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92화 (92/234)

< 30화 귀기(鬼氣) (1) >

“어, 어떻게 고스트가 갑자기?”

“사람의 몸에서 나오다니....”

무림인들은 하나 같이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더욱 그들을 놀라게 한 것은 흐릿한 유령과도 같은 고스트가 죽은 무림인들의 생김새와 너무 닮아 있었다.

“충재?”

“아현?”

이들 역시도 무전기로 팽능겸이 했던 말을 들었다.

하지만 직접 본 것이 아니었기에 이 상황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이럴 수가....”

“고스트들이 죽은 자들이었단 말인가?”

고스트들의 얼굴을 보면 이를 확신할 수 있었다.

한데 이것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게이트가 닫혔는데, 어째서 고스트들이 죽지 않고 새롭게 생기냐는 것이었다.

“이보게. 바닥!”

“어엇?”

어느 한 무림인의 외침에 다른 무림인들이 바닥을 쳐다 보았다.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바닥의 범위가 계속해서 넓어져 가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반경 50미터를 넘겼다.

-타타탁!

무림인들이 보법을 펼치며 뒤로 몸을 날려 이를 피해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죽은 무림인들의 고스트가 원령이라도 되는 것 마냥 푸른빛 안광을 번뜩이며 달려들었다.

-스르르륵!

“빌어먹을!”

-우웅!

무림인들이 각자 도기와 검기를 형성했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고스트들을 향해 기를 날렸다.

-촤촤촤촥!

고스트들의 약점은 강한 열기이다.

거리만 잘 유지한 상태로 이를 노린다면 굳이 상대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 한 가지.

“아닛?”

“거, 검기를 막았어.”

고스트들은 생전에 익혔던 무공을 펼칠 수도 있었고, 심지어 강하면 강할수록 고스트가 되었을 때도 강해진다는 점이었다.

“저거 설마 검기야?”

“앗! 보법을 펼치잖아!”

무공을 펼치는 모습에 더욱 혼란에 빠졌다.

원래 사람이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때 우왕좌왕 하는 법이었다.

경신법을 펼치며 허공답보를 하듯이 허공을 달려오는 고스트들의 모습에 무림인들은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서 대응해야만 했다.

-차창!

“이놈들 검기 비스무리한 것도 만드는데?”

무림인 고스트의 무서운 점이었다.

저 흐릿한 입자를 응축해서 검기나 도기의 고열조차 막아낸다.

-스르르륵!

게다가 유령과도 같은 놈들의 신체는 직접 닿을 수가 없기에 무림인들이 무공을 펼치는데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팍!

“컥!”

무림인들 중에 첫 희생자가 나왔다.

고스트와 초식을 겨루다 놈의 손에 닿는 순간, 생기를 빼앗겨서 죽고 말았다.

“닿지 않게 조심하시오!”

“빌어먹을! 혼자서 상대하지 말고 다 같이 합공을 하시게나!”

“본인이 정면에서 막을 테니, 헌제가 뒤를 노리게.”

“알겠소!”

그래도 이점은 무림인들이 숫적으로 앞선다는 것이었다.

고스트는 5개체, 그에 반해 무림인들의 숫자는 멀리 건물 폐허 잔해의 언덕 위에 있는 부도균을 제외하고서 24명이었다.

처음에는 우왕좌왕 하던 이들은 점차 해법을 찾아갔다.

“하압!”

-촥!

고스트들 중에 2개체가 죽어나갔다.

무림인들이 신이 나서 소리쳤다.

“닿는 것만 주의한다면 굳이 상대하지 못할 것도 없구만.”

“원래 아현보다는 실력이 좀 떨어져서 다행이네.”

무림인들은 고스트들을 상대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고스트들은 생전의 무림인들이 쓰던 무공을 펼칠 수 있지만 그들에 비해서 전투 능력이 비교적 떨어졌다.

수치상으로 표현한다면 50~60퍼센트 정도로 무위가 줄었다.

그 줄어든 무위가 닿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덕분에 어느 정도 메꿔졌지만 이렇게 다수가 합공한다면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남은 놈들도 빨리 처리하...”

-푹!

“커억!”

누군가 무림인의 심장에 검을 박았다.

눈을 부릅뜨고서 그 자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천여운이었다.

“네, 네놈!”

“하나 더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거든.”

“무....무슨 소리를...”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여운이 심장에 박아 넣은 천마검에서 음산한 푸른빛이 일렁였다.

-우웅!

“커커컥!”

그 순간 무림인의 전신이 하얗게 변색되며 생기를 잃었다.

-쑤욱!

검을 뽑자 무림인은 바닥으로 쓰러졌다.

주변에 있던 무림인들이 갑작스러운 그의 공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이 자가 무슨 짓을....아닛?”

-스르르륵!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죽은 무림인의 몸에서 흐릿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는데, 역시나 고스트였다.

푸른 안광을 번뜩이는 고스트가 마치 천여운을 주인으로 여기는지 주위를 부드럽게 맴돌았다.

“이런 식으로도 되는군.”

천여운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무림인들 역시도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저, 저놈이야! 저놈이 고스트들을 만들었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고스트는 게이트에서 나온 위험 개체였다.

그것을 인간의 힘으로 새롭게 만들어낸 것도 모자라 통제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고스트를 만들다니?’

공장 폐허의 언덕 위에 있던 부도균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았을 때, 천여운이 검을 바닥에 박으면서 생겨난 괴현상은 그가 했다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무림인들이 고스트로 변한 것은 우연일 수도 있다고 여겼었는데, 이것은 꽤나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대체 저 자의 정체가 뭐지?’

부도균은 고민이 되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나서서 도와줘야 하나 망설여졌다.

단순히 고스트만 만드는 능력을 가진 것이라면, 저 자를 제거해버리면 될 문제였지만 이상하게 께름칙했다.

‘방금 전 그 움직임.’

너무 빨라서 보이지 않았다.

부도균의 경지는 완숙한 화경에 이르렀다.

그런 가까이도 아닌 멀리서 바라보는데도 시야에서 놓칠 정도면 그보다 한 수 위의 고수라는 의미였다.

‘하아.....’

부도균이 폐허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있는 S등급 코어를 바라보았다.

저것을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절대로 흔치 않았다.

‘들고 도망쳐야 하나.’

저 자는 현재 무림인들에게 한 눈이 팔려 있다.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었다.

‘아니다. 만약 저 자가 저들과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서 나를 쫓는다면 답이 없다.’

그는 이성적인 판단을 가진 자였다.

확실하게 승산이 없다면 절대로 행하지 않는다.

부도균이 자신의 허리춤의 가방에 손을 넣어서 뭔가를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펜 정도 크기의 작은 막대였다.

‘데르펜실.’

특수 제작된 이 물건은 현대적인 암기였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탄약이 폭발하며 불과 5보 안에 있는 적에게 엄청난 속도로 수백 개의 바늘이 난사된다.

더 무서운 것은 이 바늘 하나하나가 소형 폭탄이었다.

‘사천 당가의 후예인 D.A.N.G의 군수개발 공장에서 만든 호신강기 및 보호막 파훼 살상무기!’

최대 유효 거리는 10미터 이내였지만 5보 거리라면 100퍼센트 확률로 죽일 수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신용으로 챙긴 물건이었다.

‘가까이만 접근하면 돼. 가까이.....’

데르펜실을 만지작거리던 부도균이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유일하게 천여운을 방심시킬 방법을 말이다.

-스릉!

부도균이 장도를 뽑아들고서 천여운이 있는 곳으로 신형을 날렸다.

강력한 아군의 등장에 무림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부 사장님! 저 자가 고스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 자를 죽이지 않으면...”

-서걱!

“컥!”

그런데 부도균의 장도가 그 자의 목을 베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무림인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부, 부 사장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미쳤소이까? 부 사장!”

그런 무림인들에게 부도균이 정의로운 얼굴로 다그쳤다.

“무림에 법도란 것이 있는데 어찌 탐욕에 젖어서 타인의 노고를 탐낼 수 있단 말이오. 그것은 나 부도균이 용서치 않소이다.”

-팟!

그 말과 함께 부도균이 다른 무림인을 공격했다.

“아, 아니 이 자가 정녕!”

같은 지부의 무림인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코어를 탐냈다고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고스트를 만들어내는 저 수상한 자를 처리하는 것이 맞는게 아닌가.

-채채챙! 촥!

“끄악!”

부도균은 또 다시 한 무림인을 일도양단시켰다.

“빌어먹을!”

결국 무림인들로서도 살기 위해서 그와 싸워야만 했다.

하지만 화경의 고수가 괜히 화경이 아니었다.

작정하고 도강을 만들어낸 그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무림인들을 학살해갔다.

“끄억....이....이 배신자.”

“같은 협회인을 공격하다니 이익.....”

무림인들은 죽어가면서 부도균을 저주하면서 죽었다.

원망을 들으면서도 부도균은 인정사정없이 무림인들을 죽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도망가려는 자들조차 전부 죽였다.

-슥!

천여운은 이를 팔짱을 끼고서 지켜보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무림인을 처리한 부도균이 도를 집어넣었다.

그런 그에게 천여운이 물었다.

“같은 동료가 아니었나?”

“맞습니다.”

거짓없이 당당하게 동료였다고 말했다.

이에 천여운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죽였다?”

-털썩!

그때 부도균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바닥에 납작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탐욕에 젖어서 본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귀공을 공격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 겁니다.”

“대가로 살고 싶다는 것이냐?”

“귀공의 능력은 저를 포함한 모든 자를 죽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무를 갈고 닦는 무림인으로서 강자인 당신을 모시고 싶습니다.”

부도균은 스스로 몸을 낮추고서 수하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그것은 본심이 아니었다.

그를 최대한 안심시키고 가까이 다가오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천여운과 그의 거리는 지금 열 보 정도였다.

‘넘어가라. 넘어가라.’

다섯 보만 더 걸어온다면 데르펜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부도균이 긴장된 눈빛으로 기다렸다.

그때 천여운이 입을 열었다.

“좋아. 안 그래도 너 같은 자가 필요했다. 고개를 들어라.”

‘됐다!’

부도균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그가 경계심을 풀고서 가까이 다가오게만 하면 된다.

일단은 내색하지 않고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푹!

“커억!”

그의 가슴에 무언가가 관통했다.

그것은 천마검이었다.

“어.....어째서.....분명 저를 받아주신.....다고....”

부도균이 억울하다는 듯이 천여운을 쳐다보며 힘겹게 말했다.

이에 천여운이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받아줄 거다. 고스트로 말이지.”

“뭐, 뭣?”

부도균의 두 눈이 커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가슴에 박힌 천마검에서 음산한 푸른빛이 감돌았다.

-부르르르!

“으헉! 끄그그극.”

그러자 부도균이 강한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몸이 하얗게 변색되어서는 완전히 생기를 잃고 말았다.

숨을 거둔 부도균이 고개를 푹 숙였다.

-데굴데굴!

손에 쥐고 있던 데르펜실은 써보지도 못한 채 바닥을 뒹굴었다.

-스르르륵!

이윽고 그의 몸에서 흐릿한 형태의 고스트가 튀어나왔다.

“원거리도 되는군.”

천여운은 검을 손에 놓고도 자유로이 능력을 부릴 수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천마검의 검심(劍心)은 그와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검에서 손을 떼고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슥!

천여운이 손을 뻗자, 부도균의 시신에 박혀 있던 천마검이 회수되었다.

천마검을 잡자 천여운의 두 눈에 푸른빛 안광이 서렸다.

-고오오오오!

그 상태로 부도균이 변한 고스트를 쳐다보자, 놈의 몸에서 짙은 푸른빛이 강하게 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세 개체의 고스트들보다도 확연하게 밝았다.

‘더 강할수록 빛이 진해지는군.’

이것은 천여운의 눈에만 보이는 현상이었다.

완숙한 화경의 고수인 부도균의 고스트는 다른 개체들보다 훨씬 강했다.

힘이 생전보다 약화되었다고 해도 화경 초입 정도 수준의 기운에는 육박하고 있었다.

-탁!

천여운이 바닥에 천마검을 꽂고서 명했다.

“들어와라.”

명령이 떨어지자 고스트들이 다가오더니, 이내 형태가 줄어들며 천마검의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번에는 천여운이 반대로 검을 쥐고서 음산한 푸른빛을 일으켰다.

그러자 검에서 원령처럼 스산한 기운과 함께 네 개체의 고스트가 스멀스멀거리며 나왔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되는군.”

고스트들을 자유롭게 천마검에 집어넣고 소환할 수 있었다.

그들이 소멸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신기한 것은 이 모든 게 머릿속에서 보였던 환영으로 알 수 있게 된 사실이었다.

여기서 또 하나의 능력이 존재했다.

“가까이 다가와라.”

-스르르륵!

천여운의 명령에 부도균 고스트가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 고스트의 머리로 천여운이 손을 갖다 댔다.

보통 생명체는 고스트와 접촉하게 되면 생기를 빨리게 되는데, 천여운의 손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우우웅!

푸른빛은 천여운의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빛이 완전히 스며들자 천여운의 머릿속으로 환영과 사념이 들려왔다.

영화의 필름처럼 보이는 환영은 누군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었다.

[하아.....]

[들고 도망쳐야 하나.]

[아니다. 만약 저 자가 저들과 싸우는 것을 포기하고서 나를 쫓는다면 답이 없다.]

[사천 당가의 후예인 D.A.N.G의 군수개발 공장에서 만든 호신강기 및 보호막 파훼 살상무기!]

[가까이만 접근하면 돼. 가까이.....]

[넘어가라. 넘어가라.]

그 목소리는 바로 부도균의 것이었다.

놀랍게도 부도균이 마지막으로 떠올렸던 모든 생각들이 사념으로 남은 것이었다.

길지는 않았지만 그가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의 모든 것들이 천여운의 머릿속에 온전히 새겨졌다.

-슥!

천여운이 어딘가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작은 막대기가 빨려 들어왔다.

그것은 부도균이 가지고 있던 데르펜실이었다.

정말로 놈의 고스트에게서 읽었던 사념대로였다.

“죽기 전의 기억을 읽는다라......멋지군.”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생각지도 못하게 만족스러운 능력을 얻게 된 것이었다.

‘고문 따위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겠군.’

< 30화 귀기(鬼氣)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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