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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103화 (103/234)

< 34화 굴복 (3) >

-천마신교?......마교!

정도 무림인들은 절대로 천마신교를 그대로 부르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천마신교는 마(魔)를 숭상하는 사악한 집단일뿐이었다.

'마교라니?'

마교가 다시 일어나는 것을 경계하고 있던 무림 협회의 간부들의 눈빛은 하나 같이 당혹감으로 가득했다.

다른 곳도 아닌 무림맹 본단에 마교인이 나타났다.

그것도 현 무림의 중추라 불리는 곳에 말이다.

'설마....협회의 본단이 마교 놈들의 손에 떨어졌단 말인가.'

홀로그램인데도 그들의 혼란스러운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금 천여운이 앉아 있는 대회의실의 협회장 자리까지 오기 위해서는 무림협회 본단의 모든 전력을 뚫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말도 안 돼.'

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부정하기 힘들었다.

이미 눈앞의 회의 탁자 위로 간부들의 머리통이 널브러져 있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하더라도 제남시 사태로 인해 마교가 발호할 것 같으니, 사전에 무림협회의 힘을 모아 그들을 처단하자는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히려 놈들이 빠르지 않았나.'

도리어 자신들이 당하고 말았다.

와해된 마교가 어찌 보면 현대 무림 전체가 힘을 합친 협회라는 군집체를 건드릴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잠깐....혹시 천마라고 하였소?

홀로그램에서 좌측에 앉아 있던 장엄한 분위기의 노승이 입을 열었다.

붉은 가사에 노란 법의만 보더라도 그가 승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노승은 중원 무림의 발상지인 소림사의 방장 노각 대사였다.

-아미타불. 혹시 시주가 당대 천마인 것이오?

'호오?'

노각 대사의 말에 천여운이 의외라 여겼다.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아니고 무림인들 중에서 천마의 칭호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아는 자들은 드물었다.

'하긴 소림사의 방장 정도면 알 수도 있겠군.'

그들의 역사는 무림의 어떠한 문파들 보다도 길었다.

심지어 천마신교보다도 말이다.

"역시 소림의 방장다운 식견이로군."

예전에도 소림사와는 특별히 척을 지진 않았었기에 천여운이 비교적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이에 다른 간부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노각 대사를 쳐다보았다.

-귀교에 다시 천마가 탄생하다니, 정도 무림에 있어서는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구려.

-노각 대사.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아미타불. 지금 여기서 말할 상황은 아닌 것 같소.

지금 당장은 이를 설명하기 힘들었다.

간단하게 이야기 할만큼 천마의 등장이 가볍게 논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그게 무슨…

간부들이 더욱 궁금해하는데, 누군가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버럭 호통을 쳤다.

"지금 그런 칭호가 중요하오? 저 사악한 마교도 놈들이 무림과 사회에 해악을 끼쳤는데 말이오."

정갈한 흰 도복을 입은 그는 무당파의 장문인인 장평각이었다.

도를 수양하는 도인이었지만 워낙 불같은 성정으로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자였다.

장평각이 천여운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래서 본도가 네놈들 같은 악인들을 절대로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했던 것이다. 네놈들이 저지른 짓으로 인해 게이트의 재앙이 터지는 날이면 그 피해는 민생들이...

-딱!

그때 천여운이 가볍게 손을 튕겼다.

그러자 탁자 가운데에 있는 홀로그램이 켜지며 어떤 광경이 출력되었다.

이는 무림협회 사옥 바깥의 상황이었다.

-천마신교! 만세! 만세! 만만세!

천지가 떠나갈 듯이 천마신교에 만세를 부르는 자들이 보였다.

홀로그램이 비추기에는 너무도 많은 이들은 다름 아닌 무림 협회의 무림인들이었다.

-이, 이게 어찌....

장평각의 당혹스러웠는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는 당연히 전쟁이 벌어져 무림협회 무림인들의 상당수가 희생을 입거나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을 거라 여겼었다.

-어째서 저들이?

"왜? 전부 죽일 줄 알았나?"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저들은 전부 본교에 충성을 맹세했지."

'!?'

천여운의 그 말에 무림협회 간부들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무림협회 본단이 박살이 난 것이 아니라, 통째로 천마신교의 수중에 넘어갔다는 소리가 아닌가.

'어떻게 정도를 지향하는 무인들이 마에 굴복한단 말인가.'

정파의 수치였다.

그들이 눈앞에 있다면 당장 베고싶은 심경이었다.

"네놈들에게도 기회를 주마."

-딱!

천여운이 손가락을 튕기자, 부속실장 비막헌이 누군가를 질질 끌고 왔다.

"끄으으…제발...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쇼."

'!?'

그 자의 등장에 무림협회 간부들이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무림협회장 대리 문종서였다.

두 눈알이 없는 그의 몰골은 처참하기만 했다.

"무림협회장이라는 녀석이 있었으면 했는데, 폐관에 들어가서 안타깝군. 뭐 그래도 상관없다. 이 녀석 덕분에 좋은 정보를 많이 얻었거든."

천여운이 흡족하다는 듯이 문종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다른 간부들 역시도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면서도 끝까지 입을 다문 것에 비해서, 문종서는 살기 위해 제 손으로 많은 정보를 넘겼다.

"이 녀석은 본교의 교인으로 새롭게 태어났지. 나는 공평하다. 그래서 네놈들에게도 기회를 주려 한다."

-기회?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천여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본교에 항복하라. 항복의 증표로 각파의 문주들의 목을 바친다면 자비로운 마음으로 본교의 신민으로 받아들여주마."

-꽉!

천여운이 문종서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자 문종서가 두 손을 활짝 들어 올리며 외쳤다.

"자, 자비로운 천마님의 은덕에 감사드립니다!"

두려움에 떨면서 외치는 그 모습이 가관이 아니었다.

명색이 협회장을 대신 하는 자가 저렇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니, 협회의 간부들은 강한 모욕감을 느꼈다.

-이노오옴! 정녕 선을 지나치는 구나!

-감히 본 협회를 조롱하는 것이 더냐!

간부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노성을 토해냈다.

자신들의 목을 베어서 항복을 하라고 하는데, 참는 것이 더 용했다.

그런 그들에게 천여운이 말했다.

"권주를 버리고 벌주를 택하다니......"

보통은 안타깝다는 말이 나와야 하지만, 천여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고맙군. 내심 받아들였으면 어쩌나 했는데."

-뭐, 뭣?

무림협회 간부들의 눈이 뒤집혔다.

애초부터 천여운의 제안은 그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서 한 말이었다.

천여운이 탁자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지금부터 하나씩 하나씩 부셔주마. 네놈들이 그동안 본교에 저질렀던 것들을 몇 배로 돌려주도록 하지."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회의 탁자가 균열이 일어났다.

-쩌저저저적!

탁자 전체가 순식간에 오밀조밀 갈라지더니 이내,

-파스스슥!

그 커다랗던 탁자가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일순간에 간부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탁자를 그냥 부수는 것은 쉬운 일이었으나,단순히 진기를 주입하여 먼지로 만드는 것은 어지간한 고수들로서도 힘든 일이었다.

압도적인 위압감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는데, 유일하게 팔짱을 끼고서 관망하듯이 바라보고 있던 자가 입을 열었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나?

바로 우측 의자에 홀로그램 자리에는 이렇게 명패가 적혀 있었다.

[무림협회 부협회장 금성룡]

그는 블레이드 식스 총수, 즉 현 극도육무문의 수장이었다. 천여운은 지금까지 다른 자들보다 이 자의 반응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다른 자들과 달리 시종일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온다라.....'

이에 천여운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충분히 기대해도 좋다. 그리고 네놈들의 진정한 '수장'과 마찬가지로 이번엔 확실하게 뿌리까지 뽑아주지. 극도육무문."

'!?'

그 말에 실금이 가듯 여유로웠던 금성룡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네놈....

그가 뭔가를 물어보려고 하자, 천여운이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천장에 붙어있던 홀로그램 장치들이 전부 박살이 나 버리며 연결이 끊겨버렸다.

-파지지지직!

같은 시각.

블레이드 식스의 본사 회장실.

홀로그램 연결 장치에 앉아 있던 금성룡이 잔뜩 굳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급히 회장실 문밖으로 나왔다.

"회장님?"

회장실의 앞에 있던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 한 남자가 의아해하며 불렀다.

이에 금성룡이 말했다.

"청두시 기차표를 예매해라."

"넷? 곧 외주 업체의 총수들과 회의가...."

"취소다. 그보다 급한 일이다."

회장이 명을 하는데, 이를 어길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태블릿으로 스케줄을 조정하려다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청두시? 청두시라면....'

"회장님, 혹시...."

그의 물음에 금성룡이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분들을 뵈어야 한다."

*  *  *

홀로그램이 꺼진 무림협회 사옥 대회의실.

비상 전력망으로 겨우 전기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건물이 반토막이 난 덕분에 천장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부속실장 비막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부서진 홀로그램 장치를 바라보았다.

'천마께서 그들을 너무 자극하신 게 아닌지 모르겠다.'

비록 이곳 본단을 함락시켰다고는 하지만 아직 저들의 전력은 상당했다.

이번 경우는 저들이 전혀 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을 당한 것이지만 이렇게 되면 저들도 분명 철저히 대비를 할 것이다.

아니 대비를 넘어서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하려들지도 몰랐다.

"두려운 것이냐?"

천여운이 그의 감정을 읽기라도 했는지 물었다.

이에 비막헌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꺼냈다.

"속하는 혹여 저들이 무림부를 움직일까봐 그것이 우려됩니다."

"무림부?"

솔직히 무력으로 나오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천여운이라는 단 한 명의 존재가 그것을 잊게 만들었다.

"이것으로 저들은 본교가 다시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림부를 움직여서 저희를 압박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무림부에 무림인 등록을 하였다.

무림부에서 무림인 등록을 마치지 않은 자들은 사파 출신의 극악한 범죄자들과 오직 천마신교의 교인들뿐이었다.

아마도 무림협회는 그 부분을 노리고 들 것이다.

"제가 만약 무림협회라면 무림부를 움직여서 정부 쪽과 저희가 척을 지게 한 후에 여론을 선동하는 방법을 취할 겁니다."

아직까지 민간인들에게 천마신교의 이미지는 최악이었다. 블랙 스카이 컴퍼니의 회장이 최악의 유혈 사태를 일으켰다는 인식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본교가 합병을 해도 회사를 운영하는데, 차질을 빚게 될지도 모릅니다."

무림부는 무림협회의 인사들로 가득하다.

절대적으로 그들의 우군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천마신교는 불리한 조건에 처해질 수밖에 없었다.

와해된 천마신교의 교인들이 전면으로 나서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네 녀석이 생각하는 해법은?"

"해법 말입니까?"

"문제점만 들먹이라고 네 녀석을 내 산하로 둔 것 같으냐?"

천여운이 그를 부속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전략가의 기질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 말에 잠시 고민하던 비막헌이 입을 열었다.

"본교가 지닌 불리한 이미지를 상쇄시킬 만한 뉴스거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서포터 해줄 우군이 필요합니다. 무림부를 견제할 수 있을 만큼의 권력을 지닌 정부 측 부서라면 더욱 좋습니다."

"그래. 그게 네 녀석이 해야 할 주된 일이다."

'아......'

그제야 천여운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확실하게 인지한 비막헌이었다.

천여운을 위해서 무력을 발휘할 자들은 정해져 있었다.

그의 진짜 역할은 머리였다.

"전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게 사흘 내로 보고해라."

'사, 사흘!'

고작 3일이었다.

매우 짧게 주어진 기간에 비막헌이 순간 헉 소리를 낼 뻔했다.

하지만 천여운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결국 힘차게 답변했다.

"명대로 하겠나이다!"

"네 녀석이 말했던 후자는 내가 처리하도록 하지."

"네?"

전자도 까다로웠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게 후자였다. 국무원에서 무림부를 견제할 만한 부서는 공안부나 국방부 이외에는 없었다.

그들은 천유장 파벌에서도 수차례나 접선을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을 만큼 고리를 만들기 힘들었다.

'대체 어찌 하시려고?'

의아해하는 그에게 천여운이 혼잣말을 하듯이 중얼거렸다.

"마침 녀석한테 연락도 왔고 말이야."

'녀석?'

*  *  *

십언시(十堰市).

현 중화정부의 수도인 서안시의 동남쪽에서 멀지 않은 소도시이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더 가면 국방부 방위군 총사령부가 있는 난양시가 자리하고 있다.

난양시의 한 교외에 자리한 폐주유소.

인적이 드문 곳이었는데, 곳곳에 군용 마크가 새겨진 차량들이 새워져 있었고, 수많은 군인들로 주변이 철저히 마킹되고 있었다.

폐주유소의 옆에는 허름한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안에 가죽점퍼에 수염을 멋지게 기른 강인한 인상의 중년인이 손목시계를 보면서 앉아 있었다.

"이제 1분 남았군."

쇳소리가 섞인 그의 목소리에 맞은편에 앉아 있는 콧수염의 중년인이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그는 대동시의 진압을 맡았던 방위군 여단장 막우청이었다.

군복을 입고 있는 그의 어깨에는 중장(中將)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S등급 게이트를 막은 공적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왜 아직 오지 않는 거지?'

겨우 마련한 자리였다.

그의 눈앞에 있는 자는 국방부 부장인 안우홍이었다.

이번 게이트 진압의 공으로 훈장을 받고나서 식사 자리에서 그를 설득하느라 꽤나 고생했던 막우청이었다.

-치칙! 주변에 오는 차량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의 근처에 서있는 통신 장교의 무전기로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병사들의 무전이 들려왔다.

망원경으로 주변을 살피는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더 이상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현재 시각 13시 29분 30초. 더 이상 의미가 없군."

"부, 부장님."

"앞으로 이런 일로 본 부장의 시간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군."

-탁!

국방부 부장 안우홍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정계에 입문하기 7년 전까지만 해도 방위군의 총사령관을 역임했었기 때문에 철저히 군인 정신을 가진 자였다.

특히 시간을 엄수하는데 매우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아아....'

처음부터 틀어졌다는 생각에 막우청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미 안우홍의 발걸음은 식당의 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를 달래야 하나 싶어서 막우청이 얼른 그 뒤를 따라 식당문으로 향했다.

"부, 부장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미 늦었..."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헉!"

식당의 문 앞으로 뭔가가 떨어졌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강철 심장을 지닌 안우홍이었지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 것 마냥 놀라서 식당 문 안으로 뒷걸음을 쳤다.

"처, 천 공!"

막우청이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하늘에서 떨어진 자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안우홍의 손목에 있는 시계의 초침이 59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 34화 굴복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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