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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29화 (129/234)

< 42화 오신 그룹 (2) >

[그, 그건 자살행위입니다! 그곳에 있는 일족들은 대부분이 강제 각성하여 후작급의 능력을 지녔습니다. 무림인으로 치면 생사경에 이른 고수들이 깔려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그분의 세

심복인 삼종은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족 데오는 천여운을 만류했다.

좋아서 따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충성 맹세를 한 이상, 그가 사지로 가는 것을 내버려둘 순 없었다.

[하나하나가 생사경 급에 이른 고수라.....]

태어날 때부터 천연 전투형인 마족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그렇다면 더더욱 그들을 방관할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자리를 비울 때를 노린다면 언젠가는 분명 큰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사전에 후환을 제거해야 한다고 여긴 그였다.

-촤촤촤촤촤촥!

검은 선의 궤적들.

천마기를 실은 무형의 검기였다.

여기서 반드시 상대를 파괴하고자 하는 절대적인 의지가 깃들게 되면 지고의 비기라 할 수 있는 무상천마검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무형검에 천마기를 합친 것만으로도 그 위력은 경천동지 그 자체였다.

“어, 어떻게 인간주제에 이런....”

브롬이 그 말과 함께 머리가 수십 조각으로 갈라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열두 명이나 되는 마족들의 전신이 전부 갈라져 나뉘어져 버렸다.

“컥!”

“끄악!”

고깃조각으로 변해버린 마족들의 몸에서 유일하게 무사한 것은 오직 핵뿐이었다.

천여운은 귀신같은 검술 실력으로 핵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베었다.

-슥!

천여운이 손을 뻗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고깃조각으로 나누어진 마족들의 육신 더미들 사이에서 핵만이 빨려 들어왔다.

‘핵까지 없애기는 아깝지.’

마족들의 핵에는 신비한 능력들이 잠재되어 있었다.

이것이 무상천마검까지 사용하지 않은 이유였다.

무상천마검은 공간마저도 베어낼 만큼 강렬하기에 혹여 핵마저도 손실될 위험이 있었기에 힘 조절을 한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이를 지켜보던 오신 그룹의 총수인 문일향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그조차도 마족 한 명을 겨우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마저도 삼종은 건드릴 수조차 없었는데,

‘삼종 중의 두 명까지 끼어 있는 마족들을 저리도 쉽게....’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위였다.

이것으로 문일향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자는 설마 자연경....’

그때 천여운이 어딘가를 향해 검결지를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무형검이 생겨나 빌딩 로비에 있는 기둥 하나로 날아가 관통했다.

-푹!

“컥!”

기둥 뒤에서 비명 소리가 같은 것이 들려왔다.

그러더니 어느새 로비의 한복판 허공의 공간이 일렁이며 누군가 나타났다.

그는 삼종 중의 하나인 알카도였다.

“끄으으.”

알카도가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는 자신의 복부를 붙잡고서 신음성을 흘렸다.

무형검에 당한 상처였다.

그 외에도 그의 얼굴부터 전신에 베인 흔적들이 가득했다.

“어떻게 피한 거지?”

천여운이 의아한 듯이 물었다.

천마기가 실려 있는 무형의 검기가 하나의 망을 만들어 그들을 전부 가뒀다.

그런데 그 짧은 찰나에 저 혼자만 그 영역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알카도는 말없이 천여운을 노려보았다.

‘괴물 같은 놈!’

그의 능력 중 하나인 순간이동이었다.

15미터 거리 이내로 공간을 완전히 가로지를 수 있게 된다.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천여운이 브롬의 앞에 나타난 순간 이 능력을 사용했다.

본능적으로 위기에 대처하지 않았다면 고깃조각이 된 저들과 같은 신세가 될 뻔했다.

범위가 짧다는 이유로 썩 좋은 능력이 아니라 여겼었는데, 그의 목숨을 살려주는 구원줄이 되었다.

‘나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대체 뭐 하는 거냐! 놈을 공격해라!”

알카도가 다급히 문일향과 오신 그룹의 무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에 넋을 놓고서 지켜보고 있던 오신 그룹의 중진들과 무인들이 정신을 차렸지만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방금 전의 그 검초를 보고서도 나선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뭘 어떻게 하라고?’

‘저런 괴물을 무슨 수로?’

그런 무인들의 태도에 알카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설마 겁을 먹을 줄은 몰랐다.

그의 일족들도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기는 하지만 주인이 명령하면 적이 아무리 압도적으로 강해도 일단은 부딪치고 본다.

‘이래서 인간 놈들이란...헛?’

-우웅!

알카도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형검에 다급히 순간이동을 펼쳤다.

그의 몸이 15미터 정도 떨어진 로비의 출근 개찰구 쪽에서 나타났다.

‘빌어먹을 놈.’

조금만 늦었어도 무형검에 관통당할 뻔 했다.

그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어느새 천여운이 그의 앞으로 나타났다.

-스륵!

“네놈. 빠르게 움직인 게 아니구나.”

“헉?”

천여운이 그를 향해 검결지를 찔러왔다.

당황한 알카도가 다시 순간이동을 펼쳤다.

-우웅!

그의 몸이 오신 그룹의 빌딩 바깥에서 나타났다.

속 시원하게 먼 거리로 순간이동하면 좋겠지만 최대 거리에 맞춰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도, 도망쳐야 해.’

도저히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연달아 순간이동을 펼친다면 그래도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우웅!

알카도가 곧바로 순간이동을 펼쳤다.

그의 몸이 15미터 떨어진 허공에서 나타났다.

쉬지 않고 다시 순간이동을 펼치려는 순간 알카도의 두 눈이 커졌다.

-파치치치칙!

눈앞에서 번쩍거리며 스파크를 튀고 있는 뇌전의 검.

그런데 이것이 하나가 아니었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수의 뇌전의 검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스륵!

그런 그의 앞으로 천여운이 나타났다.

순간 이동 능력을 할 수는 없었지만 천여운의 경공 실력은 거의 순간이동에 버금갈 만큼 굉장히 빨랐다.

“네놈 고작 5장 정도 밖에 이동 못하는군.”

한 장(丈)의 거리는 3미터이니 15미터를 의미했다.

알카도의 얼굴이 굳어졌다.

'겨우 몇 번만에 눈치채다니?'

안타깝게도 그 몇 번의 능력 사용이 천여운으로 하여금 이동 거리를 알게 만들었다.

이동 거리만 안다면 해법은 간단했다.

그 거리를 넘어서는 모든 공간을 공격범위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천여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또 해보거라. 그 이동하는 능력.”

“.......네, 네놈 정녕 인간이 맞단 말이냐?”

“그 말도 계속 들으니까 질리는 구나.”

-슥!

천여운이 손가락을 까딱이자 알카도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뇌전의 검들이 동시에 그를 향해 쇄도했다.

-파치치치치칙!

'이런 빌어먹을!'

눈부신 섬광에 알카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  *  *

한편 광주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공.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두 인영이 있었다.

서로 비슷하게 속도를 맞춰서 날아가던 도중에 앞서 가던 인영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슥!

그 인영이 멈춰 서자 다른 인영도 멈췄다.

뒤따르던 회색 점퍼를 입은 찢어진 눈의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사내가 물었다.

“왕이시여. 어째서 멈추신 것인지....”

“일족들의 심령이 끊겼다.”

“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한 그의 물음에 앞에 떠있던 얼굴이 그림자로 드리워진 사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신 그룹에 집결해 있던 동족들이 전부 소멸되었단 말이다.”

“어, 어찌 그런 일이?”

그곳에 있는 일족들은 그들의 전력이었다.

그 동안 일족에서 보내왔던 추격자들 중에서 쓸 만한 자들을 추려서 굴복시킨 이들이었는데, 그들이 전부 전멸한 것이었다.

“그곳에는 삼종의 두 명이 있습니다. 설마 그들도 당한...”

“당했다.”

“이럴 수가....”

삼종들은 옛날부터 그를 모신 충복들이었다.

추적자로 보내온 일족들을 같이 먹어치우면서 강해졌던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마저 당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설마.....공작위의 추적자가 온 게 아닐까요?”

“공작위?”

그렇지 않고서는 일족들이 당할 리가 없었다.

“공작들이 움직였다고?”

사내가 심각한 눈빛으로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만약 공작위의 추적자가 온 것이라면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만의 하나라도 공작이 나선 것이라면 지금 광주로 돌아가는 것은 왕께서 세우신 대계가 전부어그러질 수도 있습니다.”

수하의 말에 사내는 고심에 빠졌다.

그때 사내의 왼손 팔목에 있던 플랙시블 스마트폰이 울렸다.

-삐리리리리!

살펴보니 유리 화면에,

[오신그룹 총수 문일향]

이라고 떠있었다.

사내의 눈빛이 의구심으로 물들었다.

일족이 전부 전멸했는데, 그들과 함께 있는 문일향이 전화 온 것이 이상했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일단 전화를 받았다.

“문일향?”

-네놈이로군.

사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목소리는 문일향의 그것이 아니었다.

“네놈 누구냐?”

-나? 대 천마신교의 천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대담하게도 정체를 밝히자 사내의 인상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일족의 추적자가 벌인 짓이라고 여겼는데, 뜻밖에도 자신들이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던 존재가 전화를 받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내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놈이.....벌인 짓이었나? 천무성.”

-뭐.....의도한 건 아니지만 네놈이랑 같은 짓을 했군.

“뭐?”

-빈집 털이가 아니라 네놈까지 다 쓸어버리려고 했는데 말이야.

-쩌적!

오만한 말투에 사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금만 가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스마트폰을 부술 뻔 했다.

“건방지구나. 감히 네놈이 나를 능멸하는 것이냐?”

-인간 사회에 오랫동안 녹아 있어서 그런지 네놈은 그래도 인간 어쩌구 하는 타령은 하지 않는군.

천여운의 그 말에 사내가 입을 다물었다.

이 말만으로 그가 자신들의 존재를 알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구나.”

-동족 포식을 하는 마족의 배신자라지.

비아냥거리는 듯한 천여운의 말에 사내가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열등한 인간 놈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웃기는 놈이로군. 그렇게 인간이 열등하다고 생각된다면 오신 그룹으로 와라.

“뭐야?”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하지. 설마 꼬리를 말고 도망갈 셈이냐?

“건방진 벌레 놈이!”

도발하는 천여운의 말에 그림자로 드리워진 사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느새 눈빛이 검게 물드는데 무섭게 마력이 치솟았다.

당장에라도 천여운을 찢어죽이고 싶은 심경이었다.

“왕이시여.”

옆에서 같이 통화를 듣고 있던 수하 마족이 발신 마이크의 묵음버튼을 눌러 상대편에 듣지 못하게 하고서 고개를 저었다.

놈의 도발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놈의 함정입니다. 진정하십시오.”

“........”

이에 무섭게 치솟았던 마력이 가라앉으며 사내가 다시 원래의 눈빛으로 돌아왔다.

‘이 녀석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로군.’

하찮다고 여긴 인간에게 아끼는 수하 일족 둘과 모든 전력을 잃은 그는 순간 분노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지만, 다행히 남은 삼종 중의 한 명이자 그의 장자방(張子房) 역할을 해주는 마족 루터가 있어서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루터의 말이 맞다. 그 전력을 처리했다는 것은 놈이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오신 그룹으로 왔다는 것이겠지. 넘어가면 안 된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그곳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적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꼴이었다.

루터가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놈을 TRA 지역으로 끌어들이십시오. 저희가 원하는 무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에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묵음 버튼을 해지하고서 입을 열었다.

“내가 네놈이 원하는 대로 해줄 것 같나?”

-도망가는 것이냐?

“도망? 하! 벌레만도 못한 네깟 인간 따위를 내가 두려워 할 것 같으냐? 그렇게 죽고 싶다면 부양시로 오거라. 그곳에서 네놈의 목숨을 거둬주마.

-부양시?

루터의 말대로 사내는 천여운을 유인했다.

천여운을 그곳으로 오게만 만든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다.

-너무 뻔한 수작이로군.

“오지 않는다면 나도 네놈과 똑같은 짓을 해주마. 네놈이 그곳에 있다는 것은 용천 그룹이 비어있다는 소리겠지?”

이번에는 사내가 천여운을 도발했다.

이 정도라면 당연히 넘어올 거라고 여겼는데,

-꽤 가까운데 있었군.

“뭐?”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사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 하는데,

-푹!

“컥!”

그때 루터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이 터져 나오며 그의 가슴에 손이 덩그러니 튀어나왔다.

그 손에는 두근거리며 뛰고 있는 루터의 핵이 쥐어져 있었다.

‘!?’

사내가 루터의 뒤에 있는 자를 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네, 네놈이 어떻게?”

< 42화 오신 그룹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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