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39화 (139/234)

< 45화 기인이사(奇人異士) (2) >

사천 악가(四川 樂家).

한때 오직 권 하나로 무림을 뒤흔들었던 명문 무가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사천 악가는 모습을 감췄고 무림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악영은 그 전설의 명가인 악가의 후예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년의 나이로 보이나 실제 나이는 119세.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그런 그조차도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수풀로 뒤덮여 있던 계곡의 숲의 일부가 통째로 거대한 권압에 날아가 버렸다.

부채꼴로 파괴된 그 한 가운데에 악영이 두 팔을 교차시킨 채, 옷이 넝마가 되어서 앞을 바라보았다.

“쿨럭!”

그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투호지신으로 막았건만.’

내상을 막진 못했다.

투호지신은 호신강기마저도 능가하는 악가의 호신 기예였지만 그마저 뚫렸다.

공간이 일렁이며 폭풍처럼 몰아치는 권압.

말로만 들어왔던 악가의 비기 역량의 일원화가 틀림없었다.

악영이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어떻게 악가의 비기를 알고 있는 것이오?”

그의 물음에 천여운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투신의 후예치고는 약하군.”

“투신?”

악영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자가 어떻게 그 별호를?’

악가의 선조들 중에서 투신이라는 별호를 가졌던 자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악가를 세운 선조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투호풍신권(鬪虎風神拳)을 극성까지 익혔다는 8대조인 악의였다.

악가의 기록에는 오대고수의 일인으로 한참 무림에서 명성을 날리던 악의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스륵!

한 손으로 왕 진인의 꺽인 손가락을 움켜쥐고 있던 천여운의 신형이 어느새 그의 앞에 나타났다.

“흡!”

악영이 놀라서 그를 향해 권초를 펼쳤다.

일격마다 여지를 남기지 않고 십성 공력을 불어넣는 것이야 말로 투호풍신권의 진수이다.

한 때는 일격필살이라고도 불렸지만,

-팍!

그런 그의 권을 천여운이 손쉽게 잡아냈다.

“아직이다!”

악영이 손을 회전시키며 비틀었다.

풍신권의 풍압의 비밀은 강한 권력을 회전시키는 데에 있었다.

물론 그것이 상대보다 강할 경우라면,

-콰드드득!

“끄아아아악!”

주먹을 회전시키려고 했던 악영의 팔이 도리어 뒤틀려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어깨까지 탈골되어 오른팔이 축 늘어졌다.

“심지어 멍청하기마저 하군.”

천여운이 실망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악영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젊어 보이는 자가 어찌 이런 심후한 내공을 지닌단 말인가.’

보통은 환골탈태를 하게 되면 그 나이를 추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치아였다.

이빨의 경우는 전부 뽑히고 다시 나는 것이 아니기에 이를 통해서 상대의 나이를 추측할 수 있는데, 천여운의 이는 새하얗다.

“천무성. 그대는 대체....”

-우득!

“으억!”

-쿵!

천여운이 손에 힘을 주자, 그렇지 않아도 뒤틀린 팔로 고통스러웠던 악영의 무릎이 강제로 바닥에 꿇리고 말았다.

“질문은 내가 한다.”

“끄으으.”

“MS 그룹과는 무슨 관계지?”

“MS?”

천여운의 물음에 악영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모르는 척 하는 것이냐?”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소. MS그룹은 꽤 오래전에 해체된 기업이 아니오?”

악영이 기억하기로는 그랬다.

군수 장비도 개발하는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천여운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거짓말을 할 확률은?’

[현재까지 동공 수축도를 비롯하여 안면 근육의 변화를 보면 거짓으로 말할 확률은 5%도 되지 않습니다.]

나노의 거짓말 탐지 능력.

이것이 백 프로 확률로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과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거의 80%~90%의 정확률을 자랑한다.

천여운이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을 서성이고 있는 거지?”

천여운의 그 말에 악영이 황당하다는 듯이 답했다.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오. 용천 그룹의 부회장.....아니 마교의...”

-꽈악!

“끄으으.”

“마교?”

‘아.....’

갑자기 왜 더 힘을 주는가 싶었던 악영이 다급히 말을 바꿨다.

“처, 천마신교 분인 귀하가 어째서 사천성의 외지인 이곳에 온 것인지 그게 더 이상하지 않소?”

악영의 그 말에 천여운이 단답형으로 말했다.

“천살성.”

‘!?’

천살성이라는 말에 악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자가 그걸 어떻게?’

이것은 기밀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였다.

당황해하던 악영이 표정을 바꾸고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요?”

굉장히 어색했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군. 사요기라는 천살성을 모른다고 하진 않을 텐데.”

“사요기를 알고 있소?”

“꽤 날뛰어줬거든.”

“설마....사요기를 이곳이 아닌 밖에서 만난 것이오?”

“그래.”

그 말에 악영이 탄식을 내뱉었다.

때때로 사요기에게 밖의 세상에 관한 이야기나 무림을 이야기했지만 정말로 밖으로 나가게 바람을 불어넣을 생각은 없었던 그였다.

그저 아무 것도 모른 채, 천살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망곡에 갇혀 사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야기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사달이 난 모양이었다.

“하아.....기어코 나갔구나.”

‘역시인가.’

사요기의 기억을 보았기 때문에 그가 멋대로 탈출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천여운이 그에게 말했다.

“천살성이라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건가?”

“바, 방치한 게 아니오! 그랬다면 어찌 그 아이가 이곳에서 평생을 갇혀서 사는 것을 내버려뒀겠소.”

“평생?”

“......사요기는 90년 가까이나 이곳에서 살았소. 나이는 먹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나 다름없소.”

이에 동의하는지 천여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망아지처럼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모습이 딱 그러했다.

악영이 말을 이어갔다.

“초 노사와 본인은 사요기가 천살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소. 부디 오해는 하지 말아주시오.”

“천살성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이나?”

천살성이 궁금했던 천여운은 여러 고서들을 통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를 보았다.

하지만 하나 같이 천살성은 단순한 특성 이전에 주어진 업(業)이기에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평했다.

중생을 위해서라도 죽여야 한다고도 말이다.미덥지 못해하는 천여운의 물음에 악영이 강한 목소리로 부정했다.

“극복할 수 있소! 실제로 극복한 사례가 있으니...”

“그 노인네를 말하는 것이더냐? 사요기의 양조부라는.”

“그, 그걸 어떻게?”

악영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천여운이 대체 어디까지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대화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 노사를 아신다면 천살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아시지 않소?”

“모른다.”

“뭐요?”

“그 노인네를 초 노사라고 하나?”

‘아차!’

악영은 자신이 괜히 낚였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초 노사의 존재만큼은 ‘그곳’에서도 오성(五成) 급 장로 이상만 알았다.

자신도 모르게 발설한 셈이었다.

당황해하고 있는 그에게 천여운이 물었다.

“너는 정말로 그 초 노사라는 자가 천살성을 극복했다고 생각하나?”

“......그게 무슨 소리요?”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 거지?”

이에 악영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초 노사는 지금껏 한 번도 무의미한 살생을 한 적이 없소. 그랬다면 이미 무림이 아니라 중원은 풍지박살이 났을 거요.”

“믿음이 강하군.”

“내가 증인이오. 초 노사와 사요기는 지금껏 계속 이곳에서 벗어난 적이 없소이다. 가끔 본인이 들려서 의복이나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다줬을 뿐이오.”

천여운이 악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거짓말을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더욱 문제였다.

“가까이 두고서도 아무 것도 모르는군.”

“뭐요?”

“저기 널브러진 노도사를 끌고 따라와라.”

“?”

천여운이 가리킨 방향의 바닥에 기절한 왕 진인이 있었다.

데리고 도망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겠지?”

그 말에 악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확실히 왕 진인이 아니더라도 이 자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뒤에 팔짱을 끼고 서있는 저 붉은 머리의 사내 역시도 그 역량을 완전히 파악하기 힘들만큼 강했다.

*  *  *

천여운을 따라온 곳은 초 노사와 사요기가 기거했던 초가가 있었던 터였다.

지금은 아무 것도 없는 공터가 되었지만 말이다.

멀리서 보느라 몰랐는데, 정말 모든 것이 사라져 있었다.

‘초 노사 대체 어찌된 일이오?’

영문을 알 수 없어하는 악영에게 천여운은 타임 리마인드의 능력으로 시간을 감아서 여기서 벌어졌던 일들을 보여주었다.

이를 전부 본 악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대체.....”

전혀 알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그는 여태껏 초 노사가 이런 자들과 교류를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세상을 등지고 초연함의 표본이라 여기며 존경해왔던 그에게 이런 이면성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나?”

천여운의 물음에 악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도 되감기된 입체 영상 속의 대화를 알아듣기는 힘들었다.

확실한 것은 초 노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요기를 돌봤고 이제는 그럴 필요성이 없어져서 모습을 감췄다는 것이다.

“앗!”

악영이 문득 뭔가를 떠올렸는지 난처해했다.

“왜 그러는 거지? 뭘 알고 있는 것이냐?”

“......문제가 심각해졌소.”

“문제?”

“초 노사는.....맹약에 의해 이곳을 벗어나면 안되오.”

“무슨 소리지?”

궁금해 하는 천여운을 바라보며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 하던 악영이 결국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그대도 아는 것처럼 초 노사 역시 천살성이오. 이를 극복했다고 하나 모두가 그것을 믿는 것은 아니었소. 그래서 초 노사는 모두의 앞에서 사망곡에서 평생을 은거하겠다는 맹세를 했소이다.”

“믿는다고 하더니 그렇지도 않군.”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들리는 천여운의 말에 악영이 발끈해서 말했다.

“아니오. 본인처럼 초 노사를 신뢰하는 파가 있듯이 귀하처럼 절대로 신뢰하지 않는 자들로 나뉘었을 뿐이오.”

악영의 그 말에 천여운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네놈 아까부터 말하는 투가 너나 저 녀석 말고도...”

“으으으.”

“앗! 왕 진인!”

공교롭게도 때마침 기절했던 왕 진인이라는 노도사가 정신을 차리려 했다.

자신도 한쪽 팔을 부상당했으면서도 악영이 그에게로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흠.’

천여운이 짐작하는 것이 맞다면 저 자는 전진파의 후예였다.

그런데 사요기의 기억 속에 저 자는 없었다.

“그 녀석은 왜 데려온 거지? 혹시 그놈도 사요기가 천살성인 것을 아나?”

의구심으로 가득한 말투에 악영이 왕 진인을 붙든 채로 고개를 돌리고서 말했다.

“왕 진인은 사요기를 돕기 위해 온 것이오.”

“돕기 위해 왔다고?”

“전진파의 토납법 중에 정기신을 바로 잡는 도가 운기법이 있소. 이를 전수해서 살업을 억눌러주기 위해서 오신 것이오.”

악영이 그를 왕 진인이라는 노 도사를 데리고 온 목적이었다.

그는 계속 갇혀 지내는 사요기를 안타까워하여 조금이라도 더 살업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왕 진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나와의 교분을 봐서 도움을 주신 분이다.’

악영은 그런 그에게 감사했다.

그런 악영과 왕 진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천여운이 말했다.

“그것 참 이상하군.”

“뭐요?”

“90년 가까이 이곳에서 갇혀 지냈다고 했는데, 새삼 이제야 그 정기신을 바로잡는 도가 운기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왔다고?”

천여운의 말에 악영이 이를 변호하기 위해 답했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오. 반대파 장로들의 눈도 있는데다가 사요기는....”

-탁!

그때 왕 진인이 자신을 붙들고 있는 악영의 팔 목에 손을 갖다 대고서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악영....미안하네. 절대로 자네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네.”

“왕 진인.....그게 무슨?”

악영은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노도사에게서 향이 그렇게 진동을 하는데 전혀 맡아지지 않나 보지?”

“향?”

악영이 인상을 쓰고서 왕 진인을 쳐다보았다.

아무런 향도 맡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왕 진인은 꽤나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만리추향을 맡았다고?’

만리추향(萬里追香).

그것은 한때 무림의 살수 집단의 전설이라 불리는 암향(暗香)이란 곳에서 만든 추적 향이다. 말 그대로 만리(4,000km)나 떨어진 자를 추적할 수 있는 향인데, 실제로 이것은 인간의 후각으로 맡을 수 있진 않다.

특수한 약을 복용한 자만이 이것을 맡을 수 있다.

“왕 진인?”

그의 모습에 악영은 불길해져왔다.

그런데 그의 기감에 무언가 포착되었다.

‘이런...’

이곳 주변으로 수많은 무공을 익힌 자들이 은밀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리 기척을 감춰도 그보다 무공이 떨어지는 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로 진입해서야 알아차렸다.

은밀하게 다가오는 그들은 이곳을 완전히 에워싸고 있었다.

포위망을 좁히는 것이었다.

왕 진인이 악영의 뒤에 서있는 천여운에게 말했다.

“쿨럭....쿨럭....천무성. 그대가 어떻게 만리추향의 향을 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늦었소이다. 적어도 육성 이상의 장로들도 왔을 터이니.”

“흠.”

“그대가 사라진 천살성들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전부 털어놔야 할 거요.”

그 말에 악영이 다급히 말했다.

“왕 진인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그의 말을 끊고서 천여운이 말했다.

“네가 말한 그 반대파인가 보군. 삼백쉰다섯 명씩이나 온 걸 보니, 어지간히 천살성들을 죽이고 싶었나 보군.”

‘!?’

악영과 왕 진인 둘 다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들은 어렴풋이 이곳을 포위하는 자들을 느끼기는 했지만, 개중에는 장로들도 포함되어 있어서 그 인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확하게 딱 잘라서 355명이라고 말했다.

기감이 상상을 초월했다.

‘이 정도로 기감이 뛰어난 자가 포위망을 좁혀오는데, 도망치지 않고서 있었다고? 어째서......잠깐 설마.....’

왕 진인이 두 눈이 커져서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느려 터졌군. 기다리기 지루하구나.”

“뭣?”

“그럼 이쪽에서 먼저 움직여주지.”

그때 천여운이 그들에게서 살짝 떨어져서 앞으로 걸어 나가더니,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보호대 형태로 되어 있던 흑철이 분해되며 천마검으로 변했다.

-차차차차착!

이를 잡은 천여운이 검병을 잡고서 바닥에 박았다.

-푹!

대체 뭘 하는가 싶어서 바라보는데, 검에서 음산한 기운과 함께 푸른빛이 일렁이며 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천여운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나와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푸른빛 귀기로 물든 바닥에서 불투명한 무언가가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륵! 스륵! 스륵!

스멀거리며 나오는 그것들은 바로 고스트였다.

“아닛?”

“유, 유령?”

이것을 모르는 악영과 왕 진인에게는 그야말로 유령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왕 진인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서 말을 더듬었다.

“이....이게 대체....”

-스륵! 스륵!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고스트들의 모습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사방을 가득 메우자 주변이 한기로 넘쳐났다.

천여운이 고스트들에게 명했다.

“전부 처리해라.”

-스르르르! 스르르르!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고스트들이 잔상을 남기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나무나 수풀을 통과하는 그들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 광경에 왕 진인은 기겁을 했다.

"이, 인간이 어찌 유령을?"

< 45화 기인이사(奇人異士)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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