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TRA (3) >
‘어째서 천마검이?’
천마검으로 변한 그림을 보면서 천여운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팔목의 보호대가 닮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정말 천마검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어째서 천마검이 이 한 세트의 갑옷에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의구심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그림 속에 있는 천마검을 바라보던 천여운의 시선이 문득 갑옷의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것은 갑옷의 상체 부분이었다.
‘어?’
그림에서 갑옷의 상체 부분이 낯이 익었다.
이를 유심히 살펴보던 천여운이 갑옷의 상체를 손가락으로 눌러보았다.
그러자 갑옷 그림이 또 다시 애니메이션처럼 살아 움직이며 형태를 변환했는데, 그것은 하나의 지팡이 모양으로 바뀌었다.
‘오한빙장!’
그것은 놀랍게도 북해빙궁의 신물인 오한빙장(澳寒氷杖)이었다.
천여운이 이 오한빙장의 생김새를 아는 이유는 원래의 시간대에 있던 시절, 오령 중 하나인 용귀를 잡기 위해 북해빙궁에 갔던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북해빙궁의 잃어버린 신물인 오한빙장을 기연으로 얻게 되어, 북해빙궁을 천마신교의 산하로 거둬들일 수 있었다.
‘색이 달라서 몰랐구나.’
그림 상에 천마검과 같은 흑철의 색이어서 몰랐었는데, 그것 분명 오한빙장이었다.
오한빙장의 겉면은 황금 칠이 되어 있어서 한 눈에 알아보지 못했었다.
‘하!’
설마 북해의 신물도 이 세트와 하나일 줄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천여운이 알기로 천마검은 천마조사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과 만년한철을 섞어서 만든 절세보검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오한빙장도 운석으로 주조했다고 했나?’
북해빙궁에서 영입한 대장로 단주천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한빙장은 저희 빙궁의 개파조사이신 단영 조사님께서 운남에 떨어진 운석으로 만드신 신물입니다.]
두 신물의 공통점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으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이 그림만 본다면 이미 완성된 상태의 신물 그 자체였다.
‘대체 이게 뭐지?’
갑옷의 다른 부분들을 눌러보니, 여러 형태의 병장기로 그림이 변형되었다.
가령 왼쪽 팔목은 도(刀)로 변환되었고, 투구의 경우는 륜(輪)으로 바뀌는 등 다양한 무구들로 변환했다.
투구, 상체, 하체, 왼쪽 오른쪽 팔, 다리 보호대.
총 일곱 개의 무기로 변형하는 하나의 세트로 된 갑옷.
‘분명 이 종이부터 원통까지 지구상의 것이 아니라 했다. 그런데 그림에 어째서 천마검부터 오한빙장까지 있는 건지 알 수 없구나.’
의문 그 자체였다.
천마 조사도 그렇고 북해빙궁의 조사 단영조차도 이것을 운석으로 만들었다고 기록을 남겼는데, 어째서 동일한 형태로 보이는 이 그림이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오한빙장에 대붕의 영력이 담겨 있었다.’
어떠한 명검이나 병장기도 오령의 영력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오한빙장 또한 천마검처럼 그게 가능했다.
그렇다면 그것 역시도 마족의 핵이나 알파 위험 개체가 가지고 있던 코어의 능력을 흡수하는 신묘함을 지녔을 지도 몰랐다.
‘내가 갖고 있을 걸 그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 안에 있던 대붕의 영력을 흡수한 후에 대장로 단주천에게 충성의 대가로 오한빙장을 주었다는 사실이었다.
듣기로는 블랙 스카이 컴퍼니가 와해되었을 때, 천마신교 내 단가 일족들은 러시아에 있는 고향으로 떠났다고 알고 있었다.
‘다시 불러야 겠구나.’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라도 필요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으니 일단 이 정도로 해둘까.’
천여운이 떠나기 위해 종이를 다시 둘둘 말아 넣는데, 그림 때문에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종이의 가장 상단 부근 적혀 있는 독특한 문양이 보였다.
‘이건.....설마 글자인가? 나노 알 거 같아?’
[구성하는 획에 규칙성이 보이는 것을 보아선 글자로 보이나, 프로그램에 등록되지 않은 언어로 확인됩니다.]
당연히 지구상에 없는 글자였으니 나노도 알 수 없었다.
‘아무래도 샤케나나 데오에게 물어봐야 겠구나.’
마족인 그들이라면 이 글자와 그림 속에 있는 갑옷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에 여기에 숨겨진 비밀을 풀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천여운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군.
목소리의 주인은 허봉이었다.
마족의 배신자인하갈을 잡기 위해 광주로 곧장 왔던 자신과 달리 부속 실장인 비막헌과 비서인 유소화, 임소혜, 그리고 부회장 직속 교인들을 이끌고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TRA(Three Restricted
Area)로 향한 그였다.
‘부양시에 도착했나?’
-주군. 아무래도 지금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부양시가 아니라, 여기가 어디랬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아! 회남시 동남쪽 근방이라고 합니다.
‘회남시?’
회남시(淮南市)는 부양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쪽에 있는 도시였다.
TRA 지역에 있는 그 존재가 벌써 그곳까지 이동했다는 의미였다.
-혹시 들리십니까? 살다 살다 이런 광경은 처음 봅니다. 지금 사방이 불바다입니다. 무슨 철로 만든 큰 마차에서 이상한 게 막 뿜어져 나오고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는데....
뇌파로 전달하는데 주변 상황이 들릴 리가 만무했다.
아무래도 직접 가야 할 것 같았다.
‘허봉. 일단 기다리고 있어라. 곧 가겠다.’
* * *
같은 시각.
회남시 동남쪽으로 수많은 방위군 병력이 몰려 있었다.
수백여 대의 전차와 탱크들이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해 미사일을 날리는데, 어두운 밤하늘이 불꽃과 연기로 가득해질 지경이었다.
-쾅! 콰콰콰쾅!
폭격이 이루어지는 곳은 전방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그곳은 회남시 방벽에서 동쪽으로 살짝 벗어난 곳이었는데, 포격과 미사일이 쉴 새 없이 이어지며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폭격이 가해지고 있는 뒤편인 회남시였다.
단편적으로만 보더라도 회남시 내의 건물들의 대다수가 반파되거나 부서져 있었고, 사방에서 녹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부양시와 마찬가지로 죽음의 도시가 되어 있는 회남시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양시 주변에 있는 인근 열 개 도시의 시민들은 사전에 비상 경보를 받고서 떠났다는 점이었다.
“쏴라! 절대 포격에서 손을 놓으면 안 된다!”
전차들과 탱크들의 뒤쪽 이백 미터 가량 떨어진 곳의 사령부 진지.
진지는 대형 트럭의 트레일러 안이었다.
그 존재가 이런 폭격 속에서도 무식할 정도로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주둔지를 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사, 사령관님 아무래도 미사일로 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부관의 말에 이 방위군의 사령관을 맡고 있는 소장 유영강이 굳은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이미 앞서 출동했던 두 개의 사단이 전멸했다.
지금 이 위치는 삼 차 방어선이었다.
도저히 군으로는 대응할 방법이 없었는데도 저 거대한 존재를 막기 위해서 계속해서 포격을 날리고 있었다.
-삐삐삐!
“사령관님! 또 다시 방사능 에너지 수치가 급격히 치솟고 있습니다.”
트레일러 내에서 모니터링 중이던 중사가 소리쳤다.
“위치는?”
“방향을 보면 좌표 32.714957, 117.105750에 있는 ZRV-30의 제 2전차 부대가 사정권에 듭니다.”
“빌어먹을!”
사령관 유영강이 다급히 무전기를 들고서 말했다.
“제 2전차 부대장! 지금 사정권에 속했다. 빨리 전차들을 움직...”
그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폭격이 가해지고 있는 모니터 화면에서 녹색 빛이 보였다.
그러더니 이내 녹색 광선이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왔다.
-드드드드들!
그 순간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트레일러가 흔들리며 들썩거렸다.
그것이 어찌나 심했는지 트레일러 내 벽에 부착되어 있던 모니터마저도 떨어질 정도였다.
-콰콰콰콰콰쾅!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우당탕거리며 트레일러 내에 있던 장교들이 넘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진동이 멈추자 넘어졌던 유영강이 일어나, ZRV-30 제 2전차 부대를 비추고 있는 모니터를 보았다.
옆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니터를 본 유영강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럴 수가.....”
그곳에는 부서진 전차의 파편들로 가득했고, 굵게 땅이 파여져서 붉게 열선을 띠고 있었다. 녹색 연기가 흘러나오는 주변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단 한 번으로 백여 대나 되는 전차 부대가 순식간에 전멸하고 말았다.
‘대체 이걸 무슨 수로 막아?’
참으로 난감했다.
폭격이 계속 되면 저 위험 개체는 그 에너지를 흡수하여 이런 광선을 쏜다.
그 위력은 보다시피 최악이라 할 만큼 위험했다.
그렇다고 폭격을 하지 않으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기에 그것을 멈출 수도 없었다.
‘결국 군을 희생해서 지연시키는 게 다란 말인가.’
방위군의 역할은 현재로서 그게 다였다.
멈추는 순간 저 놈은 동북 쪽에 있는 벙부시(蚌埠市)로 향할 것이다.
벙부시는 아직까지 대피가 계속 되고 있기에 방위군은 공격을 멈추게 된다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그때 방위본부와 무전을 담당하는 소위가 말했다.
“사령관님. 부장님께서 연락오셨습니다.”
부장이라 하면 국방부의 부장인 안우홍이었다.
무전기를 받아들은 그가 보이지도 않는데 거수 경례를 하며 말했다.
“충성. 소장 유영강입니다.”
그렇게 무전기를 받고서 대답을 하던 유영강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내 무전기가 끊기자 유영강이 각 부대를 모니터링하며 지휘하던 장교들에게 명했다.
“당장 포격을 중지하라.”
* * *
군 병력이 있는 곳에서 남쪽 300미터 가량 떨어진 높은 언덕.
그곳에 수백 명에 이르는 방호복을 입은 자들이 있었다.
병장기를 들고 있는 무림인부터 시작해 각 지역의 마크가 새겨진 게이트 키퍼들이었다.
여러 곳에서 차출된 그들은 이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중이었다.
-부릉!
계속해서 군용 트럭이 도착하며 또 다른 지원 병력들이 도착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곳곳에서 차출되어 왔기에 도착하는 시간은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었다.
명성이 자자한 무림인들과 게이트 키퍼들이 대거 합류한 참이었다.
그런 그들조차도 막막함을 감추지 못했다.
-웅성웅성!
방금 전에 있었던 녹색 광선에 거의 반경 2km가 넘게 초토화되는 모습에 모두가 심각해져 있었다.
저런 엄청난 폭격에도 견디고 말도 안 되는 공격까지 하는 괴물은 처음 본다.
“어?”
“폭격이 멈춰졌어.”
계속해서 이어지던 폭격이 멈춰졌다.
이에 방호복 헬멧 속에 비치고 있는 무림인들과 게이트 키퍼들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이것의 의미는 간단했다.
자신들이 투입될 시간이 다 되었다는 소리였다.
“오! 저긴가? 대단하구만.”
그때 막 도착한 트럭에서 내린 큰 철함을 등에 지고서 게이트 키퍼들이 입는 방호복을 입고 있는 한 사내가 언덕 위로 올라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다들 심각한데 혼자만 들뜬 목소리를 하고 있었다.
‘뭐야? 저놈.’
‘지금 소풍이라도 왔나?’
괜히 다른 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라 또 호들갑을 떨고 있는 자도 있었다.
“와. 엄청 큰데.”
그는 바로 허봉이었다.
허봉의 말에 동의하는지 옆에 있는 비막헌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폭격에 의해서 뒤덮었던 연기가 가시면서 점차 그 존재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는데, 상상 그 이상이었다.
거의 신장이 높이 120미터에 달하는 크기였다.
온몸에 갑주를 걸친 듯한 단단해 보이는 껍질에 등과 머리에는 수많은 가시뿔이 달려 있는 모습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거대 괴수 그 자체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연기가 가시면서 저 거대한 괴수의 주변이 드러났는데, 몸을 웅크리고 있던 20미터에서 30미터 크기의 괴수들 이십여 마리도 보였다.
괴수보다는 작았지만 그것들 역시도 거대했다.
앞에 있는 거대 괴수를 방패삼아서 폭격에 버티고 있던 모양이었다.
“미쳤군. 저 작은 것들조차도 다른 위험 개체의 알파급 크기인데.”
“저걸 무슨 수로 잡아?”
이 정도 폭격에 견뎠다는 것은 강기도 통할지 미지수였다.
결국 약점을 공략해서 코어를 없애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인 듯 했다.
-부릉!
그때 트럭 한 대가 도착하며 그곳에서 등에 커다란 날카로운 륜 일곱 개를 차고 있는 한 방호복의 사내가 내렸다.
그의 이름은 서장룡.
공안국 소속의 일곱 특경 중의 한 사람이자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칠륜제라는 별호로 유명한 오대고수의 일인이었다.
“많이 기다렸소? 이제 사냥의 시간입니다. 여러분.”
그가 정기가 넘치는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를 알아본 무림인들이 오대고수 중 한 사람인 그의 참전을 달가워했다.
“칠륜제!”
“오대고수 중 한 사람이 오다니!”
특별히 이번 소집에서 대장이 지정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칠륜제 서장룡은 자연스럽게 나서서 대장의 역할을 자처했다.
“이번 위험 개체는 S등급 중에서도 한 번도 공략을 할 수 없었던 TRA로 지정된 최악의 위험개체요. 여러분들이 본인과 함께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저 엄청난 괴물이 수많은 시민들을 학살하게 될 거요.”
서장룡은 모여 있는 무림인들과 게이트 키퍼들에게 자신이 생각한 공략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팀을 나누는 것부터 어떤 식으로 막을지를 말이다.
연륜이나 실력, 사회적 지휘로 보나 그를 대신할 만 한 자가 없었기에 대부분은 큰 불만 없이 납득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귀하가 무림의 정점이라는 오대고수 중 한 사람인 칠륜제가 맞소?”
“음?”
큰 철갑을 두른 자가 서장룡의 앞으로 나서서 갑자기 말을 끊었다.
그는 바로 사요기였다.
무림의 일인자를 목표로 하는 그였기에 서장룡을 보자마자 근질근질 했던 모양이었다.
“그렇네. 젊은 친구. 일단 사태가 급하니, 나중에 이야기 하세나. 그럼 C팀으로 지정된 게이트 키퍼들께서는...”
시급한 상황이었기에 서장룡이 이를 무시하고 하던 지시를 계속 하려 했으나,
“저 괴물을 처리하고 나서 나와 자웅을 겨뤄보는 게 어떻겠소?”
서요기가 그 흐름을 또다시 끊었다.
젊어 보이는 모습에 자신을 존경하는 무림인인가 싶었는데, 자웅을 겨루자는 말에 서장룡의 표정이 무섭게 굳어졌다.
순간 짜증이 치솟았지만 이를 참고서 타이르듯이 말했다.
“젊은 친구가 의욕이 넘치는 것은 잘 알았으니, 그만하고 내 지시를 기다리게.”
하지만 서요기는 이를 멈추지 않았다.
“무를 지향하는 자가 결투 신청을 받는 것이 그리 힘드오?”
결국 서장룡이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경고했다.
“사리 판단이 되지 않나 보군. 이 이상 끼어들면 더는 용서할 수가 없...”
-슥!
‘!?’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요기의 손날이 어느새 서장룡의 목으로 향했다.
전혀 방심한 것도 아니었는데, 자신의 목날에 닿고 있는 그의 수도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발하고 있었다.
“내 도전이 가볍게 보였나 보구려. 명색이 무림의 정점이라고 해서 예를 갖춰서 대했는데, 그대야말로 사리판단이 되지 않나보오.”
서장룡의 굳은 표정으로 그의 수도를 바라보았다.
만약 이 자가 작정하고 손을 더욱 뻗었다면 자신의 목이 잘렸을 것이다.
‘......대체 이놈은 누구지?’
이 정도라면 자신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여만 가능한 일이었다.
당황해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 저길 봐!”
두 사람의 신경전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거대한 괴수가 있는 곳이었다.
괴수가 있는 허공으로 작은 인영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야? 설마 저건 능공허도?”
“대체 저 자는 누구야?”
워낙 어두웠기에 검은 그림자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 인영이 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거대한 괴수가 있는 사방으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푸른빛의 검강들이 나타났다.
“마....말도 안 돼.”
목에 닿아있는 서요기의 수도도 잊은 채, 서장룡이 경악했다.
‘저게 전부 이기어검강이라고?’
그때 검은 인영이 손을 밑으로 내리자, 수많은 검강들에서 탄검강이 뿜어져 나오며 거대 괴수와 주변에 있던 괴수들에게 작렬했다.
-슈슈슈슈슈! 콰콰콰콰콰쾅!
그 모습에 허봉이 히죽거리며 입을 열었다.
“천공섬광! 주군 오셨군요!”
그것은 천여운의 절대비기 중 하나인 천공섬광(天空閃光)이었다.
광주에 있어서 조금 더 늦게 도착할 줄 알았던 천여운이 어느새 이곳에 도달한 것이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서요기가 눈빛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이놈이 아니었어. 저 자가 정점이구나.”
< 43화 TRA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