는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기분 나쁜 눈초리로 호텔 직원을 노려보다가 물었다.

“초대권만 있으면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호텔 직원의 대답에 겐지가 옆에 서있는 또 다른 검은 기모노를 입은 키가 큰 장발의 사내에게 말했다.

“들었겠지? 다나카.”

“알겠습니다. 당장 구해오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다나카라 불린 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데스크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천여운과 일행들이 있는 곳을 보았다.

허봉이 옆구리에 차고 있는 검집을 보더니 다나카가 씨익 웃으며, 손짓을 하면서 앞장 섰다.

그러자 뒤에 있던 여섯 명의 검은 양복의 무리들이 따랐다.

< 49화 헤이든 호텔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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