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18화 (118/234)

< 39화 블랙 아테나 (1) >

천마신교의 정보 단체인 암종의 수장 환명오가 인정한 두 뒷세계의 정보단체.

그것은 블랙 아테나와 클럽 PAB이란 곳이었다.

그 중 하나인 블랙 아테나는 청주시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제남시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크. 주군. 벌써부터 바다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안 그렇냐? 막헌.”

“그,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 역을 벗어나지도 않아서 지하에 있다.

바다 냄새가 날 리가 만무했다.

들떠있는 허봉과 그를 스승처럼 받드는 비막헌의 태도에 중력마녀 유소화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번 일정에 따라온 이들은 세 명뿐이었다.

원래는 더 많은 호위단을 데려가기를 교주 천우진과 소교주 천유장이 권했지만 천여운은 수발을 들 정도의 인력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이들만 데려왔다.

[주군. 제 부인도 같이.....]

[안 돼.]

그 와중에 허봉이 아내인 대장로 문란영도 같이 가면 안 되냐고 간청을 했지만 딱 잘라서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니까.]

순조롭게 천마신교의 합병이 이뤄지고 있다고는 하나, 적은 여전히 많았다.

무림협회, 블레이드 식스.

게다가 이제는 게이트 특수 개체라 할 수 있는 마족마저도 대범하게 잠입하는 실정이었다.

그런 점에서 어느 정도 전력은 두고 오는 것이 맞았다.

의외로 샤케나는 이번에 천여운의 지시를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본사에 있는 내 사무실에서 녀석을 지키고 있어라.]

천여운이 지키고 있으라고 명한 자는 마족 데오였다.

한 번 핵을 잃었던 마족은 체내에 다시 그것을 들인다고 곧바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고치 상태로 들어가서 자가 회복 중인 상태였다.

[누구에게도 놈을 빼앗기지 마라.]

[알겠어요. 주인님.]

천여운이 마족의 핵을 흡수한 것을 본 이후로 샤케나는 꽤나 조심스러워졌다.

혹여 자신의 핵도 탐하는 게 아닐까 두려워해서 일지도 몰랐다.

매번 스킨십을 하려고 달라붙는 것이 거추장스러웠던 차에 천여운으로서는 나쁠 것 없는 반응이었다.

‘내 짐작이 맞다면 무림 협회의 간부들 중에 마족의 배신자가 있다.’

그 놈은 이번 국무원 사법 형무소 사태로 천여운에게 분노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일족을 암살자로 보냈다.

그런 배짱이라면 이번 카일의 죽음만으로 쉽게 포기할 리가 없었다.

‘그 전에 백기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 한다.’

이번 일로 천여운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천마신교에 있어서 중심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적들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노려올 게 뻔했다.

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백기의 행방을 찾아야 했다.

“저 부회장님.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움직여도 될는지?”

계단을 오르고 있는데, 비막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가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웅성웅성!

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천여운의 모습을 알아봤는지 웅성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얘. 저 사람. 그 뉴스에 나왔던 용천 그룹 부회장 아냐?”

“사법형무소 혈사 사건 때 국방부 부장을 보호했다는 그 사람이잖아.”

그 사건 후로 천여운은 상당한 유명인사가 되었다.

게이트가 열린 세상에 있어서 국방부 부장은 중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 자를 위기에서 구했다는 인식으로 여론은 그를 영웅으로 띄웠다.

“저 나이에 대기업의 부회장이라잖아.”

“너무 멋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젊은 여성들이었다.

천여운의 외모는 상당히 준수하다 못해 훤칠하면서도 냉소적인 미남이었다.

그런데다가 대기업 부회장이라는 겉으로 드러난 타이틀은 여심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주군. 저 소저들이 주군을 엄청 좋아하는데요. 히히.”

현경의 고수인 허봉의 청력은 누구보다 좋았다.

수군거리면서 하는 여자들의 말에 본인이 더 신이 나서 천여운에게 말했다.

“스승님. 최대한 모르는 척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허봉을 비막헌이 주의시켰다.

비막헌은 이렇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했다.

“걱정되나?”

“혹여 암살자를 보낸 자들이 또 다시 노릴까봐 우려됩니다.”

위치가 너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그럴수록 온갖 적들은 천여운을 노려올 게 틀림없었다.

우려하는 비막헌에게 천여운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라고 이러는 것이다.”

“네?”

오히려 바라는 바였다.

공개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킨 것은 일종의 계책이었다.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용천 그룹이 아닌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만들면서도 경계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노려준다면 고마운 일이고.’

*  *  *

한편 청주시 무림협회 지부는 비상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무림협회는 사법형무소 사건으로 꽤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현재 여론에 몰린 그들을 협회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파벌과 함정에 걸린 동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파벌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 사달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뜬금없이 청주시에 나타났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놈이 시내로 이동하고 있다고 하오. 어떻게 해야겠소?”

“...........”

청주시 지부장 곽무문의 문주 곽천기의 물음에 지부 간부들이 죄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들이라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뾰족한 수가 떠올릴 리가 만무했다.

무림협회에 있어서 마교는 적이었다.

적이라 할 수 있는 자가 근거지로 침입했으니 이에 대응하는 것이 맞았으나, 듣기로는 오대고수 급의 절대고수라고 들었다.

그런데 이곳 청주시에는 마땅한 고수들도 없었다.

“지부장. 듣기로는 그 천무성이라는 자가 협회의 본단을 무너뜨렸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 자를 우리가 무슨 수로 막소?”

간부들 중의 한 사람이 의견을 내자,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의중을 보였다.

“그렇습니다. 괜히 그러다 일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려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어떻소?”

그런 간부들의 말에 곽천기가 고심에 빠졌다.

확실히 그들의 말대로 놈은 너무 대놓고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감시할 테면 감시해봐라.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움직이니까 오히려 자신들이 함정에 걸린 것 같았다.

‘이거 진짜 함정 아냐?’

점점 머릿속에서 함정이라는 것으로 굳혀져 갔다.

그렇지 않고는 너무 대범했다.

‘그래. 내버려두자. 오히려 놈은 구실을 만들려고 저러는 걸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현재 무림협회의 여론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런 마당에 괜히 마찰이라도 벌여서 함정에 빠지기라도 한다면 더욱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여러분이 말이 맞소. 혹여 이것이 마교가 파놓은 함정이라면 더욱 주의를 기하는 것이 맞는 것 같소이다. 일단 협회에 이 사실을 알리고 저들이 우리 청주시에 수작을 부리지 않는지 감시하는 정도로 합시다.”

그런 지부장 곽천기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한 남자가 여기서 손을 들어 다른 의견을 냈다.

“부지부장?”

그는 부지부장인 사해방의 방주이자 맥주 사업을 하고 있는 염해균이었다.

주걱턱에 처진 눈매를 가진 얼굴과 달리 탐욕이 강한 자로 지부의 다른 간부들이 썩 좋아라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지부장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혹시 마교의 목적이 청주시에 있는 사파 조직들과 손을 잡는 것이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크흠.”

그의 물음에 곽천기가 불쾌하다는 듯이 기침을 했다.

이곳 청주시는 유독 사파 조직들이 다른 도시에 비해 활개 치는 곳이었다.

그들은 무역과 주류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었고, 청주시의 유지라 할 수 있는 해웅 감가(鹼家)를 등 업고 있어 무림협회 지부에서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부지부장.”

곽천기의 물음에 부지부장 염해균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이제이라는 말이 있지요.”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를 이용하여 다른 오랑캐를 저지한다는 말이다.

“사파 쪽에 미리 정보를 흘리죠.”

“정보를 흘린다?”

“마교 쪽에서 청주시의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그리고 그 책임자가 직접 이곳에 왕림했다. 이 정도만으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염해균의 말에 지금까지 방관하자는 의견을 냈던 간부들이 관심을 보였다.

그럴 듯한 계책이었다.

굳이 자신들의 전력을 소모하지 않더라도 만약 사파 조직을 움직일 수 있다면, 이이제이가 성립될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지 타격치를 입는다면 협회 지부에 있어서 나쁠 게 없었다.

‘흠.’

자신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염해균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곽천기였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의견에 동의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소. 그리 하십시다. 그렇다면 누가 그 일을 맡겠소.”

이에 염해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본인이 의견을 냈으니, 책임지고 맡아보겠습니다.”

평소라면 불리하거나 어려운 일에 잘 나서지 않는데, 앞장서서 나서는 모습에 곽천기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지만 이를 허락했다.

어차피 잘못되면 염해균에게 책임을 전가시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  *  *

한편 청주시의 바다가 보이는 한 고가 도로.

도로를 달리는 한 검은 세단에 천여운과 일행들이 타고 있었다.

차를 운전하고 있는 황색 헌팅캡을 쓰고 있는 삼십대 중반의 사내는 암종의 요원으로 이곳 청주시에 파견된 자였다.

환명오 이사의 명을 받고 역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그는 천여운과 일행들을 태우고 블랙 아테나로 향하고 있었다.

블랙 아테나는 청주시 동남쪽 해변의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다.

통칭 환락의 도시라 불리는 곳이다.

“저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블랙 아테나는 등급 별로 거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암종의 요원 라윤이 블랙 아테나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워낙 그들이 뒷세계 쪽에서 구린 일들만 골라서 하기에 암종에서도 멀리한 터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는 몇몇 인물들을 급히 섭외해서 알아온 정보였다.

-탁!

운전 중인 요원 라윤이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뒤로 넘겼다.

그것은 네 개의 동전이었다.

동전에는 그리스의 여신 아테나가 창과 방패를 들고 있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는데, 하나는 구리 색이었고 또 다른 한 개는 붉은색, 남은 두 개는 푸른색이었다.

“이 동전이 블랙 아테나의 회원권입니다.”

“총 일곱 등급으로 나누어서 회원들과 거래를 튼다고 했는데....”

흰색 동전은 게스트 등급.

푸른색은 5등급 거래 회원.

붉은색은 4등급 거래 회원.

구리색은 3등급 거래 회원.

은색은 2등급 거래 회원.

금색은 1등급 거래 회원.

검은색은 VIP등급 거래 회원만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천여운이 동전을 살펴보면서 물었다.

“이 구리색 동전이 이 동전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거래 회원권이라는 소리군.”

“죄송합니다. 그 이상의 동전을 구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연락을 통보 받은지 고작 반나절도 되지 않아 천여운이 도착했다.

그 시간만으로는 높은 등급의 거래 회원의 정보를 알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관없다. 이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블랙 아테나의 본단 건물인 클럽의 안쪽으로 가면 동전 문양이 그려진 큰 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 안에 동전을 보이면 출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흠.”

생각보다 절차가 굉장히 간단했다.

뒷거래를 주로 하는 자들이라 좀 더 보안에 신경 쓸 줄 알았는데, 고작 동전 하나만 보이면 된다고 하니 허술해보였다.

‘안에 들어가 보면 알겠지.’

그렇게 블랙 아테나라는 곳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들을 듣는 사이에 검은 세단은 해변가의 시내 번화가로 들어섰다.

라스베가스라도 온 것처럼 화려한 건물들로 가득한 이곳은 환락 도시라는 칭호에 걸맞게 수많은 유흥거리들로 가득했다.

-끼익!

블랙 아테나가 있는 부지는 차량 출입이 통제가 되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어서 차가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했다.

“백 미터 정도 떨어진 4번가 공영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차를 보낸 후에 천여운과 일행들은 블랙 아테나의 대문으로 향했다.

그곳부터 아직 오후 다섯시 정도에 불과했는데, 네온사인이 켜진 수많은 전광판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시끄러운 EDM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쿵! 쿵! 쿵!

허봉이 스피커에서 퍼져오는 음악 소리와 블랙 아테나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복장에 문화 충격이라도 받은 듯이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특히 여자들의 가슴과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화끈한 옷차림에 동공이 수축되었다 커졌다를 반복했다.

“여긴 원래 이런 것이냐?”

천여운 역시도 처음 이런 곳을 왔기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몸을 들썩거리며 춤을 추면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런 분위기가 익숙지 않았다.

“주군. 감사합니다.”

“뭐가?”

“저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히히히.”

얼굴이 시뻘개져서 엉덩이를 흔드는 여자들을 바라보는 허봉이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유소화가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꺼내들어 허봉의 그런 얼굴을 찍으면서 말했다.

-찰칵!

“란영 언니께 잘 보내드릴게요.”

“엥?”

뭔가 싶어 의아해하던 허봉은 자신의 사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헉!”

그 다음부터는 안달복달 하지 못하며 유소화에게 애원해야만 했다.

제대로 약점이 붙잡히고 만 허봉이었다.

블랙 아테나의 부지로 들어가면 건물 앞에 야외 정원에도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앞에 DJ가 디제잉을 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쿵쿵쿵!

‘시끄럽군.’

음악을 그리 즐기지 않았지만 풍악 소리가 그리워지는 천여운이었다.

이 시대에 와서 여러 문물들에 금방 익숙해졌지만 이곳만큼은 절대로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블랙 아테나의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화려했다.

색색 레이저들부터 시작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연기가 사방에 자욱했고, 남녀가 서로 붙어서 춤을 추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쿵쿵쿵!

EDM 소리가 고막을 계속 때렸다.

춤을 추고 있는 스테이지를 지나쳐서 한참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층계 밑으로 아테나 여신이 그려진 큰 문이 보였다.

“저긴 것 같습니다. 부회장님.”

큰 문 앞에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거구의 사내 둘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무공을 익힌 자들이었다.

“사파인이라 들었는데, 꽤 제법인데요.”

허봉의 말에 천여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문지기였는데 그들은 절정의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었다.

이 시대에는 사파인들 대개가 몰락했다고 들었는데, 이를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천여운과 일행들이 다가가자, 거구의 사내들이 막아섰다.

그들이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은 일반인들은 출입이 안 됩니다.”

그 말에 비막헌이 호주머니에서 구리 동전을 꺼내서 보였다.

굳이 밑에 등급의 동전까지는 보일 필요가 없었다.

동전을 본 사내 중 한 사람이 자신의 귓가의 무선 이어폰을 툭툭 터치하며 중얼거렸다.

“쿠퍼 등급 손님 방문입니다. 총 4명 안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는 문을 열어주며 방금 전과 달리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블랙 아테나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이 진짜 블랙 아테나의 입구였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붉은 색 웨이터 복장을 한 이십대 초반의 미녀가 서있었다.

연녹색 마티니와 붉은 앵두가 담겨있는 잔 네 개가 올려 있는 받침대를 들고 와서 친절하게 그것을 권하며 응대했다.

“안내하겠습니다.”

그녀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자 또 다른 큰 홀이 나타났다.

이곳은 방음 처리가 잘되어 바깥의 스테이지처럼 시끄러운 음악이 아닌 고풍스러운 클래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조용해서 좋군.’

천여운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반면 허봉은 방금 전과 다른 분위기에 복장들로 내심 시무룩해졌다.

이 안에 있는 자들은 턱시도나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연회장의 분위기라 하는 것이 옳았다.

큰 홀은 아치 형으로 되어서 안쪽 원은 무대처럼 되어 있었고, 바깥쪽에는 여러 테이블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테이블 중 하나에 앉자, 그들을 안내했던 미녀 웨이터가 마티니를 올려놓고서 즐거운 시간이 되라는 말과 함께 가버렸다.

“......이게 끝인가?”

“그, 글쎄요. 듣던 것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비막헌도 의아해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등급에 맞는 거래원이 나타날 거라 했다.

그런데 이게 다였다.

기다려야 하나 싶어 대기하고 있어도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다.

‘흠. 다른 방식을 취해야 하나.’

굳이 이들의 방식에 맞출 필요가 없이 다이렉트로 원하는 자를 만나는 방법도 있었다.

조금 과격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던 차에 누군가 그들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사용방법을 잘 모르시나 봐요?”

청아한 목소리와는 달리 고혹적인 자태를 가진 한 여인이었다.

가슴이 도드라져 보이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인의 등장에 유소화의 표정이 굳어졌다.

“너?”

“오랜만이네요. 임명식 때 이후로.”

두 여자는 서로 안면이 있는 듯 했다.

임소혜라 불린 여인은 테이블로 두 손을 얹고서 가슴이 살짝 보일 만큼 상체를 굽히고는 천여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세 명뿐인 SS급 게이트 키퍼 중 한 사람을 퇴직하게 한 남자가 누군가 싶었는데, 그 유명한 용천 그룹의 부회장님이셨군요.”

그녀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천여운은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유소화에게 물었다.

“누구지?”

그 물음에 유소화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말했다.

“......SS급 게이트 키퍼인 임소혜입니다.”

< 39화 블랙 아테나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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