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93화 (93/234)

< 30화 귀기(鬼氣) (2) >

음산하면서 생기를 빼앗는 푸른빛의 기운.

이것을 천여운은 귀기(鬼氣)라고 명명했다.

환영으로 알게 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실험 해본 결과, 귀기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

‘생기를 앗아간다.’

검으로 상대를 찌르게 되면 그 자의 생기를 앗아가게 된다.

여기서 두 번째 능력이 이어진다.

‘생기를 앗아간 자는 고스트로 만들 수 있다.’

고스트로 만든 자는 생전의 능력에 60~70퍼센트 정도를 발휘할 수 있다.

일반 고스트는 열기에 완전히 취약하나, 무림인 급의 고스트들은 열기에도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었고 화경의 고수가 고스트가 되면 강기조차 막아낸다.

세 번째.

‘천마검에 고스트를 담을 수 있다.’

생성시킨 고스트들은 천마검에 흡수해서 담을 수 있다.

반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어찌 보면 고스트들이 많아질수록 대규모의 망령 부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단점은 한 번 소멸되면 끝이다.

그리고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고스트를 검에 담을 수 있는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네 번째.

‘죽은 고스트의 기억을 읽을 수 있다.’

죽기 전에 고스트의 사념을 읽는 것인데, 생전에 보았던 광경과 기억을 알 수 있다.

모든 기억은 아니고 죽기 전에 10~15분 정도의 기억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천여운에게는 굉장히 효용성이 높았다.

‘환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하지만 검에 손을 떼고도 고스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또 다른 능력이 있을 지도 모른다.’

차차 알아 가면 될 거라 판단했다.

천여운은 특수 암기 데르펜실과 S등급 코어를 허리 벨트 가방에 챙겼다.

그리고 물어보았다.

‘나노. 스마트폰 분석은 끝났어?’

[분석 결과 블레이드 식스의 본사와 관련된 자료는 없었습니다.]

‘예상대로군.’

천여운은 실험 삼아 다른 고스트 개체의 기억을 읽었다.

그러면서 부도균이 블레이드 식스의 계열사 사장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천여운은 그것을 몰랐다.

‘극도신무를 익히지 않았다는 것은 본사의 간부가 아니라는 말이겠지.’

부도균은 극도신무를 익히지 않았다.

그랬다면 진즉에 천여운은 그가 블레이드 식스임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블레이드 식스에서는 합병한 간부들에게는 정보를 풀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스마트폰에도 특별한 것이 없었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블레이드 식스의 본사는 공개되어 있었다.

이들은 천여운이 활동하던 과거와 달리 양지로 올라와 정파를 표방했기 때문에 그들은 여러 각도로 찔러볼 구석이 많았다.

이것은 무림 협회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그 몸체가 크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찔러볼 곳이 많다.

‘MS그룹이 문제지.’

MS 그룹은 현재 실마리조차 없었다.

잡는 족족히 조그마한 정보라도 발설하려 하면 뇌가 터져서 죽었다.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들과 관련된 어떠한 것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단서를 찾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죽은 자의 기억.’

이것이 유용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제 슬슬 허봉에게로 가볼까.’

천여운이 기감을 열어 허봉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추적했다.

평소에 기감을 개방하지 않은 상태에서 천여운은 최대 2km 이내까지 감지할 수 있지만, 대자연의 기운까지 감응해서 개방하면 최대 15km까지도 기운을 탐지할 수 있다.

물론 멀어지거나 기운을 갈무리할수록 힘들겠지만 말이다.

‘응?’

천여운이 인상을 찡그렸다.

멀리 갔어도 민간인들을 데리고 갔다면 2km 이내 지점에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허봉의 기운은 뜻밖에도 남쪽으로 13km 가량에 있었다.

거의 외곽의 방벽에 가까웠다.

‘벌써?......차를 타고 이동한 건가?’

그게 아니고는 생존자들을 이끌고 멀리 갔을 리가 없었다.

한데 아무래도 생존자들만 있는게 아닌 듯 했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기운들이 그들의 근처로 몰려 있었다.

-팟!

천여운이 그곳을 향해 경공을 펼쳤다.

*  *  *

방벽 남쪽 문에서 3km 가량 떨어진 곳.

그곳에 열 대의 군용 트럭들과 기동력이 빠른 대공 전차 다섯 대가 세워져 있었다.

트럭에서 내린 삼백 명 가량의 방위군 보병들이 기관 소총을 겨냥하고서 진을 치고 있었는데, 그 한 가운데에 허봉과 문란영, 그리고 생존자들이 있었다.

“감히 내 아들을 이 꼴로 만들어!”

그런 그들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안전부 부장인 조형무였다.

바로 옆에는 사령관 막우청이 서있었는데 난처함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하아. 미치겠군.’

막우청이 뒤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여기저기가 찌그러져서 상태가 좋지 않은 한 군용 트럭 위로 얼굴이 피범벅이가 되어 죽어있는 시신이 하나 있었다.

그는 조형무의 아들인 대동시 기획실장 조형만이었다.

‘하필 이런 식으로 일이 터지다니.’

막우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 것일까?

그것은 게이트가 닫혔을 무렵에 급하게 온 무전에서 시작되었다.

[여기는 후발대. 구출 대상의 상태가 위급하다.]

그 무전을 듣고서 막우청은 부랴부랴 기동력을 갖춘 대대를 편성하여 급히 방벽 내로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보는 것과 같이 조형만이 숨을 거뒀다.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전후사정을 시신을 가져온 네 명의 무림인들에게 듣게 되었는데, 조형무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한 무림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무림인들은 선발대 중 한 무림인이 조형만에게 중상을 입혔다고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팀장인 북경 무림협회 지부장 홍팔선과 팀원들이 그 자를 체포하려는 도중에 고스트들이 출몰하는 바람에 겨우 탈출했다고 한다.

[이놈들!]

당연히 조형무는 그들을 당장 잡아야 한다고 사령관을 닦달했다.

그런데 공교로운 일이 벌어졌다.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생존자들을 구출한 군용 트럭 한 대가 나타났는데, 그 차에 조형만에게 치명상을 입힌 자가 타고 있었던 것이다.

“막 사령관 당장 내 아들을 죽인 저 고얀 놈들을 죽이시오.”

조형무는 막무가내로 그들을 죽이라고 종용했다.

이에 허봉의 눈매가 서서히 날카롭게 변해가고 있었다.

“여보님.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요.”

“하아....”

문란영 역시도 이 상황이 난감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생존자들을 이끌고 도망치던 도중에 군용 트럭을 발견한 그녀는 이들이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남문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한 무리의 방위군이 밀집한 곳을 발견하고서, 생존자들을 그곳까지 안내해주고 천여운에게 돌아가려 했는데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사령관. 뭘 하는 것이오! 당장 사살하라고 명령을 내리시오!”

조형무가 열불을 내며 보챘다.

이에 사령관 막우청이 달래듯이 말했다.

“부장님. 일단 민간인들도 있고, 체포해서 조사를 한 후에 정식 절차를 밟는 것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겐가! 저놈이 내 아들을 죽였다는 게 명명백백한데 무슨 조사를 한단 말인가. 당장 사살 명령을 내리게!”

조형무의 고집에 막우청이 진땀을 흘렸다.

아들을 잃은 분노로 조형무는 보이는 게 없었다.

“자네 이런 식으로 군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겠네. 내 후배가 국방부 차장인 것은 알고 있겠지?”

조형무의 그 말에 막우청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안전부 부장이 방위군의 직속 계통이 아닌데도 절절 매고 있는 원인은 바로 그것에 있었다.

조형무는 자신을 해임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자였다.

“어떻게 할 텐가?”

“.......알겠습니다.”

결국 조형무의 강압에 굴복해야 했다.

민간인들의 앞에서는 방위군의 명예나 체면 때문에 웬만하면 즉결 처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별 도리가 없었다.

“부장님. 일단 민간인들부터 비켜서게 하겠습니다.”

“흥!”

그것까지는 조형무도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아들을 저 꼴로 만든 자만 죽이면 되었다.

사령관 막우청이 허봉의 뒤쪽에 서있는 민간인들에게 소리쳤다.

“대동시 시민 여러분들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일급 요인 살해 범죄자의 근방에서 물러서시기 바랍니다.”

그런 그의 외침에 우물쭈물하던 생존자들 중에 누군가 나섰다.

머리가 반쯤 벗겨진 중년의 남성이었는데, 그는 이 상황을 도저히 지켜만 볼 수가 없었다.

“머, 멈추시오. 방위군 여러분들께서 뭔가 오해가 있는 듯 합니다.”

“물러서지 않으면 다칩니다.”

막우청의 경고에 중년의 남자가 떨리는 손으로 조형만의 시신을 가리키더니, 여전히 분노로 상기되어 있는 조형무에게 소리쳤다.

“혹시 저 자의 부친 되는 사람이오?”

“그렇소.”

그래도 민간인을 어느 정도 의식했는지, 조형무가 화를 가라앉히고 답했다.

그런 그에게 중년의 남자가 말을 이었다.

“부친이라고 하시니, 듣기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드님께서는 여기 이 분의 아내분을 성추행하다가 그리 된 겁니다.”

남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모든 사실을 밝혔다.

그 말에 조형무의 표정의 일그러졌다.

아들이 성추행을 하다가 맞아서 죽었다는 소리를 하는데, 당혹스럽지 않을 자가 있겠는가.

“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요!”

그때 조형만에게 복부를 가격 당했던 중년의 여성도 나서서 거들었다.

“우리 모두가 본 사실이에요. 댁의 아드님이 이 새댁을 성추행하다가 그리 되었는데, 어떻게 전후사정도 묻지 않고 이들을 죽이려고 하나요!”

“맞습니다! 너무한 처사가 아니요!”

생존자들이 앞 다퉈 나서며 허봉을 옹호했다.

그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그들은 은혜를 갚으려는 것이었다.

“흠흠.”

허봉도 그것이 기분 나쁘지 않은지 입술을 실룩거리며 내심 좋아했다.

반면 조형무는 아니었다.

생존자들이 하나 같이 아들이 성추행하다가 저리 되었다고 하니, 부모로서 치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으득!

조형무가 이를 갈면서 아들의 시신을 수습해온 무림인들을 노려보았다.

무림인들이 당황해서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저, 저희는 모르는 일입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었다.

구출팀의 리더인 홍팔선의 명으로 곧바로 중상 입은 조형만을 호송한 그들이었다.

그 안에 있었던 일을 알 리가 없었다.

‘형만이가 저 계집을 성추행했다고?’

조형무가 생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문란영을 쳐다보았다.

단발에 고혹적인 외모를 지녔다.

스커트가 찢겨져 나가서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조형무가 주먹을 움켜 쥐고서 부르르 떨었다.

‘형만이 이 녀석.....’

그는 조형만의 아버지였다.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웠으니 아들의 성정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대동시의 기획실장으로 낙하산 태우기 전에도 조형만은 여자 문제로 꽤나 골치를 썩였었다.

낙태 수술에 여자들의 손에 입막음 비용만 수천만 위안은 쥐어줬을 것이다.

‘이 녀석 그리 조심하라 당부했건만.’

이제는 하다하다 못해 게이트가 열린 그 상황에서조차 유부녀를 건드렸을 줄은 몰랐다.

생존자들이 저리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걸 보면 확실했다.

상황이 달라졌다고 판단한 사령관 막우청이 조형무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장님. 일단 즉결 처형은 보류하시고, 상세히 조사를 해서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

“막 소장.”

“네.”

“미안한데, 이번 한 번만 이 사람 체면을 살려주시오. 도와주면 내 그대가 진급하여 방위군 사령부로 진급할 수 있도록 힘쓰겠소.”

조형무의 그 말에 막우청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꿀 같은 제안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부장님....설마.....”

“저들을 전부 죽이시오.”

“부장님!”

“저들을 살려두면 죽은 내 아들과 내 체면이 어찌 되겠나.”

조형무는 민간인들을 살려둬서 이 사실이 인터넷이나 외부로 퍼져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그의 정치 생활에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고, 더욱 위로 올라가려는 목표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자네도 군복을 입었으니, 가장 위에는 서봐야 하지 않겠나. 방위군 사령관으로 가는 그 길을 이 조형무가 후원해주겠네.”

조형무가 달콤한 말로 속삭이며 막우청을 회유했다.

너무도 솔깃한 그 제안에 막우청의 눈빛이 갈등으로 흔들렸다.

‘큭.’

위로 올라갈 수 있는 동아줄이 내려왔다.

딱 한 번만 양심에 거스르는 짓을 한다면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었다.

고민에 빠졌던 막우청이 입을 열었다.

“부장님. 저는.......시민의 안위를 지키는 방위군의 사령관입니다.”

막우청은 자신의 정의를 지키기로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시민들에게 만큼은 절대로 총구를 향할 수 없었다.

조형무가 실망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사령관......하아.”

“죄송합니다. 정식 절차를 밟으...”

-탕!

“으악!”

그 순간 막우청의 허벅지로 총알이 박혔다.

-철컥! 철컥! 철컥!

“이,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당황한 주변에 있던 막우청의 부관인 권오필 중교(중령)와 세 명의 장교들이 동시에 권총을 뽑아서, 조형무를 겨냥했다.

조형무의 손에는 총구에서 연기가 흘러나오는 권총이 들려있었다.

“부....부장님!”

넘어진 막우청이 자신의 허벅지를 붙잡고 그를 노려보았다.

조형무가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상부의 명령에 불복종한 군인은 총살이 당연한 게 아닌가. 그리고.”

-끼이이이이!

“어엇?”

“이게 무슨?”

대공전차에 있던 기관총들과 포신이 저절로 방위군을 겨냥했다.

전차 안에 타고 있는 조종수들이 버튼을 누르려고 해도 작동이 듣지를 않았다.

“안전부 부장인 내가 이런 사지로 오면서 혼자 그냥 왔을 것 같나.”

조형무의 그 말에 권오필 중교의 시선이 조형무가 데려온 경호원이라는 자들 두 명을 노려보았다.

단순한 경호원은 아닐 줄 알았지만 그들은 이능력자들이었다.

“지, 지나치십니다! 조형무 부장!”

막우청이 상기된 얼굴로 그에게 소리쳤다.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조형무가 막우청의 반대쪽 허벅지를 쏘았다.

-탕!

“끄악!”

그리고는 권오필 중교에게 말했다.

“자네에게도 기회를 주도록 하지. 권 중교. 멍청한 자네 상관과 똑같은 꼴이 되겠나? 아니면 명을 이수하고 장군으로 특진해서 사령부로 가겠나.”

조형무에게 권총을 겨냥하고 있는 권오필의 눈빛이 흔들렸다.

‘장군!’

군인의 계급장을 달은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장군을 꿈꾼다.

권오필의 시선이 고통스럽게 상처를 붙잡고 있는 막우청과 방위군들을 겨냥하고 있는 대공전차의 포와 기관총을 교차했다.

선택권을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여기서 거절한다면 죽음이다.

“이렇게 하도록 하지.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자네의 손으로 막 소장의 머리를 쏘게.”

“그, 그건....”

“그래야 우리가 한 배를 탔다는 것을 알지 않겠나?”

조형무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네들도 똑같아. 이번 일이 조속히 마무리된다면 이 조형무가 일계급 승진 및 충분한 사례를 하도록 하지.”

조형무의 달콤한 제안에 그에게 총을 겨냥하던 장교들이 이윽고 팔을 내렸다.

조형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장교들의 변심에 막우청이 부관인 권오필에게 소리쳤다.

“끄으으, 자네들 이게 무슨 짓인가! 옳지 않은 일에 굴복하여 방위군이 시민을 쏘게 되면....”

-철컥!

“자....자네?”

권오필이 막우청의 머리를 겨냥했다.

당황해하는 그에게 권오필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소리쳤다.

“몇 명의 민간인들은 중요하고 생사를 같이 하는 아군은 중요하지 않단 말입니까?”

“끄으으. 자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저를 탓하지 마십쇼. 스무 명을 위해서 삼백 명이 넘는 아군을 희생할 순 없습니다.”

“그게 방위군이 할 말인가!”

“저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스스로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한 권오필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그 순간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휘리리리릭!

‘!!!’

총알이 허공에서 회전을 하면서 멈춰선 것이다.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막우청의 머리를 꿰뚫었을 지도 몰랐다.

“이, 이게 대체 무슨?”

권오필이 괴현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막우청조차 마찬가지였다.

“총알이....”

그런 그의 귓가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관인 주제에 꽤 마음에 드는군.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라.”

‘!?’

-스륵!

그때 그의 옆에 환영처럼 누군가 나타났다.

“주군!”

허봉이 환해진 얼굴로 소리쳤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누, 누구냣!”

권오필 중교가 재빨리 천여운을 향해 총구를 겨냥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푹!

“컥!”

허공에 멈춰 있던 총알이 역으로 날아와 권오필 중교의 이마를 관통했다.

권오필이 쓰러지자 놀란 장교들이 내렸던 권총을 들어 천여운에게 쏘려고 했는데, 방아쇠를 잡아당길 수가 없었다.

“지금 뭣들 하는 거야! 당장 놈을 쏴!”

조형무가 장교들을 다그쳤다.

하지만 아무리 장교들이 방아쇠를 당기려 해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지껄이는...”

그때 천여운이 장교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우드득!

그러자 세 명의 장교들이 동시에 목이 뒤로 돌아가 버렸다.

목이 돌아가 죽은 그들의 모습은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히익!”

당황한 조형무가 뒷걸음을 치며 도망치려 했다.

그를 보호하는 이능력자 경호원들이 다급히 손을 내밀고서, 이능력을 발휘하여 천여운을 막으려고 했지만,

-슥!

천여운이 손을 휘젓자, 그들의 허리가 동시에 뒤로 꺾이고 말았다.

-우드득!

“끄아아아악!”

척추가 뒤로 꺾였으니 살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두 경호원들은 괴상한 자세로 몸을 파르르 떨다가 숨을 거뒀다.

그 광경에 기겁을 한 조형무가 도망치려고 했지만, 어느새 그의 앞으로 천여운이 나타났다.

-스륵!

"어딜 가지?"

"으악!"

화들짝 놀란 그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 30화 귀기(鬼氣)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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