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노마신 2부 (마신강림)-91화 (91/234)

< 29화 알파 고스트 (3) >

대동시의 도시 한복판.

도로를 달리고 있는 군용 트럭에 있던 무림인들의 시선이 동시에 어딘가로 향했다.

멀리서 들리는 작은 폭발음과 함께 보이는 붉은 광선들.

“저길 보십쇼.”

“저게 대체 뭐지?”

거리가 꽤 멀어서 제대로 식별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뭔가 일이 터졌다는 것만 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알파일 수도 있겠습니다.”

“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무림인들이 누군가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트럭의 운전석 부근에 기대고 있던 이 팀의 리더인 식스 생명의 사장 부도균이 뒤의 창문을 두드리며 운전수에게 말했다.

-쿵쿵!

“방향을 바꿔라.”

“넵!”

군용 트럭이 붉은 광선이 쏟아지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  *  *

화염의 광선이 한바탕 휩쓸고 간 용광로 공장.

그곳은 공장 내부뿐만이 아니라 건물 자체가 전부 부서지고 무너져 내려, 오직 파괴의 흔적만으로 가득한 아수라장이 되었다.

화기가 실린 탄강기에 의해 주변 공장들마저도 무너져 일대가 폭격이라도 맞은 듯하다.

“적당히 조절할 것 그랬나.”

무너진 용광로 공장의 한가운데서 천여운이 주변을 스윽 훑어보고는 중얼거렸다.

확실히 과하게 힘을 쓴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적을 한 번에 처리하는데 만큼은 천공섬광만한 것이 없었다.

고스트는커녕 무림인들의 시신조차 찾기 힘들었다.

“흠.”

천여운이 서남쪽 방향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직 공간을 뒤흔드는 게이트로 짐작되는 기운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 알파가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과연 어디 있을까? 네놈은...”

기감을 넓혔다.

천여운의 시선이 하늘에서 발밑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였다.

-서서서서서석!

천여운이 있던 폐허가 된 지반이 생기를 잃고서 하얗게 변색되어갔다.

-탓!

천여운이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그 짧은 찰나에 바닥에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흐릿하면서 거대한 그것은 바로 알파 고스트였다.

“거기 숨어 있었나?”

[흐어....흐어....흐어어어어어!]

알파 고스트의 몸의 곳곳이 열기로 찢겨져 나가 있었는데, 많이 분노했는지, 특유의 소름끼치는 소리가 더욱 커져 있었다.

알파 고스트가 드레스처럼 하늘거리는 흰 입자의 파장을 사방으로 내뿜으며, 허공에 떠있는 천여운을 노렸다.

-스서서서서석!

입자가 퍼져나가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순식간에 천여운이 있는 허공까지 닿을 정도였는데,

[흐어어?]

알파 고스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놀랍게도 천여운은 생기를 앗아가는 입자에 닿았는데도 멀쩡했다.

“내 생기를 빼앗고 싶나 보지?”

천여운의 몸에서 검은 흑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천마기가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네놈보다 더 어둠에 가까운가 보구나.”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어둠, 그리고 원한, 증오, 살의와 같은 순도 깊은 마(魔)가 생기를 빼앗는 기운 따위에 쉽게 굴복할 리가 없었다.

“이제 내 차례다.”

-슥!

천여운이 검결지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다섯 자루의 무형검이 생겨났다.

이렇게 생겨난 다섯 자루의 무형검에 천여운이 천마기와 화기를 동시에 일으키자,

-화르르르륵!

무형검에 흑염(黑炎)의 속성이 부여되었다.

그 위력은 검강에 화기를 불어넣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부르르르르!

[흐어...흐어....흐어!]

흑염의 무형검에서 느껴지는 짙은 어둠과 뜨거운 열기를 감지하기라도 했을까.

알파 고스트가 천여운을 노리던 것을 멈추고, 황급히 몸을 돌리고서 도망을 치려고 했다.

“소용없다.”

천여운이 놈을 향해 검결지를 뻗었다.

흑염의 무형검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화염의 궤적을 그리며, 알파 고스트의 몸을 관통했다.

일반 고스트들보다도 열기에 내성이 강한 알파였다.

하지만 흑염만큼은 견딜 수가 없었다.

[흐어어어어어어!]

고통스러운지 괴상한 비명을 질러댔다.

죽기는 싫었는지 알파 고스트가 찢겨진 몸을 부서진 잔해 바닥으로 스며들려 했다.

“네놈의 무덤은 여기다.”

-휙휙!

천여운이 계속해서 검결지를 휘젓자, 흑염의 무형검들이 궤적을 바꾸어 남아 있는 놈의 신체 부위를 열기로 찢어놓았다.

-슈슈슈슈슉! 파팍! 파파팍!

[흐어어어어어!]

검은 불꽃에 타들어간 흰 입자가 사방에 흩날렸다.

세 번 정도 그것이 반복되었을 때 알파 고스트는 그 원형이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쿵!

바닥으로 검은색 구체의 형태를 하고 있는 게이트 코어가 떨어졌다.

놈의 코어는 머리 쪽에 있었다.

“싱겁군.”

다른 자들이 들었다면 어이가 없을 말이었다.

S등급 위험 개체가 도망치다가 죽게 만들 수 있는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천여운이 사람의 머리통만한 코어를 잡고서 공력을 가했다.

‘반발력이 강하군.’

A등급 코어는 이 정도 공력이면 금이 갔었다.

그런데 오히려 공력을 밀어냈다.

확실히 S등급 코어라서 그런지 담겨 있는 힘이 보통이 아닌 듯 했다.

‘그렇다면.’

더욱 공력을 가하면 될 일이었다.

천여운이 두 배 이상의 공력을 가하자 외피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코어의 외피가 완전히 갈라지며 틈새가 벌어졌다.

-쩌저저저적!

-파앙!

갈라진 외피의 내부에서 강한 에너지 파장이 터져 나왔다.

-슈우우욱!

파장은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것은 거의 빛의 속도라도 된 것처럼 대동시 전체로 이어졌고, 이윽고 서남쪽에 열려있던 게이트의 입구가 닫히기 시작했다.

-쾅! 쾅!

대동시 방벽을 둘러싸고서 대공포를 쏘며 벗어나려고 하는 고스트들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방위군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엇? 저, 저기!”

“고스트들이 사라지고 있어!”

-스르르륵!

유령처럼 흰 입자의 족적을 남기던 고스트들.

그들의 형태가 부서지며 흰 입자를 흩뿌리며 사라졌다.

다른 위험 개체들은 닫히는 게이트로 도망가려 했지만, 고스트들은 마치 정말 유령이 제령 되는 것 마냥 죽어갔다.

“와아아아아아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방위군 병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대공포 전차에 안에 있던 부사관들 역시 뛰어나와 신이 나서 방방 뛰어다녔다.

주둔지 쪽에서도 난리가 났다.

“사령관님! 게이트가 닫히고 있습니다!”

“와아아아아!”

실시간으로 게이트 상황을 레이더 탐지기로 모니터링 중이던 소위의 보고에 막사 안에 있던 장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위험 재앙 S등급의 게이트가 불과 이틀 만에 닫혔으니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사령관 막우청의 옆에 있던 안전부 조형무 부장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의 등을 툭 치면서 말했다.

“것 보시게. 내 말대로 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자신의 공인 마냥 지껄이는 그 덕분에 막우청은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이 일을 얼마나 떠들어 댈지는 안 봐도 눈에 훤했다.

그런 그에게 조형무 부장이 보챘다.

“사령관. 뭐하는 것이오? 이제 고스트들이 없다면 방위군을 진입시켜서 빨리 수색을 대대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 아니오.”

‘아.....’

자식 내외를 찾는 것을 잊지 않은 그였다.

게이트 전의 승리로 잠시나마 이를 잊고 있던 막우청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투입되었던 무림인들 중에서 여태껏 생존자를 보고한 팀은 아무도 없었다.

*  *  *

한편 천여운은 부서진 외피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까지 외피 조각이 붙어 있었는데, 새어나오는 기운이 매우 강렬했다.

-파스슥!

천여운이 공력을 일으키자, 붙어있던 갈라진 외피 조각들이 떨어져나갔다.

-슈우우우우!

눈부신 빛을 내뿜고 있는 순수코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천여운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A등급 코어를 얻었을 때, 순수한 에너지의 양만으로 영물의 진원과 버금갈 정도였다.

그런데 이 S등급 코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그보다 훨씬 강렬했다.

거의 A등급에 두 배에 달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가 노릴 만하군.’

이 기운을 고스란히 취할 수만 있다면, 깨달음을 떠나서 내공 그 자체만으로는 생사경의 고수에 버금갈 수 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워낙 발산되는 에너지가 커서, 어느 정도 정제해서 흡수하지 않고는 내공화하는 것은 보통 무림인들에게는 무리일 듯 했다.

‘육신이 못 버티겠지.’

깨달음을 얻어야만 육신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진다.

무작정 기를 받아들여봐야 오히려 독이 될 뿐이었다.

-탁!

천여운이 S등급 코어를 움켜쥐고서 장난감 공처럼 툭툭 위로 던졌다 잡았다.

‘뭐, 내게도 쓸모가 없지만.’

천여운에게 이런 순수한 에너지, 즉 기운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이미 다섯 영물의 기운을 흡수하여 육신의 한계치에 이르는 절대적인 내공을 얻었고, 자연경의 경지에 올라 대자연의 기운을 자유로이 다룰 수 있었다.

‘쓸 데가 있지.’

이 순도 높은 코어의 기운을 이용하면 영단처럼 사용하여 고수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와해된 천마신교에는 절대적인 고수가 부족했다.

대자연의 기운이 현저히 옅은 이 시대에서는 이런 코어가 천고의 보물이었다.

‘그럼 허봉에게로 가볼.....음?’

그때 천여운이 눈을 가늘게 뜨고서 코어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환한 빛을 내뿜고 있어서 몰랐는데, 코어 안에 무언가 흐릿하게 보였다.

‘뭐지?’

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나노, 시야로 들어오는 빛을 조절해줘.’

[광시야 모드로 빛을 조절합니다.]

-우웅!

천여운의 동공이 흔들리며 수축되더니, 이내 코어의 빛이 점차 어둡게 바뀌어갔다.

시야로 빛이 조절이 되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렇게 되면서 코어를 제대로 살필 수 있게 되었는데,

‘응?’

그런데 코어 안에 무언가가 보였다.

마치 구슬 안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코어 안에 독특한 모양의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천여운이 물었다.

‘나노 이게 뭘까?’

[알 수 없습니다. 순수 코어에 감싸여 있어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순수 코어를 부수면 나오겠지?’

[그렇게 되면 순수 코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상당량이 손실될 겁니다.]

‘흠. 나노. 네가 코어의 기운을 임시로 흡수할 수 있지?’

[가능합니다.]

예전에도 나노는 풍백호의 진원이 가진 기운을 흡수하여 천여운에게 넘긴 적이 있었다.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였었다.

나노를 구성하고 있는 게이트리윰 금속.

지구상에 없는 게이트 너머에서 발견되었다는 이 금속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럼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스르르르르!

순수 코어를 잡고 있는 천여운의 손에만 나노 슈트의 장갑이 장착되었다.

장갑에서 나노머신으로 엮인 선이 튀어나와 코어를 감쌌다.

[코어의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충전율 5%]

검은 선을 타고서 빛이 일렁거리며 빨려 들어갔다.

확실히 풍백호의 기운을 충전방식으로 흡수했던 적이 있는 나노여서 그런지 이를 부담 없이 받아들였다.

[충전율 20%]

그런데 생각보다 흡수가 빨랐다.

아무래도 저 안에 있는 독특한 형태의 무언가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가진 듯 하고, 원형의 순수 코어는 적은 에너지만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충전율 90%]

불과 5분 정도 만에 에너지의 대부분을 흡수했다.

그래서 그런지 눈부셨던 코어의 빛이 어느새 그냥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약해졌다.

“이 정도면 되겠군.”

천여운이 약해진 순수 코어에 힘을 가했다.

그러자 코어가 외피가 금이 갔을 때처럼 균열이 일어났다.

-파스스슥!

더욱 힘을 가하자 그것이 완전히 부서졌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독특한 모양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뭐지?’

마치 별사탕을 보는 것처럼 울퉁불퉁한 손바닥 정도 크기의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보석을 보는 것처럼 반짝거리며 영롱한 빛을 냈다.

‘예상대로다.’

여전히 엄청난 에너지가 여기서 느껴졌다.

그런데 이 별모양의 보석 형태의 코어에서는 그 외에도 독특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꼭 그놈 같군.’

마치 알파 고스트가 내뿜던 음산한 귀기(鬼氣)와 닮아 있었다.

천여운이 이것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는데, 예기치 않은 현상이 일어났다.

-드르르르!

“응?”

천여운의 오른팔목에 착용하고 있는 보호대 형태로 변한 천마검이 떨려왔다.

마치 공명을 하는 것처럼 보호대가 별모양의 코어를 향해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뭐지? 어째서 천마검이?’

그 이유는 천여운이라고 알 수 없었다.

천마검은 오래 전 천마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으로 만든 신검(神劍)이었다.

이것은 타락한 용의 기운을 흡수할 만큼 영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천마검이 이렇게 공명하는 현상은 처음 검을 얻었을 때를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대체 내게 뭘 말하고 싶은 거냐. 천마검.’

-파르르르!

“엇?”

그런데 별모양의 코어가 마찬가지로 떨려왔다.

마치 서로가 공명하듯이 점차 가까워지려고 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차차차차차차착!

천마기를 주입하지도 않았는데, 천마검이 저절로 보호구에서 검의 형태로 바뀌었다.

-팍!

그때 천여운에 쥐어져 있던 별모양의 코어가 천마검의 검신에 달라붙었다.

알 수 없는 현상에 천여운이 다급히 천마검의 검병을 잡고서 검신에서 코어를 떼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르르르륵!

별모양의 코어의 영롱한 푸른빛이 천마검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더니 천마검의 검신이 별모양 코어와 같은 영롱한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빛은 검신 전체를 뒤덮고 천여운이 쥐고 있는 검병까지 퍼졌다.

-번쩍!

“으윽!”

그 순간 천여운의 손을 타고서 푸른빛이 스며들었다.

번개를 맞은 것처럼 강렬한 찌릿함을 느낀 천여운이 천마검에서 손을 떼려고 했는데, 그의 머릿속으로 환영 같은 것들이 보여 왔다.

‘이건....이건 대체....’

-스르르르륵!

그것은 마치 나노가 뇌로 정보를 전송하는 것과 비슷했다.

다만 이것은 단순 정보가 아니었다.

“으으으으.”

머릿속에 각인이 새겨지는 것처럼 환영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어느새 천여운의 두 눈에서 푸른빛의 안광이 흘러나왔다.

-툭!

기운에 사로잡혀서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에 천마검에 붙어 있던 별모양의 코어에서 영롱한 푸른빛이 사라져서는 바닥에 떨어졌다.

별모양의 코어는 순수 코어처럼 평범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부르르르!

천여운은 그것도 모른 채, 계속해서 푸른빛의 환영에 사로잡혀 움직이질 않았다.

그렇게 십분 가량이 지났을 때였다.

-우르르르르!

폐허가 된 공장 쪽으로 서른 명의 방호복을 입은 자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멀리서 붉은 광선을 확인하고서 급하게 온 또 다른 무림인 팀이었다.

무림인들은 폐허가 된 곳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이쪽인데....”

그들을 자극하는 방대한 기운이 근방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것은 S등급 코어의 에너지였다.

기감이 뛰어난 무림인들은 점차 그것에 가까워져갔다.

“앗! 사장님. 저길 보십쇼.”

한 무림인이 무너져 내려 잔해만 남은 용광로 공장의 한복판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누군가 검을 들고 서있었다.

그는 바로 천여운이었다.

“오옷!”

무림인들의 시선은 그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고오오오오!

천여운의 1미터 앞에 눈부신 빛을 내뿜고 있는 별모양의 코어가 떨어져 있었다.

“코어!”

엄청난 기운을 풍기고 있는 별모양의 코어를 발견한 무림인들의 표정이 하나 같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일반 코어도 아니고 S등급 코어였다.

부르는 게 값인 물건이면서 무림인들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보물이었다.

물론 모두가 코어에만 눈이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식스 생명의 사장인 부도균은 이 상황을 의아하게 여겼다.

‘.......왜 저 자는 코어를 앞에 두고서 저러고 있는 거지?’

멀리서 보고 있는 천여운은 넋이 나간 듯 했다.

그저 멍하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눈을 뜬 채로 정신을 잃은 것인지 전혀 판별이 가지 않았다.

보물인 코어를 앞에 두고서 저러고 있는 것이 이상했다.

-팟!

그때 누군가 앞으로 신형을 날렸다.

탐욕을 참지 못한 것이었다.

“뭐하는 거요?”

“먼저 손에 넣는 자가 임자가 아니겠소!”

“자, 잠깐 거기 서게! 아직 아무 상황도 모르는데.”

“뭘 모르나. 저렇게 코어를 두고서 정신을 잃었다면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거지!”

“칫! 이 자가 정녕!”

-팟! 팟!

이에 다른 무림인들도 코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급히 경공을 펼쳤다.

그들은 더이상 리더인 부도균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S등급 코어를 제 손에 넣고 싶어 안달이 나있었다.

‘내 것이다!’

‘S등급 코어만 있으면!’

희망에 부풀어 천여운의 앞에 떨어진 코어에 도달하려고 할 때였다.

-슥!

멍하게 고개를 반쯤 숙이고 있던 천여운의 안광이 빛이 돌아왔다.

이를 모르는 무림인들은 코어에만 한 눈이 팔려 있었다.

‘쥐새끼들이 몰렸군.’

그가 있는 근처까지 열일곱 명의 무림인이 다가와 있었다.

서로 엎치락덮치락 해가며 경공을 펼쳐왔다.

‘잘됐군.’

그들을 바라보던 천여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마침 뭔가를 시험해보고 싶던 차였다.

천여운이 천마검의 검신을 아래로 향하게 들더니, 이내 바닥을 향해 검을 박았다.

-팍!

바로 그 순간이었다.

천마검에서 푸른빛이 일렁이더니, 검신이 박혀 있는 바닥을 중심으로 하얗게 서리가 내리듯이 변색되기 시작했다.

“잠깐! 모두 멈췃!”

멀리서 이를 보고 있었던 부도균이 다급히 무림인들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서로 다퉈가며 코어를 향해 달리고 있는 무림인들에게는 그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컥!”

가장 선두 쪽에서 달리던 다섯 명의 무림인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

멈춰 선 그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야?”

“왜들 멈춰선 거야?”

뒤를 쫓고 있던 무림인들이 의아해 하는데, 다섯 명의 무림인들이 방호복이 하얗게 물들어서는 생기를 잃었다.

숨이 끊어졌는지 그들은 더 이상 경련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 이건?”

그들은 이 현상을 본 적이 있었다.

위험개체 고스트들과 부딪쳐서 죽은 자들에게 벌어진 현상이었다.

그제야 그들의 귀로 부도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장 물러낫! 바닥에 닿으면 안 돼!”

-서서서서서서석!

“아닛?”

어느새 인가 그들이 있는 앞쪽 바닥이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하얗게 서리가 내린 것처럼 변색되어 가는 모습에 당황한 그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뭐야? 어째서 바닥이....”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스르륵! 스르륵! 스르륵!

생기를 잃고서 죽은 다섯 무림인들의 몸에서 흐릿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흰 입자의 족적을 남기는 유령 같은 그것은 바로,

“고, 고스트!!!”

위험개체 고스트였다.

흐릿한 고스트들의 두 눈에서는 천마검에서 흘러나오는 푸른빛의 안광이 서려 있었다.

< 29화 알파 고스트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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