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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38화 (138/234)

< 45화 기인이사(奇人異士) (1) >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마치 그 부위의 시간만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오오! 주군 정말 대단하십니다!"

허봉이 넋을 놓고 입체 영상처럼 되감기는 장면을 쳐다보았다.

‘쓸 만하군.’

이것은 오신 그룹의 본사에서 죽였던 마족들 중의 하나에게서 얻은 능력이었다.

일명 타임 리마인드(Time remind).

특정 위치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능력이었다.

최대 24시간 내에 그 공간에 있었던 일들을 입체 영상으로 재현하는 이 능력은 천여운이 얻은 것들 중에 그나마 쓸 만 한 축에 속했다.

마족의 배신자 하갈의 수하들 대부분이 하위급 마족이라 그 능력들이 애매했는데, 이 타임 리마인드는 마음에 들었다.

-슈르르르르!

되감기가 되어 24시간 전으로 돌아온 초가는 멀쩡한 형태가 되었다.

천여운이 이번에는 반대로 손을 돌리며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냈다.

어느 순간 시점에 누군가 나타났다.

‘사요기의 양조부.’

입체 영상 속에 적삼 옷을 입은 백발에 백미, 백염의 노인이 초가 앞으로 걸어왔다.

허봉이 노인을 가리키며 물었다.

“주군. 이 자입니까?”

“그래.”

문 앞에 선 노인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손을 들었다.

그러자 초가의 앞쪽으로 마스크를 쓴 흰 복장을 한 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 같이 특이한 형태의 장총이 들려 있었다.

‘나노 이게 뭐지?’

[정보에 없는 총기입니다.]

그 말은 자체 제작된 총기였다.

흰 복장을 입은 마스크인들이 문을 열고 초가로 들어갔다.

하지만 초가는 비어 있었다.

그때 노인의 옆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살집이 두툼한 사내가 나타나 말했다.

[혈도를 짚으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한데 GC-000 프로토 타입이 없어졌군요. 회수도 하기 전에.]

추궁하는 듯한 사내의 말투에 노인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에 당황한 선글라스의 사내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다급히 말했다.

[심기를 불편하게 할 의사는 없었습니다. 어르신 정도 되는 분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직접 관리하셨던 GC-000을 놓치게 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 본 말입니다.]

[이보게.]

노인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사내가 군기가 바짝 든 군인처럼 답변했다.

[네넵.]

그 순간 노인이 턱살이 겹쳐있는 사내의 목을 움켜쥐었다.

[컥!]

목을 움켜쥐고서 가까이 잡아당기는 노인의 두 눈동자가 붉어졌다.

그걸 보는 천여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설마 저 눈......’

진한 핏빛의 눈동자는 혈살기를 일으킨 사요기와 같았다.

천여운이 의구심에 빠져들었다.

영상만 봐서는 살기라든가 기운을 느낄 수가 없어서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노인 역시도 천살성으로 보였다.

‘천살성이 천살성을 키웠다고?’

사실이라면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노인이 입을 열었다.

[말은 항상 가려서 해야 하는 법이야.]

[커컥, 아....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모습은 사요기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사요기의 기억 속에 그의 양조부는 인자하면서 장난스러운 말투를 하던 자였다.

그런데 영상만으로도 위압감이 보통이 아니었다.

-탁!

움켜쥐던 손을 놓은 노인이 두 눈빛이 다시 검게 돌아오며 말했다.

[어차피 드디어 그것의 소재를 찾았다고 했으니, 더 이상 스페어는 필요 없다.]

[쿨럭...쿨럭....그래도 회수해야 합니다. 어르신께서 직접 키우셨다면 더욱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노인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껄껄걸, 녀석 정도라면 무림을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겠지.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터이니, 잘 찾아보거라.]

노인의 말에 선글라스의 사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불만스러웠지만 노인이 두려웠는지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소재를 얻지 못한다면 그 스페어가 아까워질 수도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허튼 수작 부리지 말거라. 옮기지 않아도 될 방법이 생겼는데, 그런 짓을 뭐 하러 해서 리스크를 진단 말이느냐?]

[......알겠습니다. 그 편이 어르신의 전력을 온전히 보존하실 수 있겠지요.]

대화를 집중해서 듣는데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천여운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천여운이 그럴 진데 허봉이 이를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멍한 표정으로 영상을 쳐다보고서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일단은 영상을 끝까지 보는 편이 나을 듯 했다.

[더 이상 이곳을 남겨둘 필요가 없으니 이제 전부 치워버리거라.]

[알겠습니다.]

노인은 그 말을 끝으로 영상 속에서 사라졌다.

오랜 세월 동안 양손자와 함께 지냈던 공간인데 일말에 미련도 없이 없애버리라고 말하는 걸보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자였다.

노인이 사라지고 흰 마스크를 쓴 사내들이 화염방사기를 들고 왔다.

선글라스를 낀 자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 괴물 같은 노인네가 그 아이를 놓쳤다고? 웃기는군. 오랫동안 키운 일말의 정 때문에 놓아준 거겠지. 칫, 어디서 연기질이야.]

짜증을 내다시피 한 사내가 흰 마스크를 쓴 자들에게 전부 불태워버리라는 명령을 하고서 영상 속 공간에서 사라졌다.

‘아!’

천여운이 돌아가고 있는 녹색 원형의 빛 선을 정지시켰다.

그리고는 다시 되감기를 했다.

아주 조금 돌리자 영상의 공간에서 나가려고 하는 선글라스의 사내 모습이 멈춰졌다.

-우웅!

천여운이 녹색원에 손가락을 벌리는 시늉을 하자 그의 모습이 확대되었다.

그렇게 확대된 그의 선글라스에 작은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MS]

그것은 MS그룹의 기업로고였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그것을 발견한 천여운이었다.

“주군! 이건 그 에메스인가 뭐시기들의 표식이 아닙니까? 아니 이놈들은 어디 끼어있지 않은 곳이 없군요.”

“흠......”

천여운 역시도 기가 찼는지 낮은 신음성과 함께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설마 이들이 사요기의 양조부와도 접선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일단은 영상에서 또 다른 단서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돌려봤지만 그 다음부터는 화염방사기로 초가를 태우는 장면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타고 남은 잿가루 위로 흙을 덮어 놓은 그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이 자는 어째서 MS그룹과 연관을 맺고 있는 거지?’

그 연유를 알 수 없었다.

대화를 들어보면 뭔가 목적이 있어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 직접 표현한 게 아니라서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유일하게 단서가 될 만한 단어도 GC-000 프로토 타입이라는 말이었는데, 그 앞의 영어가 무엇을 약칭하는지 알 수 없었다.

‘프로토 타입.’

[상품화에 앞서서 핵심기능만 넣은 시제품을 의미합니다.]

‘시제품?’

그 선글라스의 사내는 마치 사요기를 물건 취급 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를 회수해야 한다는 말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사요기의 본인의 말이나 기억대로라고 한다면 그의 존재는 양조부와 그 악 숙부라는 자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살았을 확률이 높았다.

평생을 속았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만약 그렇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불쌍하다고 해야 하나.’

진실을 모르고 죽은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몰랐다.

적어도 양조부의 이면을 몰랐으니 말이다.

허봉이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주군 어떡하지요? 이 주변을 한 번 수색해볼까요? 다른 무언가가 나올 지도...”

“잠깐.”

“네?”

손을 들어 조용히 하라고 제스처를 취한 천여운이 어딘가를 향해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우거진 숲을 관통하여 어딘가로 향했다.

*  *  *

이곳에서 400미터 가량 떨어진 곳.

아래를 쳐다보면 아찔해질 정도로 높은 나뭇가지의 위.

흔들거리는 앙상한 가지 위로 수풀의 그림자에 가려진 두 명의 인영이 발끝으로 무릎을 구부린 채 있었는데, 그것만 보더라도 대단한 경신법의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인영은 같은 방향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영 중 좌측에 있는 걸걸한 목소리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악영아. 네가 말한 장소에 어째서 초 노사의 초가는 없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는 게냐?”

놀랍게도 그들은 멀리 있는 천여운과 허봉을 바라보고 있었다.

뛰어난 안력과 두터운 내공을 지닌 자들이었다.

옆에 있던 각진 얼굴에 턱수염이 난 악영이란 자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왕 진인.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초 노사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사요기 그 아이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네가 말한 초 노사처럼 천살성을 타고났다는 그 아이가 맞느냐?”

“그렇습니다.”

“흠, 이거 난감하구나.”

왕 진인이라 불린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사내의 말에 악영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무리해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니다. 나도 초 노사에게 진 빚도 있고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은신처까지 왔다만. 이것 참 안 좋을 때 온 것 같구나. 어찌할 테냐?”

“아무래도 저들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으니 일단 잡아서 심문을 해봐야...”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왕 진인이라 불린 사내가 외쳤다.

“악영아. 앞!”

악영이 안력에 집중하니, 초가에 있던 두 사람의 인영이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였던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흠칫!

악영이 수풀로 가려진 앞을 향해 다급히 정면을 향해 주먹을 내뻗었다.

-팍!

수풀을 뚫고서 모습을 드러낸 붉은 머리카락의 사내.

그는 허봉이었다.

“어딜 숨어서 지켜보는 거냐!”

허봉이 화기를 담은 주먹을 내질렀다.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쳤다.

-화르르륵! 팡!

그 결과는 백중지세였다.

“큭!”

뜨거운 열기가 담겨 있는 일권에 악영의 신형이 뒤로 튕겨나갔다.

물론 허봉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팔성 공력을 막았어?’

상대는 분명 다급히 운기를 해서 공력을 제대로 모으지 못했을 텐데, 자신에게 버금가는 위력의 일권을 선보였다.

“악영아!”

-파팍!

왕 진인이라 불린 사내가 수풀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와, 튕겨져서 날아가는 악영의 신형을 붙잡으려고 했다.

그림자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는데, 왕 진인은 도복을 입은 노인이었다.

-탁!

왕 진인이라 불린 노도사가 그의 등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치자, 권에 의해서 몸 안으로 파고든 화기가 몸 밖으로 배출되었다.

-화르륵!

“가, 감사합니다.”

“놀라운 자로구나. 화기를 다루다니. 내상을 입지 않았느냐?”

“괜찮습니다. 급하게 운기하느라 화기에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구나. 한데 기를 최대한 숨겼는데, 어떻게 저 자가 눈치 챘는지 모르겠구나. 다른 한 사람은 대체 어디에 있는...”

“뒤다.”

‘!?’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왕 진인과 악영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

허봉과 같은 경우는 잠시 기척을 놓치긴 했지만 가까이 와서는 눈치챘다.

그런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쥐새끼처럼 지켜보더구나.”

위압감이 가득한 목소리에는 진기가 넘쳐난다.

대단한 고수인 듯 했다.

-팍!

왕 진인이 다급히 악영의 등에 내공을 실어 앞으로 날려 보낸 후에 손을 들어올리며 몸을 뒤로 돌렸다.

검은 정장에 새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

천여운이었다.

몸이 돌아감과 동시에 왕 진인이 검결지가 독특한 궤로로 번개처럼 뻗었다.

'이 검법?'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우웅!

검강이 일어난 검결지.

왕 진인의 일검이 쾌속하게 천여운의 양미간을 노렸다.

천여운이 검지와 중지를 벌려서 그것을 잡아냈다.

-팍!

“검강을 잡아내다니?”

왕 진인의 두 눈이 커졌다.

강기를 맨손으로 잡아서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같은 강기도 아니고 강기를맨손으로 잡게 되면 손이 잘려나가야 정상이다.

천여운이 그에게 물었다.

"노도사. 지금 그 검법...”

-팟!

그때 천여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왕 진인이 왼손을 뻗었다.

오른손의 검결지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오른손으로는 권을 펼치는 것이 아닌가.

전혀 다른 무공이었다.

‘우검좌장?’

그것은 천여운의 비기 중 하나인 양손으로 다른 무공을 펼치는 우검좌도와 비슷했다.

한데 우검좌도와 다르게 운기를 하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정기가 넘쳤다.

‘이건....’

-팍!

“아닛?”

왕 진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이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왼손으로 펼치는 권초마저 막아낼 줄은 몰랐다.

서로 다른 무공을 펼치는 이 쌍수호박권을 겪는 자들은 공력이 두 배로 오르는 덕분에 당하기 십상인데 이마저도 쉽게 막아냈다.

천여운이 왕 진인에게 말했다.

“쌍수호박이군. 전진파는 꽤 오래 전에 멸문했다고 들었는데.”

‘!?’

그 말에 왕 진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현 무림에 전진파라는 문파를 알고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진파는 천삼백 여 년 전에 멸문했기 때문이다.

천여운이 있던 시절에도 멸문한지 오래되어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정파의 전설적인 문파가 바로 전진파였다.

무공만으로 전진파를 알아냈으니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대체 이 자는 누구기에 본문의 무공과 파명을? 엇? 이 자는.....’

짧은 찰나의 공방에 집중하느라 미처 알아보지 못했는데, 왕 진인은 눈앞에 천여운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사법형무소 사건으로 뉴스에서 수없이 보았다.

‘용천 그룹의 부회장 천무성이 아닌가. 마교인인 이 자가 어째서 이곳에 있단 말인가.’

의아해하는데 천여운이 말했다.

“뭐 전진파든 다른 파든 상관없다. 네놈. MS 그룹과 무슨 관계지?”

“MS그룹?”

자신들을 숨어서 지켜보았다면 분명 MS 그룹과 어떠한 관련이 있을 거라 짐작한 천여운이었다.

“시치미를 떼는 것이냐?”

그런 천여운의 추궁하는 말에 왕 진인의 미간이 구겨졌다.

심기가 상한 왕 진인이 입을 뗐다.

“마교의 젊은 고수여. 최근 들어 속세의 명성을 얻었다고 세상 넓은 줄 모르고 날뛰는 구려.”

왕 진인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는 세수가 백구십에 달하는 내가 고수였다.

천여운의 무위에 놀라기는 했지만 내공에 있어서 만큼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신이 앞설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무림에는 알려지지 않은 기인이사들이 많은 법이네.”

-고오오오!

왕 진인이 단숨에 십성 공력을 끌어올렸다.

두 손을 맞닿고 있었기 때문에 내공 대결로 이끌어가려는 것이었다.

“젊은 고수여 내 앞에 그 건방진 무릎을.....으헉!”

-비틀!

천여운을 짓눌러 바닥에 무릎을 꿇리려 했던 왕 진인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손을 타고 흘러나오는 엄청난 내공에 팔의 혈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아, 아니. 무슨 내공이...’

내공뿐만이 아니었다.

-우드드득!

“우아아아악!”

천여운이 힘을 주면서 그의 양 손가락이 전부 뒤로 꺾이고 말았다.

고통스러워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누가 기인이사일까? 전진파의 후예여.”

"끄으으으."

"꿇어라."

-부들부들! 쾅!

“끄헉!”

기를 쓰고 버티던 왕 진인의 양쪽 무릎이 강제로 바닥에 꿇려졌다.

땅바닥에 크게 균열이 일어났다.

무리한 내공 대결로 속이 진탕이 되었는지 그의 칠공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천여운을 향해 날아와 풍압이 실린 권초를 펼쳤다.

-파파파파팍!

“멈췃! 왕 진인을 놓아 주거라!”

그는 악영이었다.

허봉을 상대하던 그는 왕 진인의 위기에 급히 날아온 것이었다.

악영이 펼치는 권법을 본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더니, 왕 진인이라는 노도사에게서 한 손을 떼고서 가볍게 주먹을 뻗었다.

-파아아아앙!

찢겨질 것 같은 소리.

주먹이 닿은 공간이 일렁이며 폭풍과도 같은 기세의 권압이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에 악영의 두 눈이 커졌다.

‘아니. 이, 이 권은?’

천여운이 펼치는 이 권은 오래 전에 악가의 실전된 비기인 역량의 일원화였다.

< 45화 기인이사(奇人異士)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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