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09화 (109/234)

< 36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 >

제남시 용천 그룹의 회의실.

비밀 지하 감옥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된 중진들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

설마 안가에 숨겨놓은 집행관이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교주님이 처형되게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당장 구출해야 합니다!"

몇몇 중진들의 주장에 환명오가 분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심경은 이해하지만 이건 함정입니다."

명백하게 천마신교를 노린 함정이었다.

하고 많은 장소 중에서 저들은 수도의 국무원 내에서 처형을 결정했다.

저곳은 중화 정부의 중심지였다.

그런 곳에서 탈출하게 시도한다면 여론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연히 정부와 척을 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저들의 뜻대로 처형식을 방관하자는 거요? 우리들의 교주시오! 대 천마신교의 교주시란 말입니다."

다소 호전적인 성향인 내사검종의 서현 본부장이 언성을 높였다.

그런 그의 말에 대답한 것은 음마종의 항유린이었다.

"진정하세요. 환 이사께서 그런 의도로 말씀한 게 아니란 걸 아시잖아요."

"하아...."

"교주님을 구출하게 되면 명백히 우리가 했다는 것으로 몰리게 됩니다. 그리 된다면 천마께서 맺으신 국방부와의 협약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들이 노리는 바는 명백했다.

이번 일로 정부와 척을 지게 해서 협약을 파기하게 하는 것이다.

국방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다고 하지만, 만약 이번에 처형 될 교주를 구출하게 된다면 국무원 상무회의 규탄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놈들이 또 다시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가장 속이 타는 것은 그 아들인 천유장이었다.

존경하는 아버지이자 천마신교의 수장이 적들의 비겁한 수작에 처형당하게 된다면 크나큰 치욕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뿐일까?"

가만히 이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네 생각은 어떻지?"

천여운이 자신의 옆에 서있는 부속실장 비막헌에게 물었다.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화를 곱씹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단순히 저희가 구출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환명오가 의아했는지 물었다.

"저들의 진의는 다른 것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진의?"

"저들의 목적은 본교를 확실하게 정부와 여론을 척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여론에는 저희가 국무원에 침입 한 것처럼 꾸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아....."

비막헌의 말에 중진들이 탄식을 흘렸다.

예전에도 교주가 뒤집어 쓴 후윤패이시의 혈사 역시도 저들의 농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자신들이 교주를 구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마도 같은 방식을 취할 것이다.

"결국 저들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닌가!"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어떤 선택을 해도 여론이 나빠지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방법이 없겠는가."

천유장의 물음에 비막헌이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차악을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차악....."

알면서도 함정으로 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차피 적의 수작대로 될 수밖에 없다면 무슨 수를 쓰든지 교주를 구출하는 편이 나았다.

"죄송합니다."

이것만큼은 비막헌 역시도 뾰족한 수를 떠올리기 힘들었다. 무림협회는 뉴스를 통해 처형에 관한 소식을 보도한 후부터 용천 그룹을 비롯해 천마신교의 동향을 살피고 있을 것이다. 천마신교가 국무원으로 올지 오지 않을지 말이다.

모두가 망연자실해 하고 있을 때 천여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적이 만든 선택지로만 움직일 셈이냐?"

"네?"

중진들 모두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적들의 수는 절묘했다.

탈출을 시키기만 해도 무조건 천마신교가 벌인 행위가 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는 판이었다.

"하지만 선조님.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본교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교주님을 탈환하는 것은...."

"저들이 만든 틀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니, 답이 없는 것이지."

"그렇다면?"

궁금해하는 천유장과 중진들에게 천여운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기억해둬라. 적에게 당한다면 고스란히 갚아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  *

전 블랙 스카이 컴퍼니의 회장 천우진의 사형 집행일.

사형 집행은 중화 정부의 정통 방식인 눈을 가린 상태에서의 총살로 결정되었다.

희대의 사건이라 불리는 후윤패이시의 혈사의 범죄자라는 타이틀 덕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사형 집행 시간까지 2시간 전,

사법부 청사 부지와 붙어있는 사법형무소.

형무소의 옥상에 누군가 담배를 피면서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네. 말씀하신 대로 배치해뒀습니다."

걸걸한 목소리의 사내는 사법형무소의 집행관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명찰의 이름은 판준영.

견장의 계급을 보면 형무소의 부소장임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없겠죠?

스마트폰의 스피커로 변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상하기 짝이 없었는데, 부소장 판준영은 익숙하게 답했다.

"대부분이 형무소장 측의 사람들로 배지했으니, 계획하신 대로 처리하셔도 상관없습니다."

판준영의 입에서 믿기지 않는 소리가 나왔다.

형무소 사람들을 처리해도 된다는 것은 죽여도 상관없다는 의미였다.

"그럼 저는 언제쯤 빠지면 될지?"

-사형이 집행되기 10분 전에 계획이 시행되오. 절대 잊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달칵!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판준영이 스마트폰을 손목에 감으며 중얼거렸다.

"후윤패이시에 이어 두 번째 혈사라. 그곳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형무소의 부소장."

위로 올라가기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이 일이 끝나면 그는 사법부 형무소장의 자리를 얻게 되리라.

*  *  *

사형 30분 전.

사법형무소의 건물 주변으로 수많은 헌병들이 철통같은 지키고서있었다.

건물 주변으로 여러 언론 기관들의 기자들이 모여서 취재 열기를 올리고 있었다.

이것은 외신도 집중할 정도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주석을 비롯한 러시아 총리, 양국의 중진들이 살해를 당한 사건의 주범의 처형식이라는 것은 토픽 감이었다.

사법형무소의 지하 1층 사형 집행장.

그곳에 붉은 글씨의 수감번호가 주어진 노인이 총살대로 걸어가고 있었다.

노인의 이름은 천우진.

천마신교의 당대 교주이자 전 블랙 스카이 컴퍼니의 회장이다.

-저벅저벅!

힘없는 발걸음.

내공이 파훼된 상태로 27년 동안이나 수감 생활을 한 그의 눈빛에는 생기가 없었고 오직 절망만이 가득했다.

-팍!

"큭."

"똑바로 걸어라. 죄수 205번!"

천우진을 인솔하는 형무 집행관 중 하나가 그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자존심이 강한 그였지만 27년 동안 이런 일에 너무도 익숙했기에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천우진은 너무도 간절히 죽음을 바랐다.

살아서 치욕으로 점철된 인생에 천마신교에 발목만 붙잡을 바에는 자신이 죽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과녁판이라도 된 것처럼 천우진이 총살대의 판목 앞에 섰다.

집행관들이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밧줄로 동여맸다.

"눈은....눈은 가리지 않는 겐가?"

천우진이 쉰 목소리로 물었다.

본래 사형수라고 해도 인권을 존중하여 두 눈을 가린다. 그의 엉덩이를 발로 찼던 집행관이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 같은 범죄자가 바라는 것도 많구나. 네놈은 죽음이라는 고통을 잘 음미하면서 죽어 마땅하다."

그가 고통스럽기를 바란다는 소리였다.

'하아....'

천우진이 속으로 탄식했다.

어차피 죽음은 두렵지도 않았고 이들과 마지막까지 실랑이를 벌이기도 싫었다.

천우진의 시선이 사형 집행장에 있는 전광 시계로 향했다.

17시 48분.

이제 15분 후면 이 지긋지긋한 인생이 끝난다.

억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서 속으로 천마신교의 경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 한 몸 성화 불에 불사르니 생과 사에 미련 없네. 가고자 하는 길에 있어 광명을 밝히니, 기쁨과 슬픔은 모두 한낱 먼지로 남으리. 근심 많은 중생 가련하도다.'

자신의 대에서 천마신교에 불명예를 지웠지만 교주를 떠나서 한 사람의 교인으로서 성화의 곁으로 가기만을 바랐다.

이런 그를 총살장 바깥의 유리문에서 지켜보는 자들이 있었다.

집행관의 옷을 입고 있었지만 뭔가 평범한 자들이라고 하기에는 풍겨지는 기세가 보통이 아닌 자들이었다.

그 중 한 남자가 말했다.

"의외로 냉철한 판단을 내렸군. 마교."

"그러게 말일세. 나름 종교를 표방해서 교주를 구하기 위해 무리수를 감행할 줄 알았더니, 멍청이들은 아닌가 보군."

"뭐. 이런 경우의 수도 예측하지 않았나. 그분께선."

천마신교의 탈환대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그들이다.

이곳 사법형무소에 있는 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몰살시키는 것이 그들이 받은 지령이었다.

"한동안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기회가 되었군."

이들은 마교의 무공을 익혔다.

이제부터 그들이 할 일은 이 무공의 흔적을 남기는 일이었다.

전광 시계의 시각이 17시 50분이 되었다.

자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슥!

그들이 안주머니 속에서 복면을 꺼내 썼다.

복면을 쓴 이들 중에 한 사람이 귀에 끼고 있는 무전기 이어폰을 터치하고서 말했다.

"시간이 됐다. 이츠 쇼 타임."

-치직! 라저.

-위이잉!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총살장에 있던 모든 CCTV 카메라에 들어왔던 붉은 점등이 꺼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법형무소 내의 모든 CCTV 카메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한 술책이었다.

"시작해보실까."

그들의 유리문을 열고서 총살장 안으로 들어갔다.

-달칵!

사형을 집행하기로 정해져 있던 집행관들이 복면을 쓰고 들어온 그들의 모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당신들 왜 복면을 쓰고 있는 것이오?"

"이런 이유에서지."

-퍽!

"끄악!"

집행관 중 한 사람이 복면인의 주먹에 가슴을 맞고 튕겨나갔다.

내공이 실린 일격에 집행관이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다.

"뭐, 뭐야? 이 새끼들!"

당황한 총살장 내의 집행관들이 총을 꺼내들고서 일제히 복면인들에게 겨냥했다.

하지만 이들은 숙련된 것을 넘어서 하나 같이 뛰어난 고수들이었다.

"기관총도 아니고 그깟 권총으로 어쩌시려고! 흐흐흐."

-파파파팟!

그들이 경공을 펼치며 집행관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집행관들이 당황해서 총을 쐈지만 복면인들은 총알을 너무도 쉽게 피해서 그들을 향해 살수를 날렸다.

"끄악!"

"억!"

순식간에 네 명이나 되는 집행관들이 죽임을 당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천우진의 앞에 서있던 집행관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천우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가 놀란 것은 다른 부분에서였다.

'본교의 무공이 아닌가.'

복면인들이 쓰는 무공은 경신법부터 시작해 권각법들이 천마신교의 무공이었다.

워낙 보편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들이라 한 눈에 알아보았다.

불과 20여초 만에 집행관들을 전부 처리한 여덟 명의 복면인들이 총살대에 묶여 있는 천우진을 향해서 다가왔다.

"이, 이놈들! 이 자를 구출하러 왔구나."

유일하게 살아남은 집행관이 다급히 천우진을 권총으로 겨냥하려 했다.

그때 천우진이 전광석화와 같이 집행관의 손을 물었다.

-콱!

"으악! 이 이 개새끼가..."

어찌나 세게 물었는지 살점이 그대로 뜯겨지면서 집행관이 권총을 떨어뜨렸다.

놀라서 그것을 주우려는 순간,

-촥!

"컥!"

검기가 날아와 집행관의 목을 베었다.

데굴데굴 떨어지는 그의 머리 위로 천우진이 뜯어낸 살점을 뱉어 냈다.

"흥."

유일하게 죽기 직전에 하고 싶었던 것을 달성하고 난 천우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 집행관에게 꽤나 많은 괴롭힘을 당했던 그였다.

그때 복면인들이 그에게로 다가와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팍!

"교주님을 배알합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그들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천우진에게 희망을 불어 넣은 후에 더욱 비참하게 그를 처리하기 위한 수작이었다.

그런데 천우진의 표정이 전혀 반가워하지 않았다.

"고얀 것들. 네놈들은 누구이냐?"

오히려 그들의 정체를 물었다.

혹여 자신들의 종파를 묻는가 싶어 복면인들이 각자가 익힌 무공의 종파를 말하려 하는데, 천우진이 쉰 목소리로 다그쳤다.

"감히 본좌의 눈을 속이려드는 것이더냐!"

"교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끝까지 연기를 할 셈이구나. 허어, 운기법이 통하지 않아서 어설프게 펼치는 본교의 무공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으냐?"

놀랍게도 천우진은 그들이 교인이 아님을 알아보았다.

내공이 폐해졌다고 하나 그는 원래 현경에 이른 고수였었다.

무공에 대한 지식은 해박했고 기수식이나 자세만 보더라도 제대로 익힌 무공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었다.

"칫."

복면인들이 아쉽다는 듯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어차피 들켰다면 굳이 계속해서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CCTV 카메라는 꺼졌으니.'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복면인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하더니, 그래도 명색이 옛 오대고수의 일 인다운 눈썰미로구려."

"이놈들. 또 예전과 같은 수작을 벌이려는 게냐?"

천우진은 27년 전의 사건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벌어졌던 그 혈사의 현장.

도착했을 때, 수많은 정부의 인사들과 무림협회의 중진들이 모여서 그를 범인으로 몰아세웠다.

"이번에도 가짜 흔적을 만들어서 본교를 모함할 셈이더냐!"

천우진의 다그침에 복면인들이 뭐가 그리 즐거운지 웃어댔다.

복면인의 리더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그걸 잘 아는 양반이 우리를 자극하다니, 참으로 대범한 건지 아니면 겁을 상실한 건지 알 수 없소이다."

"겁? 하!"

천우진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네놈들이 두려울 것 같으냐?"

"두려워하는 것이 좋을 것이요. 마교주. 왜냐하면 그대의 효용성은 오늘부로 끝났거든."

복면인이 이죽거리며 다가왔다.

그가 안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는데 주사기 같은 것이었다.

무슨 용도인지는 몰라도 그리 좋은 것이 아님은 확실했다.

"후후후, 마교주. 명색이 마도의 수장인 그대가 마지막까지 정도를 위해서 희생하는 것에는 경의를 표하리다."

그 말과 함께 복면인이 주사기의 뚜껑을 열고 천우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때 천우진이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소만 귀공께서 시키는 대로 했소이다!"

"뭐?"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끄악!"

누군가 총살장의 천장에서 떨어져 복면인의 몸을 짓눌러 처참하게 뭉개 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짓눌러져 죽은 복면인의 시신 위에 서있는 자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 36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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