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은자림(隱玆林) (4) >
‘허어.’
천여운의 뒤를 쫓아가는 장로 성진규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내심 그를 단숨에 쫓아가서 호통이라도 치려고 했는데, 따라잡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먼저 출발했다고 자기 위안을 하기에는 경공이 너무도 뛰어났다.
“성 장로. 대체 저 봉우리는 뭘까요?”
옆에서 달리고 있는 악영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장로 성진규의 나이는 이백삼십.
이곳 은자림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그라면 무언가 알지 않을까 싶은 그였다.
하지만 장로 성진규 역시도 저 봉우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는지 고개를 저었다.
“내 이곳에서 백팔십 여 년 동안 살아왔지만 다른 봉우리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아!”
문득 장로 성진규가 인상을 찡그렸다.
확실히 봉우리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설마?’
그렇지만 이곳 설선에 전해져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은 있었다.
먼 옛날 이곳 설선을 발견한 곤륜의 한 선인이 어떤 무언가를 봉해두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보물이라는 말도 있고 사악한 요물이라는 말도 있었다.
‘저곳이 그것을 봉해둔 장소란 말인가.’
확실히 중요한 것을 봉해두었다면 누군가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해놓았을 것이다.
장로 성진규가 다소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안에 선인이 봉해둔 무언가가 있을지 모르네.”
“선인이 봉해둔 무언가?”
“그게 무엇인지는 노부도 모르네. 다만 저렇게 봉우리가 보이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을 정도라면 분명 현세에 위험한 것일지도.”
-고오오오!
산봉우리에서 느껴지는 요사스러운 기운.
그 오싹한 기운은 성스러운 설선 전체를 아우를 만큼 엄청났다.
대체 무엇을 봉해두었는지 장로 성진규는 두려웠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혹여 맥위강의 손에 절대로 들어가게 내버려둬선 안 되네.”
다른 장로들도 동의하는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들은 일성 장로인 경천극이 지키고 있는 태청봉에 도달했다.
‘역시구나.’
예상대로 태청봉 한 가운데에 있는 경천극의 거처는 비어 있었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오직 림주의 안위였다.
‘경 장로는 오래 전부터 림주를 모셨다.’
유입된 장로들과 달리 경천극은 선대부터 림주 일가를 모셨던 걸로 안다.
선인을 지키는 보선(保仙) 일족.
그라면 천선봉의 뒤쪽에 나타난 정체 모를 봉우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으리라.
그렇게 마지막 경계선이라 불리는 태청봉을 지나자 림주가 있는 천선봉이 드러났다.
가장 앞서 갔던 천여운이 당연히 먼저 도착했다.
천선봉에는 여러 건물들이 있었는데, 가장 한 가운데에 림주의 거처인 기와집이 있었다.
그곳에 기척이 느껴졌다.
현관으로 들어가자 넓은 마당과 커다란 대청 마루를 가진 본 건물이 보였다.
허봉이 림주의 거처로 보이는 방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군 저쪽에 꽤 거친 숨소...”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안에서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감히 천선봉에 들어온 것이냐?”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심후한 진기.
이것만 봐도 절세고수가 안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한 명 더 있었네요.”
허봉이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그조차 기감으로 느끼지 못했다.
‘이 녀석이었군.’
물론 그와 달리 천여운은 이 자의 기운을 설선에 들어왔을 때부터 감지했다.
이 안의 모든 자들을 통틀어 가장 최고의 역량을 지닌 기운.
그것이 아까 전 산봉우리가 치솟을 때 움직이는 것 또한 느꼈다.
‘한 명은.....거의 죽어가고 있군.’
허봉의 말처럼 안에 있는 다른 자는 호흡이 거의 끊기기 일보 직전 상태였다.
정확한 것은 직접 봐야 알 것 같았다.
천여운이 마당을 지나 대청마루 쪽으로 들어가려 하자,
-팡!
방의 창문을 뚫고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그것은 벼루였다.
묵직한 벼루에 굉장한 진기가 실려 있었는데, 천여운이 이를 가볍게 잡아냈다.
-팍!
‘제법이군.’
벼루를 잡은 손바닥이 살짝 떨려왔다.
진기의 여파였다.
천여운이 뚫려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 누군가를 앉혀두고서 뒤에서 등에 한손을 갖다 대고 있는 부리부리한 눈매에 짙은 눈썹의 중년인이 보였다.
중년인은 꽤 놀란 눈으로 구멍 밖의 천여운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이 던진 벼루를 잡아낸 것에 놀란 듯 했다.
‘보통 자가 아니구나.’
중년인의 이름은 경천극.
은자림의 일성 장로이자 이곳에서 최강의 역량을 가진 고수였다.
천여운이 보통 고수가 아니라고 판단한 경천극이 벼루를 던졌던 손을 말아 쥐며 검결지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휘저었다.
그러자 마당 허공에 세 자루의 무형검이 생겨났다.
-우우웅!
“합!”
짧은 기합과 함께 무형검이 동시에 천여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세 자루의 무형검은 제각각 다른 검초를 펼쳤는데, 모든 검초가 하나 같이 절세검초들이었다.
“우옷!”
이를 지켜보는 허봉조차 놀랄 정도였다.
검법의 차원이 달랐다.
“주군 조심하십쇼!”
-슈슈슈슉!
무형검들이 놀라운 초식을 펼치며 천여운을 노려왔는데, 그 순간 사방에서 열두 자루의 무형검이 생겨나 이를 막아냈다.
-우우웅! 차앙! 차앙!
열두 자루의 무형검으로 경로가 막히면서 초식이 도중에 멈춰졌다.
‘이럴 수가?’
방안에 있는 경천극의 두 눈이 커졌다.
그가 최대로 펼칠 수 있는 무형검의 숫자는 총 다섯 자루.
위독한 림주에게서 손을 뗄 수 없기에 집중력이 분산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상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었다.
-부들부들!
경천극의 검결지가 떨려왔다.
막혀 있는 무형검들을 움직여보려 했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주르륵!
“끄으으.”
림주의 입에서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진퇴양난에 빠진 경천극의 얼굴이 식은땀으로 젖어왔다.
‘이를 어찌 한단 말인가?’
여기서 손을 떼면 림주가 목숨을 잃을 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저 자를 상대하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때 천여운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놈! 가까이 다가오지...”
“상태가 꽤 위중하군.”
그의 말을 무시하고서 천여운이 성큼성큼 걸어와 림주의 목에 손을 갖다 댔다.
“안돼에엣!”
-슉!
경천극이 비어있는 한손으로 다급히 천여운의 심장부로 검결지를 찔렀지만, 천여운은 쳐다 보지도 않고서 이를 잡아냈다.
-팍! 부르르르!
‘이놈 무슨 진기가 이리도?’
“까불지 마라.”
-우드득!
“으헉!”
천여운은 그의 검결지를 부러뜨려 버렸다.
손가락이 부러진 고통에 경천극이 당황해하는데, 천여운의 손가락이 어느새 림주의 목에 있는 맥에 닿았다.
‘응?’
그에게 해코지를 하는가 싶어 놀라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지금 무슨 짓을?”
“독이로군.”
이를 당연히 경천극이 모를 리가 없었다.
독이 얼마나 지독한지 선법을 익힌 림주조차 이 지경이 되어서 꼼짝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천여운이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손을 떼라.”
“뭣?”
지금 이 상태에서 손을 떼면 림주가 죽을 지도 몰랐다.
경천극이 불어넣는 진기로 심맥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겨우 연명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그때 누군가가 안으로 다급히 들어오며 말했다.
“경 장로!”
“악 장로?”
그는 악영이었다.
악영에 이어서 다른 장로들도 들어왔다.
그들은 림주의 허락 없이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 눈치가 보였는지 머뭇거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다 죽어가는 림주의 상태에 모두가 놀라했다.
“리, 림주!”
경천극은 네 명이나 되는 장로들의 등장에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그런 그에게 악영이 말했다.
“경 장로. 일단 시간이 없으니, 이분께 맡겨주십시오.”
“이분?”
존칭으로 대하는 모습에 경천극의 의아한 눈빛이 되었다.
다른 장로들도 그 동안의 자초지종은 들었어도 천여운과 악영의 관계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에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제 스승님이십니다.”
“스승님? 악 장로 자네 대체 무슨 소리를...”
“지금 급한 상황이 아닙니까? 부디 이번 한 번만 제 말을 믿고서 이분께 맡겨주십쇼.”
악영도 솔직히 이 상황이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천여운의 능력이라면 죽어가는 림주를 살릴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모두가 불신하는 눈빛에 악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스승님은 자연경의 고수이십니다.”
‘!?’
그 말을 듣자 장로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 자연경?”
“지금 자연경이라고 했나?”
순간 그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천여운이 보통 고수는 아닐 거라 여겼지만 설마 자연경을 언급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은자림 최고 고수인 경천극 역시도 입이 벌어졌다.
선법을 일부 전수 받은 그조차도 자연경의 경지를 그저 꿈으로만 여겼었다.
‘정말이란 말인가? 자연경?’
열두 자루의 무형검을 보았을 때 어렴풋이 느낀 것은 있었다.
자신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무인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이제 비켜라.”
그 말에 경천극이 인상을 찡그리고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진기를 불어넣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부디 림주를 부탁하오.”
그가 한발 물러서자 천여운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림주의 등에 손바닥을 갖다 댔다.
-탁!
독기가 어느 정도 퍼졌는지 확실하게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진기로 심맥을 보호하면서 내부를 관찰했다.
[독성 물질을 분석하겠습니다.]
이미 나노는 독성 물질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장기 기관을 진기로 살펴보던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독이 골수까지 파고들었군.’
이 정도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살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거의 독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지경이 되도록 이렇게 방치되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으득!
장로 성진규가 이를 갈았다.
림주와 평소 때 가까이서 접촉할 수 있는 자는 은자림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다.
일성 장로인 경천극과 림주의 딸인 하백령, 그리고 사위인 맥위강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회의 때 멀리서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었다.
“독수까지 썼단 말인가. 맥위강 이노오옴.”
“또 그 자란 말이오?”
“보면 모르겠소?”
이에 장로들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런 그들과 달리 경천극은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맥위강도 그랬지만 자신이 모시는 주인이 이렇게 되도록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한데 맥위강이라고 해도 선법을 익힌 림주를 속이는 것이 가능할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림주는 무공을 익히진 않았지만 선법과 기문, 오행술에 뛰어났다.
적어도 자신의 신체의 이변을 알아낼 수도 있었을 터인데, 이 지경이 되었다는 것은.
‘......아가씨도 연관이 되었단 말인가.’
하백령이 돕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림주의 식사를 책임지는 것이 그녀였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여식이 하독했을 거라고 림주가 예측이나 했겠는가.
‘림주.’
이런 생각이 들자 림주가 안타깝게 여겨졌다.
“쿨럭!”
그때 림주의 입에서 피기침이 나왔다.
검푸른 빛의 피가 바닥에 닿자 매캐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림주!”
모두가 한결 같은 표정으로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이에 천여운은 독성을 해독할 방법을 찾아서 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기에는 너무 시급했다.
마치 방이 어두웠기에 천여운이 바닥의 그림자로 손을 집어넣었다.
-스르륵!
“엇?”
모두가 이를 신기하게 지켜보았다.
그림자 속에서 천여운이 빼낸 것은 1리터 정도 되는 특수 가공처리 된 유리병이었다.
천여운이 병뚜껑을 열고서 손가락을 슬쩍 갖다 댔다.
그러자 안에 들어있던 농도 짙은 붉은 액체 한 방울이 위로 둥실거리며 떠올랐다.
‘이렇게 쓸 줄은 몰랐군.’
이 액체는 이무기의 피였다.
한 방울만으로도 보통 영약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 영물의 피였다.
“그게 대체 뭐요?”
장로 성진규가 의아한 마음에 물어보았지만 천여운은 대답하지 않고서 진기로 이무기의 피 한 방울을 림주의 입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핏방울이 들어가자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이윽고 변화가 생겨났다.
“끄헉!”
림주의 고통스럽다는 듯이 몸부림을 쳤다.
모두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가까이 가서 림주를 살피려 하는데, 허봉이 앞을 막았다.
“기다려라.”
여기서 방해하면 더욱 힘들어진다.
영물의 우두머리라 불리는 오령의 피는 그 영력이 굉장하다.
자칫 잘못 복용하면 부작용이 심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허봉이 잘 알기에 막아선 것이었다.
‘역시인가.’
이무기의 피가 체내로 흡수되자 토기(土氣)가 활성화되었다.
일반적인 사람은 오행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 오행이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태인데, 한 쪽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면 상태가 나빠질 수 밖에 없었다.
‘토기는 수기로 억눌러야 한다.’
천여운은 자연경의 경지에 올랐기에 오행의 기운을 전부 다룰 수 있다.
그가 손을 뻗자 사방의 자연지기가 일렁였다.
“오오오!”
선명하게 느껴지는 자연지기에 장로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 자연지기 중에서 수(水)기 만을 추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침 이곳 설선의 경우는 눈으로 뒤덮인 것도 있었고, 천화만변진으로 차단되어 있어서 다른 외부에 비해서 기운도 많이 충만했다.
-우우웅!
“크흑.”
자신을 매개체로 삼아 수기를 불어넣자 몸을 들썩이던 림주의 경련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의 체내에는 내공이 없다는 것이었다.
‘굉장한 선천지기로군. 맑다.’
오히려 순도 높은 선천지기로 가득했다.
선법을 익힌 림주는 누구보다도 맑은 선천지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독에 중독되어도 그를 버티게 한 요인이었다.
‘금방 되겠군.’
맑은 선천진기 덕분에 토기를 누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체내의 오장육부를 비롯한 모든 곳으로 이무기의 영력이 퍼져나가자 재생력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독을 해독하는 것이었다.
-스르르르!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피부 전체에 검푸르게 올라왔던 핏줄들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원래의 혈색을 되찾아갔다.
눈에 띄게 호전되는 모습에 장로들이 놀라워했다.
“오오!”
“림주의 혈색이?”
내심 반신반의했던 경천극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림주.....’
죽어가던 주인이 되살아나는데 감동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림주를 바라보던 경천극의 시선이 천여운에게로 향했다.
‘믿지 못한 것을 꼭 사죄하리다.’
지금은 그를 방해할 수 없기에 림주를 되살리는 일이 끝나면 사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던 찰나였다.
-쿠르르르! 콰앙! 콰앙!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면서, 기와집이 들썩였다.
“이, 이게 무슨?”
아까보다도 훨씬 심했다.
밖에서 들리는 강한 굉음 소리에 장로들이 놀라서 일제히 바깥으로 튀어나갔다.
바깥으로 나간 그들의 시선이 어딘가로 향했다.
-콰앙!
“아닛? 봉우리가?”
그것은 새롭게 나타난 열 번째 봉우리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천선봉 뒤에 있는 거대한 봉우리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데, 그 영향 때문에 다른 봉우리들도 흔들리는 것이었다.
-콰앙!
계속해서 안에서 굉음 소리가 들리는데, 마치 무언가가 안에서 바깥으로 빠져나오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저곳으로 가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아직 림주의 상태가 나쁘기에 장로들은 선뜻 누구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모두가 그곳을 보았더니, 거처의 뒤편에서 누군가가 비틀거리며 오는 것이 보였다.
“아가씨!”
그 누군가는 바로 하백령이었다.
그녀가 곳곳이 피멍으로 가득한 얼굴로 걸어오며 애처롭게 말했다.
“제, 제발 도와줘요. 서방님이 위험해요!”
< 46화 은자림(隱玆林) (4)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