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17화 (117/234)

< 38화 그림자 암살자 (3) >

38화 그림자 암살자(2)의 내용이 일부 수정되었습니다. 중반부 부터 재구독을 부탁드립니다.

다시 읽기 번거로우시면 후반부만 보셔도 좋습니다.

2018.10.17. 새벽 00시 14분 이후에 보신 분들은 이번 화를 그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천여운은 귀기(鬼氣)를 일으켰다.

오른팔목에 있던 흑철 보호대에서 귀기가 흘러나와 카일의 핵을 침범했다.

음산한 기운에 카일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응?'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귀기로 인해 당연히 하얗게 서리내린 듯이 피부가 변색되며 생기를 잃을 거라고 여겼다.

한데 카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뭐지?'

마족인 카일의 몸에는 인간과 달리 생기가 없었다.

혈액이 없이 체내에 마력이라는 검은 연기로 가득했는데, 이것은 생기와는 완전히 다른 기운이었다.

'독특하다.'

귀기가 침식하여 생기를 잃지 않으니 당연히 고스트로 변할 리가 없었다.

그때 전혀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우웅!

또 다시 철갑 보호대로 변해있던 천마검이 공명을 했다. 카일이 움켜잡고 있던 핵이 액체처럼 변하더니, 이내 철갑 형태의 천마검에 흡착되었다.

천여운이 관통해있던 손을 빼냈다.

-우우웅!

천마검이 공명을 하자 핵이 계속 떨려왔다.

그러더니 이내 주먹만 한 핵이 검은 액체처럼 변해서는 천마검으로 흡수되었다.

-스르륵!

그와 동시에 천여운의 머릿속으로 환영이 밀려들어왔다. 갑작스럽게 밀려들어오는 환영의 정보에 천여운의 눈동자 전체가 검게 물들며 움직임이 멈췄다.

마침 근방으로 도착한 교주 천우진, 소교주 천유장 부자가 가까이로 다가왔다.

"선조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요?"

천유장이 천여운의 곁을 지키고 있는 샤케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라고 해서 이 현상을 알 리가 없기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 자는 또 누군데 이러고 있는 겐가?"

천우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천여운의 바로 앞에 죽은 듯이 서있는 카일에게 다가갔다.

가슴이 뚫려져 있는 그를 살짝 건드렸는데,

-푸스스스!

"헛."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이내 잿가루처럼 변해서 무너져 내렸다.

"사, 사람의 몸이?"

영문을 모르는 천우진이나 천유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샤케나의 설명을 듣고서야 카일이 인간이 아닌 게이트 너머의 다른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허어. 특수 개체라니.'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게이트 특수 개체가 용천 그룹에 몰래 잠입했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얼마 있지 않아 천여운의 눈동자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천여운의 변화를 감지한 천유장이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선조님! 괜찮으십니까?"

그런 그의 질문에도 불구하고 천여운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목의 보호대 형태로 있는 천마검을 바라보았다.

'대체 넌 무엇이냐? 천마검.'

그가 알기로 천마검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으로 천마 조사가 만든 절세병기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이 검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천여운이 어딘가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목에 있던 흑철 보호대가 공명을 했다.

-푸슈슈슈슉!

그 순간 어두운 부지 바닥에서 그림자들이 가시처럼 솟구쳐서 올라왔다.

"주인님.....그 능력은?"

샤케나가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것은 그림자를 다루는 능력이었다.

놀랍게도 천여운은 마족 카일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  *  *

같은 시각.

광주에 있는 한 높은 빌딩의 꼭대기 층에 있는 화려한 오피스텔 방.

야경이 잘 보이는 어두운 오피스텔의 창가를 보면서 시가를 물고 있는 검은 인영이 있었다.

인영의 뒤에 나신으로 붉은 와인이 담긴 잔을 들고 있는 이국적인 외모에 은발의 여인이 다가왔다.

여인은 창가의 인영에게 와인을 갖다 바치며, 등을 살포시 끌어안았다.

그녀의 눈빛은 연인을 향한 애틋함보다도 경외심으로 가득 했다.

그때였다.

-쨍그랑!

검은 인영이 들고 있던 와인 잔이 깨졌다.

놀란 은발의 여인이 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나의 왕이시여."

그녀의 물음에 검은 인영이 분노가 서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일이 죽었다."

"네?"

은발의 여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카일이 죽다뇨? 혹시 일족에서 후작 위에 있는 추격자라도 보냈단 말인가요?"

그 정도 작위를 지닌 일족이 아니라면 현재의 카일을 죽일 수 없다.

인간들 중에서는 카일을 건드릴 만한 존재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는 그녀였다.

굳이 있다고 친다면 그들이 키운, 그 자, 만이 가능할 것이다.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그녀의 질문에 검은 인영이 곱씹듯이 누군가의 이름을 내뱉었다.

천무성!

그것은 천여운의 가명이었다.

놀라운 것은 카일의 육신이 흩어지는 순간 검은 인영은 그의 죽음을 감지했다.

어떻게 안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은발의 여인이 고운 미간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고작 인간이 우리 일족을 죽였다고요? 믿을 수가 없어요."

"그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군."

검은 인영은 이미 그 사실을 받아들인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했다고 해서 분노가 수그러드는 것은 아니었다.

-고오오오오!

검은 인영의 몸에서 무서울 정도의 거대한 마력이 스물스물 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이에 은발의 여인이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왕이시여. 그렇다면 저를 보내주세요. 제가 그 인간의 수급을 가져오겠습니다."

"놈의 수급을 가져오겠다고?"

"네. 그 인간으로 인해 위대하신 왕의 계획이 어긋나지 못하도록 제 손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흠."

검은 인영이 고민에 잠긴 신음을 흘리자, 그녀가 여느 일족들과는 다른 풍만한 가슴을 더욱 등에 갖다 대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능력을 당신께서도 누구보다 아시잖아요."

-스윽!

그녀가 손가락 끝으로 부드럽게 검은 인영의 쇄골 밑 가슴을 훑으며 중얼거렸다.

"인간은 쾌락에 죽고 못사는 존재이니까요."

그 말을 하는 은발의 여인의 눈빛에 묘한 탐욕이 서렸다.

그런 그녀의 목을 검은 인영이 갑자기 움켜잡았다.

-꽉!

"하윽!"

"동족이 죽었다는데, 네 탐욕을 채울 생각뿐이구나."

검은 인영의 눈동자에서 붉은 안광이 무섭게 일렁거렸다.

이에 잔뜩 겁이 질렸는지 은발의 여인이 몸이 움츠러들어서는 파르르 떨었다.

그런 그녀에게 검은 인영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좋다. 놈을 처리한다면 그 힘을 네 년이 취하는 것을 허락한다."

검은 인영의 허락이 떨어지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려움에 떨던 은발의 여인의 눈매가 누운 반달을 그렸다.

*  *  *

그로부터 사흘 후,

천여운은 명상을 하듯이 눈을 감고서 그림자 능력을 머릿속으로 정리해 나갔다.

이 능력은 생각보다 여러모로 쓸모 있었다.

그림자를 통해서 상대를 구속하여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시켜 무기처럼 다룰 수 있다.

이런 능력들 중에서 가장 쓸 만한 것은 그림자 속 세상이었다.

'마치 다른 공간처럼 다룰 수 있다.'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 이차원처럼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

이 공간은 온통 어둠뿐이지만 한없이 넓었다.

이곳의 장점은 그림자 속을 마치 주머니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그림자 속에 물건을 집어넣고서 빼낼 수 있었다.

'재미있는 능력이군.'

천여운은 재미있다고 표현했지만 활용도가 다양한 능력이었다.

많은 물건을 쉽게 보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숨기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그림자 속에 집어넣는 것만으로도 보안이 더욱 용이했다.

'원리가 대체 뭘까?'

나노 역시도 이것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물질적인 세계와 전혀 다른 인외의 힘이었기 때문이었다.

천여운은 이 그림자 속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이곳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었다.

'깃털처럼 몸이 가볍다.'

그림자 속에서는 원래보다도 두 배에서 세 배는 빠르게 이동이 가능했다.

공기의 층 자체가 없어서 막힘이 없는 것 같았다.

원래도 뛰어난 경공을 자랑하는 천여운이었지만 그림자 속에서는 더욱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어두운 밤에만 원활하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늘을 날아서 이동할 때보다도 더욱 은밀하게 방벽 간의 이동이 가능해 졌으니 말이다.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덜컹! 덜컹!

"주군. 멈춘 것 같습니다."

그의 귓가로 허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여운이 눈을 뜨자, 지하 고속 기차장의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본 기차는 청도시에서 정차합니다. 청도시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시는 고객 여러분들께서는 다른 스테이션으로...

지하 고속 기차가 도착한 곳은 청도시(青岛市)였다. 산동성의 남부 항구 도시였다.

바다에 가까운 지역이라 볼거리가 풍부하고 인접해 있는 노산(崂山)이 웅장하여,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천여운이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며칠 전으로 비롯된다.

-정보 단체 말입니까?

천여운은 암종의 수장인 환명오 이사에게 정보를 거래하는 단체를 물어보았다.

-그래. 혹시 하오문 같은 단체가 아직도 활동하고 있나?

하오문(下午門).

천여운이 원래 활동하던 시대의 대표적인 사파 정보 조직이었다.

도둑이나 소매지기, 기녀, 점소이들로 이루어진 단체로 귀동냥을 듣기 적합한 자들이 정보를 파는 것에서 시작된 곳이었다.

-없나?

-......제가 알기로 그런 단체가 몇 곳 있습니다.

-쓸 만한 곳은?

-블랙 아테나와 클럽 PAB이라는 곳입니다. 다만 그들은 좀 위험한 단체로 알고 있습니다.

-위험한 단체?

-정보만 팔고 사는 것이 아니라 마약 밀수부터 꽤 더러운 일도 한다고 들었는데, 최근 소문에는 게이트 관련 장사도 하고 있다더군요.

마약 밀수나 게이트 관련이라면 제대로 불법적인 일을 도맡고 있다는 의미였다.

워낙 뒤가 구려서 엮여봐야 좋을 곳이 아니었다.

-천마이시여. 차라리 암종의 조직원들에게 필요하신 정보를 찾는 편이...

-그게 가능했다면 그랬겠지.

-대체 무슨 정보가 필요하시기에?

-MS그룹.

천여운이 찾으려는 정보는 MS그룹이었다.

MS그룹은 15년 전에 해체 되어 현재는 아무런 정보가 남아있지 않는 유령과도 같은 조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천우경과 거래를 트고 있었다면 분명 연결점이 있을 게 틀림 없었다.

천여운이 MS 그룹을 찾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것은 바로 백기였다.

교주인 천우진도 구했고 국방부와의 협력 관계도 구축했기 때문에 나누어진 기업들을 합병하는 일이 순조로웠기 때문에 백기를 찾는 일에 눈을 돌린 것이었다.

-MS그룹이라면.....확실히 뒷세계 쪽에 단서가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부끄러운 이야기였지만, MS그룹은 이미 암종에서 천여운의 지시로 수차례나 추적을 시도했지만 그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둘 중에 어디가 가깝지?

-블랙 아테나입니다. 청도시에서 크게 주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 38화 그림자 암살자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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