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블랙 아테나 (3) >
“끄으으으.”
턱시도에 가면을 쓴 사내가 잘린 팔목을 붙잡고서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천여운을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놈 대체 뭐야? 완전 괴물이잖아.’
정보를 다루는 그들은 천여운이 천마신교에 관련된 자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방어시스템을 너무 과신했다.
엄청난 전력을 소모해서 가동되는 산공 장치가 설치된 홀과 극독을 복용하고 있는데,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불과 두 시간 전을 떠올렸다.
모든 홀의 담당자를 블랙 아테나의 세컨드 마스터가 집합시켰다.
[용천 그룹의 부회장이 접촉해올 수도 있다고요?]
뉴스에 떠들썩하게 나온 용천 그룹의 부회장.
용천 그룹이 와해된 마교의 정통 후예라는 사실은 정보 조직들이라면 모를 리가 없었다.
최근 들어 마교가 부활하려한다는 소문이 현 무림과 뒷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용천 그룹이면 마교가 아닙니까?]
[그들이 어째서 블랙 아테나로?]
사파인들에게 마교는 참 미묘한 관계였다.
자신들과 같이 정파와 적대 관계이면서도 마치 질적으로 다르다는 듯이 도도한 학처럼 굴었다.
정파처럼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마교는 그들을 경멸해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다.
[정보에 의하면 그들은 자신들의 부활과 도약을 위해 우리 블랙 아테나가 축적해놓은 부와 힘을 노린다고 한다.]
세컨드 마스터는 마교 측에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촉해올 것이라 경고했다.
그래서 만약 그들이 거래를 빌미로 수작을 부릴 기미가 보인다면 일말의 주저 없이 말소를 하라고 명했다.
[한데 그리되면 마교 측과 척을 지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들은 무림협회의 본단마저 쓰러뜨릴 만큼의 저력을 가졌는데 조심하는 편이 좋지 않을지?]
당연히 우려하는 자들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컨드 마스터는 호언장담했다.
[걱정마라. 그 자를 처리할 경우 무림협회 측에 그것을 뒤집어씌울 것이다.]
[무림협회에 말입니까? 그들이 호락호락 넘어가겠습니까?]
[넘어갈 것이다. 마교와 무림협회는 현재 전쟁 상태다. 조금만 손을 써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게다가 그 천무성이라는 자는 무림협회에 있어서 원수나 다름없으니, 오히려 그들로서는 치욕을 되갚을 기회로 여길 것이다.]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홀의 관리자들로서는 더 이상의 우려를 표명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마스터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세컨드 마스터가 블랙 아테나의 모든 실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명에 따라야 했다.
‘큭.....마스터가 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후회를 해봐야 이미 늦었다.
상황은 벌어졌고 눈앞의 괴물을 어떤 식으로든 막아야 했다.
“VIP룸으로 안내해라. 다른 팔도 잃고 싶진 않겠지?”
천여운이 그를 향해 위압적으로 명했다.
이에 가면의 사내가 잘린 팔의 고통을 참고서 입을 열었다.
“해, 해독약을 먹지 않는다면 그대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우리를 위협해도 되는 것이오?”
산공 장치는 어쩔 수 없었지만 독이 있었다.
아무리 내공이 심후한 자라고 해도 이를 자체 해독하려면 운기조식을 해야 한다.
적어도 그 점은 유의하고 있으리라.
여겼지만,
“이걸 얘기하는 것이냐?”
천여운이 손바닥을 위로 들어 올리자, 검은 수분 같은 것이 스멀스멀 피부에서 올라왔다.
검은 수분은 액체처럼 변해서 허공에 둥둥 떴다.
천여운이 그것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파파파팡!
검은 액체가 여러 개로 나뉘며 긴장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던 블랙 아테나의 직원들의 몸을 뚫고 들어갔다.
“억!”
“이, 이게 뭐...”
당황한 그들이 액체가 파고든 부위를 붙잡고 짜내려고 했지만,
“끄억!”
“독?”
체내로 독성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운기조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섯 명이 동시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두 눈이 붉게 충혈 된 그들의 모습에 가면의 사내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이럴 수가....”
그것은 분명 그들이 자랑하는 독인 아테나 블러드에 중독되었을 때와 같은 현상이었다.
설마 했는데 천여운은 정말로 독을 해독시켰다.
경악해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마지막 경고다. 남은 사지가 무사하길 바란다면 VIP실로 안내해라.”
* * *
블랙 아테나의 지하 6층.
그곳은 일반 홀과 달리 100평 정도 되는 거대한 원형 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 원형 홀에는 외곽 쪽에는 특수 강화 유리로 되어 있는 문과 5평 정도 되는 공간이 30여개 정도가 원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5평 공간 안에는 딱 달라붙는 회색 타이즈를 입은 사람들이 한 명씩 갇혀 있었는데, 마치 진열상품처럼 넘버와 소개서 같은 것이 붙여져 있었다.
더욱 특이한 것은 이 유리 공간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는 초점도 없었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있을 뿐이었다.
-퉁퉁!
그런 유리의 하나를 가볍게 두드리며 포마드 머리에 파란색 턱시도 복장을 한 콧수염의 남자가 소개했다.
“이쪽이 제 3세대 개량 모델입니다.”
콧수염의 남자가 말한 3세대 개량 모델이라 불린 유리 속의 근육질의 남자.
남자는 넋이 나간 눈으로 정면만을 응시했다.
그런 남자의 시야로 손을 휙휙 젓는 붉은 드레스의 여인이 있었으니, SS급 게이트 키퍼인 임소혜였다.
“의식은 없는 건가요?”
“주인의 명령이 없으면 사고와 인지가 제어가 되어서 가만히 있습니다. 위험성은 제로라고 보셔도 됩니다. 하하하.”
웃으면서 설명하는 콧수염의 남자는 블랙 아테나의 세컨드 마스터인 변호영이다.
그는 이곳의 2인자이자 VIP 회원들 전담이었다.
충성도가 높고 구매율이 높은 골드 회원들부터는 홀로그램이 아닌 관리자들이 직접 거래를 진행한다.
VIP 회원들은 여러 가지 특권이 많았는데, 동행인을 다섯 명까지는 데려올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임소혜의 팀원들도 같이 올 수 있었다.
“턱이 특이하군요.”
임소혜의 뒤에 있던 안경을 쓴 남자가 특이하다는 듯이 물었다.
이에 세컨드 마스터 변호영이 웃으며 답변했다.
“3세대는 곤충의 유전자를 개량해서 신체 변화가 더욱 다채롭죠. 이 턱이 갈라지면서 더욱 큰 입으로 변합니다.”
“우.”
턱이 갈라진다는 말에 안경을 쓴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상상만 해도 뭔가 징그러운 느낌이었다.
“변이 모습이 꽤 흉측하긴 해도 그 능력만큼은 확실히 보장합니다. 2세대 육식 포유동물 유전자를 쓴 모델들보다도 훨씬 그 능력이 뛰어나죠.”
변호영이 가리킨 방향에 유리 공간에 있는 자들은 귀가 길쭉한 사람부터 표범을 보는 것처럼 무늬가 그려진 사람까지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들은 유전자가 조작된 인간들이었다.
“가격은 2세대보다 당연히 비쌉니다. 한 개체 당 B급 코어 하나를 받습니다.”
“하!”
그런 변호영의 말에 임소혜의 팀원들이 기가 차했다.
다른 거래와 달리 이 층에 있는 자들은 오직 코어로만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B급 코어는 해도 너무 비쌌다.
“오우, 절대로 비싼 게 아닙니다. 3세대 모델 정도만 되어도 오급 무림인이나 A급 게이트 키퍼들은 능히 상대할 수 있죠.”
“A급 게이트 키퍼를 상대한다니? 고작 유전자를 개조한 인간이 그 정도 능력을 발휘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임소혜의 팀원 중 키가 2미터 정도 되는 거구의 사내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는 A급 게이트 키퍼로 변호영의 말을 허황되었다고 여겼다.
오(午)급 무림인이면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였고, A급 게이트 키퍼면 시에서 대장을 맡고 있는 자들이었다.
“믿기 힘드신가 보군요.”
“직접 확인해보지 않는 이상 못 믿겠소.”
“후후후, 그럼 한 번 상품을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27번 유리 구속구 해제.”
-위잉!
변호영의 그 말에 유리 입구가 위로 올라가며 열렸다.
입구가 열리자 안에 있던 턱에 선이 그어져 있는 근육질의 남자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A급 게이트 키퍼이신 파진상님께서 직접 견식 해보시는 편도 상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죠.”
변호영의 말에 파진상이라 불린 거구의 사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이곳에 몇 차례 방문했지만 한 번도 이름을 밝힌 적이 없었는데, 역시나 정보도 다루는 조직답게 자신들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었다.
파진상이 허락을 구하듯이 임소혜를 바라보았다.
물론 당연히 허락했다.
“좋아요.”
파진상이 턱시도 상의를 벗어던지며 홀의 가운데로 걸어갔다.
“견식하는 상품에 하자가 생기는 걸로 변상해달라는 하지 않으리라 믿소.”
“당연하지요. 다만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흥! 상관없소.”
파진상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능력은 괴력으로 최대 100톤에 이르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강철도 쉽게 우그러뜨리는 힘을 지니고 있는 그는 수많은 게이트 위험 개체를 두 주먹만으로 해치운 강자였다.
“참고로 지금 상품들의 명령권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구매를 하신다면 사용자의 것으로 변경이 가능하니 걱정마십시오. 23호 저 자를 쓰러뜨려라.”
변호영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회색 타이즈의 사내가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움직임이 엄청나게 빨랐다.
용수철처럼 바닥을 튕겨서 단숨에 홀의 한 가운데 까지 날아오듯이 왔는데, 파진상도 놀랐는지 다급히 주먹을 휘둘렀다.
-퍽!
파진상의 주먹을 맞은 타이즈의 사내가 뒤로 튕겨나갔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안경의 키퍼가 환호성을 냈다.
“호우!”
동료들인 그들은 당연히 저 유전자 조작된 인간이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파진상의 표정이 달라졌다.
주먹을 맞췄는데 뭔가 원하는 타격감이 나오지 않았다.
‘뭐지? 느낌이 다르다.’
게이트 개체를 상대할 때보다도 더 이질적인 느낌이 강했다.
굉장히 기분이 나쁜 촉감이었다.
-팟!
튕겨나갔던 회색 타이즈의 사내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는지, 지면에 발이 닿자마자 다시 튕겨지듯이 날아왔다.
두 주먹을 위로 들어올려서 파진상을 내리치려 했다.
파진상이 이를 막아낸 후에 놈에게 발차기를 먹이려고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츠왁!
“헉!”
회색 타이즈의 팔꿈치 부분부터 팔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그러더니 팔이 길어진 것도 모자라 아래쪽에 가시가 톱날처럼 달려서 나왔다.
두 다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쩌억!
턱이 갈라져서 입을 벌리는데, 흉측한 모습이 도저히 인간 같지가 않았다.
말 그대로 곤충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사마귀?”
임소혜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
이에 세컨드 마스터 변호영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정답입니다.”
타이즈의 사내는 사마귀의 유전자와 결합된 인간이었다.
인간이라고 부르기도 우스웠다.
‘이, 이건 완전 괴물 아냐!’
그는 괴력 못지않게 내구력 또한 대단했는데, 도저히 저 길어진 팔을 직접 막기가 싫었기에 놈의 공격을 피하려 했으나,
-쭈욱!
긴 팔을 벌리는 것만으로 단숨에 그를 낚아챘다.
“이 새끼가!”
-팍!
파진상이 그 팔을 잡고 부러뜨리려고 했다.
그런데 100톤에 이르는 그의 괴력에도 사마귀 인간의 팔이 부러지지 않았다.
‘이놈 무슨 힘이?’
오히려 톱날 가시가 달린 부위로 팔을 뒤집었다.
-촥!
“큭!”
파진상의 손바닥이 찢겨져나갔다.
당황해서 손을 떼는 순간에 사마귀 인간이 갈라진 턱을 벌리며 파진상의 어깨를 물었다.
-콰득!
흉폭하게 난 그 이빨은 파진상이 자랑하는 근육을 우습게 만들었다.
너무도 쉽게 파고들어 어깨를 뜯어내려 했다.
“으악!”
파진상이 비명을 지르자, 이내 세컨드 마스터 변호영이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쳤다.
-딱!
“그만!”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마귀 인간이 턱 이빨을 빼냈다.
선명하게 이빨 자국이 남은 파진상의 어깨 상처 부위에서 많은 피가 흘러내렸다.
“헉....헉....”
거친 호흡을 내뱉는 그의 눈동자는 두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첫 게이트 전을 나간 후로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다.
“괴력의 파진상을 저렇게 만들다니?”
“허어....”
그의 동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임소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에게 변호영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충분히 검증이 되지 않았습니까?”
검증이 된 정도가 아니라 놀라울 정도의 힘을 지녔다.
그녀가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이보다 더 강한 게 있다고요?”
“4세대 개량형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여기서 더 강한 개량종이 있었다.
곤충의 유전자를 개량해서 만든 3세대 이상이면 대체 얼마나 강하고, 그 힘의 비밀은 무엇이란 말인가.
“4세대는 정말 비싸고 개체수도 적죠.”
“얼마나 적은가요?”
“국내에서 딱 두 곳에서만 이 상품의 중개를 맡는데도 고작 두 개체의 판매만 부탁 받았으니까요.”
“적군요.”
“3세대까지는 어느 정도 유전자만 맞으면 어느 정도 생산이 가능한데, 4세대부터는 만들기가 꽤 힘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말만 들으면 상당히 희귀한 축에 속하는 듯 했다.
임소혜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았다.
“얼마나 하죠?”
“A등급 코어 세 개는 지급해주셔야 합니다.”
“네에?”
터무니없는 지불 가격에 그녀가 어이가 없어했다.
A등급 코어부터는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부르는 게 가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정부에서 책정한 가격은 있지만 말이다.
“어떻게 가격이 그렇게 뛸 수 있죠?”
“그만큼의 값어치는 보장합니다. 방금 전에도 보셨잖습니까? 3세대 상품이 A급 게이트 키퍼 분을 제압하는 걸요. 그것을 압도적으로 능가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 가격을 주고 사는 사람이...”
“이미 일본 측과 러시아 측, 그리고 미국 측에서는 경매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 열네 개체나 사갔을 정도이니 오히려 싸게 파는 겁니다.”
그런 변호영의 말에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외국에서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팔렸다고 말한 것이었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다른 부분이 더욱 관심을 이끌었다.
“어머. 경매 시장도 여는 가봐요?”
그녀의 말에 변호영이 순간 아차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경매에 관해서는 발언해서는 안 될 부분이었다.
“아아, 말실수를 했군요. 경매가 아니라 암거래 시장에서 그만큼 경쟁이...”
-치칙!
그때 그의 귓가에 꽂혀 있는 무선 이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컨드 마스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상황 통제실에서 온 연락이었다.
이에 변호영이 임소혜와 팀원들에게 고개를 숙여 양해를 구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살짝 그들에게서 떨어져서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지금 지하로 6층 엘리베이터로 그 자가 가고 있습니다.”
“그 자?”
-그 용천 그룹의 부회장말입니다.”
“뭐?”
변호영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까지 오려면 여러 방어 시스템을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아마도 이곳에 발을 들였다면 첫 방어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접견실에서 막혔을 것인데 이건 대체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산공 시스템이랑 독은?”
-모,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엘리베이터에 탄 것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놈이 어떻게?”
-쿠퍼 회원 관리자와 동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관리자 통로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회원이 이동하는 통로와 관리자들의 통로는 다르다.
감시가 철저한 반면에 관리자들의 통로에는 감시 카메라가 거의 없다.
유일하게 있는 곳이 엘리베이터였다.
“당장 엘리베이터의 가동을 중지시켜!”
엘리베이터 역시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초합금으로 만들어졌다.
폭발의 충격마저 버틸 수 있는 강도를 지녔다.
-이미 가동은 중지시켰고 전투원들도 보냈는데, 그 자가 엘리베이터를 강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촤촤촤촥!
홀의 입구 쪽에 있는 엘리베이터의 입구가 갈라지더니 이내,
-쾅!
뚫려버리고 말았다.
그 어두운 안쪽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새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그는 천여운이었다.
‘천무성 부회장?’
그의 등장에 임소혜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를 부수고 나타났으니 좋은 의도로 나타난 것은 분명 아니었다.
천여운이 홀의 안으로 걸어 들어오며 말했다.
“네가 블랙 아테나의 대표인가?”
천여운의 시선은 단번에 변호영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변호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하필 중요한 거래 도중에!’
제대로 방해를 받은 셈이었다.
그때 임소혜의 팀원들 중의 한 명인 곱슬머리의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직 우리 쪽의 거래가 끝나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행패요? 당장 돌아가지 가시...”
-휙!
천여운이 그를 무시하고 지나쳤다.
이에 화가 난 곱슬머리의 남자가 홧김에 능력을 발휘하려 했다.
“건방지게 사람이 하는 말을 끝...”
“귀찮게 굴지 마라.”
-휙!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휘젓자 그의 몸이 거칠게 옆으로 날아가 버렸다.
-부웅!
“흐억!”
-쾅!
홀의 외곽 강화 유리에 상반신이 처박힌 그는 대롱대롱 매달려서 기절하고 말았다.
명색이 A급 게이트 키퍼가 너무도 허무하게 당해버리는 모습에 임소혜를 비롯한 팀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3호 저 놈을 제거햇!”
세컨드 마스터 변호영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러자 홀의 가운데 멀뚱히 서있던 사마귀 인간이 형태를 변이하더니, 천여운을 향해 흉측한 턱입을 벌리며 몸을 날렸다.
-팟!
“이건 무슨 장난질이냐?”
천여운이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용수철처럼 껑충 뛰어올라 그를 덮치려던 사마귀 인간이 허공에 멈춰 서서, 긴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아등바등 거렸다.
그 상태에서 천여운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콰드드득!
“끄게게게겍!”
사마귀 인간의 몸이 압축되듯이 접히며 공처럼 말아 들어갔다.
‘이, 이건 대체.....’
그 광경에 A급 키퍼 파진상은 얼이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자신을 곤욕을 치르게 만들었던 사마귀 인간이 손짓 한 번에 죽어가는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 39화 블랙 아테나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