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그림자 암살자 (2) (일부 내용 수정) >
"크윽!"
천장의 파편들에 부딪쳐가며 위로 끌려온 카일.
그는 자신의 머리를 움켜쥔 채로 들어 올린 새하얀 얼굴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청년을 내려다보았다.
'이 자는?'
TV화면에서 보았던 천여운이었다.
카일은 계획과 달리 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생각지 못한 듯 했다.
용천 그룹의 부지도 꽤나 넓었고 본사 건물과 떨어져 있었기에 이 정도 전투만으로는 당장에 눈치 채지 못할 거라 여겼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천여운의 기감은 용천 그룹 전체를 포용하고도 넘어설 정도였다.
"쥐새끼처럼 잠입했군."
라고 말은 했지만 천여운의 속내는 달랐다.
'생각보다 대응이 빠르군.'
적들 역시도 대처할 거라고 여겼지만 불과 며칠 새도 되지 않아 적을 보냈다.
천여운이 머리를 움켜쥐고 있는 카일에게 물었다.
"네놈도 마족인 것이냐?"
흉터가 많았지만 이국적인 외양.
그리고 미묘하게 흘러나오는 내공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기운.
'힘을 완전히 숨길 줄 아는 건가?'
이 기운은 가까이에 있지 않다면 느끼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카일이 입을 열었다.
"역시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구나. 천무성."
천여운의 진명이 아닌 신분등록이 되어 있는 가명으로 알고 있는 그였다.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 가명이었다.
"네놈을 찾아가려 했는데 직접 오다니 잘됐구나!"
-슉!
머리통이 잡혀 있는 카일이 천여운의 목 쪽으로 발차기를 날렸다.
그것을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올려 막아냈다.
-팍!
막는 것은 가벼웠지만 카일의 발차기에 실린 힘은 보통을 넘어섰다.
-콰앙!
발차기에 실려 있던 힘이 반대편으로 뻗어나가며, 막혀 있던 건물의 한쪽 면이 그대로 뻥 뚫려버리고 말았다.
저녁이었기에 밖은 어두웠다.
'발차기를 흘리다니?'
카일의 눈빛이 작게 흔들렸다.
어차피 천여운을 죽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거의 전력을 다해 발차기를 날린 그였다.
"샤케나보다 조금 더 힘이 강하군."
천여운의 평가였다.
여러 무림인들을 먹어치우고 힘이 늘어난 샤케나다.
그런 사케나보다도 더 강한 위력의 발차기를 날렸다는 것은 그만큼 포식을 했다는 의미이리라.
"딱 그 정도다."
-으득!
샤케나와 비교를 하는 말에 왠지 모를 분노를 느낀 카일이 천여운을 향해 일갈을 내지르며 왼손을 뻗었다.
"건방진 인간 놈이 언제까지 내 머리를 잡고 있을 참이냐!"
그림자처럼 검게 물든 그의 손은 날카로운 병기처럼 변해서 천여운의 가슴을 꿰뚫으려 했다.
-덥썩!
이를 천여운이 잡아버렸다.
그런데 카일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걸렸구나."
-츄르르륵!
그 순간 그림자 손이 액체마냥 흐느적거리더니 이내 천여운의 왼손을 잠식하며 팔꿈치까지 타고 올라와 구속했다.
"아무리 강해봐야 인간이지."
그림자는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구속한다.
물리적인 구속과는 궤를 달리했다.
손이 그림자 속 세상에 빠진 것이었기 때문에 뿌리치려해도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슥!
"음?"
천여운이 손을 움직여봤는데, 더욱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최대 공력으로 끌어올렸지만 그림자에 뒤덮인 부위만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 사이에 그림자가 조금씩 위로 올라왔다.
"소용없다. 그림자 속에 빠져든 이상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그 건방진 손을 치워라!"
카일이 손을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사방의 벽면의 어두운 부분에서 그림자들이 가시처럼 바뀌어 천여운을 향해 쇄도해왔다.
-슈슈슈슈슉!
그 찰나에 천여운이 주변으로 진기의 막을 쳤다.
그림자 가시를 막기 위함이었으나, 그러나 그림자는 무형의 기운인 진기의 막을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슉!
"그림자를 그런 걸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죽어랏!"
카일이 득의양양해서 외쳤다.
"그래? 그럼 별 수 없군."
"뭐?"
이에 천여운이 머리를 붙잡고 있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콱!
천여운의 손가락이 카일의 머리통을 파고들었다.
"끄아아아악!"
엄청난 악력에 고통을 느낀 카일이 비명을 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가시가 쇄도하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등귀어진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생각보다 강단 있게 나오자 천여운의 선택 역시 냉정해졌다.
-콰드득!
이내 카일의 머리통이 부숴졌다.
혈액이 없는 카일의 부서진 머리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정보를 캐내야 하기에 살아 남기려고 했지만, 이렇게 나오니 죽이는 것 이외에는 답이 없었다.
-팍!
머리가 부서진 카일의 몸통이 밑으로 떨어졌다.
그 틈에 보랏빛 불투명한 무언가가 쓰러지는 카일에게서 떨어지는 무언가를 낚아챘다.
그것은 둥근 형태의 핵(核)이었다.
"주인님, 백작 데오의 핵은 무사해요!"
-쿵! 쿵! 쿵!
놀랍게도 그녀의 손에 있는 핵은 살아있는 것처럼 뛰고 있었다.
"음?"
"저희 일족은 핵이 소멸되지 않으면 살려낼 수 있어요."
의아해하는 천여운에게 샤케나가 설명했다.
이것 때문에 그녀는 계속 기회를 포착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정보를 알만한 자를 쉽게 다 잃었나 싶었는데 그녀 덕분에 다행이 데오라는 마족은 건진 듯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핵이 소멸되지 않으면 살려낼 수 있다고?'
그 미묘한 감각은 맞아들었다.
-스물스물!
천여운의 손과 팔목을 감싸고 있는 그림자가 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활성화되며 어깨까지 올라오려했다.
'이건....'
천여운이 바닥으로 떨어진 카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바닥에 있던 놈의 몸이 어두운 그림자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살아있다고?'
천여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머리통을 박살냈는데 설마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
샤케나가 다급히 소리쳤다.
"주인님! 놈이 밖으로 도망쳐요!"
다행히 머리통이 부서지면서 마력을 숨기지 못했는지, 그녀가 놈의 위치를 감지했다.
샤케나가 부서진 벽면 바깥으로 날아갔다.
그 뒤를 천여운이 따랐다.
-웅성웅성!
밖으로 나왔는데, 주변에 상당수의 교인들이 있었다.
벽이 부서지는 굉음 소리 때문에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몰려온 것이었다.
-팍!
"앗! 천마를 배알합니다."
천여운을 발견한 교인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이런.'
하필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그때 사케나가 교인들이 있는 방향 쪽에 있는 바닥을 향해 에너지 구를 날렸다.
-슉! 쾅!
"칫!"
샤케나가 연이어 에너지 구를 날렸는데, 빠른 속도로 그것은 교인들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의 에너지 구에 놀란 교인들이 황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그런데 바닥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촉수처럼 튀어나와 이내 삼십 여 명의 교인들을 덮쳤다.
-츄륵! 츄륵! 츄륵!
"이, 이게 뭐야?"
"촉수?"
-챙!
당황한 교인들이 병장기를 빼들고 검기나 도기를 일으켜, 검은 그림자를 베려했다.
흰빛의 검기나 도기에 닿은 검은 그림자가 흩어지듯이 베였다.
하지만 이내 그림자 촉수는 다시 하나로 뭉쳐지면서 검기와 도기를 요리조리 피해서 교인들의 몸을 덮쳤다.
-팍!
"으헉!"
그림자가 닿은 한 교인의 몸이 순식간에 이에 잠식되고 말았다.
온몸이 그림자에 먹히듯이 검어졌다.
"피해랏! 모두 피해!"
그 모습에 놀란 교인들이 혼비백산 흩어지려 했지만, 저녁 시간이라 사방이 어둠이라는 것이 최악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마족 카일의 힘은 어둠 속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츄르르르르르륵!
거의 수십 미터에 이르는 넓은 바닥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 촉수들이 삽시간에 교인들을 집어삼키려 들었다.
"으아!"
"모, 몸이!"
이를 미처 피하지 못한 교인들이 그림자 촉수에 먹히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응?"
그림자에 먹혀서 온통 검게 변한 그들이 갑자기 천여운과 샤케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팟!
그림자 인간들의 신체 능력은 굉장했다.
천여운과 샤케나가 지상 3층 높이 정도에 떠있었는데, 그곳까지 한 번에 뛰어올라 공격을 해왔다.
이들이 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천여운은 이를 일단 회피했지만, 샤케나는 전혀 망설임 없이 그들을 발차기로 걷어차 버렸다.
-퍽!
샤케나의 발차기에 맞은 그림자 인간이 튕겨나갔다.
그런데 전혀 충격을 먹지 않은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다시 점프해 달려들었다.
"끈질겨!"
샤케나가 에너지 구를 만들어 없애버리려 했다.
"죽이지 마라!"
천여운의 외침에 그녀가 에너지 구를 발사하지 못했다.
그 사이에 검은 그림자가 그녀를 덮쳤다.
-스르륵!
물론 그녀의 페이징 능력에 그냥 스쳐 지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짧은 찰나에 샤케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뚝! 뚝!
검은 그림자의 얼굴 부근에서 핏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림자에 잠식 되어서 조종당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고스란히 충격을 당한 것이었다.
"주인님. 안에 있는 인간들이 충격을 받아요."
"봤다."
우려가 들어맞았다.
카일이라는 마족은 지금 교인들을 인질로 구속 삼아 이용하고 있었다.
그때 그림자 인간 중 하나의 얼굴에서 입모양이 생겨나더니 그것이 말을 했다.
"크크큭, 마음껏 공격해도 좋다. 부하들을 죽이고 싶다면 말이야."
그 말에 천여운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에 굴하지 않고 카일이 말을 이어갔다.
"밤에 있어서 나는 무적이다. 네놈들 같은 버러지들이 감당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샤케나 놈의 위치는?"
천여운이 그의 말을 무시하고서 샤케나에게 물었다.
이에 그녀가 서쪽 방향의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에요!"
이에 천여운이 오른손의 검결지를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무형검 다섯 자루가 생겨나더니, 엄청난 속도로 그녀가 가리킨 바닥 부근에 꽂혔다.
-푹! 푹! 푹! 푹! 푹!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뭔가를 맞췄다는 감각이 없었다.
그 찰나에 천여운에게 여섯 명의 그림자 인간들이 뛰어올라 달려들었다.
여섯 그림자 인간들이 동시에 입을 벌리며 말했다.
"우리를 죽일 셈이냐?"
"짜증나게 구는군."
-슥!
천여운이 검결지를 풀고서 손바닥을 위로 올렸다 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허공에 떠올랐던 그림자 인간들이 엄청난 진기의 압력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쿵! 쿵!
떨어진 그림자 인간들은 압력에 눌려 대(大)자로 바닥에 반쯤 박혀서는 움직이질 못했다.
단순한 그림자들과 달리 그 속에 인간이 있었기 때문에 무형의 진기가 통했다.
"이런 저급한 수작은 통하지 않는다. 마족."
그런 천여운의 말에 그림자에서 생겨난 입모양이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 한데 이 부지 안에만 해도 수백 명의 인간들이 있는 것 같은데, 그들을 전부 지켜낼 수 있을까?"
카일은 마치 용천 그룹 부지 내에 있는 모든 자들을 인질로 붙잡은 것 마냥 지껄였다.
천여운에게 직접 어찌할 수 없기에 놈은 비열한 방법을 택했다.
그것이 천여운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리고 말았다.
"네놈....굳이 살려둘 필요가 없겠어."
"하! 지금 누가 우위에 있는지 아직 착각하는 것 같구나. 그보다 인간 네놈의 몸이나 걱정해야 할 텐데."
어느새 그림자가 천여운의 왼팔 전체를 잠식했다.
워낙 강해서 다른 자들처럼 조종할 수는 없었지만 천여운의 몸을 그림자로 구속하려는 셈이었다.
-스물스물!
"완전히 집어삼켜지는 그 순간, 네놈이 보는 앞에서 하나씩 차례대로 죽여주마."
어깨 부근을 넘어서 몸을 침범하려하고 있는데, 그때 천여운이 왼팔을 뒤덮은 그림자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
이를 그림자 속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카일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림자는 일종의 이차원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되면 그 안에서 직접 빠져나올 방법은 없게 된다.
그런데 이변이 생겨났다.
"고작 이런 걸로 나를 묶어두겠다고?"
-팡!
균열이 갔던 그림자가 붕괴되면서 천여운의 왼팔이 드러났다.
천여운의 왼손이 검결지를 움켜쥐고 있었는데, 그의 왼팔 전체에서 어두운 기운이 스물 거리며 피어오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림자 세상을 파괴했다고?'
천여운을 가두고 있는 그림자 세상 자체가 파괴된 것이었다.
그의 왼팔 전체에서 흘러나오는 저 흉폭하면서 파괴적인 역량을 가진 기운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놈 정말 인간이 맞단 말인가?'
이런 식으로 그림자에서 빠져나온 자는 처음이었다.
황당해하고 있는데 천여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네놈 손이 닿지 않는 곳도 있구나."
"뭐?"
천여운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용천 그룹 부지 내에 가로등이 있는 곳이었다.
그 밑에 그림자 촉수를 피해 도망쳤던 교인들 몇 명이 서있었다.
"빛에 약하군."
그것이 카일이 지닌 힘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빛으로 인해 그림자가 제한되면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
"흥!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가로등이 수하들을 전부 지켜 줄 수 있을 것 같으냐!"
-슈슈슈슉!
그 순간 사방의 바닥에서 일어난 그림자 가시가 뻗어나와, 주변에 있는 모든 가로등의 위를 덮쳐 그것을 부쉈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건물에 있던 교인들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전투가 길어지면서 다른 이들도 소란 소리에 나온 것이다.
"네놈을 죽일 수 없다면 그 밑에 있는 놈들부터 전부 죽여주마!"
-츄르르르르르!
수십미터 반경으로 그림자 촉수들이 바닥에서 튀어나오며, 바다를 가로지르는 상어 떼의 무리처럼 몰려나오는 교인들을 향해 뻗어갔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천여운이 손을 위로 뻗었다.
"소용 없...."
-화르르르륵!
그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부지 전체의 허공이 수천 여 개의 불의 검들로 뒤덮였다.
"이, 이게...."
"하늘이!"
엄청난 장관에 밖으로 나왔던 교인들조차 경악해서 위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틈조차 없이 가득 메운 화검(火劍)에 의해 용천 그룹의 부지는 대낮처럼 밝아졌다.
'이런.....미친.....'
그림자 속에서 하늘을 쳐다본 카일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글거리는 불검들로 인해 부지 내에서 그림자를 찾기 힘들어졌다.
이런 일이 가능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때였다.
"거기였나."
-푹!
그때 그림자 속을 관통하며 무언가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그를 그림자 속에서 끄집어냈다.
-팍!
그림자 속에서 빨려나온 카일이 어찌나 놀랐는지 두 눈이 커져서 말을 더듬었다.
"어, 어떻게 인간이 이런 힘을....."
-오싹!
천여운과 눈이 마주친 카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모든 것을 파괴해버릴 것 같은 엄청난 살기가 그를 옥죄이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카일은 순식간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 자는.....이 자는.....내가 감당할 수 있는 그런 자가 아니야.'
카일이 다급히 소리쳤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백작 카일이 위대한 전사인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할 터이니 부디 목숨만...."
-푹!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의 손에 그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컥!"
-쿵! 쿵! 쿵!
그의 핵을 천여운이 움켜쥐고 있었다.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심장부가 잡히자 카일의 눈동자가 공포로 젖어들었다.
"제, 제발 승자의 아량으로 자비를...."
"자비? 그딴 걸 바랐다면 나를 자극하지 말았어야지. 그리고."
-오싹!
갑자기 음산한 기운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천여운의 눈동자에 푸른빛의 귀기(鬼氣)가 서렸다.
'이, 이건 대체?'
당황해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굳이 너 같은 놈을 살려서 써먹을 필요가 있을까?"
< 38화 그림자 암살자 (2) (일부 내용 수정)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