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32화 (132/234)

< 43화 TRA (2) >

방위국 사무총장 위해상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특수 전담부의 강 부장이 실소가 나왔다는 말이 이해가 가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림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 하산을 해? 하!’

뭐라고 할 말이 없어질 정도였다.

그로 인해 수도권 서부 지역에 있는 특수 능력자들이 전부 응급실로 실려 갔는데, 그 목적이 무림의 최고가 되는 것이란다.

‘TRA 지역의 경보령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없는 판국에.’

지금 수도권 역시도 난리가 난 상태였다.

비상사태로 인해 각 기관별로 예비 전력들을 차출해서 지원하라는 국무원의 결정이 하달되었다.

서권 지역이 그 예비 전력에 포함되었었는데,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저 자의 이름이 뭔가?”

“사요기라고 하더군요.”

“사요기?”

특이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덥수룩한 머리에 특유의 분위기와는 어울렸다.

구운 돼지 뒷다리를 맛있게 뜯어먹고 있던 사요기라는 자가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특수 유리창을 쳐다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위해상을 쳐다보는 느낌을 주었다.

“저쪽에서는 보이지 않지 않나?”

“그렇습니다만. 저 자에게는 취조실의 산공 효과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이곳 관찰실에 누가 들어오면 귀신 같이 알아맞히더군요. 게다가 새로운 사람인지 아닌지조차 말입니다.”

“허어.”

알면 알수록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자였다.

특수 범죄자를 마킹하는 취조실에 들어갔는데도 그런 것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저 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 자가 어찌 고분고분하게 있는 건가?”

위해상의 물음에 이번에는 국장인 안중윤이 답했다.

“무기 허가증을 허가해달라고 하더군요.”

처음에 사요기가 노출된 것은 서안시 서부 지하 고속 기차역이었다.

그곳에서 신분증과 무기 허가증이 없이 검열대를 지나려다가 걸리고 말았다.

당연히 검열관들은 사요기의 이 많은 병장기들을 전부 압수하려고 했고, 그 사건이 이렇게 커진 것이었다.

“흠.”

특수 유리 너머의 사요기를 쳐다보는 사무총장 위해상의 표정이 묘해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국장 안중윤과 강 부장이 그의 눈치를 살폈는데, 이내가 그가 말했다.

“취조실로 직접 가보겠네.”

“네? 사무총장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위험합니다. 지금은 고분고분 따르고 있다고 하나 저자에게 당한 자만...”

“아니. 됐네. 자네들 말대로라면 저 자가 그럴 맘이 있었다면 이미 저질렀겠지.”

“그렇기야 하지만.”

몇 번을 만류했지만 그들은 위해상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위해상이 테이블 위에 있던 병장기들 중 검과 도를 챙겼다.

‘묵직하군.’

검과 도만으로도 꽤 무게가 나갔는데, 저 많은 것을 들고 다닌다면 공력 이전에 신력 또한 보통이 아닌 자일 것이라 여겨졌다.

-달칵!

취조실로 들어가자 사요기가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쳐다보았다.

사요기의 시선은 정확하게 도와 검에 향했다.

“우걱우걱. 그거 건들지 않기로 나와 약속했소만.”

경고를 하는 듯한 말투에 개의치 않고 위해상이 말했다.

“이것 이외에도 많은 병기들을 들고 다니던데, 전부 다룰 수 있어서 들고 다니는 건가?”

이에 사요기가 음식을 먹다 말고 손을 뻗었다.

-챙!

“엇?”

그러자 도집과 검집에 있던 도검이 동시에 뽑혀져 나오며 취조실을 물고기가 헤엄을 치듯이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이기어도검의 신위였다.

단순하게 도검이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움직임은 초식 자체였다.

이를 무림인들이 보았다면 탄성을 내질렀을 것이다.

-슉!

그렇게 유영하듯이 날아다니던 도검이 동시에 위해상을 향해 쇄도해왔다.

“헉!”

당황한 그가 두 눈을 찔끔 감았는데,

-착!

날아다니던 도검이 도집과 검집에 정확하게 들어왔다.

꽤 놀랐었는지 위해상이 약간은 굳어졌다.

그런 그를 향해 사요기가 다시 음식을 입에 집어넣으며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병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백무도의 기본이오.”

‘백병? 백무?’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고수다.’

눈앞에서 겪게 되자 확연하게 피부에 와 닿았다.

잠시 말문이 막혔던 위해상이 입을 열었다.

“내가 누군지 아나?”

“모르오. 옆에서 사무총장. 사무총장 하는데 그게 뭔지 내가 어찌 아오? 조부께서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아서 모르겠소.”

위해상의 눈이 동그래졌다.

‘관찰실에서 했던 말들을 들은 건가?’

바로 옆방이라고 해도 방음 처리가 되어있는데, 정말로 특수 취조실의 의미가 없게 만드는 자였다.

‘그런데 말투가....’

뭔가 모르게 이상했다.

꼭 사극에서 나올 법한 그런 고루한 말투를 쓰고 있었다.

이를 들어보면 어릴 때부터 산골에서 양조부와 단둘이 살다가 왔다는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어 보였다.

‘조부에게서 배운 말투인가?’

단 둘이서만 생활했다면 말투가 조부의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하리라.

위해상이 말을 이었다.

“흠흠. 나는 자네에게 무기 허가증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지.”

“.....정말이오?”

사요기가 음식을 먹던 것을 멈추고 급격한 관심을 보였다.

꽤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자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무기 허가증이 없다며 계속해서 귀찮은 일에 연루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했다.

“주시오! 양조부께서 장부는 자고로 은원을 확실히 하라고 했소. 내 이 은혜는 꼭 갚겠소이다.”

넉살 좋게 웃으면서 손을 내미는 사요기였다.

그 모습만 보면 참 순진해 보이는 듯 했는데, 어떻게 손을 쓰는 것은 그리 잔인했다고 했는지 모를 영문이었다.

“자네 등가교환이라는 말을 알고 있나?”

“등가교환?”

“뭔가를 갖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라는 소리지.”

“은혜를 갚는다고 하지 않았소?”

“그 전에 자네는 불법으로 무기를 소지하고 다녔고, 정부의 공무원들에게 해코지마저 했네. 사실상 재판을 받고서 감옥에 가둬야 맞지.”

위해상의 그 말에 사요기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정부라 하면 관일 텐데, 관과 무림은 불가침의 관계가 아니오? 양조부께 그리 배웠네만.”

“자네 대체 얼마나 산에 있었던 건가?”

위해상의 물음에 사요기가 자신의 손가락을 접어가면서 수를 셌다.

“어어.....내가 7살 쯤에 양조부 손에 사망곡으로 끌려갔었으니까. 햇수로 대략 90년쯤 되었지 싶소.”

“뭣?”

위해상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무리 봐도 삼십대 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90년을 산에서 지냈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왜 그런 표정을 짓소? 못 믿겠소?”

그 말에 위해상에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무림인들 중에 뛰어난 고수들이 환골탈태하여 장수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자네 같으면 그 얼굴이 100살이 다 된 자라고 한다면 믿겠나?”

“에이! 뭐가 그리 신기하다고. 우리 양조부는 자그마치 천....”

손사래를 치면서 뭔가를 말하려던 사요기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천?”

“아무 것도 아니오! 아무튼 나는 양조부께 관과 무림은 불가침의 관계로 배웠는데, 그게 아니란 말이오?”

위해상은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정말 혼자만 다른 세상에 살다가 온 것처럼 세상물정을 전혀 몰랐다.

이에 결국 사요기는 간략하게나마 퍼스트 디멘션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무림이 양지로 나타났고 정부 산하로 들어왔다고 알려주었다.

옛날 이야기라도 듣듯이 흥미진진하게 듣던 사요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허참. 할배도 세상물정 모르기는 매한가지였구만. 얘기해준 것 중에 맞는 게 하나도 없어.”

그의 양조부라는 자도 세상에 나온 지 오래된 듯 했다.

사요기가 물어보았다.

“아무튼 간에 그 무림인 등록이란 걸 해야 무림인으로 활동할 수 있단 말이오?”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 구만.”

위해상이 속으로 옳다구나 하며 좋아했다.

‘순진한 녀석.’

이제 구슬리는 일만 남았다.

“뭐, 꼭 무림인 등록을 하지 않아도 게이트 키퍼가 되어도 무기 소지를 할 수 있지. 그리고 명예도 얻을 수 있고 말이야.”

“오. 그런 방법이 있었소?”

“그렇지. 내가 그 게이트 키퍼들을 담당하는 방위국의 높은 자리에 있거든.”

위해상은 그를 게이트 키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다.

“한데 미안한데 말이오. 나는 게이트 키퍼보다는 무림인 등록을 하고 싶소.”

아무리 무슨 좋은 말을 해도 사요기는 한결 같았다.

“은혜를 갚겠다고 하지 않았나?”

“무림의 일인자가 되려는 자가 어찌 외도하여 다른 길을 갈 수 있단 말이오. 부디 무인이 가는 길을 양해 부탁하오.”

‘미치겠군.’

순진하다고만 여겼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결국 위해상이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좋아 방법을 바꾸자.’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지. 자네가 응급실로 보낸 자들은 이번 TRA 사태에 비상 소집할 자들이었네. 자네가 사고쳐서 그들을 그리 만들었으니, 이번 한 번만 우리 쪽 게이트 키퍼로서 비상소집에 참가해준다면 신분증과 무기허가증을 주겠네. 어떤가?”

“으음.”

황소고집을 가졌으니 원하는 것부터 던져주기로 말이다.

이에 사요기가 약간 흔들리는 눈치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영악했는지 쉽게 확답을 내지 않았다.

‘착각했군. 세상 물정을 모른다 뿐이지. 멍청이는 아니구나.’

위해상이 속으로 혀를 찼다.

하긴 본인 말에 따르면 100살이 다 되가는 노인이라는데, 순진무구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는 세 치 혀를 가진 정치인이었다.

“자네. 무림의 일인자가 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명성을 쌓아야 되지 않나?”

“......그렇소.”

“이번 TRA 사태에서 공을 세우면 무림인으로서 자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질 걸세.”

“흐음.”

“이번 TRA 사태에 자네가 그렇게 바라던 목표인 유명한 무림인들도 참가하는 것을 알고 있나?”

“유명한 무림인?”

드디어 사요기가 떡밥을 물었다.

유명한 무림인이라는 말에 급격히 흥미를 보였다.

“유명하다하면 그들 중에 가장 강한 자들도 참석하는 거요?”

무림의 일인자를 꿈꾸는 사요기는 강자들을 꺾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네. 요즘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천무성이라는 자와 무림인들의 정점이라 불리는 오대고수들 중의 한 사람인 칠륜제 또한 참여할 걸세.”

“무림인들의 정점?”

“자네 표현으로 치자면 무림에서 가장 강한 다섯 사람이지.”

“오오! 그게 정말이오?”

그렇지 않아도 가장 빠르게 일인자가 되는 길은 현재의 일인자를 꺾는 일이라 생각했던 사요기의 전의를 자극했다.

“좋소. 그렇다면 사무총장의 제안을 받아들이리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오자 사요기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찌 보면 서로가 원하는 니즈를 맞춘 셈이었다.

위해상은 이 기회를 잘 살려서 그를 통해 최근 들어 침체된 게이트 키퍼들과 방위국의 위상을 높여야겠다고 여겼다.

그때 문득 사요기가 물어보았다.

“그런데 오대고수 말고 그 천무성이란 자도 강하오?”

*  *  *

광주시에 있는 야경이 잘 보이는 고층 오피스텔.

화려하게 꾸며진 이 오피스텔은 죽은 마족 하갈이 머물던 곳이었다.

오신 그룹의 총수이자 무림 협회장인 문일향의 안내를 받아서 이곳으로 온 천여운은 그의 소지품들을 뒤져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문일향이 힘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다가 내가 이 꼴이 된 거지?’

문일향의 얼굴은 세월의 바람이라도 정면으로 맞은 것처럼 십 년을 늙어보였다.

심후한 내공이 노화를 막아줬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었다.

천여운에게 목숨을 구제받은 대가로 스스로의 단전을 폐했기 때문이었다.

이것만이 다였으면 나았을 것이다.

-욱씬!

잘린 오른팔 어깨의 단면이 너무도 아파왔다.

검객인 그에게서 팔을 빼앗은 것은 육체적 고통 이상으로 정신적으로도 쓰라린 일이었다.

하지만 불평은 할 수 없었다.

[마족 따위의 하수인으로 일해 온 네놈을 살려둬야 할 이유가 있나?]

약점을 제대로 잡혀버렸다.

무림협회의 협회장인 그가 게이트 너머의 존재의 밑에서 노예처럼 일해 왔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면 그들 문가(文家)는 끝이었다.

‘악마 같은 놈.’

천여운은 그를 이 꼴로 만든 것도 모자라 많은 것을 앗아갔다.

문일향이 그동안 모아왔던 개인 비자금부터 시작해 그가 보유하고 있던 오신 그룹의 주식, 그룹의 본사를 광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겠다는 계역서 및 천마신교의 산하로 들어가겠다는 충성맹세.

이 모든 것을 다하고서야 살아남게 되었다.

‘차라리 끝까지 싸우던가 자결을 했어야 했나.’

후회가 되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괴물 같은 마족들을 도살하다시피 한 자연경의 고수를 상대로 이길 자신도 없었고, 죽어서 명예가 지켜진다면 모를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비참할지언정 살아남는 게 답이었다.

“흠.”

하갈의 오피스텔을 뒤진 천여운은 샤워실 안에서 숨겨진 하나의 공간을 찾았다.

그 안에는 보안 장치가 걸려 있는 금고가 있었다.

해킹하여 이것을 열자 그 안에는 두루마리 종이가 들어간 금색의 문양이 그려진 원통 하나와 태블릿 PC등이 들어 있었다.

‘나노 태블릿 안에 들어있는 정보를 전부 추출해.’

[알겠습니다.]

태블릿에도 당연히 보안이 걸려 있었지만, 나노가 이것을 푸는 것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태블릿 PC 안에는 꽤나 많은 정보들이 들어 있었다.

그 정보에는 하갈의 일정표도 있었는데, 그 중에 천여운의 눈에 띈 것은 월 스케줄로 MS 그룹이 주최하는 암경매 참석이 있다는 것이었다.

‘뭐지?’

설마 여기서 MS 그룹의 이름이 나올 줄은 몰랐다.

하갈의 스케줄 표를 보면 대부분이 대리를 보낸다거나 혹은 그런 일정이 있다고 정도까지만 되어 있는데, 유일하게 참석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게다가 붉은 색으로 중요 표시까지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경매에서 뭔가를 노리고 있는 듯 했다.

‘무엇일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금색 문양이 들어간 원통으로 향했다.

‘어떻게 여는 거지?’

원통을 열어보려고 했는데, 뚜껑이라든가 열 수 있는 장치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때 나노의 음성이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접촉하고 있는 그것은 지구상의 물질이 아닙니다.]

‘지구상의 물질이 아니라고?’

[성분을 분석해본 결과 지구상에 없는 형태의 물질들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렇다면 이것은 마족들이 넘어왔다는 그 게이트 너머의 행성의 물질로 만들어졌을 확률이 높았다.

‘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인류 상의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방법을 알 수가 없습니다.]

‘흠.....’

정상적인 방법으로 원통을 열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강제로 부숴서 여는 것이었다.

천여운이 힘을 주어서 이를 부숴보려 했으나, 강도가 매우 단단해서 단순한 압력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베어야 하나.’

이번에는 검강을 일으켜서 원통에 그어보았다.

최대한 안에 있는 종이가 손상이 가지 않도록 세밀하게 신경 썼다.

-촥!

그런데 원통은 흠조차 가지 않았다.

‘그렇다 이거지?’

오기가 생긴 천여운은 결국 무형의 검기에 천마기까지 불어넣어 조심스럽게 그것을 그었다.

그제야 원통이 갈라지며 그 안에 있는 종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루마기처럼 돌돌 말려져 있는 큰 종이를 펴보자 그 안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림을 바라보는 천여운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응? 이건.....’

그림은 전신을 두르는 갑옷이 그려져 있었는데 유독 익숙한 것이 보였다.

그것은 갑옷의 우측 팔목 보호대였는데, 놀랍게도 천여운이 착용한 오른 팔목의 보호대와 동일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닮았지?’

의아해진 천여운이 무의식적으로 팔목 보호대 그림에 손가락을 갖다 댔는데,

-스르륵!

‘엇?’

팔목 보호대의 그림이 애니메이션처럼 살아 움직이더니, 이내 분해되어 검의 형태의 그림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바로,

‘천마검!’

< 43화 TRA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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