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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26화 (126/234)

< 41화 유혹의 밤 (3) >

마족들 중에서 후작위의 마족들부터 마력의 각성을 한다.

그런데 이것을 동족포식을 통해 강제로 각성시킨 것이었다.

마력이 불순함 그 자체였다.

“심장 사냥꾼을 먹어치우면 얼마나 강해질까?”

헤일이 혀를 날름거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사케나가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다.

“누가 네놈 따위에게 당할 것 같아!”

그녀가 몸을 페이징시키며 헤일의 핵을 향해 손을 집어넣으려 했다.

그때 헤일이 씨익 웃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강한 스파크가 일어났다.

-파지지칙!

“까악!”

스파크로 인해 분자가 분해되는 것을 방해당하면서 페이징 능력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 네 능력이?”

“크크큭, 포식하게 되면 그냥 마력만 늘어나는 줄 아느냐?”

헤일이 사케나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 꽂았다.

-퍼억! 우드득!

샤케나의 안면이 함몰되면서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신형이 밑으로 떨어졌다.

단 일격에 불과했지만 엄청난 힘에 몸이 바닥 깊숙이 파고들었다.

“샤케나!”

문란영이 그 모습에 소리쳤는데, 그녀의 앞에 있는 마르틴이라는 마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눈앞에 있는 상대나 걱정하시지. 인간 계집!”

그와 동시에 마르틴의 신형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엄밀히 말하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육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빨라.’

문란영이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며 놈의 움직임을 감지하려 애를 썼다.

애초에 기감으로 느낄 수 없는 존재였기에 오직 시각과 청각에 의존해야 했는데, 마르틴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다.

‘그렇다면!’

문란영이 전신의 화기를 끌어올렸다.

그 순간 그녀의 전신으로 불꽃이 휘감았다.

불꽃으로 뒤덮인 그녀가 손바닥으로 바닥을 내려치자, 그녀의 주변으로 거대한 불기둥이 높이 치솟았다.

-화르르르륵!

“앗! 뜨거!”

그녀를 농락하듯이 주위를 고속 이동으로 멤돌던 마르틴이 불꽃에 데여 거리를 벌렸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그에게 문란영이 장결을 펼치자, 무형장이 일어나 불투명한 형태의 커다란 손이 마룡장법의 초식을 펼쳤다.

“인간 주제에 제법이구나.”

-스륵!

마르틴의 몸이 허공에서 흩어지며 더욱 거리를 벌렸다.

그가 문란영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서 황색 연기가 흘러나오며 불꽃의 기둥을 휘감았다.

‘이건 대체?’

황색의 연기가 불꽃에 닿는 순간 강한 폭발이 일어났다.

-쾅쾅쾅!

문란영은 불꽃을 다루기 때문에 이런 폭발 속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으나,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시야가 완전히 가려지고 계속 이리저리 몸이 튕겨나갔다.

‘안되겠어’

결국 그녀는 불꽃의 기둥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불꽃이 가라앉는 순간 사방이 황색 연기로 뿌옇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가 진기로 바람을 일으켜 이를 밀어내려 했는데,

-따끔!

온몸이 따끔거리며 아파왔다.

이상해서 손을 들어 올려서 피부를 보자 겉 표면이 썩어들 듯이 살점이 흘러내렸다.

“독?”

무슨 독인지 알 수 없으나 피부가 썩어들 만큼 강했다. 하지만 기린의 피를 마신 그녀는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썩어드는 순간 피부가 빠르게 재생했다.

-츠르르르!

“네년 인간 맞아? 부식이 통하지 않네. 그럼. 이건 어떨까?”

뿌연 연기 속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마르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황색으로 뿌옇던 연기가 새파랗게 변해갔다.

-오싹!

연기에서 날카로움을 느낀 문란영이 호신강기를 펼쳐서 몸을 보호하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퍽!

“으헉!”

연기 속에서 뭔가 타격음과 함께 마르틴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네놈 어떻게 여기에....”

-고오오오! 파앙!

“끄헉!”

갑자기 강렬한 바람이 몰아치며 푸른색 연기가 돌풍에 휩쓸리듯이 사방으로 밀려났다.

순식간에 연기가 흩어지면서 시야가 드러났다.

“아!”

문란영의 눈에 고글을 쓴 남자가 이십 미터 가까이나 밀려 나서 두 팔을 교차한 채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르틴은 큰 충격을 받았는지 교차하고 있는 두 팔이 떨려 왔다.

그런 그의 정면으로 떨어진 곳에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누군가가 서 있었는데,

“천마이시여!”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엇! 저 자는?”

허공에 떠있던 아나스의 눈동자에 이채가 띠었다.

아직 청도시에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놀란 모양이었다.

“제때 맞췄구나.”

천여운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다행히 사상자는 없었다.

‘아! 정말로 내 말을 들으시다니!’

문란영이 속으로 놀라워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나노 폭탄을 개조한 것이 심어져 있었다.

이것을 통해서 마족이 용천 그룹에 나타났음을 알렸는데, 불과 15분 만에 천여운이 도착했다.

마르틴이 떨림이 멈췄는지 두 팔을 내리며 자세를 바로했다.

“네놈이 그 인간이구나.”

최대한 여유 있는 척 말했지만 눈빛에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

천여운에게 당한 일격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각성 상태로 막은 것은 아니지만 이놈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그렇다면 보여주마!’

-불룩! 불룩!

마르틴의 얼굴 피부로 헤일이라는 마족처럼 검은 핏줄이 튀어나왔다.

전신의 근육도 조금씩 더 발달하더니 불길한 마력이 솟구쳤다.

마르틴이 검게 물든 두 눈으로 천여운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인간 주제에 각성을 보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겨라. 그분을 곤란하게 만든 죄로 네놈을 잘근잘근 다져서 먹어치워 주마!”

-스륵!

마르틴의 신형이 허공에 녹아들 듯이 사라졌다.

각성을 하면서 그의 고속이동은 아까 전보다도 훨씬 빨라졌다.

바람만이 사방을 가득 메웠다.

“천마이시여! 놈은 보통 적이 아닙니다!”

우려하는 문란영의 외침에 천여운이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샤케나를 도와줘라.”

-쾅쾅!

저쪽 편에서 건물 하나가 통째로 무너져 내릴 만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사케나는 혼자서 강제 각성한 마족과 고군분투 중이었다.

“알겠습니다.”

-팟!

이에 문란영이 다급히 그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마르틴이 비웃음을 흘렸다.

‘같이 상대해도 모자랄 판국에 어리석구나. 크크큭. 초고속 이동 능력 앞에서 네놈의 시간은 멈춰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는 마르틴의 주변 사물들은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멈춰져 있었다.

천여운 또한 석고상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당연히 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죽여주마.’

연달아 회전하던 마르틴이 천여운의 옆을 향해서 뛰어갔다.

그리고는 그의 목을 향해 발차기를 날리려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스르르!

천여운의 눈동자가 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

우연인가 싶었는데 천여운이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당혹스럽지만 마력과 온 힘을 실은 그의 발차기는 도중에 멈출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상관없다. 봤다고 해도 막을 수는 없다.’

눈으로 봤다고 해도 육체가 그 짧은 찰나에 움직이는 일은 별개였다.

-팡! 팡! 팡! 팡!

공기의 층을 뚫으며 그의 발차기가 천여운의 목으로 도달하려는 순간,

-탁!

천여운의 손이 그의 발목을 잡아챘다.

‘아닛?’

그렇게 움켜쥔 상태로 천여운이 주먹이 그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천여운이 휘두르는 주먹의 공간이 일렁거렸다.

‘위, 위험해.’

다급히 마르틴이 이를 막기 위해 두 팔을 교차시키며 가슴으로 가렸는데,

-우드드득! 콰지직!

팔목이 부러지면서 천천히 뜯겨나갔다.

‘!?’

그리고는 뜯겨진 부위를 뚫고서 천여운의 주먹이 핵이 위치해 있는 그의 가슴을 강타했다.

-퍼어어어어억! 우드드드득!

마르틴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가슴뼈가 천천히 부서지는 것이 느껴졌다.

‘끄아아아아아악!’

두 눈이 터질 듯이 커졌다.

엄청난 고통으로 긴장이 풀리는 그 순간 극도로 천천히 흐르던 시간이 다시 움직였다.

-콰직!

천여운의 주먹이 마르틴의 가슴을 관통했다.

마르틴이 입을 벌리고서 벙긋벙긋 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억.... 억....”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런.....핵을 남겨두려 했는데,”

역량의 일원화로 인한 파괴력과 초고속 이동으로 움직이면서 생겨난 관성력에 의해 핵까지 부숴버리고 만 것이었다.

“네놈.....정말 인간이...맞는.....”

-파스스슥!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마르틴의 몸에 균열이 가더니, 이내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잿가루처럼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아나스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럴 수가.....’

각성한 마르틴은 일족 중에서 후작위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런 그를 눈 깜짝하는 사이에 재로 만든 것이다.

아나스의 몸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런데 그것은 두려움이나 공포를 느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흥분한 사람처럼 얼굴이 상기되어서 입 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이는 동료가 죽었을 때의 일반적인 반응과는 달랐다.

‘강해! 강해! 완전 강해!’

그녀는 온몸에 전율이 올만큼 천여운의 강함에 매료되었다.

그것은 반했다는 것이 아니었다.

눈빛에 서려 있는 것은 강한 탐욕이었다.

‘저놈을 먹어치우면 공작위에 버금가는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들은 강한 자를 먹어지움으로서 힘을 얻는다.

한데 천여운의 압도적인 역량을 보고나자 이를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이었다.

‘호호호호호.’

그녀에게는 남성체에게 있어서 최고의 능력인 매력이 있었다.

고등 정신체를 가진 마족에게는 잘 통하지 않더라도 인간같이 하등한 존재에게는 백 프로 확률로 먹힌다.

-탁!

아나스가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빠르게 천여운에게 다가가 매력을 걸려고 했다.

‘내거야. 내거!’

일단 그에게 매력만 걸어도 노예로 활용할 수 있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지 그녀가 엉덩이를 실룩실룩 흔들면서 다가가 고혹적인 표정을 지으며 천여운에게 말했다.

“정말 강하시군요. 강한 남자는 참 매력 있던데. 흐응.”

그녀가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입에 넣고서 빠는 시늉을 했다.

마치 입으로 하는 행위를 연상케 하듯이 말이다.

아나스의 몸에서 은빛 기운이 스멀스멀 거리며 천여운에게로 흘러가고 있었다.

모든 오감이 이 매력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어때요. 내 안에 들어오고 싶죠?”

“그래? 사양하지 않으마.”

천여운의 그 말에 그녀가 입 꼬리를 올리며 허벅지를 슬며시 벌렸다.

“어서 내 안으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직!

“컥!”

화끈거리는 고통에 아나스가 고개를 천천히 밑으로 내렸다.

무언가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오기는 들어왔다.

그런데 그렇게 바랐던 곳이 아니라 가슴의 정중앙을 천여운의 손이 관통하고 있었다.

“참 특이한 마족이로군. 알아서 대주니 말이야.”

“거.... 거기가..... 아니....끄윽.....”

황당하게도 그녀의 능력인 매력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연결되어 있던 핵이 끊어지면서 그녀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떨궜다.

“....미친....고자 새끼도...아니고....”

< 41화 유혹의 밤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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