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 >
현 중화정부의 수도인 서안시(西安市).
서안시에는 모든 정부 기관들이 밀집되어 있다.
당연히 정부의 중심 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무원 역시도 이곳에 있었는데, 이 부지 안에 있는 정책 기관의 건물만 하더라도 삼백 채에 달했다.
국무원 부지 서남쪽에 있는 국방부 청사 건물 앞.
국방부 청사답게 이곳의 입구는 기골 넘치는 헌병들이 지키고 있었고, 다양한 군복을 입은 장교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청사 앞에서 불만스러운 얼굴로 서있는 중년인이 있었다.
정갈한 하얀 도복을 입고 있는 그는 무당파의 장문인인 장평각이다.
"출입증 없이는 못 들어간다니. 허어."
장평각은 앞에 서있는 또 다른 중년인에게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의 앞에 서있는 화려한 고급 정장을 입고 있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중년인이 혀를 끌끌 찼다.
"그러게 말입니다. 장 진인."
이 중년인은 제약회사 D.A.N.G 컴퍼니의 부회장인 당문수였다.
그는 사천당가의 정통 후예이다.
무림협회의 간부들 중에서도 영향력이 강한 두 사람이 이곳까지 온 이유가 무엇일까?
"대체 무슨 일이기에 오 부장께서 노발대발하신 건지."
"그러게 말이오."
그들이 말하는 오 부장은 무림부 부장인 오태청이다.
두 사람은 무한시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마교를 압박하기 위해 무림부 부장 오태청을 찾아왔다.
그런데 약속을 잡은 시간에 오태청이 자리를 비웠다.
들은 것이라고는 그가 노발대발해서 국방부 청사로 달려갔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참 난감하구려. 사태는 심각한데."
오태청의 심기가 불편하다면 뭔가 요구사항을 말하기 힘들어진다.
그는 무림협회 측에 가까운 인물이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정치인이었다.
굉장히 까다로운 인물이었다.
"골이 아픕니다. 요즘 들어 사건이 왜 이렇게 한 번에 터지는지."
당문수의 말에 장평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러시오?"
"흠흠, 이것은 장 진인만 일단 알고 계시오."
"무엇이기에?"
"아무래도 모용 컴퍼니 내부에 다툼이 벌어진 것 같소."
"모용 컴퍼니?"
장평각이 인상을 찡그렸다.
평소 오대세가의 후예들끼리는 무림협회 이외에도 자신들 만의 모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 간에는 정보가 빠르게 돌아간다.
"모용 회장이 혼수상태에 빠진 이후로 두 아들 간에 정식 승계로 다툼이 벌어졌소."
"아니. 모용 컴퍼니의 후계자는 정해져 있지 않소이까?"
그가 알기로는 장자이자 회사의 전무인 모용이선이 그 후계로 알고 있었다.
한 때 천재라 불렸던 모용가의 둘째가 주화입마로 무공을 잃은 이후에 더욱 견고해졌다고 들었었다.
"그 둘째가 무공을 되찾은 듯 하오."
"뭐요? 단전 자체를 형성할 수 없는데 무슨 수로 말이오?"
장평각이 직접 그 둘째를 진맥한 적이 있었다.
무당파의 내가 기공 중에 혈액 치료술이 있어서 모용 회장의 부탁을 받았었다.
혈맥 치료로도 어찌할 수 없었는데 무슨 수로 무공을 되찾는단 말인가.
"그건 모르겠소. 한데 그 되찾은 무공 실력이 보통이 아닌... 앗! 부장님!"
두 사람의 대화는 여기서 중단되었다.
국방부 청사에서 무림부 부장 오태청이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헤지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비서진들이 주위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타 청사의 앞임에도 불구하고 오태청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만큼 많이 화가 난 듯 했다.
-타타탁!
장평각과 당문수가 다급히 그에게로 가서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부장님을 뵙습니다."
"원시천존. 원시천존. 부장님. 무당의 장평각입니다."
그들을 본 오태청이 인상을 찡그렸다.
마침 그들과 미팅이 있었던 것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감정이 앞섰다.
"두 사람. 대체 뭘 한 것이오?"
"네?"
다그치는 듯한 무림부 부장 오태청의 물음에 두 사람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영문조차 알 수 없어 하는데 오태청이 이를 갈면서 말했다.
"대체 뭘 했길래 국방부가 저런 식으로 나온단 말이오!"
"부, 부장님. 저희는 도통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가...."
"그거 꺼내봐."
오태청이 손을 내밀자 옆에 있던 여 비서가 하드 케이스에 서 서류를 꺼내 넘겼다.
이를 받아든 오태청이 거칠게 그것을 던지다시피 했다.
"이게 무슨?"
"국방부에서 보낸 정식 공문이오."
"공문?"
두 사람이 의아해하며 공문을 살폈다.
그런데 공문을 살펴보던 두 사람의 얼굴이 차츰차츰 굳어갔다.
"이....이게 대체!"
공문의 내용은 국방부가 용천 그룹과 제휴를 맺었기 때문에 앞으로 게이트 방위전이 벌어질 경우, 국방부 허가 없이는 더 이상 방위전에 나갈 수 없다는 공문이었다.
'아니 마교 놈들이 언제 이런 일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장평각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부장님! 이건 안 되는 말입니다. 용천 그룹은 마교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누가 그걸 몰라서 묻는 거요? 대체 저들이 국방부와 제휴를 맺는 동안 그대들은 뭘 한 것이오?"
질책하는 말에 그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도 무림협회 본단을 빼앗기는 바람에 그들의 압박을 부탁하려 이곳에 온 것인데, 전혀 예상지 못한 일이었다.
'지금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야.'
당문수는 이 사태가 굉장히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게이트 방위전에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은 그들의 게이트 코어 수급책이 끊기는 것이었다.
게다가 무림협회 산하 회사들이 탄탄대로의 길을 걷는 것은 그들이 방위전을 통해 국가에 이바지 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서였다.
"부장님. 당장 막아야 합니다. 마교와 국방부가 손을 잡고서 이렇게 나온다면 저희도 그렇고 무림부에도 큰 타격이 옵니다."
무림부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무림협회의 입지도 작아진다.
그런 당문수에게 오태청이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
"늦었소!"
"네?"
"이미 국무원 상의회에 보고가 되어서 통과가 되었단 말이오."
'!!!'
당문수와 장평각의 얼굴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상의회에 통과되었다는 것은 과반수가 이를 찬성했다는 말이었다.
그만큼 그 동안 무림부를 탐탁지 못하게 여기고 있던 자들이 많았단 소리였다.
'이런....'
최악의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태청이 왜 이렇게 노발대발했는지 알게 되었다.
-팍!
오태청이 가까이 다가와 당문수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강하게 찌르며 속삭이는 목소리로 이를 꽉 물고서 말했다.
"당장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무림협회가 그동안 가졌던 기득권들은 모두 물거품이 될 테니."
짐을 덜어내려고 왔다가 도리어 더 큰 짐을 받아가는 무림 협회 간부들이었다.
* * *
어두운 회의실에 홀로그램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홀로그램 장치에 출력되고 있는 이들은 무림협회의 간부들이었다.
무림협회 본단이 없어도 가상 VR 회의실을 이용해서 회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 대체 협회장과 부협회장은 어찌 동시에 자리를 비울 수 있단 말이오!
-허참!
회의의 분위기는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은 무림협회의 대표로 서안시 국무원을 다녀온 두 사람이 전해온 충격적인 소식 때문이었다.
이 사안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정작 중요한 두 사람이 부재했다.
협회장은 폐관 수련, 부협회장은 출장이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이 어디 있단 말이오.
-오신 그룹 측에는 이 상황을 알리긴 했소이까?
-당연히 알렸소이다.
다만 오신 그룹 측에서 돌아온 대답은 협회장의 폐관 수련을 방해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모두가 분통만 터뜨리는 분위기 속에서 장평각이 모두가 놀랄만한 의견을 꺼냈다.
-이런 식이라면 회의를 진행할 수 없소이다.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협회장을 교체하는 것이 어떻소?
-협회장을 말이오?
그 의견에 간부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들 역시도 이번 일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부재 상황에서 협회장을 끌어내린다는 것은 꽤나 께름칙한일이었다.
오신 그룹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 무림 최고의 세력을 자랑했고 협회장은 당대 최고의 무인으로 거론되는 자였다.
-장 진인. 아직 협회장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그건 좀 힘들지 않겠습니까?
아미파의 장문인인 혜원 사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힘들게 뭐요? 본인도 장 진인의 말에 찬성이오. 협회장이란 자가 사시사철 회의마다 대리를 보내지 않나. 협회의 이런 중요한 회의 자리도 본인의 수련 때문에 불참한다는 게 말이 되오? 그 잠깐 홀로그램 장치에 앉지도 못할 만큼 바쁘단 말이오?
남궁 군수 컴퍼니의 회장인 남궁오는 장평각의 말에 동의했다.
이런 식으로 의견이 갈라지다보니, 어느 순간 분위기가 협회장을 내려야 한다 그대로 둬야 한다는 식으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차였다.
-치칙!
상석의 홀로그램 장치가 가동되었다.
큰 귀에 찢어진 눈매에 두꺼운 입술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당히 비범한 얼굴의 그는 오신 그룹의 회장이자 무림협회장인 문일향이었다.
-협회장!
협회장 교체론으로 싸우고 있던 간부들이 놀라서 그를 바라 보았다.
강하게 주장하던 장평각 역시도 막상 당사자를 앞에 두게 되자, 약간은 머쓱했는지 입을 다물게 되었다.
-팍!
협회장 문일향이 간부들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여러 협회 간부 분들께 이 문 모가 인사드리오. 오랜만에 뵙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큰 책임을 느끼오.
그런 문일향에게 남궁오가 탐탁지 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참으로 얼굴을 보기 힘듭니다. 협회장.
-본인도 어쩔 수 없는 무인인가 보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차마 새로이 얻게 된 깨달음을 쉽게 놓칠 수가 없었소이다.
그런 문일향의 말에 간부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고 해서 뭔가 발전이 있을 거라고는 여겼지만 그것이 새로운 깨달음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여기서 더?'
'대체 얼마나 강해지려고 하는 것인가?'
문일향 본인이 무림부에 더 이상 보고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는 자(子)급에 해당하는 무력을 지닌 당대 최고의 무인이었다.
다른 오대고수들도 그를 일인자로 지켜세울 정도였다.
-크흠, 그보다 협회장. 이 일을 어찌해야 겠소? 이러다 협회에서 겨우 지킨 정도 무림이 흔들리게 생겼소.
장평각이 화제를 돌렸다.
홀로그램이라 크게 티가 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시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무인으로서 끝도 없이 강해지는 협회장에 대한 질투였다.
-당연히 마도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우리 무림협회의 일이 아니겠소.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이오. 지금 그들은 국방부마저 등에 업고서 우리의 목 밑까지 칼을 들이 내밀고 있는데...
-마침 흥미로운 정보가 왔소.
문일향의 그 말에 모두가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
문일향이 버튼 같은 것을 누르자, 회의 탁자 위로 홀로그램 장치가 무언가 거대한 것을 비추었다.
그것은 한 대의 지하 고속 기차였다.
보통 지하 고속 기차들과 달리 고작 다섯 칸으로 이루어진 이 기차는 넘버가 붙어있지 않았다.
-이건?
-기차?
간부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에 문일향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마교주를 감금하고 있는 이동식 비밀 감옥이지요.
-마, 마교주!
그의 말에 간부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의 간부들이 마교의 교주 천우진이 비밀 감옥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지하 고속 기차인 것은 누구도 몰랐다.
-이걸 어찌?
-우리 오신 그룹에서 검찰청의 부탁을 받고서 이 이동식 비밀감옥의 경호를 맡고 있소이다.
'!?'
누가 경호를 맡았는지는 철저한 기밀 사항이었다.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밝히는 무림 협회장의 말에 도리어 간부들이 당혹스러웠다.
그런 그들에게 문일향이 말을 이었다.
-이 기차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오직 본인과 구형을 집행했던 집행관뿐이오. 그런데 오늘 새벽에 안가에 있던 그 자가 사라졌소.
-그럼?
-마교 측의 소행이겠지요.
-그렇다면 당장 막아야 하는 일이 아니오!
-맞소이다. 그들이 마교주를 탈옥이라도 시키려....아!
문일향의 말에 놀라서 당장 마교를 막아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던 간부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마주보고 있는 그들은 지금 서로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문일향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정부와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마교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인식이 많이 옅어진 것 같지 않습니까?
* * *
제남시 용천 그룹의 본사 회의실.
회장인 천유장을 비롯한 중진들이 기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들이 그렇게나 찾아왔던 교주 천우진의 행방을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항유린 부장. 정말 고생했소."
"과찬이십니다. 회장님."
천유장이 이것을 성공시킨 항유린을 칭찬했다.
두 파벌의 정보 조직과 대호법 마라윤이 가지고 있던 정보들을 바탕으로 그녀는 구형을 담당했던 집행관의 안가를 찾아 냈다.
용천 그룹까지 호송된 집행관은 당연히 죽음을 각오하고 입을 열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천여운에게 그것은 통하지 않았다.
'편리한 능력이야.'
고스트로 만들어 죽기 전의 기억을 읽어냈다.
비밀 이동 감옥이 지하 고속 기차라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에 이제 감금되어 있는 교주를 구출하는 일만 남았다.
"드디어 교주님을 본교로 다시 모셔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회장님. 감축 드리옵니다."
중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천유장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섣부른 감이 있었지만 그들은 감옥에서 교주 천우진을 탈옥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페이징 능력을 지닌 샤케나를 비롯해 허봉과 대호법 마라윤이 직접 갔다.
그 세 명이 나섰다면 손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제 슬슬 편해지는군.'
굳이 천여운이 나서지 않아도 대신할 만한 인재들이 제법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그였다.
"지금쯤이면 탈환을 했을 지도 모릅니다."
환명오가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비밀 이동 감옥이 실려 있는 지하 고속 기차가 열두 시 무렵에 주구시(周口市) 역을 경유한다.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고속 지하 기차는 열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다가, 에너지를 보충하고 교대 근무자가 탑승할 때 이십 분 정도 멈춘다고 하였다.
-드르르!
그때 환명오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문자가 날아왔는데, 그것은 암호로 적혀 있었다.
그것을 읽던 환명오의 인상이 굳어졌다.
"무슨 일인가?"
회장 천유장의 물음에 환명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TV를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TV?"
환명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히 회의실의 빔프로젝트를 켰다.
빙프로젝트의 화면을 TV로 맞췄다.
TV를 뉴스 채널로 돌리자 긴급 속보로 기자가 국무원 부지의 입구에서 서서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중계국의 아나운서가 보도한 대로 국무원 사법부 당국은 모레 저녁 여섯 시에 27년 전 후윤패이시의 혈사 사건을 일으킨 최악의 범죄자 전 블랙 스카이 컴퍼니의 회장인 천우진 씨의 공개처형을 결정했습니다. 범인 천우진씨는 당시 국가 주석을 비롯한.....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뉴스를 보던 천유장과 중진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형수이지만 형을 집행하지 않고서 무기징역 상태로 있던 교주 천우진의 사형이 갑자기 진행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형 집행은 이례적으로 국무원 사법형무소에서 이뤄질 것이며...."
국무원에서 사형 집행이 이뤄진다고 한다.
천여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안가 쪽에 집행관이 없어진 것을 모르도록 여러 가지로 손을 썼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알아낸 듯 했다.
'너무 빠르다.'
너무 일사천리로 상황을 진행시키고 있었다.
이렇게 여론에 노출 된다면 탈옥을 시켜도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천여운의 머릿속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군!
허봉이었다.
그의 머릿속에 발화 장치를 제거한 나노머신을 심어놓았다.
'어떻게 되었지?'
천여운의 물음에 허봉이 난감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군. 여기에는 다른 죄수들은 있는데, 당대 교주만 없습니다.
'뭐?'
그 말은 도중에 열차에서 천우진을 빼냈다는 의미인가?
뭔가 이상했다.
집행관에게 알아낸 사실대로라고 한다면 고속 지하 기차는 전혀 다른 경로로 이동하기 때문에 도중에 멈출 수 있는 경유지가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경유지인 주구시 역에서 멈추지 않고는 도중에 죄수를 빼낼 수 없었다.
'열차가 도중에 멈췄는지 알아낼 수 있나?
-그게 죄수들 말에 의하면 12시간 동안 열차는 멈춘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천여운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하!"
천여운이 기가 차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더니, 뉴스 화면에 있는 기자 뒤의 배경으로 있는 국무원을 쳐다보았다.
모두가 천여운의 태도에 의아해하는데 그가 입을 열었다.
"속였단 말이지."
"선조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천유장의 물음에 천여운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지하 고속 기차는 가짜다. 비밀 이동 감옥에는 현 교주가 애초부터 없었다."
"네?"
* * *
같은 시각.
VR 회의가 진행되는 무림협회 회의실.
무림협회의 협회장 문일향이 득의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헛다리를 짚었을 거요. 애초에 비밀 이동 감옥에는 마교주가 없었으니까. 그들이 사형 집행 전에 교주를 탈환될 일은 없소이다. 후후후.
납치된 집행관은 잘못된 정보를 알고있기에 그를 고문해서 정보를 알아낸다고 한들 아무 쓸모가 없었다.
-과연!
무림협회 간부들이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연달아 그들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분해하던 차에 사이다를 마신 기분이었다.
D.A.N.G 컴퍼니의 부회장인 당문수가 회의 탁자 위에 홀로그램으로 띄워놓은 뉴스 화면을 보면서 말했다.
-이로써 저들의 선택권을 정해졌구려. 자신들의 교주를 살리기 위해서 세상의 이목을 감수해가면서까지 구출하려 드느냐. 아니면 교주의 죽음을 과감히 묵인하느냐. 하하하핫.
그들의 진정한 계획은 바로 이것이었다.
오랫동안 봐왔던 마교인들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해서 교주라는 존재에 맹목적이라고 알고 있었다.
여기서 그들이 교주를 탈취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면, 27년 전과 마찬가지로 마교를 옭아멜 수 있게 된다.
-멋진 한 수요. 협회장. 국무원에서 공개처형이라니.
다른 간부들 역시도 그의 계색에 혀를 내두를 만큼 인정했다.
마교에서 정부의 중심지인 국무원 사법형무소에서 탈옥을 시도하게 된다면 여론의 집중은 물론이거 니와 정부의 분노를 사게 될 것이다.
이때 무당파의 장문인인 장평각이 물었다.
-만약 그들이 과감하게 교주를 포기한다면 어쩔 거요?
그런 그의 물음에 문일향이 빙그레 웃더니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후후후, 걱정마시오. 어떤 식으로든 마교는 모레면 국무원 한가운데서 최악의 범죄자를 탈옥시키려하는 중범죄 집단이 될 거요.
< 36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