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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04화 (104/234)

< 35화 차크라 (1) >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군인들은 하늘까지 바라보던 것은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위에서 떨어진 천여운의 등장에 당황한 그들이 빠르게 달려와 포위하며 기관소총을 겨냥했다.

-착착!

"당장 물러서라."

불과 몇 초 만에 수십 명이 둘러쌌다.

굉장히 훈련이 잘 된 군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다니?'

국방부 부장 안우홍이 인상을 쓴 채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그였지만 식당을 나가는 찰나에 바로 앞에 떨어지는 통에 순간 체통을 지키지 못했다.

"크흠."

"부장님 이분이 제가 말씀드렸던 천무성 공입니다."

살벌한 분위기에 중장 막우청이 나서서 천여운을 소개했다.

그는 천여운의 실명이 아닌 신분등록증에 기록된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귀하가 천무성이라고?"

"그렇소. 그대가 국방부 부장 안우홍이오?"

어지간해서는 정부의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국방부 부장을 보게 된 사람들은 경어를 써가며 예의를 차리는데, 천여운은 그렇지 않았다.

'흠.'

안우홍이 천여운을 유심히 살폈다.

얼굴만 보면 그저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에 불과했으나, 풍기는 분위기나 위압감은 상대방을 위축시킬 만큼 강렬했다.

'이 자가 S등급 알파 개체를 잡았다고 했던가.'

이미 막우청에게서 천여운에 대한 많은 것을 들은 안우홍이었다.

혼자서 알파 개체를 처리할 정도의 무위를 지녔다는 말에 흥미를 가지고서 바쁜 시간을 쪼개서 자리를 만든 그였다.

-슥!

안우홍이 손을 들어 올리자, 식당의 입구 쪽을 포위했던 군인들이 겨냥을 풀었다.

군인들은 그저 가벼운 수신호만으로 토씨 하나 달지 않고 배치해 있던 위치로 돌아갔다.

명령에 충실했다.

'군(軍)인가.'

천여운이 그들에게 받은 느낌은 철저한 군이었다.

확실히 군의 최중심부라 할 수 있는 국방부 부장을 수행하는 군인들다운 절도 있는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흥미로운 자로군.'

안우홍에 관한 천여운의 첫 인상이었다.

무공이나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내재된 강함이 느껴졌다.

오직 군인으로서 무공을 쌓아 그 자리까지 올라간 인물답게 타인의 위에 설 수 있는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

'힘에 굴복할 인간은 아니겠군.'

이런 유형의 인간은 막우청 이상으로 완고한 신념을 지녔으리라.

안우홍이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27년 전부터 무림인에 대해서 알게 되었소. 꽤 강하다는 이들도 많이 보았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는 처음 보았구려."

"크게 놀란 것 같지는 않소만."

천여운의 그 말에 안우홍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 정도에 놀라면 어찌 살아갈 수 있겠소.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판국에."

게이트가 열린 세상.

하루가 멀다 하고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진다.

안우홍은 그것을 꼬집은 것이다.

"귀하에 관한 이야기는 막 중장에게 들었소. 블랙 스카이 컴퍼니, 아니 해체된 천마신교의 분이라지요."

천여운을 만나기로 결정한 안우홍은 천마신교에 관한 자료 들을 찾아보았다.

무림에서 그들이 어느 정도 힘을 지녔었는지, 혹은 그들과 현 무림협회의 관계들까지도 전부 알아본 상태였다.

"확실히 무림부나 무림협회와 척을 지을 만 하더이다."

안우홍은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야 했다.

무림부의 영향력에서 손을 끊으려면 국방부 역시도 그들과 관련이 완전히 없는 자들을 찾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천마신교는 그에 부합했다.

"다만 리스크가 크오. 귀하의 단체와 손을 잡게 되었을 경우 자짓하면 우리 국방부가 젊어져야 할 것들이 더욱 산더미가 될 수도 있소."

무림부와 척을 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최악의 경우 군의 이미지도 나빠질 수 있었다.

안우홍은 처음부터 이 점을 지적했다.

이에 천여운이 전혀 흔들림 없이 여유롭게 답했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소. 가령 국방부가 더 이상 무림부에 휘둘리지 않는 그런 확고한 위치 말이오."

그런 천여운을 지그시 바라보던 안우홍이 웃어보였다.

그러더니 인적 하나 없고 폐건물 몇 채만 남아있는 벌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어째서 이곳을 약속 장소로 삼은 것 같소?"

"보안상의 이유라고만 하기에는 대동자들이 많은 것 같소만."

장소는 마땅하나 호위라고 하기에는 군인들이 꽤나 많았다. 이 정도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금방 수습할 수 있을 만큼의 숫자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다. 귀하의 힘에 관해서는 막 중장에게 귀가 떨어져라 들었소이다. 그것을 증명했으면 하오."

"힘을 증명해 달라?"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군에서도 그렇고 국방부에서 일하면서 본인은 그 동안 수많은 무림인들과 능력자들을 보았소."

-슥!

그 말과 함께 안우홍이 누군가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통신 장교들 중에 한 사람이 무전기로 들어 뭔가를 말했다.

이윽고 검은 벤 차량 한 대가 식당 앞으로 나타났다.

-드르륵!

벤 안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짙은 밤색 피부를 지닌 그들은 이곳 중화권의 인종이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양복을 입었으면서도 목에 흰 천을 독특한 방식으로 허리까지 감고 있었다.

'이 자들이었나?'

천여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독특한 기운을 발산하는 자들을 발견한 천여운이었다.

"मुझे लगता है कि लेखक हमारे साथ प्रतिस्पर्धा करेंगे।"

그들 중 한 사람이 옆에 있는 자에게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했다.

천여운이 머릿속으로 나노에게 물었다.

'나노.'

[힌디어입니다. 번역을 하면 "나는 저자가 우리와 경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을 했습니다.]

'힌디어?'

[힌두교의 문화권에 있는 자들이 쓰는 말입니다. 외양을 분석해본 결과 인도인으로 보입니다. 힌디어를 뇌로 전이하겠습니까?]

'그래.'

-츠츠츠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여운의 머릿속으로 힌디어 언어가 전이되었다.

나노의 강점이었다.

언어를 손쉽게 익힐 수 있었다.

-저벅저벅!

그 사이에 두 인도인들이 안우홍과 천여운이 있는 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합장을 하며 안우홍에게 말했다.

"부장님. 이제 결정의 시간입니까?"

"아....."

그들은 어눌하지만 중원의 말을 할 수 있었다.

괜한 짓을 했다 싶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이 하는 말을 모르는 것보다는 나았다.

천여운이 안우홍에게 물었다.

"이들은?"

"이 두 분은 구 인도국의 전사들이오."

안우홍의 소개에 두 사람이 손을 모아 합장하며 천여운에게 인사했다.

"아쉬리 라우라고 합니다."

"스우라 라우라고 합니다."

예의로 대하는 태도에 천여운도 포권을 취하며 가볍게 인사했다.

"천.....무성이라 하오."

다른 이름으로 말하는 것이 여전히 입에 익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구 인도국?'

의아해하는 천여운의 생각에 나노가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

[현 세계의 인도는 게이트를 감당하지 못하고 정부가 해체 되었습니다. 살아남은 인도인들은 각 국으로 망명했습니다.]

'아.....'

그래서 구 인도국이라 표현했던 것이었다.

그런 망국의 사람들을 불러온 이유는 무엇일까?

안우홍이 말했다.

"솔직히 말하겠소. 귀하가 그런 제안을 하기 전부터 우리는 구 인도국의 전사 집단인 라우 일족과 협약을 진행하고 있었소이다."

'그런 거였나.'

천여운이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안우홍은 나름대로 무림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

구 인도국의 전사 일족을 끌어들여 무림인이 아니더라도 게이트 위험 개체를 원활히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본 국방부의 입장에서는 라우 일족의 제안과 귀하의 제안 모두가 리스크가 있소."

안우홍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 역시도 국방부와의 협약에 있어서 꽤 까다로운 제안을 했던 모양이었다.

물론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망국인이 꿈 꿀만 한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재건 인가.'

만약 그 짐작이 맞다면 국방부 쪽에서도 큰 리스크를 지는 것이다.

중원에 열리는 게이트를 막는 것만으로도 여력이 벅찬데, 타국을 지원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 역시도 그 리스크를 져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본 부장 역시도 알고 있는 바요."

안우홍이 본론을 꺼냈다.

"하여 본인은 공정하게 천마신교와 라우 일족에 입찰 경쟁을 제안하는 바이오. 물론 입찰 방식은 경쟁 매매가 아닌 무인들답게 무력으로!"

결론은 서로 겨뤄서 더 우위인 쪽과 협약을 맺겠다는 소리였다.

이 이야기는 라우 일족의 두 인도인들 역시도 처음 듣는 말이었는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아쉬리 라우라고 한 턱수염을 기른 인도인이 스우라 라우에게 힌디어로 말했다.

"혹시나 국제 화폐로 입찰 경쟁을 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잘 됐군요. 무력이라면 더욱 손쉬운 일이 되겠습니다."

"그래. 이참에 국방부 부장에게 차크라의 힘을 보여주면 되겠구나."

그들은 자신들의 무력에 큰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라우 일족에서 최고의 전사들이었다.

구 인도국 내에서도 뛰어난 무력으로 명성이 높은 자들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경쟁을 반기는 것이었다.

"저희 라우 일족은 부장님의 제안에 동의합니다."

그들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안우홍이 천여운에게 어떻겠냐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때 천여운의 머릿속에 막우청의 목소리가 울렸다.

[은공. 저들도 보통 자들이 아니오. 듣기로는 저기 스우라 라우라는 자는 주먹질 한 번으로 작은 산을 무너뜨리는 신력을 지녔다고 하오.]

천여운이 이채가 띤 눈으로 스우라 라우를 바라보았다.

막우청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자는 보통 고수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다르군'

그에게서 풍겨지는 기운은 기(氣)와는 완전히 달랐다.

어떤 힘인지 짐작은 가지 않았지만 넘실거리는 기운이 범람하는 강과도 같았다.

천여운의 눈빛에 흥미가 돌았다.

"재밌군. 장소를 옮기도록 할까?"

어차피 국방부와 협약을 맺으려면 선택권은 하나뿐이었다.

천여운도 동의했다고 판단한 안우홍이 도로 건너편의 넓은 벌판으로 장소를 옮기도록 했다.

안우홍과 군인들은 도로 건너편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10미터 정도를 남겨둔 채 서로를 대치하게 된 상태에서 아쉬리 라우가 옆에 있는 스우라 라우에게 물었다.

"대전사. 어찌 하시겠습니까? 제 선에서 해결할까요?"

스우라 라우가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려 하는데, 천여운이 말했다.

"조금이라도 버티고 싶으면 두 사람이 동시에 덤벼라."

천여운에게 나온 말은 힌디어였다.

그것도 거의 원어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두 사람은 순간 놀라면서도 천여운이 한 그 말에 눈썹이 지켜 올라갔다.

스우라 라우가 언성이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의 말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나 우리 라우 일족의 전사들은 전쟁이 아닌 이상 비겁하게 합공을 하지 않습니다."

"좋을 대로 해라."

그 말과 함께 천여운이 뒷짐을 지었다.

오만한 태도에 아쉬리 라우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중요한 자리라 예의를 차리기는 했지만 그들 역시도 전사였고 호전적이었다.

"건방지구려. 한 번쯤 무림인들이라는 자들에게 차크라의 힘을 보여주려 했는데, 잘 됐소. 그 오만한 콧대를 꺾어드리리다."

아쉬리 라우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마보와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고오오오오!

그 순간 그를 중심으로 주변의 기운이 용솟음쳤다.

바닥의 흙모래들이 회오리를 치듯이 밀려나가는데, 그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흠.'

천여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기감을 극대로 높인 천여운의 두 눈에는 아쉬리 라우의 기운이 신체의 몇 군데로 집중되는 것이 뚜렷이 보였다.

그것은 목과 단중혈와 중완혈, 단전, 회음혈이 있는 곳이었다.

'독특하다.'

마치 이 다섯 부위가 전부 단전이 된 듯 했다.

'기운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군.'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가 있었다.

지금 보이는 기운만으로도 어지간한 고수들은 범접하지 못 할 정도였다.

"하압!"

아쉬리 라우의 강한 기합과 함께 그의 전신이 청색 빛으로 뒤덮였다.

마치 호신강기를 펼친 것과 같았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기운이 강기를 유형화시킨 것과 비슷했다.

아쉬리 라우가 천여운을 향해 말했다.

"그 뒷짐 푸는 게 좋을 거요. 그렇지 않으면....하압!"

그가 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그 순간 커다란 굉음 소리와 함께 그의 주변 바닥이 함몰되며 10미터 정도에 이르는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아슬아슬하게 구덩이는 천여운의 앞에 멈춰있었다.

"오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안우홍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가 내지른 주먹의 위력에 놀란 듯 했다.

아쉬리 라우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천여운을 쳐다보았다.

'응?'

그런데 천여운은 전혀 표정변화 없이 뒷짐을 풀지 않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긴장을 하고서 전투에 임할 거라고 여겼는데, 너무 여유로워 보이는 태도에 아쉬리 라우는 모욕감을 느꼈다.

"참으로 건방진 자로구려! 그 콧대를 당장 눌러주지."

-팟!

아쉬리 라우가 구덩이에서 천여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마치 경공을 펼치는 것처럼 그의 몸이 용수철처럼 튕겨 나와 어느새 천여운의 앞으로 도달했다.

"하압!"

아쉬리 라우가 천여운의 머리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청색 빛에 휩싸인 그의 발차기는 마치 번개가 날아가는 듯 했다.

-슈우우욱!

'그대가 자초한 일이다.'

라우는 천여운의 머리를 날려버릴 작정이었다.

그때 천여운이 뒷짐을 지고 있던 한쪽 팔을 풀었다.

'그러면 그렇지.'

당연히 막을 수밖에 없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천여운의 오른손이 어느새 아쉬리 라우의 미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검지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을 말아 쥐고 있었는데,

'딱밤? 지금 무슨 장난질을!'

어이가 없어지려했다.

그 순간 천여운이 튕긴 검지 손가락이 그의 이마에 적중했다.

-꽝!

"끄아아아악!"

순간 이마를 관통하는 엄청난 힘에 아쉬리 라우가 비명과 함께 뒤로 튕겨나갔다.

-콰콰콰콰콰광!

바닥을 부수며 수차례나 튕겨나가며 날아간 그는 이십 미터 가량을 날아가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찢겨나간 이마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고, 비틀거리며 정신을 못 차렸다.

"이럴 수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스우라 라우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둘이 덤비라고 했을텐데."

< 35화 차크라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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