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50화 (150/234)

< 48화 마봉편(魔封鞭) (2) >

맥위강이 내공으로 심장에 박혀있는 날카로운 예기를 밀어내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애초에 그와 천여운의 간극은 너무도 컸다.

‘끄으으....심검이라니?’

맥위강은 실제로 이것이 가능한 것인 줄도 몰랐다.

내공으로 심장을 보호하는 것을 조금만 멈춰도 이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 그의 앞으로 천여운이 걸어왔다.

“창천이라.”

“끄으으.”

“쥐새끼처럼 살아남았군. 네놈 이외에도 그 쓸데없는 이념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남아있나?”

천여운의 물음에 맥위강이 핏줄이 곤두 선 눈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내가....죽어도.....창천은.....영원하다! 그들이 푸른 하늘을 재건...”

“어차피 이 안에 있는 녀석들은 전부 죽였다.”

‘!?’

맥위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자신이 봉인된 신기를 가지러 간 동안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50여 년에 걸쳐서 이룬 강경파의 일원들이 전부 죽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밖에 네 일가 혈족들이 있겠지?”

천여운이 묻는 것은 바로 그들이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후환을 전부 제거할 참이었다.

“어디에 있지?”

천여운의 그 물음에 맥위강이 고통스러워하면서 소리쳤다.

“끄으으...허튼 수작....부리지...마라....내가.....네놈에게....그걸....말할 것 같으냐!”

설사 자신이 죽는다고 해도 절대 밝힐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생각은 하겠지.”

“뭐?”

그 순간 그의 가슴에 천여운의 손이 관통했다.

-푹!

"컥!"

천여운의 오른팔목에 있는 갑주 형태의 천마검에서 푸른빛 귀기가 흘러나와 맥위강의 몸을 잠식했다.

“으그그그그.”

생기를 잃은 맥위강의 얼굴이 빠르게 하얗게 변색되었다.

고스트의 능력을 얻은 후로 천여운은 굳이 정보를 얻는데, 고문을 할 수고로움을 겪지 않았다.

‘병력도 보충하고 일석이조지.’

맥위강은 현경의 고수였다.

이 정도 고스트는 꽤 얻기 힘들었다.

천여운은 고스트로 변한 맥위강의 죽기 전의 기억을 읽고서, 바깥에 그의 일가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슈르륵!

맥위강이 죽으면서 금모 구미호는 채찍에서 풀려났다.

그녀는 또 다시 자신을 옭아맨 마봉편을 당장에라도 본신으로 돌아가 파괴하려 했다.

“망할 신기! 부숴버릴 거야!”

“멈춰라.”

하지만 이를 천여운이 제지시켰다.

“왜? 너는 이런 게 없어도 상관없잖아.”

요괴인 그녀에게 마봉편은 정말 위험한 물건이었다.

저것만 없었어도 자신이 곤륜산에 갇혔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낯이 익다.’

천여운은 이상하게 이 채찍이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손잡이의 음각부터 시작해 이음새, 그리고 채찍 줄의 모양까지도 말이다.

-슥!

천여운이 손을 뻗자, 바닥에 있던 채찍이 빨려 들어왔다.

채찍을 잡은 천여운이 채찍의 줄 부분을 손으로 잡고 잡아당겨서 팽팽하게 만들어보았다.

줄 부분에는 수많은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도가의 경전인가.’

그 문장들은 도가에서 쓸 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즉 도사들이 부적을 만들 때 쓰는 문장들이었다.

선인이 이 채찍을 이용해서 금모 구미호를 봉인시켰다고 했으니, 아마도 이것은 선인의 법구나 신기일 것이라 여겨졌다.

그런데,

[채찍의 재질이 사용자의 손목에 있는 보호대와 동일합니다.]

‘뭐?’

머릿속을 울리는 나노의 음성에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어째서 이 채찍이 낯이 익었는지 말이다.

‘설마 그것인가?’

마족의 배신자 하갈을 죽이고서 얻은 그 마계의 것으로 추정되는 갑옷의 도면.

그것에서 천여운은 이 채찍을 본 적이 있었다.

분명 그의 기억대로라면 채찍은 우측 다리의 보호대가 변한 무구였다.

‘그렇다면.’

천여운이 손목의 보호대를 천마검으로 변화시킬 때처럼 천마기를 채찍의 손잡이로 불어넣어보았다.

-우웅!

그런데 손잡이에서 강한 반탄력과 함께 채찍이 떨려왔다.

천마기를 무언가가 막아내고 있었다.

채찍에 새겨져 있는 도가의 문장들이 붉은 빛을 내면서 선기가 흘러나왔다.

‘이게 막고 있는 건가?’

천여운이 채찍에 있는 글씨로 두 손가락을 갖다댔다.

그리고서 심후한 내공과 더불어 천마기로 글씨가 있는 부분을 옆으로 밀어냈다.

-스윽!

글씨는 음각을 판 것이 아니었다.

강한 반탄력이 이를 반발했지만 천여운의 천마기를 결국 당해내지 못하고 이내 벗겨지고 말았다.

-파르르르르!

문장의 글씨가 벗겨질 때마다 채찍이 심하게 떨려왔다.

도가의 문장에 억눌려 있던 기운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완전히 벗겨내자,

-고오오오오!

“요력! 그거 내 요력이야!”

이를 지켜보고 있던 금모 구미호가 놀라서 말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녀를 봉하고 있던 마봉편은 그녀가 요력을 회복할 때마다 이를 흡수하고서 억눌렀다.

하지만 이것이 드러나지 않고 막혀 있던 것은 도가의 문장 때문이었다.

근 천팔백여 년에 이르는 요기(擾氣)를 지닌 셈이다.

-꽉!

천여운이 손잡이를 움켜쥐고서 다시 한 번 천마기를 불어넣어보았다.

방금 전과 달리 마봉편에서 반탄력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우우우웅!

마봉편이 공명을 하며 그 안에 있던 요기가 천마기와 감응했다.

그러더니 이내 천여운의 손을 타고서 요기가 빨려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큭.”

전혀 이질적인 기운이 파고들자 천여운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모 구미호의 요기.

그것은 태고 시절부터 존재해온 사악한 것들이 모인 기운이었다.

-투투툭!

천여운의 손등의 핏줄이 푸른빛을 띠며 튀어나왔다.

파고드는 요기에 신체가 영향을 받은 것이다.

“뭐 하는 거야? 천마! 빨리 그 망할 채찍에서 손을 떼!”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여긴 그녀가 천여운을 돕기 위해 채찍을 잡아당기려고 했는데,

-파앙!

“아악!”

엄청난 반탄력에 의해 뒤로 튕겨나가고 말았다.

근 천팔백여 년 동안 갇혀서 쌓게 된 요기는 그녀조차 밀쳐낼 정도였다.

-파파파팍!

천여운의 주변으로 공진이 생겨났다.

근방 10미터 내에 있던 파편들이 밀려나며 아무 것도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두 장로들 역시 이 현상에 영문을 몰라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오?”

“나도 모르겠네. 다만...."

너무도 강한 기운에 근방으로 접근조차 하기 힘들었다.

천여운의 상태는 보기만 해도 나빠보였다.

-투툭!

얼굴 전체가 파란 핏줄이 튀어나와 징그럽게 변해 있었다.

“끄으으윽.”

어지간한 고통에 익숙한 천여운조차 방대한 요기가 침투하는 것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요기가 들어오는 것도 문제였지만 천여운의 체내에 있는 일원화가 된 다섯 영물의 기운인 영력과 부딪쳤다.

영력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요기와 부딪쳐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두 기운은 서로를 배척하며 천여운의 체내를 결투장을 삼아 엎치락덮치락 하면서, 그 감당을 천여운이 지고 있었다.

-불끈! 불끈!

[체내가 불안정합니다.]

요기의 폭주로 인한 내상을 나노가 빠르게 회복시켰다.

원래라면 영력이 회복을 돕지만, 영력은 요기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두 기운을 진정시켜야 해.’

천여운이 좌선을 하듯이 앉고서 집중했다.

새로운 손님이라 할 수 있는 요기를 어떻게든 체화시켜 균형을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이 역할을 해줄 것은,

‘천마기!’

모든 기운을 아우르고 흡수하는 천마기뿐이었다.

천마기를 중심으로 삼아 균형을 잡으려 했다.

그러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아!’

마치 음양의 조화라도 되는 것처럼 서로 미친 듯이 싸워대던 영력과 요기가 어느새 인가 균형을 맞춰갔다.

이렇게 맞춰져 가는 두 기운은 원래보다 하나인 것 마냥 태극(太極)처럼 천여운의 체내에서 부드럽게 순환을 했다.

-고오오오오!

천여운의 체외로 황금빛 기운과 오색 빛이 동시에 일어났다.

이를 지켜보는 경천극이 혀를 내둘렀다.

“......말도 안 되는 기운이다.”

금모 구미호가 본신으로 돌아갔을 때보다도 더 커다란 기운이 느껴졌다.

이것은 사악한 기운도 아니고 대자연의 기운도 아니었다.

이는 혼돈 그 자체였다.

-고오오오오!

천여운은 이 기운들을 조화롭게 하여 안정화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서 폭주하던 것이 상승의 효과를 가져왔다.

-팟!

어느 순간 좌선을 하던 천여운의 시야가 검게 물들며 사방이 어두워졌다.

마치 무(無)의 상태로 돌아간 것 같았다.

천여운은 이것을 몇 번 경험한 적이 있었다.

처음 천마검을 얻었을 때와 같은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한 것이다.

-기이하도다. 기이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신이 없는 천여운은 자연스럽게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야가 옮겨졌다.

그곳에 하얀 도복을 입은 노인이 보였다.

길게 기른 흰 수염만 보더라도 고명한 도인 혹은 선인을 보는 듯 했다.

-어찌 하늘에서 이런 것이 떨어졌단 말인고.

흰 도복의 노인이 위를 쳐다보았다.

그가 서있는 곳은 굉장히 깊게 파인 구덩이였다.

마치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마냥 주변이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별이 떨어졌다고 여겼건만. 허어, 이것은 인세에 있을 만한 물건이 아니로구나.

노인이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바로 마봉편이었다.

이 채찍을 유심히 살펴보던 노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를 둘둘 말아서 품속에 챙기고서 뒷짐을 졌다.

그러자 흰 운무가 그의 발밑에서 일어나며, 그의 몸이 떠올랐다.

‘선인?’

영락없이 구름을 타고 가는 선인처럼 보였다.

이윽고 장소가 바뀌며 한 초가와 같은 곳에서 노인이 편에 먹물이 아닌 녹여서 만든 금물 같은 것으로 글씨를 한 자 한 자 새겨 넣는 모습이 보였다.

-슥!

그때 시야를 뚫고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뒷짐을 지고서 나타난 자는 노인과 마찬가지로 선인의 자태를 가진 자였다.

특이한 것은 눈썹과 수염이 붉었다.

-적미노선 왔는가?

-자네의 말대로 운남성 곳곳에 이런 물건들이 떨어졌더군.

적미노선이라 불린 붉은 수염의 노인이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그것은 검은 철로 만들어진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는 도(刀)였다.

-허어. 또 무구란 말인가.

글씨를 새기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노인이 탄식을 내뱉었다.

-기이한 일이 아닌가. 하늘에서 본 적도 없는 이런 재질의 무구들이 떨어진 것이 말이네. 왠지 상서로운 징조는 아닌 듯 하네.

-그렇군. 다른 것들도 회수했나?

-안타깝게도 나머지 세 개는 이미 속세인의 손에 들어갔네.

-허어.

-재미있는 것을 알려줄까? 검의 형태를 한 것은 자네가 예전에 이야기했던 그 인간 같지 않다고 했던 자의 손에 들어갔네. 그 자는 내가 백리(40km) 밖에서 지켜보는데도 알아차리고 쫓아오더군. 참으로 비범한 자일세.

-그래서 물러났는가?

-선도를 쌓는 몸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가 없기에 어쩔 도리가 없더군.

적미노선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다섯 개?’

이를 지켜보는 천여운이 의아해했다.

두 노인의 대화대로라면 두 개의 병기 이외에 세 개가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것이 아닌가.

도면대로라면 분명 일곱 개의 병기여야만 했다.

‘대체 이 무기들은 뭘까?’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이런 형태였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적미노선이 물었다.

-어쩔 셈인가? 선법으로 눌러서 봉해둘 참인가.

-그래야 하지 않겠나. 이 무구들은 주변의 기운들을 잡아당기네. 그것이 좋은 기운이든 나쁜 기운이든 말일세. 해가 되었으면 되었지. 속세에 이를 가져다 줄 것 같진 않네 그려.

-그렇다면 자네 말대로 나 역시도 이것을 봉해둬야 겠군.

-오지산에 말인가?

-곤륜산에다가 이것들을 같이 두기는 위험하지 않겠나?

그 말에 동의하는지 노인이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뭔가 좀 더 이어질 법도 했는데 그게 끝이었다.

스멀거리며 연기처럼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며 다시 어둠 속 공간으로 돌아왔다.

-팟!

어느 순간 천여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주변을 바라보니, 금모 구미호를 비롯한 경천극과 장로 성진규가 숨을 죽이고서 경이롭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뭔가 몸이 허전했다.

‘응?’

미처 몰랐는데, 나신으로 좌선을 하고 있었다.

‘설마?’

그의 육신이 전보다 훨씬 견고해지고 단단해진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기를 살펴보니, 요기와 오령의 영력, 천마기가 조화를 이루고서 충만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공을 이루신 것을 경하 드립니다. 선배님.”

장로 성진규가 정말 대단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축하했다.

그의 말을 듣고서 천여운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환골탈태를 했다고?’

놀랍게도 다섯 번째 환골탈태였다.

이것은 깨달음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하!'

방대한 요기를 감당하기 위해 그의 육신이 또 다른 진화를 선택한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건 어디 갔지? 아!’

문득 들고 있던 채찍이 보이지 않아 찾았는데, 어느새 오른쪽 발목에 검은 철갑 보호대가 차져있었다.

그것은 마봉편이 변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천여운의 눈빛이 묘해졌다.

‘대체 이 무구들의 정체가 뭐지?’

< 48화 마봉편(魔封鞭) (2) > 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